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99% 세균 - 감염(INFECTION) 읽거나죽거나

감염(INFECTION)
제럴드 N. 캘러헌 저/강병철 역, 세종서적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의해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인간의 몸 중 10%의 세포만이 '인간 세포'이고 90%의 세포는 세균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나마 10%에 불과하다는 '인간 세포' 역시 세균이 들어있기 때문에 완전한 인간 세포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한다. 인간 게놈 염기 서열의 30억개 문자 중 10%인 3만개 정도만이 인간 유전자. 게다가 인간 염색체 DNA 대부분은 감염에 의해 염색체에 삽입된 것, 게다가 인간 DNA의 8%가 바이러스 게놈이며 이와 별도로 4,50%가 바이러스 유전자의 조각(레트로바이러스에서 유래된)이라는 것이다.

'세균'이나 '감염'이라 하면 통상 질병을 일으키는 균과 감염에 의해 생기는 질병 등이 떠올라 부정적인 단어로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인간은 세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에게서 세균을 빼버리면 더이상 인간이라 할 수 없는 무언가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모체로부터 '세균'에 '감염'이 되며 비로소 '인간'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 부정적인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왜 반드시 감염되어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좀 더 지저분한 환경에서 놀며 자란 아이들에 비해 몇배 높은 확률로 천식이나 앨러지, 피부병에 잘 걸리는가를 알려준다. 실제적인 사건 및 통계, 과학적인 이유를 통하여 인간에게서 세균과 감염은 빼놓을 수 없으며 결국 '세균'과 '감염' 그 자체가 '인간'이라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총 3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건강과 생명을 주는 이로운 미생물', 2부는 '고통과 죽음을 주는 해로운 미생물', 3부는 '인간과 미생물의 도전과 응전'이다. 1부에서는 이로운 미생물에 대하여. 정확히는 인간의 존재과 진화, 발달과 관련된 정상세균총 및 DNA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해로운 미생물, 감염성 병원체에 관하여 이야기를 한다.3부에서는 다양한 감염병과 그것에 대처해온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3부에서는 사스, 날아다니는 질병(말라리아, 뎅기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변화하는 병원균(탄저병, 페스트, 생화학 테러), 뇌를 녹이는 질병(광우병), 무지가 부른 대학살(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가장 무서운 살인마(독감)으로 구성되어 있다. 뉴스에서 사스,말라리아, 뎅기열, 탄저균, 광우병, 조류독감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고 이것들이 대강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3부에서는 이 감염병들이 최초로 발견되었던 시점부터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며 진행된 사건의 흐름, 결말 및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먼저 실제로 있던 사건이나 가상의 상황을 마치 소설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해줌으로써 과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다음 그 이야기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세균과 감염에 대하여 과학적인 지식을 포함하여 설명한다. 일반인이 보기에 너무 어렵지 않게, 중고등학교 생물 지식 수준이면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주므로 부담없이 볼 수 있다. 정식 명칭이나 세세한 이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간단한 약어와 그 단어가 대체 뭘 말하는 것인지 알 정도의 수준이면 충분하다.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우리에게 얼마나 밀접한 일인지 체감할 수 있게 표현한 것이 훌륭한 책이다.

천연두로 많은 사람들이 죽던 시절, 장로교 목사이자 예일대학 총장이었던 티모시 드와이트는 예방접종이 장로교의 예정설에 위배되면서 예방접종 반대 성명을 냈다. 그 결과 많은 신도들이 천연두로 사망했다. 아직 많은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이나 장기 이식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종교 단체가 아니라 순수히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을 조직적으로 하는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자칭 '자연주의 육아'라 주장하는 이들은 대체로 아이에게 백신을 맞췃다가 부작용에 놀란 나머지 백신은 물론 의사나 현대의학 자체를 부정하는 '마음에 병'이 생긴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기꾼(실제로 사기였음이 밝혀져 의사면허까지 박탈당한)이 책 팔아먹으려고 만든 그럴듯한 거짓말로 가득한 책들을 '부모 필독서'라 하며 마치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광신도들이 전도하듯 인터넷에서 전도하려고 애쓰고 있다. 모든 것은 제약회사의 '음모'라는 '음모론'에 빠져있고 알량하고 낮은 수준의 지식, 정확히는 잘못알고 있는 사실을 '진실'이라 주장하고 있다.

