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夜は短し步けよ乙女, 모리미 토미히코 저/서혜영 역, 작가정신) 읽거나죽거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夜は短し步けよ乙女)
(모리미 토미히코 저/서혜영 역, 작가정신)

애니메이션화도 되어 잘 알려진 '다다미넉장반세계일주(四畳半神話大系)'의 저자 모리미 토미히코의 또다른 일상속 판타지 소설. 2008년에 이 책이 나왔을 때 얼마나 보고 싶었던지!

교토의 한 남자 대학생이 검은 머리의 귀여운 후배 여대생을 짝사랑하며 어떻게든 그녀와 가까워지려고 하는 코믹한 고군분투기.

후배 아가씨는 걷는다. 주인공은 쫓는다.

술과 향락의 밤거리, 교토 본토초/기야마치 일대에서, 헌책 시장에서, 대학 축제에서, 감기로 도시가 괴멸된 상태에서. 교토의 실제로 존재하는 곳, 일상 속에서 비일상을 겪는 주인공. 아가씨는 '이상한 나라 앨리스'와 같이 기묘한 체험을 하며 즐거워한다. 남자주인공은 똑같은 상황에서 각종 역경에 처하며 곤란을 겪어 힘들어한다. 같은 장소, 같은 사건 속에서 정 반대의 상황을 겪는 두사람. 주인공은 아가씨를 어떻게든 만나려하지만 계속 엇갈리며 일이 꼬이기만 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같다는 평을 듣기도 하는데, 일상속에서 토토로라던지, 마녀라던지, 터널 속의 요괴목욕탕 등 '일상속 비일상'의 표현이나, 왁자지껄한 분위기 때문에 그런 듯 싶다. 특히 이백씨의 3층 전차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나올 것 같은 기괴하고 신비함 가득. 배경 묘사 하나하나가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겪었던 그 독특한 느낌을 떠오르게 한다.

개성적인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는데 등장인물들이나 벌어지는 상황은 마치 타카하시 루미코의 만화같은 느낌. 무슨 일을 해도 꼬이기만 하는 주인공은 메종일각의 고다이가 떠오르고, 항상 유카타 차림의 정체불명의 남자 히구치는 메종일각의 요츠야가 떠오른다. 술고래 여자 하누키는 메종일각의 이치노세 아줌마가 떠오른다. (히구치와 하누키는 모리미 토미히코의 다른 작품 '다다미넉장반세계일주'에도 등장한 적 있다.)

상황 연출이나 묘사가 만화 같은 작품이긴 한데, 깊이면에서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나 타카하시 루미코 작품에 비하기엔 한없이 가벼운 느낌. 어떤 철학이나 감동은 일절 없고 재미있는 장면과 코믹한 상황의 연속일 뿐이다. 야한 장면 하나 안나오는 러브코메디 같다고 할까. 주인공이 좋아하는 여자와 어떻게든 가까워지고 싶어하지만 일이 항상 꼬이는 그런 상황의 연속. 재미있긴 한데 깊이는 없다. 출퇴근길이나 쉴 때 정신적 휴식차원에서 가볍게 읽는 정도의 작품.

세상사에 지치고 찌들어서 정신적으로 기분전환이 하고 싶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고 독특한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 추천할 만한 책이다.

덧글

  • Auss 2012/01/09 14:17 #

    즐거워지는 책이에요. 읽고 읽을때마다 장면 하나 하나가 머릿속에서, 눈앞에 보이는 느낌의 기분이 들어요.
    만화책도 있길래 사봤더니... 너무 청춘연예물로 바뀌어 그려졌더라니까요!
  • 플로렌스 2012/01/09 14:31 #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지요. 아무리 만화같다고 해도 정작 만화로 그리면 소설을 읽은 개개인의 상상을 충분히 표현하기에는 좀...만화 표지 그림이 예뻐보이긴 하더군요.
  • 콜타르맛양갱 2012/01/09 14:59 #

    만화책으로 1권을 봤는데 재미있더군요 ㅋ
  • 플로렌스 2012/01/09 15:12 #

    오 만화판도 나쁘지않나보군요.
  • dobi 2012/01/09 18:45 #

    제목이 참 마음에 들어서 읽어야지 싶었는데 꼭 읽어봐야겠군요. 마음편하게 재밌게 읽을수 있을거 같아요 ㅎㅎ
  • 플로렌스 2012/01/09 22:38 #

    정말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
  • 알트아이젠 2012/01/09 20:55 #

    에피소드가 흐르면서 남자와 여자가 서서히 가까워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모리미 토미히코님 소설에 나오는 남주인공답게 잉여(...)스러우면서도 나름 허세와 노력이 깃든 모습도 재미있었고, 순진하면서도 그러면서도 당찬 면이 있는 여주인공또한 충분히 사랑스러웠습니다.

    여담이지만 풋풋한 청춘담 + 현실과 환상의 세계와는 달리 섬뜩한 기담 +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섞인 [요이야마 만화경]이나 [여우 이야기]도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소설가가 직접 등장한 [연예편지의 기술]역시 볼만했습니다. 저는 요즘 [펭귄 하이웨이]를 읽고 있죠.
  • 플로렌스 2012/01/09 22:38 #

    재미있게 볼 수 있었지요.
  • 셸먼 2012/01/09 22:13 #

    정말 유쾌하고 귀여웠던 책이죠. 마냥 사랑스러운 아가씨도 그렇고, 찌질해 보이면서도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도 그렇고...
  • 플로렌스 2012/01/09 22:39 #

    학생회장과의 대화나 독백 등을 보면 어찌보면 주인공은 아가씨에 관해서만 찌질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유쾌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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