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감시자들을 감시할 것인가 - 왓치맨(WATCHMEN) 읽거나죽거나

"누가 감시자들을 감시할 것인가(Who watches Watchmen)"

책을 읽기 전에는 '왓치맨'이 극 중 등장하는 히어로의 이름인 줄 알았다. 히어로물이라고 하니까 당연히 무슨무슨맨이 히어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영어제목에서 '맨'이 MAN이 아니라 MEN이었음을 전혀 몰랐었다. '왓치맨'은 '감시자'란 말일 뿐이었고 내용 중 경찰폭동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스프레이로 벽에 "누가 감시자들을 감시할 것인가(Who watches Watchmen)"라는 문구를 쓰고 다닐 때 나오는 말이었던 것이다.

코스츔 히어로들의 도가 넘는 행동들에 사람들이 분개하며 그들을 감시자(Watchmen)라 칭하고 누가 그들을 감시할 것인가라고 말하는 듯 한데, 자경행위를 금지하는 킨법령으로 인해 코스츔히어로들의 은퇴 후 누군가가 그들을 감시하며 살해하고, 가두고, 추방하며 엄청난 음모를 진행시키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왓치맨은 히어로물이지만 히어로물이 아니다. 가상의 역사물이지만 역사물은 아니다. 실제 미국의 역사속에 코스츔 자경단들의 활동이 끼어들면서 논픽션이 되는 전개이다. 실제의 역사와 가공의 역사, 실제의 인물과 가공의 인물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 '왓치맨'은 '그래픽노블'이라고 들었다. 만화책이면 만화책이지 무슨 그래픽노블?  이렇게 생각했었다. 나는 미국 만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히어로물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TV에서 해준 미드나 영화로 나온 것들만 본 게 고작이다. 물론 어린 시절 빨간 보자기를 목에 매고 슈퍼맨 흉내를 내며 장독대에서 뛰어내리기도 했고 마치 배트맨과 로빈처럼 내 동생이 내 뒤를 따라 함께 동네를 휘젓고 다녔었다. 홍대에서 '슈퍼맨의 최후'편을 구입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엉뚱한 미국만화책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미국만화답게 올칼라. 이걸 전부 칼라링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보통 만화와는 달리 어마어마한 텍스트량을 자랑한다. 그래서 그래픽노블일까. 개개인의 대사가 짧막하질 않고 줄줄이 말하는게 많다. 장면장면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대사도 마치 현실의 사람들처럼 툭툭 튀어나오기도 한다. 게다가 얼핏 보기엔 본문 내용이랑은 관련없을 것 같은 다른 만화의 이야기가 화면 틈틈히 섞여 들어가있어 혼동스럽기도 하다. 놀라운 것은 그런 전혀 의미없을 것 같은 구성이 실제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이해를 돕는 설명도 된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중간중간 장문의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는 페이지들이 있다. 왓치맨의 내용중에 언급되거나 뒷받침을 해주는 잡지 기사나 책의 내용, 인터뷰 등인데 읽어도 그만 안읽어도 그만일 듯 하지만 열심히 읽고나면 등장인물들의 과거나 현재, 서로의 관계나 세계관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가지로 특이한 작품이다.

왓치맨은 2009년에 영화로 개봉될 예정이고 많은 사람들이 최대의 기대작이라고 하길래 궁금해서 결국 구입한 것이 이 책. 읽어본 소감은 '최고!!'. 말이 히어로물이지 이건 히어로물이 아니다. 단지 코스츔을 하고 악당들을 해치우는 자경단원들의 불행한 이야기이다. 전쟁중에 정부로부터 반 나치정책과 더불어 히어로들의 자경행위를 인정해주고 언론들도 그것을 이용했으나 냉전시대가 어느정도 접어들고 히어로들에게 반대하는 경찰들의 대규모 폭동. 미국은 혼란에 접어들고 결국엔 코스츔히어로들의 자경행위를 금지하는 법까지 만들어졌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런 일이 이미 과거가 되었고 코스츔히어로들은 평범한 사회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현재. 코스츔 히어로 중 하나인 '코메디언'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유일하게 은퇴하지 않고 법을 어기며 자경활동을 하고 있는 로어쉐크가 이를 조사하며 벌어지는 수많은 숨겨진 진실. 마치 추리물처럼 진행되며 과거와 현재가 오가고 별 것 아닌 것 같은 사건이 복선이 되기도 하는 것이 놀랍다. 많은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고 서로의 관계가 절묘하게 연결되어있다. 누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왜 그랬는지 등등이 과거와 현재가 비교되며 심도높게 그려지고 있다. 이쯤되면 한편의 명작소설이라고 해도 될 정도. 암울하면서도 깊이있는 내용이 놀랍다.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보통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나있는 히어로가 '닥터 맨해튼'. 온몸이 파란색에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는 기묘한 모습.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 하지만 사고방식이 인간과 너무 달라 인간과의 관계 및 행동에서 뭔가 어긋나있는 인물이다. 리얼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리얼하지 않은 인물. 이 인물이 그나마 수퍼히어로답긴 한데...그 역시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고 현재의 이야기에 연결되며 그런 말도 안되는 능력이나 행동조차 리얼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실제로 있었던 것 같은 리얼한 가공의 역사속에 과거와 현재가,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 인물들간의 관계가 복잡하면서도 절묘하게 얽혀있는 이 작품이 내년 과연 어떤 모습으로 영화화가 될 지 기대된다. 내년에 볼 영화 중 최고의 기대작품이다.

덧글

  • glasmoon 2008/12/07 18:57 #

    참 이거 산다는 것이 여태..^^;
    그보다 계속 나올 줄 알았던 배트맨 코믹스가 중단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T_T
  • 네티하비 2008/12/07 19:24 #

    왓치맨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배트맨 코믹스가 중단되었군요. 몰랐습니다. (^.^);
  • JinAqua 2008/12/07 21:49 #

    누가 감시자들을 감시할 것인가. 라고 나오니 갑자기 푸코가 생각나면서..
    ..죄송합니다 모레 기말고사 시험범위라 ㅠ_ㅠ
  • 네티하비 2008/12/07 22:42 #

    파놉티콘이요? (^.^);
  • 은혈의륜 2008/12/08 07:05 #

    전 보는데 눈이 아프더라구요(.....)
  • 네티하비 2008/12/08 08:20 #

    너무 복잡해서 처음 봤을 때엔 좀 정신이 없었는데...먼저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읽고 다음 중간중간 들어간 설정자료, 다음 역시 컷 틈틈히 들어간 해적이야기 순으로 본 뒤 다시 메인 스토리를 보면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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