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싸다방' 나희경의 가요명곡 리메이크 EP, '나를 머물게 하는' 뮤직머신

나희경 - 나를 머물게 하는 (2012.4.26)
'보싸다방' 나희경의 가요명곡 보사노바 리메이크 EP.

인디음악이나 보사노바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 '보싸다방', 2010년에 보싸다방의 첫 EP '찾아가기'가 나왔을 때 '와! 우리나라에도 보사노바를 전문으로 하는 밴드가 나왔다니!'하고 굉장히 들떴었다. 그리고 그 음반을 얼마나 즐겨들었던지. 2011년 말에는 나희경이라는 본명으로 정규 1집 'Heena'가 나왔다.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을 비롯한 보사노바의 거장들의 명곡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앨범이었는데 워낙 명곡들이 많아 선곡 자체도 안정적이었지만 브라질 현지에서 거장들과 함께 했던 세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보다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들어줬었다.


1집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사노바의 바이블들로 구성되었던 반면, 이번 EP '나를 머물게 하는'은 시대를 앞서갔던 한국 가요계 거장들의 명곡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김현철, 유재하, 조덕배 등 원래부터 보사노바 필이 느껴지는 곡들을 많이 만든 거장과, 한국 미디음악의 선구자인 윤상의 곡들을 보사노바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음반인데, 원래부터 좋아하던 뮤지션들인데 선곡 또한 내가 너무나 좋아하던 곡들로만 구성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보사노바 스타일로 편곡한 음반이다보니 눈이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원곡에서도 보사노바 내음이 살짝 나긴 했지만 아예 보사노바 편곡이라니! 그것도 내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보싸다방 나희경이 했다니!! 다른 사람도 아닌 제대로 브라질에서 인정받은 보사노바 뮤지션의 음반이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1 사랑하오 (작사/작곡 김현철)
2 우울한 편지 (작사/작곡 유재하)
3 춘천가는 기차 (작사/작곡 김현철)
4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작사/작곡 조덕배)
5 흩어진 나날들 (강수지 작사 / 윤상 작곡)


번째 트랙은 김현철의 '사랑하오'. 원곡은 미디음악의 거장 윤상과 김현철이 듀엣으로 부른 곡으로 유명한 발라드 곡이다. 윤상 4집 '이사'의 6번 트랙으로 수록되었고 김현철 8집에 11번 트랙으로 수록되었던 곡인데 2011년 6월, MBC '나는 가수다'에서 김범수가 부르기도 해서 김현철과 윤상을 잘 모르는 층에서도 비교적 익숙할지 모르겠다. 재지한 것으로 한몫 하는 김현철의 곡이지만 원곡은 윤상스러운 미디반주가 중심이 되는 비교적 평이한 발라드 느낌이었는데 나희경은 이 곡을 전형적인 보사노바 스타일로 편곡했다. 첫곡부터 보사노바 내음 가득한 분위기에 취해버려 정신은 이미 브라질의 황혼이 지는 해변으로 날아가버린다.


번째 트랙 '우울한 편지'는 故 유재하의 명곡인데, 피아노와 베이스, 퍼쿠션으로 구성된 심플한 반주 위에서 느릿느릿 부르는 우울한 감성 가득한 곡이다. 원곡부터가 멜로디 진행과 베이스 연주, 간주의 피아노 솔로 등이 재지하고 보사노바 필이 나긴 했었지만 보사노바 곡은 아니었다. 워낙 명곡이다보니 고찬용, 나얼, JK 김동욱, 버벌진트 등 다양한 뮤지션들에 의해 수차례 리메이크되곤 했는데 JK김동욱이 제대로 재즈 스타일로 부른 적 있었다. 그 버전도 참 좋아했는데...전에 JK김동욱의 재즈밴드 ZEBRA에 대해 리뷰한 적이 있었는데, 올해 초 '아름다운 콘서트'에서 ZEBRA가 이 '우울한 편지'를 재지하게 연주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JK김동욱이 리메이크한 버전은 좀 더 정통재즈의 느낌이 났던 반면, 나희경의 '우울한 편지'는 보싸다방답게 보사노바 스타일로 리메이크되었다. 기타와 퍼쿠션의 템포는 빠르지만 우울한 멜로디와 뒷받침되는 관악기와 피아노의 쓸쓸한 연주 때문에 뭔가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생기기까지 한다. 간주의 피아노 솔로 역시 건재.


3번 트랙 '춘천가는 기차'는 김현철의 대표적인 명곡으로, 원곡에서부터 보사노바 느낌이 물씬 났던 곡이다. '보사노바'란 단어조차도 모르던 1989년에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느낀 그 느낌, 그 쓸쓸한 감성과 알 수 없는 그리움. 이후 그 감각을 느낀 모든 곡들은 '보사노바' 스타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이 곡 역시 워낙 명곡이라 이한철, 조성모, 불독맨션 등 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곤 했었다. 하지만 역시 원곡이 가장 좋았다.

