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속편) 읽거나죽거나

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2012.4.5)
(김제동 저, 위즈덤경향)

2011년에 나와 20만부를 돌파했다는 베스트셀러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의 속편. 전작에서는 소설가 이외수, KBS 전 사장 정연주, 시인 김용택, 제주 해녀 고미자, 산악인 엄홍길, 변호사 시절 박원순, 과학자 정재승, 축구감독 홍명보, 배우 고현정, 감독 강우석, 민노당 이정희, 가수 김C, 한나라당 남경필, 충남도지사 안희정, 야구선수 양준혁에 대한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이번에는 한홍구/서해성 교수, 백낙청 교수, 가수 조용필, 안철수/박경철(의사),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 법륜 스님, 이소현/윤호산(대학생),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락커 윤도현, 가수 이효리, 소설가 공지형, 소프라노 조수미, 배우 손예진, 배우 하정우의 인터뷰가 수록되었다.

지난책도 그렇고 이번책도 그렇지만 이 시리즈는 경향신문의 '김제동의 똑똑똑'이란 코너를 모아서 책으로 만든 것이다. 컨셉은 김제동이 인터뷰어가 되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형식. 질문하고 답변하는 전형적인 인터뷰가 아니라, 입담 좋은 김제동이 상대방이 스스로 말하도록 유도하고 맞장구쳐서 편하게 다양한 속내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김제동에 대한 책이라기보단 김제동이 그의 능력으로 들춰내는 각계각층 인사의 다양한 속내를 다루고 있다. 물론 맨 뒤에는 역으로 경향신문에서 김제동을 인터뷰한 내용도 수록되어 있다. 김제동에게 아무런 관심 없어도 위에 열거된 인물들 중 관심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볼만한 책이다. '김제동의 똑똑똑' 시리즈는 예전부터 틈틈히 읽어본 적 있는데 이렇게 책으로 소장할 수 있으니 참으로 편하다.


버릴 인터뷰 하나 없이 하나같이 좋은 대화들로 가득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말들이라면 다음과 같다.


조용필 : 나를 '가왕'이 아닌 그냥 '조용필'로 불러달라. '국민가수'란 말을 무척 싫어한다. 우리에겐 과잉된 수식어와 설명들이 너무 많다. 국민가수, 국민여동생, 국민오빠...너무 유치하다. (김제동 : 과장되거나 가식적인 것은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 분이라 느껴졌다.)

안철수 : 지금 학생들은 모든 면에서 뛰어나도 사회구조가 학생들이 안전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끔 몰아간다. 대기업은 창의적 인재 대신 시키는대로만 일하는 스펙과 학벌좋은 사람을 선호한다. / 지금도 계속되는 대기업,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는 해결해야 한다. 현행법 안에서도 해결 가능한데 정부는 대기업의 약탈행위를 방조한다. 정부 관료가 퇴임 후 대기업으로 가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법륜 스님 : 사람의 욕심에 종교가 부정적 역할을 한다. 공부안하며 좋은 대학 가고, 베풀지 않고 복은 받고 싶고, 죄는 짓고 벌은 안받고 싶고...믿으면 다 된다고 말한다. 원래 종교는 추수하고 싶으면 씨를 뿌려야 한다는 이치를 가르쳐줘야 하는 역할인데 지금은 기도하면 된다고 가르친다. 부처님이 브로커인가?

곽노현 : 교육은 한 세대를 길러낸다는 의미에서 진취적이어야 하고 전승할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선 보수적이어야 한다. 진보니 보수니 따질 것이 아니다.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 교권과 인권은 충돌/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유와 권리 속에서 책임과 의무를 선택하게 해야하는데 타율과 통제, 비교와 경쟁으로는 인성도 타락하기 쉽다. 물론 체벌 금지를 이용해서 대들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있지만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윤도현 : 월드컵 때 앰블런스를 타고 신호를 무시하고 다니며 공연을 하루에 서너개씩 했다. 월드컵이 무슨 벼슬인가. 우린 그전에도 계속 음악을 해왔는데 '월드컵 가수'로 정의되는게 싫었다. 당시엔 그저 감사하고 고마워할 줄 모르고 어리광 부리고 투정했다. / 나가수를 통해 록밴드는 이래야 한다, 저항성이 있어야 한다는 정형성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소재도 다양해졌고 해학과 풍자도 알게 됐고.

이효리 : 표절 사건 때문에 13년 활동중 처음으로 1년간 쉬었다. 덕분에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원하는게 뭐고 하고 싶은게 뭔지 알게 됐다. 그동안 나랑 관련 없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기아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죽든. 내 관심은 오직 나 뿐이었지만 행복하다 느낀 적 없다. 그러나 지금은 행복하다. / 고아원, 양로원에 주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틱낫한 스님이 너무 할 일이 많을 때는 와닿는 것을 먼저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유기견보호소 봉사활동이다. 동물, 자연, 환경, 소외 계층...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 나는 연예인으로서 유명세를 유지하고 잘 해서 사람들과 함께 원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

공지영 : '도가니'를 쓸 때는 부패한 권력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현실을 반영하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나는 특별히 정치의식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평범하게 살려고 하는 아줌마다. 생각하는 것을 그냥 말하는 거지. 이 아줌마가 느끼면 다들 느끼는 것이지 않나. 그런데도 이번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제동 : 좌도 우도 아닌) 상싱과 몰상식, 양식과 무식의 대결이지.

