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인 애니메이션의 원작, '마당을 나온 암탉' 읽거나죽거나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지음/김환영 그림)
최근 화제인 애니메이션의 원작, 10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

현재 개봉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라 평가받고 있고,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흥행에 성공한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그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되는 책이다. 기본은 '동화'이지만 글자수가 많고 복잡한 표현이 많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등급. 초등학교 5학년 읽기 교과서에도 수록된 작품이라고 한다. 저자는 '나쁜 어린이 표',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잘 알려진 황선미.

사계절 아동문고 40탄으로 나온 책인데, 성인용 양장 버전으로 별도로 나오기도 했다. 양장 버전은 책 크기도 작고 활자도 작다. 개인적으로는 김환영 화백의 그림이 큼지막하게 표지에 있는 원래의 아동문고 버전이 마음에 든다. 김환영 화백의 삽화들이 책 중간중간에 들어가서 장면의 상상을 돕는데, 그 삽화가 꽤 매력적이라 보기에 좋다. 재미있는 것은 김환영 화백은 만화도 그렸고 애니메이션 회사 '오돌또기'에 들어가 활동한 적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애니메이션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결국 나오게 되었는데, 이번에 '마당을 나온 암탉'이 명필름과 함께 오돌또기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이건 무슨 연일까 싶다.

원작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얼핏 줄거리만 보면 닭이 오리를 키우며 벌어지는 모성애를 기본으로 한 뻔한 감동 동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복잡하다. 이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며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주는 나쁜 동화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저학년이 읽기에는 어려운 표현이 많고 죽음을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약한 아이에게는 트라우마를 안겨줄 소지도 있긴 하다. 하지만 아이마다 받아들이는 반응은 제각각이며 이 책으로 인해 받아들이는 슬픔과 안타까움, 생과 사에 대한 철학은 아이들에게 자양분이 됨은 물론 어른에게도 감성의 재정립 및 순환의 계기가 될 듯 싶다.