그럼 나희경의 리메이크는 어떨까? 원곡부터 보사노바 느낌이 가득한 곡이었는데(악기는 좀 차이가 있지만) 그걸 보싸다방 스타일로 한다면? 의외로 정통 보사노바 스타일이 아닌 삼바 스타일로 어레인지 되어있다. 보사노바가 애초에 삼바에서 갈라져나오긴 했지만 확실히 이렇게 리메이크되니 그 차이가 느껴진다. '춘천가는 기차'의 원곡은 쓸쓸한 느낌이 가득하지만 나희경의 리메이크는 삼바 리듬으로 편곡되어 좀 더 경쾌한 느낌이 강하다. 떠오르는 감각을 말해보자면 원곡은 홀로 떠나는 쓸쓸한 여행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나희경의 '춘천가는 기차'는 두근거리며 살짝 기대감이 들기까지하는 혼자만의 여행이랄까.


4번 트랙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은 조덕배의 유명한 명곡. 김현철의 '춘천가는 열차'와 함께 1989년에 보사노바의 필을 가득채워줬던 추억의 노래다. 거장의 명곡 답게 엠블랙, 거북이, 조성모, 성시경 등 다양한 가수들이 리메이크했다. 조덕배도 유재하와 함께 한국 가요계에서 10년 정도는 앞서간 음악을 했던 사람으로, 보사노바 느낌이 나는 곡들을 만들었다.

원곡은 쓸쓸한 감성으로 가득찬 보사노바가 떠오르는 전개의 곡이었는데 나희경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은 '춘천가는 열차'와 마찬가지로 좀 경쾌한 느낌이 나는 삼바풍으로 어레인지되었다. 원곡에서도 나오는 피아노 솔로를 한층 재지하게 연주하는게 특히 마음에 든다.


지막 트랙 '흩어진 나날들'은 윤상이 만든 강수지의 대표적인 히트곡. 원곡은 쓸쓸한 감성으로 가득한 발라드곡인데 역시 워낙 유명한 명곡이다보니 조규찬, 박효신, 캐스커 등 다양한 뮤지션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다. 예전에 리뷰한 있는 윤상의 셀프 리메이크 앨범 'Song Book'에 일렉트로니카 밴드 캐스커의 '흩어진 나날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역시 전에 포스팅한 적 있는 2008년의 GMF(그랜드민트페스티발)에서 들은 캐스커의 '흩어진 나날들'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캐스커는 기본적으로 일렉트로니카 밴드지만 보사노바 스타일의 곡이 많다. 보사노바와 일렉트로니카가 절묘하게 조화된 '흩어진 나날들'은 인상적일 수 밖에.

그리고 나희경은 그 '흩어진 나날들'을 순수히 보사노바 스타일로 어레인지했다. 도입부는 베이스와 기타, 피아노, 심벌이 재지한 느낌을 물씬 풍기며 잔잔하게 연주되다가 후렴구는 변주가 되며 정통 보사노바 스타일로 전개되는 것이 특징. 2절 역시 이렇게 변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변주되며 보사노바 느낌이 확 올라오는 것이 너무 좋다. 간주의 기타 솔로 또한 일품.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명곡들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보사노바풍으로 어레인지한 음반. 그야말로 취향직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음반이다. 내가 이 음반을 트는 순간 뀨가 '딱 오빠 취향이네!?'라고 말할 정도면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반인지 설명이 될까? 아쉬운 점은 EP이다보니 트랙수가 5개 뿐인 것. 1집 'Heena'처럼 거장들의 명곡으로 가득찬 앨범이었으면 좀 더 풍성했으련만. 이 앨범을 들으면 좀 더 내가 좋아하는 곡들의 보사노바 버전을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나희경의 EP '나를 머물게 하는'...한동안 계속 즐겨들을 음반으로 확정이다.



보싸다방 나희경 - 춘천가는 기차 (김현철 COVER.)



보싸다방 나희경 - 우울한 편지 (유재하 COVER.)


근데 Samba와 Sambaiao, Bossanova와 Macha-Bossa는 뭐가 다를까? 나는 삼바와 보사노바 정도만 구분하겠는데. 부클릿에 수록된 나희경의 글에 이렇게 언급되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나는 음악애호가일 뿐 보사노바 전문가는 아니라서 저렇게 쓰여있어도 잘 모르겠다. 대체 뭐가 어떻게 다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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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오페라라 2012/10/05 17:16 #

    끄악 !!!
    넘 좋을 거 같아요.
    죄송.. 님의 블로그에서 넘 오바했네요.
    요즘 보사노바 편곡에 푹 빠져있거든요~
    조덕배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참 좋아해서 편곡이 어떨 지 궁금하네요 : )
  • 플로렌스 2012/10/05 18:03 #

    원곡보다는 좀 더 밝고 경쾌하게 어레인지되었어요. 저도 보사노바 편곡 좋아해서 딱 취향인 음반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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