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메탈시티(DMC)로 다시 보는 시부야케이 뮤직머신

참고음반 : DMC vs 시부야시티

DMC의 주인공인 네기시는 카히미 카리를 즐겨들으며 스웨디시팝을 하고 싶어하는 청년.

스웨디시팝(Swedish Pop) 하면 스웨덴의 팝음악을 지칭하는데 예쁜 멜로디와 가벼운 리듬이 특징이다. 아바(Abba),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 카디건스(Cardigans) 등이 대표.

하지만 네기시가 즐겨듣는 음악은 시부야계 뮤지션 카히미 카리(Kahimi Karie). 하는 음악도 시부야계 기타팝 스타일의 음악. 국가적 특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스웨디시팝'이란 용어로만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럼 네기시가 듣는 음악이나 하고 싶어하는 음악은 대체 무엇일까?
통상 시부야케이(渋谷系)라고 부르는 음악장르가 바로 그것이다.

시부야케이(시부야계), 시부야팝이라는 장르는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에 시작했다. 시부야의 클럽에서 공연하며 시부야의 대형 음반 매장을 중심으로 인기가 확산된 그야말로 시부야산 인디밴드들. 그것이 시부야케이의 시작이다.

시부야케이 음악의 특징은 복고적인 음악 스타일을 다시 하거나 어레인지하는 것이 특징. 영국식 기타팝, 옛날식 프렌치팝, 스파이영화풍 음악, 보사노바, 테크노,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그 느낌 그대로, 혹은 그루브한 비트를 첨가한다던지 하는데 아무래도 원래 장르와는 차이가 있어 그야말로 '시부야케이'란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한 느낌이 나는 음악이다.

음악 장르 뿐 아니라 복장, 뮤직비디오, 앨범 디자인, 포스터, 공연도 복고적인 느낌이 강하여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보아 시부야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엔 일본에선 볼 수 없었던 음악 스타일과 패션을 밀고 나갔으니 그야말로 당시 모든 트랜드의 선두주자였던 것이 바로 이 '시부야케이'.
 
다만 현재 일본에선 이 시부야케이 조차 유행이 지나갔는데 오히려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특징. 시부야케이의 원조인 코넬리우스(Cornelius)가 만든 레이블 트라토리아(Trattoria)에서 배출한 뮤지션들이 큰 몫을 해냈었는데...그럼 시부야케이 뮤지션들을 대강 훑어본다. 개인 취향이 다분히 담겨있어 최신 시부야케이 뮤지션과는 약간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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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퍼즈기타 (Flipper's Guitar)
1989년 혜성처럼 나타난 그룹 플립퍼즈기타(Flipper's Guitar). 5인조 밴드에서 오야마다 케이고(현 코넬리우스)와 오자와 켄지의 2인조 기타팝 밴드로 변화한 그들은 시부야케이의 시발점이었다. 영국식 기타팝에 보사노바, 스파이영화음악, 룸바, 뉴웨이브 등을 접목시킨 리듬에 아름다운 멜로디가 특징. 일본 음악계의 스타일 변화를 가져오게 한 역사적 그룹으로 '시부야케이의 비틀즈'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밴드.'바다에 갈 생각은 아니었다', '카메라토크', '헤드박사의 세계탑' 3장의 정규음반을내고 돌연 해체했다. 이후 오야마다 케이고는 코넬리우스로써 시부야케이를 세계시장에 알리는 것에 앞장서고 오자와 켄지 역시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데 매진하게 된다.
* DMC에서는 아이카와 유리가 네기시에게 빌려주는 음반으로 첫등장, 데스엠페러에서 네기시가 플립퍼즈기타를 듣는 장면이 나온다. 오오이타의 레코드샵에서 플립퍼즈기타를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아 네기시가 기타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옴.


코넬리우스 (Cornelius)
플립퍼즈기타의 메인이었던 오야마다 케이고가 만든 원맨밴드. 1집 'The First Question Award'까지는 플립퍼즈기타의 연장선이었으나 2집부터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 3집 FANTASMA에서는 이것저것이 전부 한꺼번에 섞여있는 것 같은 탈장르의 환상적인 음반으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CMJ 올해의 음반 10위안에 들고, 팝컬쳐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션 50인에 들기도 할 정도로 획기적인 주목을 받게 된 뒤 세계적인 뮤지션의 음반들을 리믹스해주고 또 반대로 그들이 코넬리우스의 음악을 리믹스 하는 식의 음반들도 발표하게 된다. 트라토리아(Trattoria)라는 레이블을 직접 차리고 피지카토화이브, 카히미 카리, 브릿지 등의 프로듀서로써 시부야케이를 육성하는데 한 몫 하고 현재는 아스트랄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중. 트라토리아 레이블은 현재 없어졌다.
* DMC에서는 네기시가 미팅 때 베이스(쟈기)가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뻥칠 때 등장. 이후 사타닉엠페러에서 아이카와가 네기시에게 전화걸 때 울리는 벨소리가 코넬리우스의 1집 'First Question Award'란 것이 나온다.


