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리처드 애덤스 지음/햇살과 나무꾼 옮김)
(리처드 애덤스 지음/햇살과 나무꾼 옮김)
열한 마리의 토끼들이 이주를 위하여 자신들이 살던 마을에서 빠져나와 몇킬로미터의 거리를 이동한다. 인간에겐 얼마 안되는 거리지만 토끼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여정이다. 인간들에게는 별 것 아닌 환경과 일들이 토끼들에게는 마치 환상과도 같은 모험이다.
이 이야기는 판타지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엔 단순히 토끼들이 몇킬로미터의 거리를 떼지어 이동하는 이야기지만 토끼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모든 것이 판타지이다. 이야기는 토끼들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토끼들의 습성이나 행동 등을 굉장히 리얼하게 묘사함과 동시에 토끼들의 신화나 토끼들의 언어 등을 등장시켜 '인간의 입장에서 봤을 때엔 사실적, 토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엔 판타지'가 되게끔 구성되어 있다.



몇개를 예를 들자면, 흐라이루(많다), 흐라이루(작은 천), 흐라카(배설물), 흐르두두(인간의 트랙터, 자동차류), 흘레쉬(땅 위에 사는 토끼), 엘어라이라(토끼족의 영웅 이름, 천의 적을 가진 왕자), 에프라파(토끼마을 이름), 슬라일리(털머리) 등.
샌들포드 마을 부근의 토끼 마을.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파이버는 헤이즐과 함께 족장에게 이를 알리지만 묵살당한다. 결국 지도력이 있는 헤이즐의 주도 하에 파이버, 힘이 센 빅윅, 그리고 몇마리의 토끼를 이끌고 마을을 떠난다. 떠나는 도중 다른 토끼마을에 들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더 합류하기도 하여 총 열한 마리의 토끼의 모험은 펼쳐진다.
각 장의 시작마다 유명한 문학작품의 대사가 적혀있다. 그리고 그 대사는 해당 장의 이야기에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이야기의 중간중간 토끼들의 습성이나 토끼들의 신화, 용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메인스토리 외에도 토끼들의 신화이야기나 문학작품과의 연관성 등을 살펴보면 또다른 재미가 있다. 그리고 토끼들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이 토끼들이 펼치는 모험을 생각해보면 또다른 재미가 있다.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판타지가 아닌, 철저하게 현실의 토끼들의 습성과 행동방식에 기초한 흐름이 절묘하다. 토끼들의 언어가 종종 혼란스럽게 하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봐도 무방하다. 책 두께가 꽤 되는데 원래는 2권짜리를 하나에 담아서 그렇다고 한다. 텍스트 분량은 많지만 머리 싸매면서 볼 필요는 없어 쉽게 쉽게 넘길 수 있어 좋다. 귀여운 토끼들이 나오지만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장렬하고 진지한 내용.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야생토끼들을 다시 보게 된다.
마법과 요정, 괴물이 가득하는 판타지물이 아닌 '일상 속의 판타지'를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 이야기도 재미있고 발상도 재미있다. 평범한 이 세상이 토끼굴 밖으로 나온 토끼들에겐 얼마만큼 신비하고 험한 세상인지. 마치 기묘한 습성을 가진 종족의 이야기처럼 즐길 수 있다.
덧, 이 책은 의외로 건담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전격하비매거진에서 연재하는 오리지널 기획 '어드벤스드 오브 제타(A.O.Z)'란 건담 관련 소설에서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나 용어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 '티탄즈 테스트 팀(T3)'에 관한 내용으로 마크부터가 토끼마크인데다가 메카닉들의 이름이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의 캐릭터들과 토끼어에서 그대로 따다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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