1970년대, 예방 접종의 위력으로 소아마비, 홍역, 볼거리, 백일해, 파상풍 등 다양한 감염병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1948년부터 1952년까지 예방접종으로 인해 결핵과 폐렴으로 인한 사망은 매년 8% 이상 감소했다. 1952년 5만7천명이었던 마비성 소아마비는 1965년엔 고작 72명으로 줄어들고 천연두는 1949년 이후 완전 사라졌다. 물론 이후 새로운 감염병은 계속 등장해왔고, 기존의 감염병의 변종으로 인해 기존의 백신이 듣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인류와 감염병의 싸움은 영원할 듯 싶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인류는 백신을 통하여 감염병을 극복해왔다는 것이다. 백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병에 걸릴 위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미리 들어두는 '보험'인 것이다. 사람마다 몸을 구성하는 세균의 분포나 면역능력의 차이가 있다. 똑같은 백신을 맞아도 누구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고, 항체가 안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 개인적 차이에 대한 사례로 인해 백신의 효능과 현대과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인간', '세균', '감염'. 이 셋은 별개의 것이 아니며 전부 같은 것. 모든 것은 객체가 아닌 군체이며 그것을 깨닫는 것. 인간과 감염병과의 싸움. 과거/현재/미래. 이것이 이 책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감염병, 예방접종, 세균에 관심이 있건 없건 읽어볼만한 책이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은 수많은 인증된 연구 및 학술서, 서적에서 인용되어 있고 책의 맨 뒤에 주석으로 그 출처까지 명확히 밝히고 있다. 정말 기본적인 지식과 상식, 역사적으로 명확한 사실을 다루며 그것을 통해 스스로 다양한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는 책. 이런 것이야말로 진짜 현대인의 '필독서'가 아닐까.

덧글

  • ChristopherK 2011/04/21 01:47 #

    이오공감에서 한창인 글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로군요.
  • 플로렌스 2011/04/21 07:43 #

    헉, 사실 그쪽과 최근 상관없이 재밌게 본 책 리뷰였습니다만;
  • 2011/04/21 02:1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플로렌스 2011/04/21 07:44 #

    무조건적 불신과 음모론 또한 병이지요.
  • 풍신 2011/04/21 02:28 #

    왠지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다만 <90%의 세포는 세균이라는 것이다.> 라는 부분...어떤 의미에선 말 그대로 믿었다간 큰일나겠군요. DNA 적인 의미로 인간 DNA가 세균의 DNA와 동일한 부분이 있다 또는 레트로 바이러스 등으로 세균에서 넘어온 부분이라는 것이니...
  • 플로렌스 2011/04/21 07:45 #

    말그대로 믿으면 안되지요. 이야기는 저렇게 시작하지만 설명으로 들어가면...
  • Esperos 2011/04/21 03:03 #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의해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인간의 몸 중 10%의 세포만이 '인간 세포'이고 90%의 세포는 세균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나마 10%에 불과하다는 '인간 세포' 역시 세균이 들어있기 때문에 완전한 인간 세포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한다.>

    전적으로 잘못입니다. 인간이 개체로서 성립조차 할 수 없게 되게요? 그리고 인간 세포에 세균이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인간 세포에 있는 유전자에 레트로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끼워넣었다가 그대로 흡수된 흔적이 엿보이기도 한다는 거지, 인간 세포에 세균이 들어간 거 아닙니다. 그리고 인간의 세포는 엑손과 인트론으로 구분돼서, 실제 단백질로 생산되지 않는 염색체 서열이 잔뜩 들어가 있습니다. 레트로 바이러스 유전자 등은 대개 그 '실제 단백질이 되지 않는' 부분에 들어가 있고요.
  • 플로렌스 2011/04/21 07:49 #

    말씀하신대로입니다. 안그래도 이야기는 저렇게 시작되지만 상세설명이 이어지며 말씀하신 내용이 그대로 나오니까요. 상세설명 감사드립니다.
  • 재규어 2011/04/21 04:02 #

    Excellent!
  • 플로렌스 2011/04/21 07:50 #

    재밌습니다!
  • 애쉬 2011/04/21 07:16 #

    엄마의 감염으로부터 대물려 감염된 '미토콘드리아'는 독자적인 DNA로 증식하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세포내 소기관이 아니라 감염체죠
    미토콘드리아가 없다면 밥을 먹어도 뭘 먹어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없으니까
    인간의 미토콘드리아 감염은 '상호공생'인 셈입니다.(개체로 성립조차할 수 없다...는 말은 일면 정확합니다)
    이렇게 '성공적인' 감염을 일상적인 감염과 다르게 생각해봐야할 점은
    46억년 동안 단 한번 일어난 감염....이란 점이겠네요
    이 감염의 혜택을 본 생물들만 '동물'로 분류가 되네요 (엄밀하게 이야기 해서 이 감염은 '인간'에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장차 인간으로 진화할 원생생물'에게 일어난 감염이네요)

