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으로 만든 공박사의 오르골 - 객(客) (2011) 뮤직머신

공박사의 오르골 - 객(客) (2011)

세상을 사과가 지배하는걸까. 얼마전에 리뷰한 고릴라즈의 팬서비스 앨범 'The Fall'은 아이패드로 만든 앨범이었다. 최근 들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재미'일 뿐이지만 이런 현상은 세상의 또다른 변화, 음악계에 불어온 새로운 한가지 흐름을 보여준다. 비록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날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세계에 끼친 영향은 정말 놀라운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도 드디어 드디어 아이폰으로 만든 앨범이 나왔다. 물론 아무리 뛰어난 어플리케이션이라 하더라도 사운드의 풍성함을 위해서 100% 아이폰/아이패드로만 만들기는 좀 뭐할 것이다. 고릴라즈의 'The Fall'이 그랬듯이 말이다. 100%는 아니라해도 대부분의 악기와 보컬 레코딩을 아이폰으로만 했다고 한다. 이런 시도는 분명 요즘의 사과붐에 어울리는 재미있는 시도라 할 수 있겠다.

'공박사의 오르골'은 장르가 '일렉트로닉'이라고 되어있다. 통상 '일렉트로닉'하면 댄서블 한 음악을 떠올리기 쉬운데 '공박사의 오르골'은 그렇지 않다. 오르골이 떠오르는 듯한 잔잔한 감성. 그런 것이 '공박사의 오르골'의 음악 스타일이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잔잔하다. 아이폰을 이용해 만든 첨단 음악, '일렉트로닉'이란 장르라는 것에 비해 상당히 어쿠스틱한 감성을 들려준다. 공식 소개문구에서 '공박사의 오르골'의 감성은 [반복되는 사랑과 헤어짐이 엮는 일상과 인생에 대한 따뜻한 관조의 시선]이라고 한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객 PART.1 - 1. 봄날의 꿈 (김종욱 작곡)
2. 주머니에 넣은 손 (이은철 작사, 김종욱 작곡)
3. So be it (김종욱 작곡)
4. 빛 바랜 반지 (김종욱/이은철 작사, 김종욱 작곡))
객 PART.2 - 5. 새벽안개 (김종욱 작사, 김종욱 작곡)
6. 전화 속 작은 길 (김종욱 작곡)

1,3,6번 트랙은 보컬 없는 인스트루멘탈(경음악), 2,4,5번 트랙은 보컬곡이다. 1번 트랙 '봄날의 꿈'부터 제목에 어울리는 나른한 분위기. 마치 춘곤증에 걸려 헤롱되고 있는 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 같은 분위기이다. 보컬곡은 헤어진 후의 사랑을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역시 몽롱하고 나른나른한 곡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공박사의 오르골 '객' 음반을 들으면 '춘곤증'이라는 단어부터 떠오른다.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고 졸릴 수도 있다.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으면 좋을 것 같은, 혹은 누워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며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지하철에서 왔다갔다 할 때마다 들으며 감상하기도 하고 앉아서 졸면서 듣기도 했다. 헤어진 후의 사랑에 대한 가사를 짚어가며 감상해도 좋고, 아무 생각없이 틀어놓고 딴짓을 하기에도 좋은 음반이다. 곡 구성이 꽤 나쁘지않으면서도 아이폰 어플을 이용해 만든 악기들의 구성은 나름 흥미를 유발한다. 이 음반은 지루함과 나른함의 사이에, 센티멘탈과 무미건조의 경계에 있다.

나는 '아이폰'으로 만들었다는 이 음반을 받자마자 '아이폰'으로 사진을 촬영 후 '아이폰'으로 음악을 옮겨 담아 장거리 이동시마다 꼬박 들었다. 아이폰 외에도 초점을 맞출 부분이 많은 음반이긴 하지만 나는 '아이폰으로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구나'라는 부분에 꽤나 집착이 갔다.

아이폰으로 촬영해본 공박사의 오르골 : 객(客)
(푸딩카메라 iPhone Basic, 37mm / 4:3 Vignetting, 노출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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