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이의 소풍 2집 (2012) 뮤직머신

유발이의 소풍 2집 (2012.4.17)

재즈밴드 '흠(HEUM)'의 키보디스트인 유발이(본명 강유현)의 프로젝트 그룹 2집. 유발이가 프랑스로 유학 가기 전에 한 제천 국제 음악영화제에서 대상을 타고, 2010년 4월에 낸 1집이 생각보단 성공을 한 편이라 아직까지도 프랑스 유학을 가지 못하고 이렇게 2집을 냈다고 한다.

표지의 털실로 만든 '유발이의 소풍' 글자와, '유'자의 'ㅇ'을 유발이 얼굴로 만든 것이 인상깊은데, 표지의 털실인형과 유발이라는 이름만 보면 털털한 장발의 청년이 떠오르지만 유발이는 20대 초반의 여성이다. 범람하는 '홍대 여신'들의 홍수 속에서 비교적 평범한 친구 같은 이미지지만 목소리는 상큼하고 예쁘다. 게다가 이 '유발이의 소풍' 프로젝트에서 유발이는 작사, 작곡, 노래, 피아노 및 각종 건반악기 연주는 물론 프로듀싱까지 전부 직접 담당한 실력파 뮤지션. 뭐 홍대에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을 전부 혼자할 수 있는 뮤지션이 어디 한둘이냐 하겠냐만 중요한 노래가 좋냐 안좋냐로 따졌을 때 이 '유발이의 소풍'은 확실하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부류에 속한다.

유발이 자체가 재즈밴드 출신에 재지함도 살짝 있어 '유발이의 소풍'은 재즈밴드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실은 그다지 재지한 밴드는 아니다. 지극히 팝적이고 포크스럽기도 한, '인디 KPOP 밴드' 정도로 분류하면 좋을 것 같다. 피아노 선율에 맞춰서,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 맞춰서 예쁜 목소리로 노래하는 예쁜 멜로디. 때로는 이슬이 풀잎을 타고 흐르듯, 때로는 통통 튀어오르듯한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어디서 받아본 적이 있는데...하고 생각해보니 오카자키 리츠코!! 그래, 오카자키 리츠코 같은 느낌이다. 한국에서 이런 스타일은 좀처럼 드물다. 예쁜 목소리로 예쁜 멜로디를 부르는 것만의 문제가 아닌 작곡 스타일에 있어 독특한 버릇 같은 것이 오카자키 리츠코를 떠오르게 만든다.

2010년 4월 봄에 1집을 내고 2년만인 2012년 4월 봄에 2집을 낸 '유발이의 소풍'.

2집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01. 봄, 그리고
02. 소풍
03. 시계
04. 천천히 다가와
05. 선물 (김창완아저씨랑)
06. If You Really Could
07. 전화통화 (skit)
08. 엄살
09. 향기
10. 휴지에 칸이 없네
11. 바다의 노래
12. 전어야 고마워

'유발이의 소풍'이란 그룹명에 봄에 나온 음반답게 첫번째 트랙은 '봄, 그리고'란 제목. 예쁜 피아노 연주에 맞춰 예쁜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부르는 노래다. '따뜻한 봄날의 소풍'을 노래하지만 과거의 이야기. 누군가와 헤어진 뒤 찾아온 봄에서 과거의 봄날을 떠올리는 좀 쓸쓸한 곡이다. 슬프지 않고 담당하게 부르는 곡.

이어지는 2번 트랙 '소풍' 역시 1번 트랙과 마찬가지로 그룹 이름 '유발이의 소풍'을 의식하고 만든 듯한 곡. 빠른 템포 속에서 템포보다는 느리지만 경쾌한 보컬, 예쁜 목소리에 예쁜 멜로디, 통통 튀는 듯한 상쾌함이 즐겁다. 봄바람이 불어오는데 어디론가 즐겁게 놀러나갈 때의 설레임이 느껴지는 곡. 노래가 나오다 보컬이 멈추고 연주가 흐르며 잠깐 후 '소풍갈꺼야'하고 보컬이 다시 튀어나오는 타이밍이라던지, 전체적으로 곡 스타일이 오카자키 리츠코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꽤 취향인 노래.

3번 트랙 '시계'는 재지한 기타 사운드를 시작으로 연주가 전체적으로 시계소리를 연상시키는 곡이다. '뭐뭐를 해도~시간을 흘러가'라는 식으로 하나의 반복되는 멜로디 속에서 시츄에이션만 달라지는 과정과 약간씩 변화하는 곡이 재미있다. 하품이란 단어가 나올 때 진짜 하품하면서 말하는 듯하게 노래하거나 운다는 얘길 할때 살짝 목소리를 떠는 식으로 보컬변화를 주는 것 또한 잔재미. 비교적 재즈스러우면서도 장난스러움이 묻어나오는 재미있는 곡이다.

