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와 일렉트로닉과 팝의 조화. 미셸 샤프로의 'Purple Skies' 뮤직머신

Michelle Shaprow (미셸 샤프로) - Purple Skies (2011)

웹서핑 도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미셸 샤프로의 앨범. 별 생각없이 옆에 연결된 유튜브 영상을 클릭했다. 하지만 인트로 5초만에 '어? 내 취향이네?'하고 느낀 뒤 끝까지 곡을 들어보게 되었다. 재밌게도 '인트로 5초 만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선택 받은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는 홍보 문구가 보였다.

일본 iTunes 재즈 앨범 차트 1위, 싱글 챠트 1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이 가장 영감을 주는 뮤지션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정통 재즈보다는 스탠다드 팝재즈나 퓨전재즈, 보사노바...특히 조빔의 'Girl From Ipanema'를 좋아하는 편인데 미셸 샤프로가 조빔에 빠지게 된 것도 바로 그 'Girl From Ipanema'였다고 한다.

'팝 스탠다드 재즈 싱어송라이터'. 하지만 재즈라고 하기보다는 일단 팝이다. 미셸 샤프로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악기(인공적인 사운드를 비롯하여)를 사용하는 팝 가수로 정통 재즈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다. 하지만 멜로디의 진행이나 창법에 재즈의 요소가 틈틈히 보이며 특히 보사노바 스타일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미셸은 예일대 심리학과 출신인데 논문이 무려 '음악의 지각과 인식(Music cognition and perception)'이란 논문이었고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은 서로 반대되는 두가지 음악적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고 한다. 불규칙하고 즉흥적인 음악과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음악이 적절히 조화된 음악이야말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음악'이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인지 미셸의 음악은 즉흥적이고 불규칙한 음악, 즉 재즈와 같은 음악과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음악, 즉 팝같은 음악이 섞여 있다. 재즈와 팝의 조화. 정확히는 팝에 재즈적 요소를 도입하여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그때문인지 미셸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귀에 쏙쏙 잘 들어온다. 팝도 댄서블한 팝과 발라드 스타일의 팝이 강세이긴 한데 미셸의 음악은 거기에 재즈스러운 요소까지 덧씌워져 있다. 덕분에 다른 팝과는 다른 뭔가가 느껴진다. 보사노바스러움? 그러면서도 팝의 기본은 유지하는 그런 것 말이다.

앨범의 전곡 작사/작곡 미셸 샤프로. 코러스 및 피아노, 키보드, 어레인지도 미셸 샤프로가 직접 담당했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1. Back Down To Earth
2. Always Belong To You
3 . Floating On The Moon
4. Ferris Wheel
5. Windows
6. If I Lost You
7. Video Game
8. Without Love
9. Spinning
10. All There Is
11. I Would B Good 4 U
12. Purple Skies

1번 트랙 [Back Down To Earth]는 시작부터 귀를 확 사로잡는다. [Ah, Ah, I...]로 시작되며 서서히 고조되는 그 느낌이란. 일본 iTunes 싱글 차트에서 1위한 곡 답게 귀에 쏙쏙 들어온다. 소울풍의 팝으로 Gilles Peterson TOP 20으로 뽑혀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and stay', 'until', 'play', 'until'로 포인트를 주는 후렴구는 완전히 귀를 정복해버린다. [Back Down To Earth]는 2분 30초에서 곡이 끝나는 듯 싶지만 웃음 소리와 함께 영롱한 피아노 사운드와 함께 변주가 진행된다. 그러더니 피아노에 맞춰 시작되는 다음 곡 [Always Belong To You]의 인트로. 2번 트랙의 인트로를 2번 트랙에 넣지 않고 1번 트랙의 끝에 배치한 것이 특이하다. 덕분에 1번트랙과 2번 트랙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하나의 곡이 된다. 하지만 2번 트랙부터 바로 시작해도 어색하지 않게끔 곡을 만들어놓았다.

2번 트랙 [Always Belong To You]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 사실 이 곡의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클릭해봤다가 이 미셸 샤프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보사노바적인 요소를 다분히 집어넣은 신스팝 넘버로 뚜렷한 멜로디에 편안한 그 느낌. 주황색으로 물든 해질녘의 해변에서 와인 한잔을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좋은 노래'.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이다.