    인간의 유전자가 스스로 복제하고 수리하기도 하지만 외부의 DNA에 교란되서 영구히 걸러지지 않는 변이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런건 log파일 까지 생성해놓은 해킹처럼 흔적이 남기 힘들어 이런 세균이 있을 때...'혹시 이 세균의 선조가 인간 DNA로 진입한게 아닌가' 정도이 의심의 여지만 남게되네요

    인간이란게 순수하게 인간이다....이런 생각이 좀 보수적이고 낡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위생환경이 청결한 소위 선진국형 질환으로 자기면역 질환들이 우리나라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 원인을 '화학약품과 식품첨가물의 일상적 오염'에서 찾아야 할 것인지 '환경 미생물들과의 교류 단절'에서 찾아야할지 시야를 더 넓혀봐야겠습니다.(아토피 성 질환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김치 같은 미생물 배양액을 투여 받고 증세가 개선되는 실험은 많이 봤죠.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감염"은 위험합니다. 그런데 인간에게 긍정적인 인자를 제공해주는 그 무언가를 일반적인 감염과 같은 것으로 보고 고립되는 것은 아닌가?

    이 책은 이런 질문인가봅니다.
  • 플로렌스 2011/04/21 09:11 #

    우와! 말씀하신 내용이 책에 고스란히 나온 글들이라 놀랍습니다;; 제 지극히 단편적인 리뷰에서 거기까지 유추해내시다니 정말 대단하시군요;;
  • 엽기당주 2011/04/21 09:52 #

    이 책과는 다른 책인데 1999년도쯤 출판된 게놈의 비밀이란 책이 있죠. 그 책을 보면..

    생명체를 인간이나 미생물로 나누지 않고 DNA를 기반으로 한 생명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과 미생물(극소수의 호열성 미생물을 제외. 이놈들은 DNA에 사용되는 염기가 3개입니다.)은 같은 DNA구조를 사용하고 있죠.

    컴퓨터 언어와 마찬가지로 같은 코드로 된 비슷한 프로그램이다보니 서로 호환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호환 가능한 코드는 말씀하신 감염이나 기생, 공생등을 통해 서로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는게 말씀하신 책에서도 언급하는 바고요. (모기가 혈액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다른 종간에 유전자 교환의 매개체가 되는 과정을 본적이 있는데 매우 흥미롭더군요.)

    서로 유전자가 교환되는 과정은 지구에 DNA라는게 나타난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계속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과정인데 갑자기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인간이 여기서 쏙~ 빠져나가려고 시도를 한다면 무슨일이 발생할까요?

    적게 잡아도 30억년 이상 이루어진 과정인데 말이죠.

    유전자 교환 없이 존재하려고 하는것은 어떻게 보면 형제 자매와 연을 끊고 혼자 살겠다고 하는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몸 자체가 이미 다른 미생물들과 '어울려서'살아가는데 익숙한걸 왜 굳이 피하려고 하는걸까 모르겠군요.

    가끔은 과학이 더 자연스러울때가 있습니다.

    이번 경우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만..
  • 플로렌스 2011/04/21 11:53 #

    소개하신 책의 내용이 이 책에도 그대로 나온 것을 보면...뒤에 주석에 어째 말씀하신 문헌의 인용도 표시되어 있을 것 같군요. 말씀하신 내용에 깊이 공감합니다.
  • 연탄치즈 2011/04/21 10:30 #

    안녕하세요..^^ 죄송한데 미선이 1집 앨범 판매의향 없으신지요^^? 꼭 ㅅ

    꼭 구매하고 싶네요.. O1o 9999 7l62 문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2011/04/21 11:4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플로렌스 2011/04/21 11:46 #

    헉, 이런 실수를; 감사합니다!
  • 알렉세이 2011/04/21 15:47 #

    흥미를 끌게 만드는 책이군요. 구입해서 읽어야겠습니다. 좋은책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플로렌스 2011/04/21 17:24 #

    최근 별 생각없이 읽었다가 푸욱 빠졌던 책입니다. (^.^)
  • 오호통재라 2011/04/25 13:59 #

    사고싶어지다니...지름신의 사제시다 [...]
  • 플로렌스 2011/04/25 17:44 #

    헉, 지름신의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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