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의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뮤직머신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1993)
최민수와 엄정화, 홍학표가 나오던 영화의 OST.
영화 자체는 잘 기억나지도 않지만 문제는 이 영화의 OST이다.
전곡을 신해철이 작곡, 잘 알려지지 않은 신해철의 색다른 앨범이다.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라는 긴 이름의 이 앨범은 엄정화의 데뷔작인 영화의 OST인 동시에, 엄정화의 히트곡 '눈동자'가 수록되어 있는 앨범이다. 엄정화의 배우 인생과 가수 인생이 동시에 열린 중요한 영화이긴 하지만 일단 그것은 제쳐두자.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이 앨범은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는 앨범이다.

전 곡을 신해철이 작곡했고 신해철이 작사도 한 것이 대부분인지라 명실공히 그냥 '신해철의 음반'이다. 게다가 보통 영화 OST면 하나의 테마곡이 있고 그 테마를 다양하게 각 장면의 상황에 맞게 어레인지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음반은 3곡의 연주곡을 제외하면 모조리 보컬곡이다. 영화 OST보다는 일반 가요 음반 같은 느낌이 강한 앨범인 것이다.

애니메이션 '라젠카'의 OST를 넥스트의 4집으로 발매했던 것과는 달리 이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는 신해철의 이름으로 내지 않고 그냥 영화 OST로써만 발매했다. 덕분에 일반 대중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앨범이다. 또한 LP와 테입은 발매 당시 종종 보였는데 당시 아직 뉴미디어라서 이용하는 사람이 적었던 CD는 생산량도 적었는지 있는 음반점을 본 적도 없다. 덕분에 90년대 중후반 이 앨범의 CD를 찾아헤맸지만 이미 그때부터 구할 수 없었기에 결국 카세트 테입으로만 소장하고 있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1. 코메리칸 블루스 (작사:신해철 작곡:신해철) - 넥스트
2. 설레이는 소년처럼 (작사:신해철 작곡:신해철) - Tick Tock
3. 푸른 비닐우산을 펴면 (작사:유하 작곡:신해철)
4. 눈동자 (작사:신해철 작곡:신해철) - 엄정화
5. 안녕이라 말하고 (Love Theme) (작사:유현주 작곡:신해철) - 이동규
6. 후회란 말은 내겐 없는 것 (작사:신해철, 최민수 작곡:신해철)
7. City Riders (연주곡) (연주곡) (작곡:신해철, 정기송, 이동규) - 넥스트
8. 하나대 Theme (연주곡) (연주곡) (작곡:신해철, 정기송)

인덱스를 살펴보면 익숙한 제목들이 보인다. 첫번째 트랙인 '코메리칸 블루스'부터 굉장히 낯이 익다. 이 '코메리칸 블루스'는 1995년 넥스트 3집 'THE WORLD'에 '코메리칸 블루스 Ver.3.1(당시 윈도우는 3.1이었기 때문에...)'이라는 제목으로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즉 넥스트 앨범에 수록된 코메리칸 블루스 3.1의 최초 버전(그럼 1.0이려나.)은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넥스트 3집에 수록된 코메리칸 블루스가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지만 좀 풋풋한 느낌이 나던 최초버전도 꽤 들을만하다.

2번 트랙인 '설레이는 소년처럼'이나 '후회란 말은 내겐 없는 것'도 많이 들어본 제목이다. 바로 CROM'S TECHNO WORKS에 테크노 어레인지 버전으로 수록된 곡인데 그 곡들의 원곡도 바로 이 앨범에만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신해철은 넥스트 3집 'THE WORLD'까지를 최고로 좋아했기 때문에 'CROM'S TECHNO WORKS' 앨범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름 테크노 어레인지 하느라 애쓰긴 했지만 원곡이 더 좋았던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운드가 비록 세련되진 않지만 이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에만 수록된 원곡들이 너무나 좋았다.

그밖에 엄정화 1집의 타이틀 곡이었던 '눈동자'나 이동규 1집에도 수록된 '안녕이라 말하고'의 원곡이 수록된 앨범이 또한 이 앨범인지라 여러모로 재미있는 앨범이다. 수록곡들 또한 신해철의 초창기 스타일인지라 일반 대중들 듣기에도 편하고 좋다.
카세트테입 속지. 겉에 길게 흑백사진이 찍혀있다.
젋디젊은 시절의 엄정화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상 이 앨범은 신해철(넥스트)의 숨겨진 전설의 앨범이나 마찬가지.
테입은 딱 옛날 스타일. 겉에 인덱스가 쓰여있다.

신해철(넥스트)의 숨겨진 전설의 앨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딱 이 시절의 신해철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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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heb 2010/05/26 10:22 #

    동명의 시집을 냈고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했던 유하씨가 작사가로도 참여했군요. 영화는 보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 호기심에 시집은 봤던 기억이 납니다.
    신해철씨는 이 앨범 작업할 당시에 공익근무 중이었는데 스트레스와 중압감으로 대마초를 피우게 됐다고 하더군요. 시기상으로 맞는지 가물가물하지만...
  • 플로렌스 2010/05/26 17:51 #

    1988년 무한궤도 시절 한번, 1993년 방위 시절 한번이니 비슷한 시기이긴 하군요. EOS 앨범 작업 하던 시기라고 하던데...
  • 오리지날U 2010/05/27 12:25 #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이 앨범 질문이 나왔을 때,
    우스갯소리로 엄정화는 자기가 발굴한 거라며 낄낄거리던 기억이 나는군요ㅎㅎ (사실, 맞는 얘기지만;)

    이거 말고도 <정글 스토리> 앨범도 무지 좋지요.
    음반계에선 '영화의 흥망과는 관계없이 신해철의 OST는 무조건 팔린다'는 야릇한 전설이...
  • 플로렌스 2010/05/27 12:43 #

    정글스토리도 좋았지요. 영화도 전 괜찮게 봤었습니다. 윤도현과 중간 시나위의 '매맞는 아이' 공연 등 제법 좋았습니다. 당시 영화에서 그런 장면은 좀처럼 없었으니...흥행은 별로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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