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ROSS THE COMPLETE (1992) 뮤직머신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MACROSS THE COMPLETE (1992)


2012년은 린 민메이가 은퇴를 선언하고 고별 콘서트 '플래시백 2012'를 연 해이다. 그리고 첫번째 장거리 이민선단인 메가로드-01을 타고 미사와 히카루가 머나먼 우주로 떠난 해이기도 하다. 마크로스 TV판이 만들어진 1982년으로부터 30년이 흘렀다. 엄청난 작화와 연출을 보여줬던 극장판이 무려 1984년, 28년전 작품이다. 마크로스 세계의 2012년을 보여줬던 뮤직비디오 '플래시백 2012'가 무려 1987년, 25년전 작품이다.


1983년, 김청기 감독의 '스페이스 간담V'라는 만화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극장 앞에서 파는 뽀빠이과학에서 만든 다이캐스트 합금으로 된 스페이스간담V 장난감도 사왔다. 캐노피는 갈색 클리어파츠로 되어있었다. 3단변신은 재현 가능했지만 어째서인지 꼬리 날개가 펼쳐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바퀴가 너무 뻑뻑해서 꺼낼 때 손을 다치기 일쑤였다. 그래도 그 장난감 너무나 좋아했다. 만화영화는 재미없었지만 로보트 장난감만 살 수 있으면 그저 행복할 뿐이었다.

80년대 초중반, 천원짜리 로봇백과에서 '마크로스'란 애니메이션의 소개가 나왔고 일본판 마크로스 프라모델이나 장난감의 복제판들이 국내에도 잔뜩 풀렸다. 게다가 80년대 말에는 AFKN에서 '로보텍'이란 이름으로 '마크로스'를 방영하고 있었다. (당시 TV에선 2번 채널을 돌리면 AFKN이라는 미군방송을 볼 수 있었다.) 80년대 중반에 '비디오'라는 신개념의 기계장치가 등장하고 '비디오가게'라는 것이 동네에 들어서기 시작하자마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더빙판이 대량으로 풀렸는데, 그 중 '마크로스'도 있었다. 일본판 오프닝 원곡을 그대로 번안하여 여자애가 부른 주제가는 지금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스페이스 간담V'는 외국 만화영화의 표절이란 것은 어린애도 알 수 있었다.

일찍부터 어린이들에게 표절의 진수를 알려준 '스페이스 간담V'였지만 일단 장난감의 품질이 당시 국산 해적판 장난감 중에서는 킹라이온과 함께 탑클래스였고, 스페이스 간담V는 어찌되었건 TV의 AFKN과 비디오테입으로 보는 '마크로스'는 정말 재밌었기 때문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다만 민메이의 '노래'만큼은 제대로 재현하질 못했는데, AFKN은 영어가사의 팝송으로 아예 곡을 새로 만들었지만 그 퀄리티가 그다지 좋지 않았고, 비디오판은 역시 영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90년대 초반에는 마크로스 극장판인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국내 더빙판이 비디오가게에 나왔는데, 이 더빙 퀄리티가 너무 높아서 당시 청소년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마크로스의 가장 큰 특징인 린 민메이의 모든 보컬곡들이 '제대로' 번안되어서 '제대로' 수록되었기때문이다. 가사 번안 수준도 좋았지만 당시 린 민메이 성우를 어떤 분이 하셨는지, 노래도 꽤 괜찮게 불러서 원작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고 잘 전달해줬다. 한국 성우의 가장 큰 약점은 극중에서 '노래'를 부를 때 드러나는데 말이다. (요즘엔 잘 부르시는 분도 많지만 옛날엔 정말이지...)


그리고 친구들을 통해 마크로스의 음반(카세트테입에 녹음한)을 구할 수 있었다! 란마1/2 격투가 카루타와 오렌지로드 싱잉하트에 이어 내 생애 3번째의 일본 애니메이션 음반이었다. 음반의 종류는 바로 'MACROSS THE COMPLETE'. 시작부터 마크로스의 모든 음악이 담긴 컴플릿 음반이라니 운이 좋았다.


