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에서 기적으로 : 김태원 네버엔딩 스토리 (청어람미디어) 읽거나죽거나

우연에서 기적으로 : 김태원 네버엔딩 스토리 (청어람미디어)

나는 TV를 보지 않는다. 정확히는 집에 TV가 없다. TV처럼 보이는 것은 게임기용 모니터 및 컴퓨터에 연결된 디스플레이일 뿐이다. 별도로 케이블을 신청하지 않으면 TV가 나오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김태원은 부활의 리더였다. 이승철이 나온 이후 부활은 삐걱거렸고, 김태원은 마약에 빠져 결국 감옥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 나왔다가 또 마약에 빠져 들어갔다. 그러나 부활은 그 밴드명에 걸맞게 몇번이고 부활했다. 2002년 이승철이 다시 보컬을 맡아 불렀던 '네버엔딩스토리'. 나는 부활이 다시 그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몇년 후 또 잊혀지는 듯 싶었고...그러다가 갑자기 김태원이 방송 여기저기에 나와 개그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새 김태원은 '국민할매'라는 별명이 생겼고, 누가 뒷모습을 보고 여자로 오인하는 웃기는 광고를 찍기도 했다. 김태원 뿐 아니라 윤종신도 여기저기에 보였기 때문에 아, 역시 이제 뮤지션은 음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구나라고 느꼈다. 그렇게 여기저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와 몸개그를 하는 것은 다 먹고 살기 위함이고, 그렇게 해서라도 대중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원래 뮤지션이었다는 것은 희미해질지언정.

그러다가 슈스케 이후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중 '위대한 탄생'에서 요즘 추세에 맞지 않게 독설보다 좋은 말을 더 많이 하여 '국민멘토'라는 별명까지 생겼다고 한다. 국민할매에서 국민멘토까지...내가 TV를 안보는 사이 김태원은 참 많은 일을 겪었구나하고 느꼈다.

그리고 이제 책까지 냈다. 김태원의 에세이집 '우연에서 기적으로'가 바로 그 책이다. '김태원 네버엔딩 스토리'라는 조금은 낯간지러운 부제도 붙어있다. 2002년에 부활이 다시한번 부활한 계기가 네버엔딩 스토리였으니 상징적이기도 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끝없이 부활하는 김태원의 이야기니 적절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제목은 '우연에서 기적으로'인데, 책 중에 '위대한 탄생'의 일화에 이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뉴스에서도 종종 '우연에서 기적으로'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곤 했다. '우연에서 기적으로'는 김태원이 늘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한다. '기적은 우연히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위대한 탄생에서 대하여 '우연일 뿐이다'라고 말한 뒤 '시간에 성실할 때 맞이하는 우연'이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한번은 우연, 두번은 기적, 세번은 실력이라 하지 않았나.

책에 있는 내용들은 서로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1~2페이지로 구성된 짤막한 글의 연속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주제가 있고 그것에 대한 김태원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다. 의도적으로 '책'을 쓰려고 줄줄이 나열한 글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화하듯 글이 전개된다. 까페 같은 곳에서 마주않아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느낌. 이야기의 주제는 이런 것이 나왔다가, 또 바뀌어서 다른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가. 이런 느낌이다. 국민멘토란 별명에 걸맞게 독자들에게 멘토링을 하는...이 책은 그런 책이다.

어떤 이야기는 교훈을 주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안타깝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그냥 개똥철학 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렴 어떤가. 그런 것이 김태원이다. 이 책은 김태원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을 글로써 간접체험하는 책이다. 그냥 김태원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하고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그냥 편하게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틈틈히 김태원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현재 이야기, 심지어는 불과 얼마전의 이야기까지 나온다.

2011년 4월, 나경원은 김태원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같은 장애아를 둔 사람끼리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당시 김태원의 이미지가 한창 좋아 주가가 오를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 만남 자체가 다분히 정치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김태원이 그냥 뮤지션이기만 하던 시절이나 지금처럼 한창 뜨기 전에는 나경원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뷰 이후 역시 많은 언론을 통해 나경원과 김태원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나경원의 '장애아 엄마'란 이미지와 좋은 이미지의 김태원을 결부시키는데 급급했다.

이 책에 당시 상황에 대해 나와있는데, 김태원의 측근들은 그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나경원이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를 알려줬다고 한다. 그러나 김태원은 자긴 정치는 잘 모른다며 나경원과 그 딸을 자신의 콘서트에 초청했을 뿐이다. 참 멋지고 순수한 것 같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시인에게 이용당해 두번째 대마초 혐의로 감옥에 갔던 경험까지 있으면서 말이다. 김태원은 살면서 많은 안좋은 일을 겪었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듯 싶다. 최근 이야기 중 강호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인간 김태원에 관하여,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지금은 어떤지,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고 저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치 눈앞에 앉아서 대화하듯이 편하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핑백

  • 플로렌스의 네티하비 블로그 : 2011, 위드블로그 덕분에 포스팅거리가 가득했던 한해 2011-12-19 11:39:51 #

    ... 했다. 도서 분야는 좀처럼 마음에 드는 책이 없어서 신청한 일이 없었지만 예전부터 관심있던 뮤지션인 김태원이 책을 냈길래 신청해서 선정된 '우연에서 기적으로: 김태원 네버엔딩 스토리'. 책 내용도 꽤 마음에 들었고 바로 베스트 리뷰로 뽑혀서 기분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공감 분야는 별다른 물품 제공없이 위드블로그에 ... more

덧글

  • 2011/11/25 13:2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플로렌스 2011/11/25 14:06 #

    TV를 전~혀 안보다보니 김태원이 갑자기 국민할매라고 불리질 않나, 갑자기 국민멘토라 하질 않나...뉴스 기사들 보며 어안이 벙벙~
  • rumic71 2011/11/25 17:25 #

    윤종신이 새 앨범 낸다는 뉴스에 개그맨이 무슨 음악이냐고 리플 달렸던 사건이 떠오릅니다.
  • 플로렌스 2011/11/25 17:33 #

    헉 그런 리플이...;;; 네버엔딩스토리로 부활이 다시 나왔을 때, 누군가가 이승철에게 신인가수 같은데 열심히 해보라고 말했다는 에피소드도 오버랩되는군요;;
  • Nine One 2011/11/26 08:17 #

    어서빨리 우엉라면을 개발하여 할매라면의 발매를 기원하는 사람. 여기있습니다.
  • rumic71 2011/11/26 18:08 #

    꼬꼬면 할매면... 그 다음엔 라 쁠레뻬쉬 넬리 멜바를.
  • Nine One 2011/11/26 18:17 #

    rumic71//라쁠레 어쩌고 저쩌고는 상품화가 힘듭니다. 라면 업계조차 우엉라면은 누구든 상품화가 가능하다고 이미 같은 견해를 내 놓았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남격 라면대회의 라면 중 상품화를 바라는 것이라면 "908 라면"과 "된장라면"입니다.
  • 플로렌스 2011/11/27 09:18 #

    908라면이 심히 궁금...!
  • Nine One 2011/11/27 09:23 #

    플로렌스//908라면은 군대시절 908포대에서 일하던 대위가 집에오면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는 다 집어 넣고 그것으로 육수를 내고 건더기도 먹고 라면을 만들었다는 일종의 잡탕라면 입니다. 대위가 결혼한 아내분이 보인 라면으로 잡탕답게 라면의 국물맛이 뒷맛이 깨끗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 rumic71 2011/11/27 15:17 #

    908면은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상품화를 망설일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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