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 토끼들의 판타지 모험기 읽거나죽거나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리처드 애덤스 지음/햇살과 나무꾼 옮김)

열한 마리의 토끼들이 이주를 위하여 자신들이 살던 마을에서 빠져나와 몇킬로미터의 거리를 이동한다. 인간에겐 얼마 안되는 거리지만 토끼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여정이다. 인간들에게는 별 것 아닌 환경과 일들이 토끼들에게는 마치 환상과도 같은 모험이다.

이 이야기는 판타지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엔 단순히 토끼들이 몇킬로미터의 거리를 떼지어 이동하는 이야기지만 토끼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모든 것이 판타지이다. 이야기는 토끼들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토끼들의 습성이나 행동 등을 굉장히 리얼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토끼들의 신화나 토끼들의 언어 등을 등장시켜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엔 사실적, 토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엔 판타지'가 되게끔 구성되어 있다.
두꺼운 책 안에는 별도의 종이가 들어있다. 바로 무대가 되는 지도. 고향인 샌들포드 마을을 떠나 워터십 다운과 에프라파에 이르는 여정을 지도를 보면서 체크할 수 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배경은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이며 실제의 지도와 동일하다. 책을 읽으며 지금 이녀석들이 어디쯤인지 지도를 번갈아보면 재미있다.
펼쳐보면 이렇게 칼라풀한 지도가. 토끼들의 기나긴 기나긴 여정은 불과 몇킬로미터 구간에 있는 숲, 들, 강, 철길, 인가에서 벌어진다.
뒷면에는 '토끼어 사전'이 있다. 이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에서 토끼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생소한 용어들이 가득 나온다. 이 이상한 말들은 작가가 만든 토끼들만의 언어. 토끼의 습성을 기초로 하여 그 행동들을 별도의 단어로 정의내린 것과, 토끼에 관련된, 토끼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자주 사용될 듯한 것들이 별도의 단어로 만들어져 있다. 이야기 속에서 토끼들은 틈틈히 토끼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사전을 보면서 읽어야 한다. 읽다보면 어느새 토끼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몇개를 예를 들자면, 흐라이루(많다), 흐라이루(작은 천), 흐라카(배설물), 흐르두두(인간의 트랙터, 자동차류), 흘레쉬(땅 위에 사는 토끼), 엘어라이라(토끼족의 영웅 이름, 천의 적을 가진 왕자), 에프라파(토끼마을 이름), 슬라일리(털머리) 등.

샌들포드 마을 부근의 토끼 마을.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파이버는 헤이즐과 함께 족장에게 이를 알리지만 묵살당한다. 결국 지도력이 있는 헤이즐의 주도 하에 파이버, 힘이 센 빅윅, 그리고 몇마리의 토끼를 이끌고 마을을 떠난다. 떠나는 도중 다른 토끼마을에 들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더 합류하기도 하여 총 열한 마리의 토끼의 모험은 펼쳐진다.

각 장의 시작마다 유명한 문학작품의 대사가 적혀있다. 그리고 그 대사는 해당 장의 이야기에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이야기의 중간중간 토끼들의 습성이나 토끼들의 신화, 용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메인스토리 외에도 토끼들의 신화이야기나 문학작품과의 연관성 등을 살펴보면 또다른 재미가 있다. 그리고 토끼들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이 토끼들이 펼치는 모험을 생각해보면 또다른 재미가 있다.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판타지가 아닌, 철저하게 현실의 토끼들의 습성과 행동방식에 기초한 흐름이 절묘하다. 토끼들의 언어가 종종 혼란스럽게 하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봐도 무방하다. 책 두께가 꽤 되는데 원래는 2권짜리를 하나에 담아서 그렇다고 한다. 텍스트 분량은 많지만 머리 싸매면서 볼 필요는 없어 쉽게 쉽게 넘길 수 있어 좋다. 귀여운 토끼들이 나오지만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장렬하고 진지한 내용.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야생토끼들을 다시 보게 된다.

마법과 요정, 괴물이 가득하는 판타지물이 아닌 '일상 속의 판타지'를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 이야기도 재미있고 발상도 재미있다. 평범한 이 세상이 토끼굴 밖으로 나온 토끼들에겐 얼마만큼 신비하고 험한 세상인지. 마치 기묘한 습성을 가진 종족의 이야기처럼 즐길 수 있다.


덧, 이 책은 의외로 건담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전격하비매거진에서 연재하는 오리지널 기획 '어드벤스드 오브 제타(A.O.Z)'란 건담 관련 소설에서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나 용어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 '티탄즈 테스트 팀(T3)'에 관한 내용으로 마크부터가 토끼마크인데다가 메카닉들의 이름이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의 캐릭터들과 토끼어에서 그대로 따다 사용하고 있다.

덧글

  • JinAqua 2009/02/26 07:35 #

    토끼라서 반짝! +_+ 했어요 이히히 =ㅂ=;;
  • 코넬리우스 2009/02/26 08:04 #

    표지 토끼 예쁘지요. 꽤 고급스럽습니다. (^.^)
  • rumic71 2009/02/26 08:07 #

  • 코넬리우스 2009/02/26 08:13 #

    오, 명장면들이 새록새록. 리얼한 그림체가 좋습니다.
  • 사월십일 2009/02/26 09:39 #

    워터십다운을 중3 때 보면서 나르니아 이후로 두번째의 상실감을 맛봤었죠. 난 왜 토끼가 아닌거죠!?(...)
  • 코넬리우스 2009/02/26 10:40 #

    왜냐하면 춘월이기 때문(...)
  • 사월십일 2009/02/26 11:58 #

    헉...
  • 플로렌스 2009/02/26 12:50 #

    (^.^)
  • 작은년 2009/02/26 13:55 #

    우우와.... 재밌겠어요! 포스팅 읽으면서 눈이 반짝반짝했네요!
  • 플로렌스 2009/02/26 13:59 #

    한번 읽어보세요. 상당히 색다른 맛이 있는 소설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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