카히미 카리 (Kahimi Karie)
코넬리우스에 의해 사진기자에서 뮤지션으로 프로듀스된 카히미 카리. 프렌치팝 풍의 음악에 속삭이는 듯한 보컬의 위스퍼보이스가 특징이다. 시부야케이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주목을 받던 카히미 카리는 코넬리우스와 결별 후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하여 다양한 국가의 음악이 섞인 것 같은 특이한 팝을 선보인다.
* DMC에서는 네기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기 때문에 수시로 언급된다. 애니메이션판에선 카히미 카리의 'KAHIMI KARIE' 4번 트랙 'Make Alway's Diary'가 BGM으로도 등장, 초반 음반점에서 네기시가 집은 음반은 원작판에선 'K.K.K.K.K', 애니메이션판에서는 'KAHIMI KARIE'다. 영화판은 아직 안봐서 모르겠지만...


피지카토 화이브 (Pizzicato Five)
60~70년대 보사노바, 스파이영화음악, 프렌치팝 등에 그루브한 비트를 섞은 스타일의 장르가 특징. 코넬리우스, 카히미 카리와 함께 90년대 시부야케이 3대 대표로 라운지팝의 부흥을 일으켰다. 가장 복고적이면서도 촌스러운, 그러면서도 가장 세련된 기묘한 그룹. 시부야케이가 막 국내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한 2001년에 해체해버렸다.
* 최근 애니콜 전지현 Soul CF 음악으로 그들의 음악인 'Twiggy Twiggy'를 들을 수 있다. 한국에서 시부야케이 음악을 TV CF로 듣게되다니.


카지 히데키 (カジ ヒデキ)
시부야케이 밴드 브릿지(The Bridge) 출신의 카지 히데키. 코넬리우스와 함께 트라토리아 레이블을 유지했던 뮤지션이다. '가장 일본적인 스웨디시팝'이 그의 음악스타일의 특징. 플립퍼즈기타의 영향을 받아 브릿지를 결성했던 만큼 '포스트 시부야케이'란 느낌이 든다.
* 현존하는 가장 전통적인 시부야케이 뮤지션인만큼 DMC에도 많은 영향을 줬는데...테트란포트 멜론티를 결성한 네기시의 후배, 사지 히데키가 바로 이 카지 히데키의 패러디. 또한 애니메이션판과 영화판 DMC에서 시부야케이 음악은 전부 이 카지 히데키가 담당, DMC의 엔딩곡 '달콤한 연인', 삽입곡 '라즈베리키스', 테트란포트멜론티의 '샐리 마이러브'의 작곡과 보컬을 전부 이 카지 히데키가 담당했다. 심지어는 영화판에서 '카지 히데키' 본인이 직접 까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오자와 켄지 (小沢健二)
오야마다 케이고(코넬리우스)와 함께 플립퍼즈 기타의 멤버였던 뮤지션. 도쿄대학을 나온 엘리트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는 플립퍼즈기타 해체 이후 포크에 가까운 기타팝으로 솔로 데뷰를 하게 되었다. 3집까지는 비교적 평이한 기타팝을 하다가 4집 'Eclectic' 이후 힙합, R&B, 재즈,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의 시도를 하기 시작한다. 1994년에 발표한 2집 'LIFE'가 불후의 명반으로 대히트하고 1995년, 1996년 연속으로 홍백가합전에 참가. '시부야케이의 왕자님'이란 별명을 얻었었다.
* DMC 4권에서는 아이카와가 가라오케에서 오자와 켄지의 노래 메들리를 부르고 있다는 전화가 왔고 2집 LIFE의 2번트랙 '러블리'를 불러달라는 요청에 크라우저II세의 모습으로 오자와 켄지의 '러블리'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밖의 시부야계 뮤지션으로 Fantastic Plastic Machine과 Mondo Grosso, Towa Tei, Round Table, M-Flo, DJ KAWASAKI, harvard, The Indigo, Orange Pekoe 등이 유명하다.