원 음반은 총 3장의 CD로 구성되어있었는데, 가장 긴 카세트테입에 3장의 CD가 꽉꽉 눌러담아져 있었다.

첫번째 CD는 TVA 마크로스의 OST Vol.1과 Vol.2가 수록되었고, 두번째 CD는 극장판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의 OST와 가라오케집이 수록, 3번째 CD는 마크로스 드라마CD에 수록된 기존 곡의 어레인지 버전 및 오리지널 트랙, TVA과 극장판의 미발표곡이 수록되어 있었다.

TV판 OST 1,2와 극장판 OST 표지. 마크로스 더 컴플릿은 OP, ED 및 민메이의 노래를 포함한 TV판 OST 1,2와
극장판 OST, 기타 드라마CD 사용곡이나 미사용곡을 모은 3CD짜리 컴플릿 음반이다.

어쨌거나 카세트테입으로는 이것들이 주르륵 연이어 나오니 어마어마하게 곡들이 많다고 느꼈다. 통상 마크로스 하면 린 민메이가 부른 보컬곡에만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마크로스의 첫 테이프를 TVA BGM부터 끊다보니 마크로스의 주옥같은 음악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마크로스의 BGM과 오프닝, 엔딩곡은 일본의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작곡가인 하네다 켄타로가 만들었다. 하네다 켄타로는 수많은 영화와 TV방송의 음악을 만들었는데, 특히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특히나 독보적인 활동을 했다. 캡틴하록이나 이데온에서는 피아니스트로 참여했지만 발디오스부터는 작곡가로 참여, '하네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애니메이션 음악의 선구자'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하네켄은 이 '마크로스'를 통해 일본 아니메대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비장미 넘치는 현악기와 관악기의 선율은 '전쟁의 묘사'에 어울리는 멋진 효과였다. 특히 아이캐치에도 커팅되어 사용된 관악기 연주는 명실공히 마크로스를 대표하는 인트로.

오프닝 '마크로스'와 엔딩곡 '런너'의 보컬은 80년대 가수인 후지와라 마코토가 담당했다. 중후한 보컬이 전쟁중의 사랑이야기에 걸맞는 무게감을 더해준다. 오프닝곡 '마크로스'는 가사 첫마디가 '마쿠로노소라'라 '마크로스'의 발음을 의식하고 만들어졌는데, 일본어를 모르던 어렸을 때엔 왜 '마크로스'라 안하고 '마쿠로노소'라고 하나? 생각했다. 후렴구엔 확실히 '마크로스'를 열창하지만 말이다. 한국어 더빙판에선 여자애가 '마크로스'를 열창했는데 끝부분의 멜로디가 달랐다. 엔딩곡 '런너'는 민메이가 부른 버전, 후지와라 마코토와 민메이의 보컬을 섞어 만든 듀엣 버전 등이 있다.

통상 마크로스 하면 민메이의 곡만 좋아하지만 나는 오프닝곡인 '마크로스'도 꽤 좋아했다. 두둥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빰빰거리는 관악기의 연주, 마크로스 갑판 위로 올라오는 발키리. 그림자가 지나가며 고개를 서서히 드는 히카루. 깃발 신호와 함께 발진하는 그 비행기의 모습. 너무나 좋아하던 오프닝이다.

첫번째 트랙 '마크로스' 이후 BGM들이 나오고 4번째 트랙에서 다시 보컬곡이 나오는데, 민메이의 '샤오빠이롱(소백룡)'. 짧고 굵다. 이렇게 짧은 노래라니. 패미콤용 게임 '마크로스'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어 굉장히 익숙한 곡이었다. 어렸을 땐 노래 발음이 되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어와 영어와 중국어가 뒤범벅 되었기 때문이었다.