하정우 : (금연 까페에서 김제동에게) 선배님, 우리 실수로 한 대 피워볼까요?

한홍구 교수 : 김제동은 집요한 독서로 자기 언어를 만든 보기 드문 대중연예인이다. '사람들은 네잎클로버를 위해 세잎클로버를 밟는다. 세잎클로버 꽃말이 행복이다. 행운을 잡기 위해 수많은 행복을 짓뭉개는 것이다' 이런 어록을 만들 수 있는 연예인은 많지 않다.



아마 사람에 따라 인상 깊은 말들이 각자 다를 수도 있겠다. 한가지 주제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사람과 이런 이야기도 하고 저런 이야기도 하니까 말이다.


김제동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서 갑자기 '정치적 연예인'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비단 김제동 뿐이 아니다. 김미화나 윤도현도 비슷한 이미지가 생겼다. 사실 언제나처럼 활동을 했을 뿐인데,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소신있게 말하는 순간 '좌익'으로 분류되어버리고 말았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올바른 소리를 하면 뜬금없이 '좌익'이라니, '반정부'라느니, 급기야는 '종북'에 '빨갱이' 소리까지 듣게 되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김제동은 2008년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 사회를 담당했다. 특별히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서 거기 간 것이 아니라, 이명박 측에서 그의 사회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불려져서 간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9년에 故 노무현 전대통령 노제에서 사회를 담당했다. 역시 특별히 정치적인 목적도 없었고 그의 사회를 필요로 해서 불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무현 노제에서 사회를 담당한 직후 김제동은 갑자기 KBS 스타골든벨 사회에서 잘리게 되었다. 또한 김제동 소속사도 뜬금없이 경찰조사를 받았다. 명분은 연예인과 전속계약은 직업알선행위이므로 노동부에 직업소개소 신고를 해야한다는 것. 유래없는 일이었다. 또한 2010년 6월부터 방영하기로 한 Mnet 김제동쇼가 녹화까지 마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방영중단을 통보받고 폐지되어버렸다. 게다가 2012년에는 김제동쇼가 열릴 예정이었던 KBS홀에서 급작스럽게 대관 취소를 통보받았다. 이유는 '정치적'이라서란다.

이정도로 악랄하게 정부차원에서 개인의 인생을 망치려고 한다면 그 어떤 누구라도 현정부에 대해 반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김제동은 자신은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한다. 그에 대한 수식 '소셜테이너'로서의 역할도 자신 수행하지 않았고 단지 '사회자'로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나.

김제동은 특별히 원칙이나 기준도 없고,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면 이야기할 뿐이라고 한다. 그런 것 조차 못하면 유신독재 아닌가라며. 정치하려는거냐는 소리에 사람은 모두 정치적 동물이며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정치라고 말한다.

김제동의 엄마가 김제동이 자고 있을 때 '야야 너 빨갱이 아이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제동은 경북 영천 출신으로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군사독재에 대항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면 빨갱이라 세뇌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한다. 게다가 어머니는 전형적인 한국의 개신기독교 신자) 그 때 자는 척 했지만 '돌아가신 분 노제에 가서 사회를 보는게 빨갱이인가? 그럼 빨갱이 하겠다. 등록금을 못내 자살하는 학생들이 더 생기지 않게 노력하자는게 빨갱이라면 기꺼이 좌빨하겠다.'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람 개개인의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 힘없는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자유의 보장을 이야기하고, 보장해주지 않아도 좋으니 듣기라도 하자는 것을 빨갱이라면 빨갱이 하겠다고 한다.

김제동이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 역시 그의 직업인 '사회자'로서 최대한 성실하게 '웃음'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기를 사회자로 불러주는 사람들을 위하여 최대한 웃음을 주고, 사회자로서 그 사람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아픔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것. 김제동은 그렇게 자기 역할을 옛날부터 지금까지 충실히 수행해왔을 뿐이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워낙 뒤틀릴대로 뒤틀려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지적하거나, 사회적 약자의 편을 들거나, 친서민, 복지를 이야기하면 '빨갱이'라 매도하는 것일 뿐. (그러다가 국민들에게 데인 뒤 당명 바꾸고 쇄신하는 척 하고 있지만...) 몇번 트위터에서 올바른 소리 하고, 노무현 노제 사회 맡아서 진행 한번 한 것 덕분에 김제동은 방송에서의 활동이 막혀버렸지만 그런 이명박 정부의 핍박 덕분에 '개념 방송인'이나 '소셜테이너'로서의 이미지 또한 생겨버렸다. (역으로 자칭 보수층에게는 실제로 김제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좌빨'이나 '종북' 따위의 이미지로 각인되었지만.)

하지만 김제동은 좌도 우도 아니다. 스스로 소셜테이너도 아니라고 한다. 단지 '사회자'일 뿐이라고 한다. 실제로 김제동은 그냥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소신을 갖고 말할 뿐이며 자신을 불러주는 곳에 가서 '사회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따름이다. 그런 지극히 사회인으로서 행하는 정상적인 활동들이 특정 단어로 매도되는 현 정국은 어딘가 어긋나고 왜곡되어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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