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AGURE ORANGE☆ROAD - Singing Heart (1987) 뮤직머신

키마구레 오렌지로드 - 싱잉하트 (1987)
KIMAGURE ORANGE☆ROAD - Singing Heart (1987)

타카다 아케미 디자인의 예쁜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었던 'Singing Heart'.

90년대 극초반, 친구를 통해 3개의 애니메이션 음반을 빌려 듣게 되었다. 내가 들어본 최초의 애니메이션 음반은 '란마1/2 격투가 카루타', 두번째가 '키마구레 오렌지로드 싱잉하트', 세번째는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더 컴플릿' 이었다.

'오렌지로드'의 이름을 처음으로 들어본 것은 국내 게임잡지의 애니메이션 코너에서였다. 곧 국내에 500원짜리 해적판으로 마츠모토 이즈미 원작의 오렌지로드가 나오게 되었고, '고은비(아유카와 마토카)'와 '보름이(히야마 히카루)'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유부단 주인공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결국 최종권까지 다 나와줘서 얼마나 좋았는지.(해적판은 조금 나오다가 마는 경우가 대부분)

오렌지로드는 삼각관계 러브코메디의 원형을 구축한 역사적인 만화다. 주인공은 우유부단, 좋아하는 여자는 머리 길고 흑발에 몸매 좋고 우아한 타입. 그러나 숏컷의 귀여운 타입의 여자애가 주인공에게 대쉬하는, 이런 지금에 와서는 너무나 전형적인 설정은 오렌지로드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고, 오렌지로드가 구축하여 이후 모든 연애물의 기본이 되어줬다. 그리고 승자는 언제나 최초에 주인공이 좋아한 여자라는 법칙이 있었는데...이 클리셰는 딸기100%까지 왔다가 승자가 아야가 아닌 츠카사가 되며 깨져버렸다.

국내에선 타카다 아케미 디자인의 애니메이션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나는 극장판이라던지 신오렌지라던지 막장의 끝을 보여준 애니메이션판보다는 깔끔하게 끝난 원작판을 더 좋아했다. 후반에 사유리라고 하는 캐릭터가 나오면서 작화도 꽤 좋아졌는데 알고보니 '바스타드'의 작가 하기와라 카즈시 어시스턴트로 활약해줬기 때문이라나. 타카다 아케미의 캐릭터 디자인도 좋았지만 원작 작화도 내겐 나쁘지 않았다.

당시엔 일본문화 개방 이전이었고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일본 서브컬쳐계 컨텐츠는 해적판이었다. 애니메이션도 비디오테입으로 더빙판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볼 수 없었다. 그때문에 오렌지로드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직접 보기 이전에, 일단 애니메이션 음반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그것이 이 음반 'Singing Heart'였다. (얼마후 학교 앞 서점에서 우연히 알게된 여고생 누나로부터 오렌지로드 TV판 애니메이션 전편이 녹화된 비디오를 빌려 전부 보긴 했지만)

최초로 접한 오렌지로드의 음반 'Singing Heart'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애니메이션 노래가 이렇게까지 좋을 수가? 90년대 말까지도 한국에선 애니메이션 노래는 어린이 대상으로만 만들어졌기 때문에 꼭 유치하게 만들었다. ('날아라'나 '달려라'는 꼭 들어간다) 오렌지로드 내용 자체가 청소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애물인 것도 한몫 했는데, 노래 역시 모두 성인 취향의 사랑노래 중심이었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1. 夏のミラージュ (TVA 1기 엔딩, 와다 카나코)
2. ORANGE MISTERY (TVA 2기 오프닝, 나카시마 히데유키)
3. ふり向いてマイ・ダーリン (TVA 삽입곡, 후지시로 미나코)
4. ジェニーナ (TVA 삽입곡, 와다 카나코)
5. NIGHT OF SUMMERSIDE (TVA 1기 오프닝, 이케다 마사노리)
6. もうひとつのイエスタデイ (OVA 3기 엔딩, 와다 카나코)
7. Again (TVA 삽입곡, 후지시로 미나코)
8. Breaking Heart (TVA 삽입곡, 츠보쿠라 유이코)
9. サルビアの花のように (TVA 삽입곡, 와다 카나코)
10. 危険なトライアングル (TVA 삽입곡, 이케다 마사노리)
11. 悲しいハートは燃えている (TVA 2기 엔딩, 와다 카나코)
12. この胸にワン・モア・タイム (싱글 ORANGE MISTERY의 CW, 나카시마 히데유키)

* 파란색 표시Loving Heart에도 수록된 곡.


