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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19일
![]() 8비트는 위대하다. '칩튠(chiptune)'이라고 하는 음악 장르가 있다. 닌텐도의 8비트 게임기인 패밀리컴퓨터(통칭 패미콤)로 대표할 수 있는 1980년대 게임기의 내장음원 혹은 에뮬레이션을 통해 사운드를 만드는 음악장르를 말한다. 1980년대의 8비트 게임기는 만들 수 있는 소리의 질감이 정해져 있었다. 현실의 악기 소리를 결코 똑같이 흉내낼 수 없었고 대신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진 '조금 비슷한 소리'와 현실의 악기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유의 소리로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노렸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한계를 뛰어넘은 놀라운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이 있었다. 그래픽 역시 마찬가지로 패미콤은 사용 가능한 색은 총 52색이었으며 그중에서도 동시에 25색 밖에 표현할 수 없었고 표시 화면도 256x240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제약 속에서 한계를 뛰어넘은 그래픽과 움직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까지, 8비트 게임기 패미콤은 극히 제약된 성능 속에서 한계를 뛰어넘는 최고의 그래픽과 최고의 음악으로 수많은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줬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제 패미콤은 아득한 옛 추억이 되어버렸다. 실제 영상으로 착각할 만큼 뛰어난 그래픽의 3D 게임과 실제 악기와 같은 사운드가 재현가능한 게임기들이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이미 엔딩 본 게임을 몇년에 걸쳐 계속 다시 플레이 할 만큼 게임이 재밌지 않다. 어른이 되었기 때문인 것도 있으리라. 가끔 에뮬레이터로 옛날 게임을 다시 하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 이제 극한의 상황에서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키던 8비트는 추억 속으로 영영 사라져 버렸다. (그랬다가 캡콤이 8비트 포멧으로 록맨9을 내줘서 전세계의 매니아들을 열광시키긴 했다.) 그런데 어느날 니코니코동화라고 하는 UCC 사이트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옛날 8비트 패미콤 그래픽과 사운드를 이용한 자작 동영상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록맨2'의 영상과 와일리스테이지 음악에 가사를 입힌 '추억은 억천만(思い出は億千万)', '록맨2'의 영상에 록맨2의 내용을 가사로 담은 '에어맨을 이길 수 없어(エア-マンが倒せない)' 등이 유명했다. ![]() 전설의 게임 '록맨2'를 주제로 한 동인음반 '에어맨을 이길 수 없어' 그리고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했던 것은 록맨 그래픽과 8비트 패미콤 사운드를 이용해 てつくずおきば라는 동인이 만든 패러디 작품들이었다. 2006년에 방영하여 인기를 끌었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엔딩 'ハレ晴レユカイ'를 록맨으로 표현한 'ハレ晴レユカイ ROCKMAN Ver.', 그리고 2007년에 방영하여 인기를 끌었던 '러키☆스타'의 오프닝 'もってけ!セーラーふく'를 록맨으로 표현한 '가져가! 에너지캔(もってけ!エネルギ-缶)'. 애니메이션을 8비트 그래픽 영상으로, 양감 풍부한 원 사운드를 단순한 8비트의 음원으로 바꿔버린 이 놀라운 영상들을 얼마나 보고 또 봤는지 모른다. 이 록맨의 그래픽과 패미콤 사운드를 이용하여 만든 패러디 영상에는 8비트의 위대함이 담겨 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그 복잡한 율동과 사운드를 극히 제한된 그래픽과 사운드로 재현한 것이 놀랍고도 신기하다. 여기서 하루히의 엔딩과 러키☆스타의 오프닝을 8비트 사운드로 만든 것. 이것을 '칩튠'이라고 한다. 