크게 보면 이 작품은 양계장을 탈출한 암탉 잎싹이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개척하는 자기성장과, 약육강식을 통한 대자연의 법칙과 모성애를 결부지어 보여주는 독특한 방식의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메이션으로써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훌륭했고 어른들이 보기에도 최고였다. 최근의 디즈니/지브리 애니메이션보다도 월등히 뛰어난 애니메이션이었다. 여기에서 애니메이션적 요소와 웃음이 빠진 것이 원작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원작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다. 애니메이션처럼 틈틈히 웃음을 주지를 않는다. 감초 같은 조연인 참새 짹이나 수달 달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당의 우스꽝스러운 오리떼 도미솔도도 원작에서는 단순히 우두머리 오리가 포함된 오리떼일 뿐이다. 마당의 수탉 또한 벼슬엔 비밀이 없으며 단순히 벼슬을 자랑하며 권위적인 닭일 뿐이다. 초록이(원작에선 초록머리)의 비행훈련을 도와주던 올빼미나 박쥐도 등장하지 않는다. 초록이 청둥오리떼의 파수꾼이 되는 과정도 애니메이션처럼 비행경주를 통해 되는 것이 아니라 족제비에게 기존 파수꾼이 잡아먹히고 시간이 흘러 그냥 될 뿐이다. 애니메이션에 비해 어린이들이 보기에 재밌는 점이나 동화적 요소가 현저히 적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 충격적이라고 할만한 부분, 핵심이라 할 부분은 전부 원작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 것을 보면 원작은 참으로 동화답지 않은 동화인 것 같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답게 재밌으면서 대중적으로 잘 만들었으면서도 원작의 포인트를 모조리 놓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극장에서 사람들이 '설마 원작의 저 엔딩을 그대로 재현하다니...'하고 놀라워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작품은 동화(童話)라고 하기보단 우화(寓話)라고 해야할 것 같다. 아이들의 동심을 위한 작품이라기보단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인간이 생각해볼 교훈을 담아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은 동의하지 않는다. 이 작품을 본 아이들이 폐사된 닭들의 시체의 산을 보고 무서워서 울어버렸다던지, 포식자의 이빨에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주인공들에 충격먹고 울어버렸다는 이야기를 종종 찾아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존재한다. 그렇게 충격을 받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마지막 장면에 의문을 갖고 잎싹이 왜 저런 선택을 하고 저런 대사를 했는지 부모님에게 묻고 그에 대한 답변을 받으며 삶과 죽음, 모성애에 대해 생각해보는 아이들도 있다.(이것은 극장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올 때 목격한 장면이긴 하지만) 어린이 독서토론회 등을 통하여 이 작품의 표현에 대해 다양한 의견 교환을 하고 좀 더 '생각하는 어린이'가 되는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어렸을 때 동물을 키우는 것은 아이들의 감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것은 무엇을 키움으로써 양육의 기쁨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 가치관이 자리잡지 않았을 때의 애들은 무섭다. 어렸을 때 곤충이나 개구리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개나 고양이를 장난삼아 학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애들이 일찍부터 동물을 키워보고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알았다면 좀 더 다른 아이로 자랄 수 있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자세 또한 그렇다. 아끼며 키우던 동물이 죽었을 때 아이는 큰 충격을 받는다. 슬픔을 겪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때로는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지만 아끼던 동물의 죽음은 아이의 감성에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주인공들의 덧없는 죽음 역시 아이들에게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이 역시 실제로 동물을 키웠다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감정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동물을 쉽게 죽이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좋은 작품이라던지, 아이보단 엄마가 좋아하는 작품이라던지, 단순히 '나쁜 동화'라던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며 평은 제각각이지만 그역시 그만큼 이 작품이 생각할 여지가 많으며 사람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른 복잡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어른들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것처럼 아이들도 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어른들이 주는 것을 결코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종종 어른의 잣대로 '이런 것은 애들에게 나쁠 것이다'하고 쉽게 단정짓는 경향이 많다. 그런 것은 여성부의 게임에 대한 몰상식한 행위와 다를바 없다. 청소년 범죄를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탓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짓은, 결국 죄를 범죄자 본인에게서 찾지 않고 엉뚱한 것에서 찾아 뒤집어 씌우려는 부조리한 심리에서 온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아이들, 청소년들은 이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 듣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인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같은 것을 보고 듣고 자라도 범죄자가 될 놈은 범죄자가 되고, 훌륭한 사람이 될 놈은 훌륭한 사람이 된다.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를 봐도 성범죄 저지를 놈은 저지르고, 정상인은 저지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은 멍청하지 않다. 아직 생각이 짧아보이지만 나름 열심히 생각한다. 모든 것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나름 생각해서 받아들인다. 인성은 개개인마다 다르며 어릴 때 매체는 그 인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매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바가 다르며 그것은 또한 개개인마다 다른 인성에서 비롯된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인성을 올바르게 유도할 어른들과 친구들인 것이다.

단정적으로 말해 '마당을 나온 암탉'은 좋은 작품이다. '동화'로써 좋냐고 물어보면 아직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 충격이 너무 클 수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 생각을 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급, 그리고 중고등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어른들이 보기에도 훌륭한 '우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렸을 때 봤을 때와 아이를 가진 어른이 되어서 봤을 때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덧글

  • 태천-太泉 2011/08/10 11:32 #

    개봉 전에 서점에서 애니판 동화책을 대충 훑어보다가
    마지막 컷에서 속으로 '헉!!!'하고는 잠시 충격에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확실히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는 꽤나 강한 충격을 줄 수도 있겠더군요.