기본적으로 TV판의 오프닝, 엔딩곡과 삽입곡들로 구성되어있어 딱 애니메이션 보컬앨범의 정번스럽다. 참여 뮤지션은 와다 카나코(和田加奈子), 나카시마 히데유키(長島秀幸), 후지시로 미나코(藤代宮奈子), 이케다 마사노리(池田政典), 츠보쿠라 유이코(坪倉唯子) 5명으로, 나카하라 메이코(中原めいこ)가 불렀던 오렌지로드 TV판 3기의 오프닝 '거울속의 액트레스'와 엔딩 'Dance in the memories'는 수록되지 않은 것이 최대 단점. 이 두곡은 차후에 발매된 비슷한 성격의 오렌지로드 보컬앨범인 'Loving Heart'에 수록되었다.

오렌지로드의 보컬앨범은 당시 2개가 나왔는데, 하나는 붉은색 느낌의 표지의 'Singing Heart'였고 또 하나는 푸른색 느낌의 표지 'Loving Heart'였다.

오렌지로드의 대표적인 2대 보컬음반인 싱잉하트(1987)러빙하트(1989).
둘이 중복되는 곡이 많은데 서로 없는 곡도 있어서 결국 둘 다 사야한다.

3기 오프닝과 엔딩을 비롯, OVA와 극장판의 곡들까지 총망라된 'Loving Heart'쪽이 컴플릿의 의미로는 더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Singing Heart'를 더 좋아한다. 중복되는 트랙이 많긴 하지만 수록곡들이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Singing Heart'쪽이고, 나카시마 히데유키가 부른 2기 오프닝인 'ORANGE MISTERY'나, 와다 카나코의 명곡 '제니나(ジェニーナ)'가 'Singing Heart'에만 수록되었다는 이유도 있다. 타카다 아케미가 그린 표지 일러스트도 'Singing Heart'쪽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처음 들어본 오렌지로드의 앨범이 'Singing Heart'였던 것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처음으로 받아본 문화적 충격과 추억이 아무래도 크게 작용하는듯 싶다.


이 음반을 처음 들었을 때엔 80년대 일본 남자 아이돌 노래 같은 5번 트랙 'NIGHT OF SUMMERSIDE'를 좋아했다. 80년대 말에 한창 인기있던 '소방차'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익숙하달까. (이렇게 설명해도 소방차 아는 사람 요즘엔 거의 없겠지만;;) 다음에는 'NIGHT OF SUMMERSIDE'를 부른 이케다 마사노리의 또다른 노래인 10번 트랙 '위험한 트라이앵글'을 좋아했다. 느릿한 박자 속에서 쓸쓸한 느낌 만점의 멜로디가 내 취향이었기 때문. 이케다 마사노리는 가수로써도 활동했지만 각종 영화와 드라마로 활약하던 배우라고 한다. 다음으로는 역시 비슷한 느낌의 나카시마 히데유키가 부른 'ORANGE MISTERY'를 좋아했다. 오렌지로드의 노래 하면 와다 카나코가 떠오르지만 처음 들었을 때에는 남자 보컬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음반을 들을 때마다 1번 트랙 '여름의 미라쥬'부터 듣게 되고, 노래 제목과 어울리는 몽환적인 멜로디 구성과 와다 카나코의 독특한 보컬에 곧 반해버렸다. 이 음반에는 '여름의 미라쥬'를 부른 와다 카나코의 다른 노래들이 많이 들어있는데 와다 카나코는 명실공히 오렌지로드를 대표하는 가수라고 할 수 있었다. 다른 트랙도 멜로디의 진행이나 창법이 꽤 독특해서 처음 들었을 때엔 좀 낯설다가 익숙해지면 그 특유의 스타일에 빠지게 된다.

1번 트랙 '여름의 미라쥬(오렌지로드 1기 엔딩)', 4번 트랙 '제니나(삽입곡)', 6번 트랙 '또 하나의 예스터데이(3기 엔딩)', 9번 트랙 '사루비아 꽃처럼(삽입곡)', 11번 트랙 '슬픈 하트는 불타고 있어(2기 엔딩)' 무려 5개 트랙이 와다 카나코의 노래! 특히 구슬픈 멜로디가 가슴을 후벼파는 '제니나(ジェニーナ)'는 명곡중의 명곡이다. 와다 카나코는 80년대를 풍미하는 실력파 JPOP 가수였고 오렌지로드 덕분에 국내에서도 잘 알려졌지만 1991년에 결혼과 동시에 연예계를 은퇴하는 바람에 이후에는 완전히 잊혀져버렸다.