피지카토 화이브의 해체, 음악스타일이 달라진 카히미 카리나 코넬리우스 등으로 인해 '시부야케이는 죽었다'란 말도 있지만 몇년전 플립퍼즈기타가 재조명 받고 DMC의 상업적인 성공으로 인해 다시 대중들에게 시부야케이 뮤지션들이 주목받고 있다. 여전히 시부야케이 뮤지션은 미래 음악의 첨단을 달리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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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것은 네기시는 세련된 팝을 하고 싶다면서 스타일은 꽤나 고전적이다. 애초에 네기시가 하는 기타팝은 80년대 말~90년대 초의 플립퍼즈 기타 스타일로 이미 유행이 지나간 장르고 복장 또한 만화 '간츠'로 잘 알려진 70년대의 뮤지션 다나카 세이지 풍이 아닌가. 요즘 시대에 귀두컷에 줄무늬옷이라니!! 게다가 그가 즐겨듣는 카히미 카리 역시 요즘 스타일이 아닌 10여년전 초창기 스타일의 카히미 카리로 아무래도 '최신'과는 거리가 먼 듯 하다. 시골에서 살다보니 아무래도 유행의 흐름을 잘못 잡은 것 같기도 하고...근데 그가 하고 있는 데스메탈 역시 요즘 세상에는 안맞는 장르. 애초에 데스메탈도 아니고 키스(KISS) 흉내를 내는 비쥬얼락 그룹이지만. 시부야케이의 근원과 네기시의 목표가 '스웨디시팝'에 있다하니 어쩌면 데스메탈도 추적해가다보면 스웨덴과 북유럽 국가들에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결국엔 네기시는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음악 장르로 자신도 모르게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맨 위에 소개한 음반 '디트로이트메탈시티vs시부야시티'는 DMC의 영화화와 함께 판촉사업으로 수많은 음반들이 나오며 등장하게 된 '시부야계 컴플레이션 앨범'이다. 카지 히데키, 플립퍼즈 기타, 브릿지, 카히미 카리, 코넬리우스 등 시부야계 거장들의 명곡들을 모아놓은 음반이다. 시부야계를 좋아해서 해당 뮤지션들의 음반을 이미 전부 갖고 있다면 필요없지만 DMC 때문에 시부야계에 관심이 생긴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볼만하지 않을까.

DMC 덕분에 오랫만에 시부야케이 혼이 불타올라 끄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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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클라 2008/09/24 21:22 #

    카지 히데키가 음악담당한거는 알았는데 카메오로도 출연했군요.
    DMC로 인해 시부야케이가 재조명을 다시 받고있었군요. 좋네요.
  • 알트아이젠 2008/09/24 23:00 #

    이글을 읽어보니 음악을 잘 모르는 제가 좋아하는 그룹인 The Indigo도 시부야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shazbot 2008/09/25 09:08 #

    잘 읽었습니다 :)
  • 네티하비 2008/09/25 12:35 #

    클라// 저도 음악만 담당한 줄 알았는데 카메오로도 출연했다고 적혀있더군요. 사지 히데키 배역은 따로 있으니 테트란포트 멜론티 멤버로 나오려나...

    알트아이젠// The Indigo는 라운드테이블처럼 유명 애니메이션 OP나 ED을 담당한 경우가 많아 비교적 많이 알려졌지요. 음악스타일도 그렇고 키치죠지와 히로시마의 타워레코드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니 시부야케이라 보기엔 좀 뭐한 구석도 있습니다만 멤버 구성이나 타워레코드의 후광 등 때문에 시부야케이라 불리는 듯 싶습니다.

    shazbot// 감사합니다. (^.^)
  • 마른미역 2008/09/25 12:44 #

    재미있네요. 한번 쭉 찾아 들어봐야겠어요. ^^
  • Lucifer 2008/09/25 13:40 #

    음, 프리템포와 Paris Match, Jazztronik, Daishi Dance 등이 빠졌군요.
    요새는 이 넷이 시부야케이를 주도하는 듯 합니다...=ㅁ=;
  • 피그말리온 2008/09/25 14:17 #

    아 DMC 엔딩곡 만든 사람이 누군가 했더니만 그 사람도 시부야케이 뮤지션이었군요....ㅋㅋ 잘 읽었습니다.....ㅋㅋ
  • 네티하비 2008/09/25 15:20 #

    마른미역// 전부 최고의 뮤지션들입니다. (^.^)

    Lucifer// 오, 최신 시부야케이 뮤지션들이군요. 다이시댄스는 들어봤습니다.

    피그말리온// DMC에 나오는 시부야계 음악들은 전부 카지 히데키가 만들었지요.
  • mansumansu 2008/09/29 17:11 #

    '디트로이트메탈시티vs시부야시티'라는 앨범이 나온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멋진 포스팅이네요!!
  • 네티하비 2008/09/29 19:45 #

    mansumansu//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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