사실 내가 '칩튠'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뿅뿅 거리는 8비트 전자오락기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누군가가 나에게 '그것을 칩튠이라고 부른다'라고 알려줬다. '칩튠'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유튜브에 올라온 니코니코 히트작들과 각종 애니메이션 오프닝/엔딩에 사용된 8비트 사운드를 통해 그 장르는 이미 접하고 있었다. 'CODE-E'의 속편이었던 'Mission-E'의 엔딩곡 'Feel so Easy!'의 매화 달라지는 여러가지 버전 중 칩튠 버전이 있었으며 해당 곡을 부른 모모이 하루코는 아예 유명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칩튠으로 어레인지한 '패미송8BIT'라는 기획음반을 2종류나 냈었다. ![]() 모모이 하루코의 기획앨범 '패미송 8BIT' '이누카밋(いぬかみっ)!'의 엔딩곡 '우정이야기(友情物語)' 역시 인트로에 칩튠적인 요소와 8비트 그래픽을 떠올리는 연출을 일부 사용했으며 스페셜로 마쵸버전까지 있어 많은 웃음을 줬다. '마리아홀릭'의 엔딩 '너에게 가슴 두근(君に、胸キュン)' 역시 칩튠적인 사운드와 8비트 그래픽을 떠올리는 연출을 사용했다. 이 곡은 원래 류이치 사카모토가 몸담고 있던 테크노팝 그룹 YMO(YELLOW MAGIC ORCHESTRA) 의 곡 '君に、胸キュン'을 어레인지 한 버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칩튠과의 궁합이 잘 맞는 느낌이다. ![]() YMO의 류이치 사카모토는 세계적인 뮤지션으로도 유명. ![]() 마리아홀릭의 엔딩 싱글 '君に、胸キュン' YMO의 싱글을 그대로 패러디 하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가 일본에서 '아라드전기(アラド戰記)'란 이름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의 엔딩곡 또한 예술! 칩튠의 선두주자 YMCK가 담당한 '果てしない世界'이다. 영상 또한 언제나의 YMCK와 마찬가지로 8비트 도트 그림으로 만들어서 정감이 넘치고 귀엽다. YMCK는 2003년 5월에 결성한 3인조 밴드로 대놓고 '칩튠'을 내세운 칩튠 전문 밴드다. 통상 시부야케이 그룹 중 하나로 묶여 알려져 있는데 재즈팝적 요소와 위스퍼보컬에 칩튠의 테크닉을 내세운 재미있는 그룹이다. 이들의 1~3집이 전부 국내에 정식 발매되어 구입하거나 듣는 것이 어렵지 않다. 코즈니 등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칩튠은 우리 곁에 밀접하게 와있다. ![]() YMCK의 'FAMILY MUSIC'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에서 처음으로 칩튠이 사용된 것은 2006년 9월, 굉장히 오랫만에 발매된 공일오비의 7집이다. 요조가 보컬을 담당한 첫번째 트랙 '처음만 힘들지'는 뿅뿅 거리는 8비트 사운드와 요조의 귀여운 목소리, 귀여운 가사가 잘 어울리는 곡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칩튠'이라 하지 않고 '나노뮤직'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고 한다. ![]() 한국 가요계 최초로 칩튠을 사용한 공일오비의 7집 'Lucky 7' 정식으로 KPOP에서 칩튠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7월에 나온 서태지의 싱글 ![]() 락에 칩튠을 접목시킨 시도로 화제가 된 서태지 8th Atomos Part.MOAI 칩튠은 일렉트로니카의 서브 장르로 보는 편인데, 요즘의 화려한 음악에 비해 심플하고 단순한 8비트 사운드이다보니 가볍게 보고 무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부족한 음원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그 놀라움을 어찌 알까. 악기 구성과 사운드가 화려하다고 무조건 좋은 음악이고, 단순하다고 싸구려 음악이 아니다. 8비트에는 단순함의 매력, 생략과 응용의 미학이 담겨있다. B급 음악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역사가 깊고, 테크닉이 절묘하다. '복고정신'이 담겨있으며 짙은 노스텔지어가 묻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8비트 음악 '칩튠'을 너무나 좋아한다.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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