린 민메이의 노래와 성우를 담당했던 이이지마 마리는 보컬이 그야말로 옥 굴러가는 소리 같은, 풀잎 위를 이슬이 굴러가는 듯한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참 좋았다. 어렸을 때 '이렇게 맑고 예쁜 목소리가 있다니!'하면서 얼마나 좋아했던지.

10번 트랙 '사랑은 흐르고'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트랙이다. 멜로디는 구슬프고 보컬도 그에 걸맞에 우울하게 불러 완성도는 좋았지만 너무 곡이 암울했기에 어린 시절엔 이 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다운되어서 다음으로 넘어가곤 했다. 17번 트랙 '제로지러브'에선 특유의 콧소리를 넣어 노래하는게 참 좋았고, 24번 트랙 '나의 그이는 파일럿'은 시작부분의 '뀽뀽'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발음도 노래도 참 귀엽다고 느꼈다. 34번 트랙 '선셋비치'에선 정말로 석양이 지는 이국적인 해변에서 와인 한잔 들고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곡 구성과 보컬이 정말 좋았다. 45번 트랙 '마이뷰티플플레이스'를 끝으로 TVA를 총괄하는 첫번째 CD가 끝이 나고 극장판이 메인인 두번째 CD로 넘어간다.


두번째 CD는 마크로스 극장판의 인트로인 '영원의 사랑~프롤로그'로 시작되는데 중반부부터 이어지는 현악기 연주가 정말 최고!! 우주에서 마크로스에 연결된 발키리가 락이 풀리며 부스터를 이용해 발진하는 장면에서 이 현악기 부분이 나오는데 영상 자체도 사람이 손으로 이렇게까지 정밀하고 멋진 그림을 움직이게 할 수 있구나!하고 감동을 줬지만 음악과의 시너지 효과로 인해 더더욱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지금까지도 뇌속에 뿌리박혀 있다. 이 멋진 인트로곡은 13번 트랙 '이곳에서 영원으로...에필로그'와도 같은 곡을 사용하는데, 피아노에서 현악기로 이어지며 고조되는 그 클라이막스감이란!!

컴플릿CD로 먼저 접했기 때문에 마크로스의 BGM들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고 민메이 노래 말고도 마크로스의 음악이 굉장히 퀄리티가 높았음을 어렸을 때부터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머릿속에서 극장판의 BGM들이 흘러간다. 짤막짤막했던 TV판의 BGM들 중 좋은 부분들을 뽑아 연결시키고 오리지널 부분도 넣고 해서 극장판에선 그야말로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냈다.

다만 14번트랙부터는 25번트랙까지는 보컬곡들의 가라오케 버전이라 따라부를 것이 아니면 그다지 가치는 없다. 보컬 없이 들었을 때의 경음악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정도. 시기도 옛날이고 하다보니 반주의 사운드가 탄탄하지 않아서, 이이지마 마리의 보컬이 없으면 좀 많이 심심하게 들린다.


2번째 CD의 25번 트랙이 지난 이후엔 3번 CD의 첫번째 트랙 '나의 그이는 파일럿 파트2'가 나온다. 이어져서 나오는 린 민메이가 부른 '런너'가 나온다. 원래는 남자가수인 후지와라 마코토가 부르는 TV판 엔딩주제가인데 TV판 최종화에는 이 민메이가 부른 버전이 사용되었다. 3번 CD는 각종 어레인지 버전과 드라마CD에 사용된 오리지널 곡, 미발표곡이 수록된 CD다. TV판 27화와 플래시백에서 뮤직비디오로 사용되었던 군가 스타일의 '사랑은 흐르고 파트2' 민메이와 후지와라 마코토의 보컬을 섞어 만든 듀엣 버전의 '런너' 등이 차례차례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이지마 마리의 작사작곡의 '신데렐라'가 나오는데, 이 곡은 미발표곡이었지만 나중엔 마크로스 뮤직비디오집인 '플래시백2012'에 삽입되어 마크로스 극장판의 엔딩곡이자 역시 이이지마 마리 작사작곡의 '천사의 그림물감'의 인트로로 사용되기도 했다. 12번부터 23번 트랙은 TV판 미발표곡, 24번부터 45번 트랙은 극장판 미발표곡으로 구성되었는데 실제로 작품에 사용되지 않았다고는 해도 TV판 엔딩인 '런너'를 경음악으로 바꾼 버전들이거나 극장판 '러브 모먼트'를 다른 스타일로 어레인지한 버전, 극장판의 메인테마곡을 다른 스타일로 어레인지한 버전 등등 대체로 익숙한 곡들이다.



