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생활의 끝과 재시작 -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 '럭셔리' 뮤직머신

Fantastic plastic Machine - Luxury (1998)

1997년 경이었다. 피지카토 화이브를 즐겨 듣던 나에게 피지카토 화이브의 코니시 야스하루의 레이블 [*********records,tokyo]를 통하여 놀라운 신규 그룹이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룹의 이름은 'Fantastic Plastic Machine'(통칭 FPM). 3명으로 구성된 그룹이었는데 차후 토모유키 타나카의 1인 그룹이 된다. 실질적으로 내가 FPM을 처음으로 들은 것은 1998년에 나온 2집 앨범 [LUXURY]부터였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1. Theme of Luxury
2. There Must Be an Angel (Playing With My Heart) [Mix for Mirror Ball]
3. Honolulu, Calcutta
4. Electric Ladyland [English Version]
5. He Became a Beatnik
6. Bossa for Jackie
7. You Must Learn All Night Long
8. Lotto
9. Satellite Beats
10. I've Forgotten My Fagotto
11. Girl Next Green Door
12. MPF [Mezzo Pianoforte]
13. Mr. Fantasy's Love
14. Electric Ladyland [Japanese Version][*]
15. Bossa for Jackie [Summer Review EP Version][*]

북미판 기준으로 일본판보다 트랙이 2개 더 많다. 표지도 무늬는 그대로지만 바탕이 흰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잔잔하면서도 그루브한 'There must be an Angel'. 이 곡은 '개그야'에서 사용되어 일반 대중에게도 유명하다. 쿵작거리고 댄서블한 'Electiric Lady Land'. 4번 트랙에는 영어 가사, 14번 트랙에는 일본어 가사로 들어있다. "Yes, How do you do I'm fine how are you?" 하는 가사가 왜이리 재밌는지. 백그라운드로 남자목소리로 "1, 2, 1,2,3,4..."를 넣는 것도 재밌다. 보사노바 풍에다 남자의 속삭이는 목소리와 여성의 코러스가 예쁜 'Bossa for Jackie', 빠야빠빠하는 여성코러스와 코넬리우스의 보컬이 생각나는 미성의 남자 보컬, 댄서블 만점의 'Lotto', 알비노니의 아다지오가 떠오르는 'The Girl Next Green Door'라던지.

음반이 전체적으로 즐겁고 기분좋은 클럽뮤직으로 가득차 있다. 클럽뮤직답게 댄서블 만점! 피지카토 화이브는 노미야 마키의 보컬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FPM는 보컬은 양념처럼 들어있다.

시부야케이 답게 영화음악, 재즈, 프렌치팝, 보사노바, 라운지 뮤직 등 이것저것이 섞인 느낌이 강한데 FPM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일렉트로니카'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 곡의 장르는 다른 것 같지만 결국엔 일렉트로니카 클럽뮤직. 쿵짝 거리는 비트에 예쁜 멜로디인 경우가 많다.

2집부터 FPM에 반해 결국 1집도 구입해서 듣게 되었는데 이게 또 90년대 말의 시부야케이 스타일인지라 꽤나 마음에 들었었다.

그러나 2001년 그들의 3집 'beautiful'이 나오기 전에 군에 가게 되었고 4집 'too'가 나왔을 때에도 군에 있었다. 직업 군인이었기 때문에 군생활을 꽤 오래했고 부대 특성 때문에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몇년을 보냈다. 당시엔 부대 내에서 인터넷도 할 수 없었다. 정보 보안 어쩌구 하면서 BOQ 내에 인터넷 회선 설치를 금하였다. 근처는 아무것도 없는 논밭이었고 시내까지는 20분에 한번 오는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다. 게다가 외출외박을 할 여건이 되지 않는 부대였다. 그걸로 내 음악 생활을 끝이 났었다.

전역 후에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즐겨 하던 PC통신은 사멸되었고 전화선 대신 전부 초고소 인터넷을 쓰고 있었다. 음반 시장은 죽어있었고 대형음반점은 거의 망해버렸다. 즐겨듣던 그룹들은 해체하거나 잠적했다. 트랜드는 변해있었고 내가 살던 곳, 즐겨 가던 곳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사회 전체에 적응하기 힘든 것처럼 음악도 적응할 수 없었다. 시부야케이는 내가 즐겨 듣던 시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었지만 인기있는 그룹이 전혀 달라져 있었다. 다이시댄스, 프리템포, 몬도 그로소, 하바드 등 전혀 들어본 적 없던 그룹들이 화자되곤 했다. 그런 와중 낯익은 이름이 하나 남아있었다. 그것이 FPM. 어느새 유명해져서 TV프로나 광고에서도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클럽 가는 것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야기 듣자하니 내한도 했었다고 한다.

먹고 사는 것이 바빠져서 공연에 가거나 음악을 듣는 것에서 멀어졌다. 하루 종일 신촌과 홍대를 어슬렁 거리며 음반점을 순회하고, 음악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까페에 가서 종일 뮤직비디오를 보기도 하고, 주말이면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보러다니고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더이상 그만큼 할 삶의 여유는 없어졌다.

하지만 요즘 들어 다시 음악을 많이 들으려고 하고 있다. 예전에 즐겨듣던 음반들을 꺼내서 다시 듣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음반들을 확인 후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일지 따져보고 샘플도 들어보고 음반을 사본다. 출퇴근길 음악을 듣고 퇴근해서 음악을 듣고 주말에도 음악을 듣는다. 삶의 여유가 없어져서 음악 듣는 것이 소홀해졌는데 음악을 들어서 삶의 여유를 찾아보려 하는 것이 아이러니컬하다.

90년대 말 즐겨듣던 시부야케이의 끝자락은 FPM이었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에서야 다시 듣기 시작한 시부야케이의 시작점도 FPM이었다. 오늘도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의 2집 [LUXURY]와 1집 [The Fantastic plastic Machine]을 들었다. FPM을 들으면 즐겁다.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조금은 가볍게 FPM을 듣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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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팽백 2009/05/03 17:59 #

    내한공연을 보고싶어 돈을모으다가 학생의 신분이라 포기했던 기억이...
    올해는 안해주려나...
  • 플로렌스 2009/05/03 18:11 #

    검색해보니 꽤 수차례 내한했더군요. 한동안 음악생활을 안했고 주변에 음악친구들이 다 사라져버려서 전혀 몰랐습니다.
  • 엘리스 2009/05/03 19:47 #

    FPM 좋죠...;ㅂ;
    Days And Days에 홀딱 반했지만 그 외 음악은 아직..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 플로렌스 2009/05/03 22:28 #

    댄서블하지만 천박하지 않고, 적당히 그루브한 것이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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