    사실 저도 충격에 극장가서 보기가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작품은 무겁지 않았고
    (분위기의 경중의 분배가 잘 이루어졌달까요? 물론 클라이맥스의 그 장면은 예상대로였습니다만)
    아주 재미있게 잘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족제비 역에 김상현 성우님이 기용된 것이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a
  • 플로렌스 2011/08/10 11:37 #

    원작 동화에 비해 애니메이션판은 훨씬 아이들이 보기 좋게 순화되었지요. 애니메이션적으로 완벽했습니다. 원작 동화에는 웃음이 존재하지 않으며 좀 더 무겁고 성인취향인 면이 강하더군요.
  • 태천-太泉 2011/08/10 11:49 #

    원작 동화도 한번 보고 싶긴 한데 기회가 여의치 않네요.^^)a;;;
    (원작이 보다 더 무거운 편이라면 손대기가... ㄷㄷㄷ...;;;)
    애니판 동화책도 사놓을까 생각도 했는데
    아직 마지막 페이지의 충격이 꽤나 커서...(쿨럭)
  • 플로렌스 2011/08/10 11:59 #

    저는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메이션 설정 자료집 같은 것 좀 나왔으면...처음에 봤을 땐 캐릭터 디자인이 좀 맘에 안들었는데 실제로 그것들이 살아움직이는 것을 보니 디즈니/픽사 뺨칠 정도인데다가, 그 색감 또한 절묘하더군요. 게다가 그 어마어마한 배경 디테일이란! 원화만 12만장이라니 참...
  • 태천-太泉 2011/08/10 12:12 #

    해외에선 당연하게 아트웍스나 설정집들이 쏟아져나오니 말이죠.^^)a
    그러고 보니 몇해 전부터 씨네21과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는
    국내 장편 애니 제작기들을 작은 책으로나마 엮어내주던데(제불찰씨이야기, 로망은 없다 등)
    흥행도 잘 되고 있고 하니 모쪼록 책으로도 알차고 좋은 자료가 나와주길 기대해봅니다.
    (동화책으로'만' 말고 쫌~~~)

    저도 전단이나 예고만 봤을땐 그냥 깔끔하네 정도의 인상이었는데
    작품을 보고 나니 잎싹이 너무 이뻐보이더라구요~+_+)

    올해는 '고 녀석 맛나겠다' - '일루셔니스트' - '마당을 나온 암탉' 콤보로
    아주 풍요로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 blitz고양이 2011/08/10 13:08 #

    전 결말이 굉장히 기분 나쁘던데요. 극장에 보러가려고 하다가 서점에서 결말을 보고 갈마음이 싹 가셨습니다.
  • 플로렌스 2011/08/10 14:32 #

    그 결말에 대해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지요. 이처럼 논란인 동화도, 이처럼 논란인 애니메이션도 없는 듯 싶습니다.
  • 모노케로 2011/08/10 13:35 #

    저는 전혀 모르고 어제 극장에서 봤는데, 재밋게 보긴 봤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어머니의 희생이 너무 강조되지 않았나 싶기도.. -_-;
  • 플로렌스 2011/08/10 14:35 #

    모성애 이전에 스스로 운명이란 틀을 깨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결국 그 희생 또한 자유의지에의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갖고 싶어 가지고, 키우고 싶어 키우고. 그 과정에서 자신은 희생될지라도...
  • 2011/08/10 13:5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플로렌스 2011/08/10 14:36 #

    이미 100만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였으니...이번 애니메이션 성공으로 다시금 원작이 재조명 받는 듯 싶습니다.
  • 알트아이젠 2011/08/10 22:13 #

    주말에 도서관 가서 빌려와야겠습니다.
  • 플로렌스 2011/08/10 22:16 #

    6000원밖에 안해요!
  • zahira 2011/08/11 12:58 #

    마지막은..일방적 희생으로 보이기 보단, 자연의 순환을 강조하는 장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견 비정해 보이지만 그만큼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족제비도 똑같은 어미였고..누군가의 생명은 다른 새끼들의 삶이 될 터이고...
  • 2011/08/13 00:2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플로렌스 2011/08/13 16:36 #

    책ⓒ가 뭐죠?;; 싸이월드에서 뭐 하는건가;;;
  • killofki 2011/08/14 14:12 #

    ^^;.. 네. 싸이월드에서 뭐(?) 하는겁니다.
  • 원냥 2011/08/15 17:01 #

    동화지만 첫 프롤로그부터-_- 뭔가 삶의 질곡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 플로렌스 2011/08/16 23:12 #

    사실 동화라기보다 우화라고 부르는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작품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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