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생에 관하여 - 업 (Up, 2009) 영화감상

업 (Up, 2009)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 사람의 일대기.

어렸을 때 누구나 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그 꿈을 망각하고, 그러던 와중 누군가를 사랑하게도 되고, 결혼도 하게 되고, 행복해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하고, 다시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예전의 꿈을 다시 생각해내고, 이뤄보려고 노력도 해보고, 생각대로 잘 안풀리고, 현실의 벽 앞에 부딪히기도 하고, 그래도 노력해보고, 그렇게 나이를 하나둘 먹어만 가고, 결국에는 그 꿈을 포기하게 되고 인생을 마치게 된다. 그것이 현실이다. 현실이란 참으로 참혹한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초반에 그런 사람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소년과 소녀가 만난다. 그리고 둘의 결혼부터 시작해서 대사 한마디 없이 음악과 장면만으로 빠르게 두사람의 일생을 보여준다. UP의 테마곡은 훌륭하다.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 어떨 때에는 즐겁게, 어떨 때에는 슬프게, 어떨 때에는 기쁘게, 어떨 때에는 쓸쓸하게 변주되며 두사람의 많은 이야기들에 감정을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뛰어난 연출과 음악으로 그 짧은 사람의 일대기는 많은 감동과 안타까움을 준다. 극장 여기저기에서 훌쩍 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가득했다. 안타깝다. 슬프다. 이렇게 사람의 인생은 끝이 나는구나...그렇지만 이건 현실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그냥 끝나버렸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젠 똑바로 걷지도 못하는 노인이 된 주인공은 마지막 재도전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의 꿈, 부인과 평생에 걸쳐 도전하려고 했지만 현실이라는 벽 앞에 부딪혀서 결국엔 이루지 못한 꿈에 도전한다. 그것도 도저히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방식으로.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니 그런 판타지 방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이 가능하다.

어렸을 때 한 탐험가가 주장했던 남미의 숨겨진 세계, '파라다이스 폭포'를 찾아 그곳에 집을 짓고 사는 꿈. 어렸을 때부터 부인과 십자가의 맹세로 다짐했던 꿈. 더이상 사랑하던 부인은 살아있지 않고, 집 주변은 전부 재개발 되어 공사판이 되어버렸고, 집을 팔라는 압박에 시달리지만 이 노인은 꿈을 버리지 않고 집에 엄청난 수의 풍선을 달아 날아오른다. 일생동안 이루지 못한 꿈을 찾아 멀리멀리...

픽사 애니메이션은 토이스토리 시리즈와 벅스라이프 시리즈만 보고 한동안 3D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시놉시스만 보고는 그다지 볼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픽사 애니메이션은 무조건 봐야한다. 왜냐하면 무조건 재미있기 때문이다. 웃음과 감동과 교훈과 즐거움이 모두 담겨있다. 뒤늦게 본 픽사의 다른 애니메이션에서 왜 극장 개봉 당시 보질 못했는가 하는 후회가 절실했고 이후부터 픽사의 3D 애니메이션은 꼬박 보게 되었다.

'업(Up)'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놉시스만 보면 그냥저냥한 이야기. 막 보고 싶은 충동이 일지는 않는 이야기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스포일러/네타에만 민감할 뿐 정작 연출과 음악, 대사 등의 중요함은 망각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스토리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구성하는 요소 중 극히 부분일 뿐, 이런 영상미디어는 연출과 음악과 대사 등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기도 한다. '업'은 스토리 자체보다도 한장면 한장면의 연출과 음악, 대사, 위트와 유머 등이 작품의 전체를 지배하는 작품이다.

픽사 애니메이션의 위대함을 믿고 본 결과 역시나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감동적인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프롤로그, 그리고 영화의 중심이 되는 본편, 자막이 올라갈 때 나오는 에필로그. 이렇게 3부분으로 나뉘는데 에필로그에서 한 노인과 한 아이의 새로운 인생을 볼 수 있다. 인생의 내리막길인 것 같았던 노년기는 한 아이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싹을 튼 것이다.

공개되어 있는 시놉시스만 보면 참으로 단순할 것 같은 내용인데 정작 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었고 인물들도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으며 이야기 또한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참신한 작품이었다. 무조건적으로 추천하는 최고의 명작 애니메이션이다.

덧, 애니메이션 시작 전에 하는 토이스토리3 광고 애니메이션과 단편 애니메이션 또한 훌륭했다.

(2009.8.15 12:25 신촌 아트레온 관람)

덧글

  • draco21 2009/08/16 04:58 #

    업... 이라 해서 글 제목만 보고. Karma를 떠올리는 식의 제멋대로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 꼭 봐야겠군요. ^^:
  • 플로렌스 2009/08/16 15:34 #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강력추천!
  • 우누 2009/08/16 06:19 #

    리뷰를 멋지게 쓰셨군요!

    저도 막 눈이 그릉그릉~또 보고싶어요 Up !!
  • 플로렌스 2009/08/16 15:35 #

    그야말로 감동의 폭풍우. 사람의 인생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지요.
  • 알트아이젠 2009/08/16 08:30 #

    다른 의미지만 야동순재님의 더빙때문에 사뭇 끌립니다. 아무리 평이 좋아도 이상하게 북미쪽 극장판 애니와는 인연이 없는데...봐야겠군요. ^^;;
  • 플로렌스 2009/08/16 15:36 #

    저는 더빙판보다는 자막판을 선호합니다만...그분이 더빙을 담당하셨군요.
  • 유카 2009/08/16 14:33 #

    아아 이거 꼭 봐야겠어요 :)
  • 플로렌스 2009/08/16 15:36 #

    강력추천합니다! 좋은 애니메이션이지요.
  • 팽백 2009/08/16 15:58 #

    보고싶었는데 우리동네 극장에서는 내렸더군요. 인기가 없나..
  • 플로렌스 2009/08/16 23:26 #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어린이용처럼 보이기 쉬우니까요...다른 곳에 가서라도 꼭 보세요.
  • 썰린옹 2009/08/17 12:52 #

    포스터 느낌이 매우 좋네요. 애니메이션 안 본지 너무 오래됬는데 이거나 한번 보고 마음의 양식으로 삼아야겠습니다.
  • 플로렌스 2009/08/17 16:52 #

    마음의 양식으로 삼을만한 훌륭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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