80년대 오락실의 추억 - 50원 넣고 마음껏 즐기던 시절 고전게임 회상록




이 사진은 1980년대 초반 오락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코흘리개 시절의 내 얼굴은 사정상 모자이크. 아마도 80~81년 경이 아닌가 싶다. 당시의 오락기들은 저렇게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고, 사진처럼 흑백이었다. 노랑,빨강,파랑,초록 등의 셀로판지 같은 것을 모니터에 붙여 그나마 단조로움을 벗어나게 한 형태이다. 게임은 알카노이드(통칭 벽돌깨기). 사진의 오락기는 요즘의 게임과 별 차이가 없는 스틱모양이었지만 당시엔 알카노이드 전용 스틱이 있었다. 좌측에는 빙글빙글 돌릴 수 있는 무슨 조절기 같은 것이 있고 우측에는 버튼 한개. 이런 타입의 기계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칼라게임기가 하나 둘 증가했었다. 갤럭시안, 갤러그, 엑스리온, 너구리, 팩맨, 뽀빠이, 딕덕, 푸얀 등이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게임은 갤러그로 한 오락실에 5개씩 갖다 놓기도 했었다. 엑스리온은 2개 정도 있었다.

우리집은 오락실에 가지 못하게 하는 집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한번씩 허락할 때가 있었으니 할아버지 댁에 내려갈 때였다. 좁은 집에 어린애들이 있어봤자 할 것도 없고...해서 5천원씩 쥐어주며 오락실 가서 게임이나 하고 오라고 했던 것이다. 당시 오락실 게임은 50원. 5000원이면 꽤 실컷 할 수 있었다.

당시 '시골'이었던 할아버지댁은 경기도 송탄. 요즘의 경기도와는 달리 논밭투성이었지만 송탄만큼은 미군이 주둔하는 곳으로 서울보다 발달된 것이 많은 장소였다. 한국엔 페스트푸드도 없던 8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웬디스버거도 있었고, 각종 미국산 인형가게와 옷가게 투성이었다. 애기 때부터 캐릭터상품을 좋아했던지라 부모님을 졸라서 각종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을 사곤 했었다. 어쨋든 80년대 초반의 송탄은 서울의 웬만한 곳보다 다채로운 문화가 발달했던 곳으로 오락실 수도 현저히 많았다. 덕분에 '시골=오락'이란 개념으로 어린시절에 자리잡고 있었다.

80년대 중후반에는 꽤나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들이 급증했다. 여럿이서 같이 할 수 있는 게임도 많았다. 시골에 갈 때엔 통상 명절이었기에 나, 동생은 물론 사촌동생 2명도 함께 오락실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T.M.N.T 시리즈 등의 4인 동시플레이 게임도 넷이서 나란히 즐길 수 있었다. 물론 더블드래곤이나 수왕기 등의 2인용 게임도 당연히 둘씩 즐겼었다. 같이 하는 게임은 훨씬 재밌었다. 이주일(아이엠소리), 독수리5형제(사이코5), 시집가는 날(모모코120%), 기기계괴, 사이코솔져 등의 1인용 게임도 무척 좋아했다. 게임을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슈팅보다는 액션을 그나마 잘 하는 편이었다.

80년대 말에는 오락실에 변화가 왔는데, 각종 가정용 게임기의 발달에 따라 오락실의 기계 안에 메가드라이브나 PC엔진, 패밀리컴퓨터를 내장한 것들이 등장했다. 시간제로 5분이 지나면 소리가 나며 동전을 넣지 않으면 리셋되어버리는 방식이었다. 아직 재믹스밖에 없던 시절 수퍼마리오를 해보고 눈뒤집어지고, 아직 수퍼마리오3가 없던 시절 수퍼마리오3를 해보던 추억이 있다.

재믹스를 구입한 이후에도 명절 때마다 오락실 가는 것은 즐거웠었지만, 패밀리 게임을 즐기게 되며 오락실 게임에 조금씩 식상해져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90년대 초반, 내 오락실 게임 인생에는 일대 혁명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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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슈리아 2013/12/23 01:10 #

    오락 한 판에 50원 하던 시절의 추억이라... 바야흐로 오락 한 판 값이 50원에서 100원으로 바뀌던 그때 그 과도기. 어머니가 학교 다녀온 후 잃어버릴라 주머니 안에 꼭 넣어주시던 50원짜리 동전 하나를 품고 봉봉(텀블링) 15분이냐, 오락실 게임 한 판이냐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다 그 당시 열심히 파고 있던 미드나이트 레지스탕스 한 판을 선택하고서는, 바람직한 어린 놈답게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불과한 오락실까지 전력질주로 달려갔죠. 지금도 그 기세로 뛸 수 있으면 아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좀 무리라도 은메달 쯤은 가능했겠지.

    뭐 아무튼, 그렇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달려갔지만 그 누가 알았으랴. 그 날이 바로 오락실 오락 한 판 가격이 50원에서 100원으로 바뀌는 바로 그 운명의 날이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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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생각해보면 오락실 입구 옆에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부득이한 사정으로 오락 한 판 가격을 50원에서 100원으로 인상하겠습니다.' 운운하는 대자보를 멍하니 쳐다보던 바로 그 날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물가상승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깨닫게 된 날이 아니었나 싶네요. 결국 미드나이트 레지스탕스는 하지도 못하고 어느 동네 형님의 갤러리가 되어서 버블보블 100판 깨는 거나 2시간 넘게 구경하다가 돌아왔었죠. 뭐, 그 당시에는 굳이 내가 오락을 하지 않아도 그냥 구경하는 것만도 재미있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블로그 잘 보고 갑니다. 추억에 잠기게 하는 글들이 많네요! 종종 들러서 열심히 훔쳐보고 가겠습니다. ^^
  • 플로렌스 2013/12/23 10:43 #

    즐겁게 했던 게임들의 추억을 풀어놓고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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