4번 트랙 '천천히 다가와'는 참새소리로 시작된다. 쿵짝짝 거리는 3/4 박자의 곡인데 조용하게 시작해서 갑자기 변주되며 스트링과 관악기 연주를 배경으로 한 '천천히 다가와 내게'란 가사를 4번 반복하는 부분이 백미. 특이한 곡구성인데 나름 괜찮다. 이런 점이 마음에 든다.

5번 트랙 '선물'은 '(김창완아저씨랑)'이란 글자가 타이틀 옆에 붙어있다. 말 그대로 김창완과 함께 부른 곡. 피아노 연주에 맞춰 잔잔하게 노래하고 현악기가 나오기 시작하며 뒷받침을 해주는 예쁜 곡이다. 김창완과 번갈아가며 노래하는데 목소리 톤이 대비되어 재미있다. '도레미파솔파미레도~' 라는 식으로 가사 대신 계이름을 직접 부르는 후렴부들이 특색있다. 가사 자체가 아코디언 소리, 기타의 선율, 하모니카 소리, 휘파람 선율...이런 식으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계이름이 가사로 나와도 이상하진 않다. 이것도 3/4 박자. 6번 트랙 ' If You Really Could'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맞춰 부르는 쓸쓸한 분위기의 노래다. 전부 영어가사인 것이 특징.

7번 트랙 '전화통화 (skit)'는 제목 옆에 스킷이라고 적혀있듯이 곡이 아니라 다음 트랙의 인트로로써 삽입된 트랙이다. 시작부터 우는 소리가 나는데, 울면서 '아빠 너무 힘든 것 같아'라고 전화통화로 하소연하다가 그 말이 그대로 아파~하며 바로 다음 트랙으로 연결진다.

8번 트랙 '엄살'은 모던락 스타일의 곡. 일렉기타도 그렇지만 악기 구성이 전형적인 락인지라 이런 부분을 보면 재즈밴드라 부르기는 좀 뭐하긴 하다. 곡의 기승전결도 깔끔하고 멜로디도 좋고....듣기 좋은 곡이다. 2번 트랙 '소풍'과 함께 가장 많이 즐겨듣는 트랙.

9번 트랙 '향기'는 기타 선율이 메인이 되어 흐르는 잔잔하고 쓸쓸하게 부르는 노래다. 다분히 포크스러운, 어쿠스틱함이 넘쳐흐르는 곡이다. 이런 곡만 들으면 포크밴드 같기도.

10번 트랙 '휴지에 칸이 없네'는 일상의 소음이 배경으로 깔리며 지극히 일상스러움의 가사 뒤에 '잠에서 깨어'나 '그래도 웃어'가 붙는 형식의 재미있는 곡이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란 노래에서 모래알 대신 '소나기는 주룩'으로 대처해서 부르거나, '잘생긴 남자친구랑 팔짱낀'이란 가사 부분을 자동음성반복기처럼 딱딱 끊으며 읽는다던지. 가사 내용 뿐 아니라 보컬 방식이나 곡의 전개 방식이 특이한 시도나 재미로 가득. 3번 트랙 '시계'에서 느낀 독특한 곡구성과 잔재미가 이 곡에서도 느껴진다. 이런 스타일이 유발이의 개성이겠지. '휴지에 칸이 없네'하면서 변주되는 부분도 듣기 좋다.

11번 트랙 '바다의 노래'는 좀 인위적인 듯한 파도소리로 시작. 피아노 하나에 보컬, 파도소리로만 구성된 곡이다. 기본적으로는 잔잔한 곡인데 스피드가 빨라졌다 느려졌다하기도 한다. 감을 잡기 힘든 피아노 연주와 애드립. 기본은 동일 멜로디의 반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양한 연주 변화가 특징. 그런면에서는 상당히 재지한 곡인 듯 싶다.

마지막 트랙 '전어야 고마워'는 쿵짝짝 거리는 3/4 왈츠풍의 피아노 연주에 동요처럼 귀엽게 부르는 노래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는 전어의 계절이 왔다며 즐거워하는, 전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전어를 맛있게 먹으며 부르는 듯한 노래다. 귀여운 곡.


2010년에 유발이의 소풍 1집이 인디음악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잔잔히 화제가 되었다고 했는데, 사실 그 당시엔 유발이의 소풍을 전혀 몰랐다. 뒤늦게 2집부터 들어보고 꽤 마음에 들어서 1집도 찾아보고 그러게 되었는데 이럴수가. 곡들이 하나같이 예쁘고 듣기 좋은 것이다. 때로는 포크, 때로는 클래식, 때로는 재즈 성향의 인디가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대중적인 멜로디에 예쁜 감성이 덧칠해진 음악이 바로 유발이의 소풍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냥 한번 들어보는게 최고일 것 같다. 정말 잔잔하게 듣기 좋은 곡들로 가득찬 예쁜 음반이다.


유발이의 소풍 - 천천히 다가와



유발이의 소풍 -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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