3번 트랙 [Floating On The Moon]는 뮤지컬 풍의 전주가 인상적이다. 첼로가 사용된 메르헨틱한 분위기의 신스팝. 먼저 클래식 악기로 앞부분을 띄워준 뒤 뒷부분은 전자악기(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게 아수비지만)로 받아주는 구성으로 구성된다. 가사에도 나오는 달 뒤에 떠있는 기분과 테크놀로지에 입각한 세상이란...4번 트랙 [Ferris Wheel]은 유원지에서 들릴 것 같은 멜로디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맑은 날씨에 유원지 관람차를 타고 밖을 내려다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연인의 기분. 가사와 마찬가지의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5번 트랙 [Windows]는 앞의 트랙들과 달리 좀 쓸쓸한 분위기의 단조풍 곡. 곡의 전개가 보사노바 요소를 느끼게 하고 여성 코러스나 관악기의 뒷받침 등이 옛날 프랜치팝 스타일을 느끼게도 하는 복합적인 분위기의 곡. 6번 트랙 [If I Lost You]은 일레트로니카 풍의 팝넘버. 곡의 전개가 판타지스러워서 좋다.

7번 트랙 [Video Game]은 비디오 게임, 즉 콘솔게임=가정용 게임기로 즐기는 게임기를 말하는데 그것과 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펑키한 스타일의 팝 넘버인데 '비디오 게임'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칩튠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뿅뿅거리는 8비트 사운드를 배경에 깔며 간주 등에 실제 게임 효과음을 삽입했다. 수퍼마리오의 1UP 사운드도 얼핏 들린다. 8번 트랙 [Without Love]는 피아노가 곁들여진 모던락 스타일의 팝넘버. 9번 트랙 [Spinning]은 미셸 특기인 몽환적인, 환상적인 전주와 멜로디 전개의 곡.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잔잔함을 유지한다. 10번 트랙 [All There Is]은 소울풍의 코러스와 옛스러운 곡 전개에 반주는 일렉트로닉 스타일인 것이 딱 미셸 샤프로다운 곡이다. 11번 트랙 [I Would B Good 4 U]는 펑키스타일의 팝넘버. 하우스뮤직DJ인 사토시와 작업했다고 한다. 앨범의 타이틀과 동일한 이름의 12번 트랙 [Purple Skies]. 미셸이 캘리포니아의 베니스 비치에서 본 하늘의 아름다움. 짧은 시간 색색이 바뀌는 그 '변화'에 대해 다룬 이야기라고 한다.

음악적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살짝 곁다리 이야기를 하자면...

미셸의 음반. 앵거스 앤줄리아 스톤의 광고지와 리플레이 뮤직의 카탈로그가 동봉되어 있다.
음반을 감싸고 있는 비닐 겉에 보라색의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QR코드를 통해
미셸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닐 찢어버리기 전에 스마트폰 있는 사람은 들어가보길.

QR코드를 통해 들어가본 미셸 샤프로의 안내 페이지.
앨범 미리듣기, 앨범 해설, 미셸의 페이스북, 미셸의 트위터,
리플레이뮤직 네이버 블로그 등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미셸 샤프로의 트위터는 비공개이다.
과연 스마트폰 시대라고 할까...

부클릿은 원래의 부클릿(왼쪽)과 추가 부클릿(오른쪽) 2개가 들어있다.
원래 부클릿에는 영어가사가 표시되어 있고 추가 부클릿에는
영어가사를 전부 한국어로 번역해놓고 미셸 샤프로에 대한 소개글이 담겨있다.
전 가사 한국어 번역과 자세한 소개글.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페이지까지.
리플레이뮤직이 이 음반에 대해 준비를 굉장히 잘 한 것 같다.


끝으로 내가 한번 듣고선 관심을 가지게 된 문제의 유튜브 영상, 미셸 샤프로의 [Always Belong To You].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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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더카니지 2011/04/23 23:00 #

    오오 이런 좋은 노래와 좋은 가수가 있다니! 역시 노래의 세계는 광대하군요!
    제가 모르는 제 취향의 노래가 이렇게 널려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뿐 ㅠㅋ
    포스팅 감사합니다!
  • 플로렌스 2011/04/24 20:56 #

    저도 정말 우연히...보물을 발견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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