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최초의 재즈 음반, Grover Washington Jr. - Winelight 뮤직머신

Grover Washington Jr - Winelight (1980)

1990년대는 음악에 빠져 살았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는 브리티쉬 락을 중심으로 하여 락장르 전반에 빠져있었다. 그러다가 시부야케이에도 빠지고 테크노에도 빠졌다. 그들 사이에는 대체로 교집합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듣다가 저것을 듣고 저것을 듣다가 이것을 듣는지 하는 것에 별 무리는 없었다. 그러다가 조금은 뜬금없이 빠지게 된 것이 재즈였다.

재즈를 즐겨 들었다고는 해도 뮤지션의 이름이나 음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T-SQUARE를 좋아해서 내한공연을 가기도 했지만 여전히 문외한이었다. 방송 등에서 자주 듣는 스탠다드 재즈도 이름을 잘 몰라서 곤란하곤 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구입했던 재즈음반이 바로 이 그로버 워싱턴 쥬니어의 '와인라이트(Winelight)'였던 것이다.

당시 음악 많이 듣는 사람들과 어울리곤 했는데 그 중 재즈를 많이 듣던 누군가가 추천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확실히 이 앨범은 다른사람에게 추천하기 좋은 음반이다. 재즈를 안듣는 사람도 쉽게 들을 수 있으면서도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음반은 표지부터 느낌이 확 온다. 'Winelight'이라는 앨범 제목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쟈켓 이미지. 금빛으로 빛나는 와인이 담긴 와인잔과 함께 그 뒤에서 빛나는 색소폰. 따뜻하면서도 은은한 느낌이 가득한 이미지. 실제로 이 앨범은 그런 이미지의 곡들이 담긴 음반이다.

앨범은 총 6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1. Winelight
2. Let It Flow
3. In the Name of Love
4. Take Me There
5. Just the Two of Us
6. Make Me a Memory (Sad Samba)

첫번째 트랙 'Winelight'은 음반표지의 이미지가 절로 떠오르는 곡. 품위 있고 따뜻하면서도 약간 쓸쓸한 Grover의 색소폰 연주가 일품인 곡이다. 'Let It Flow'는 Marcus Miller의 베이스와 Grover의 색소폰 연주가 메인에서 어우러지는 멋들어진 곡. 'In The Name Of Love'는 잔잔하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곡. 어린 시절 즐겨듣던 Kenny G가 떠오르는데 앞의 연주에 사용된 알토 색소폰과는 다른 소프라노 색소폰이기 때문이다. 'Take Me There'는 앞의 색소폰과는 또 다른 음색이 특징. 테너 색스폰을 사용했는데 농염하면서 이국적인 느낌이 만점이다.

그리고 5번째 트랙이 대망의 'Just the Two of Us'. 방송 등에서 많이 들어서 귀에 익은 유명한 곡이다. 앞의 연주곡들과는 달리 보컬이 있는곡으로 보컬은 빌 위더스(Bill Withers)가 담당. 잔잔하면서도 담백하고 깊이있는 보컬이 매력적이다. 뛰어난 보컬이지만 결코 튀지 않으며 악기들과 함께 흐름을 타고 Grover의 연주와 어우러지는 것이 정말 최고! 어린 시절 괌에 갔을 때 저녁식사를 할 때였나, 이 곡을 듣고 뇌리에 박힌 적이 있는데 이 곡을 들으면 언제나 그 곡을 들을 때마다의 순간순간의 추억이 함께 떠오른다. 그만큼 인상 깊고 좋은 곡. 이 곡이 공전의 히트를 해서 이 'Winelight'를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앨범 대열에 올리는데 공헌을 했고, Bill Withers 역시 이 곡 때문에 그래미 최우수 R&B 보컬리스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마지막곡은 'Make Me a Memory'. 'Sad Samba'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마지막 트랙에 어울리는 쓸쓸하면서도 감상적인 곡.

이 앨범에 참여한 세션들은 퓨전재즈계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Marcus Miller. Richard Tee, Eric Gale, Ralph McDonald 등 각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이므로 음반을 들을 때 각 악기별로 연주의 흐름을 들어보는 것 또한 재미있다.

이 음반을 시작으로 이것저것 재즈 음반을 찾아 구입하기 시작했고 락과 함께 재즈를 즐기는 계기가 되었다. 대체로 듣기 쉬운 스탠다드 재즈, 보사노바 계열이긴 했지만 90년대 말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소중한 추억들이다.

재즈를 들어본 적 없는 분들, 관심이 없던 분들, 흥미는 있지만 무엇부터 들어볼까 망설이는 분들에게 이 'Winelight'를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10여년 전에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말이다.

Grover Washington Jr - Just the Two of Us (Bill Wi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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