3번 트랙 '돌아봐줘 마이 달링'과 8번 트랙 '어게인'은 둘 다 일본의 여배우인 후지시로 미나코가 낸 싱글에서 커팅되어 애니메이션에 삽입곡으로 사용되었다. 어른스럽고 몽환적인 와다 카나코의 보컬과는 정 반대로 후지시로 미나코의 곡들은 전형적인 80년대 여자 아이돌 가수 스타일의 곡 구성과 창법을 들려준다.

특이한 것은 8번 트랙으로 있는 B.B.퀸즈의 보컬 츠보쿠라 유이코의 'Breaking Heart'. 인트로 엄청 길다! 제대로 80년대 팝음악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곡인데, 실제 애니메이션에서도 디스코텍에 갔을 때 흘러나오던 곡이다. 디스코음악은 아니지만 다분히 80년대 팝스러운 곡.


국내 게임잡지의 애니메이션 소개 코너에서 '오렌지로드'의 이름을 처음으로 듣고, 국내에 500원짜리 해적판이 나오자마자 사모으기 시작하여 최종권까지 모았고, 기존엔 존재하지 않던 남성향 삼각관계 러브코메디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고(지금이야 넘쳐나는 장르지만...) 급기야 이 '싱잉하트' 음반을 구해서 듣고 푹 빠지고, 이후 다른 모든 종류의 오렌지로드 음반을 구하고(물론 당시엔 전부 카세트 테입 복제), 동네 서점에서 여고생 누나로부터 TV판 애니메이션 전권 비디오를 빌려 감상하기도 하고(대체 그 누나는 당시에 그 많은 분량을 어디서 구한거야?) 마츠모토 이즈미가 그린 오렌지로드의 후속작인 '세사미 스트리트'도 나오자마자 모으고(물론 해적판이었고 나오다가 말았다. 이 작가 이후 작품들 망하고 병도 걸리고 정말 고생만 했다는데...) 타카다 아케미의 파스텔 느낌 물씬 나는 예쁜 그림에도 푹 빠지고, 차후에 나온 극장판 애니메이션 보고 실망하고, '신오렌지로드'란 이름으로 나온 애니메이션 보고 더 실망하고. 그렇게 서서히 머릿속에서 오렌지로드가 잊혀져 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음악은 영원하다. '와다 카나코'로 대표되는 오렌지로드 최초의 보컬컬렉션 앨범 '싱잉하트'는 아직도 내 CD장식장에서 한칸을 차지하며 자리잡고 있고 지금도 가끔씩 즐겨듣는 좋아하는 음반이다. 1980년대 일본의 팝, 락, 재즈, 아이돌 음악들이 뒤섞여서 그 시절의 분위기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앨범.


덧글

  • 나르사스 2012/05/18 06:20 #

    혹시 게임뉴스 아니었나요?
    저도 거기 나왔던 소개보고 작품에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 플로렌스 2012/05/18 09:40 #

    게임뉴스 맞습니다. '스토리 다이제스트'라해서 오렌지로드가 소개됐지요. (^.^)
  • 사피윳딘 2012/05/18 08:44 #

    러빙하트와 싱잉하트는 정말 명반이죠.... 지금은 싱잉하트 CD가 어디론가 가버려서 아직도 아쉽습니다....
  • 플로렌스 2012/05/18 09:42 #

    저는 싱잉하트만 남아있지요. 나머지 음반들은 다 당시에 5000원 주고 구입한 카세트 테입이었던지라;
  • 여러가지 2012/05/18 08:45 #

    나중에 댄스 인더 메모리즈를 1번트랙으로 시작하는 CD7장짜리 싱잉하트2가 나타났어요~
    보컬 두장, 시디드라마, 비지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명반이었지유..
  • 플로렌스 2012/05/18 09:43 #

    싱잉하트2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 가격의 부담 때문에 참...(T_T);
  • 여러가지 2012/05/18 17:14 #

    돈을 벌면 덕질할 시간이 없고, 시간이 많을땐 돈이 없고(..)
    제 경우는 구한건 좋은데, 친척아새끼들이 와서 시디랑 케이스만 남기고 분서갱유해서 멘붕한 슬픈 추억이 떠오르네요ㅠㅠ
  • 플로렌스 2012/05/18 19:42 #

    인생의 법칙이지요. 돈과 시간은 서로 공존하려하질 않습니다. (T_T);
  • draco21 2012/05/18 08:51 #

    [버릴것 없는 음반].. 오렌지 로드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
  • 플로렌스 2012/05/18 09:46 #

    트랙 하나하나가 각 가수의 싱글에서 뽑혀져 나온 타이틀곡과 그 커플링이었으니 '전곡이 타이틀곡' 그 자체였지요. 곡 하나하나의 퀄리티도 상당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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