나의 경우 어렸을 때 처음부터 마크로스 TV판 OST와 극장판 OST, 미수록곡까지 다 들어봤으니 운이 좋았다고 할까. 덕분에 민메이의 보컬곡 외에도 TVA의 오프닝, 엔딩 및 배경음악, 극장판의 배경음악까지 잘 감상할 수 있었다. TV판 OST에는 민메이의 보컬곡도 삽입되어 있었는데 꽤 마음에 들어서 별도로 민메이 보컬곡만 다른 카세트테입에 녹음해서 모아두기도 했다. 여러번 복사되어 음질이 열화되었음에도 얼마나 즐겨 들었던지. 나중에 민메이 보컬 음반을 따로 구할 때까지 엄청나게도 들어댔다.

학기 초의 봄소풍, 내 소니 워크맨에는 이 마크로스 음반이 들어있었고, 어떤 녀석이 노래 뭐 듣냐며 다짜고짜 내 이어폰을 뺐어 들었다. 그러더니 난생 처음 듣는 일본 음악의 세계, 그것도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노래에 이녀석은 깜짝 놀라 대체 이 노래는 뭐냐고 재차 물어보며 내게 복사해달라고 졸랐다. 그녀석은 이후로도 날 졸졸 따라다니며 친하게 지냈다. 마크로스는 내 어린시절의 많은 추억들을 가득 담고 있는 추억의 애니메이션이고, 이 음반은 역시 들을 때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추억의 음반이다. '마크로스' 탄생으로부터 벌써 30년. AFKN에서 로보텍을 보며 마크로스에 열광하던 어린이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그 시절 추억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덧글

  • rumic71 2012/05/21 19:58 #

    * 중딩때 마크로스 극장판에 미쳐서 친구들과 젠트라디어로 대화하는 한편, 관련 앨범들을 죄다 사 모으지는 않았지만 있는대로 뒷조사(...)를 했었는데, BGM 몇 곡은 이 앨범 아니면 들을 수가 없었지요.
    * '천사의 물감' 수준은 아니지만 '신데렐라'도 버젼이 여러 가지더군요. 연주와 편곡이 다른 것은 물론, 가사도 일부 달라지더이다.
  • 플로렌스 2012/05/21 21:03 #

    헉 젠트라디어로 대화까지;; 친구들도 상당했군요;;
  • 알트아이젠 2012/05/21 20:08 #

    장난감하니까 퀄리티는 좀 그랬어도 3단변형이 제대로 되는 발키리가 어렸을때 그렇게도 가지고 싶던 장난감 중 하나였죠. 그때는 [마크로스]가 뭔지는 몰랐는데도 말입니다.
  • 플로렌스 2012/05/21 21:03 #

    3단변형 발키리 장난감 참 좋았지요.
  • 알트아이젠 2012/05/21 21:07 #

    국민학교때 친척댁에 갔는데, 그 장난감이 있었고 당시 SBS가 방영한거보고 참으로 부러워했죠. 당시에는 제가 사는 동네에 SBS가 안나와서요.(때마침 틀어줬던게 [몽키삼총사와 잭로보트]였고)
  • 플로렌스 2012/05/21 21:30 #

    SBS에서 했던 출격! 로보텍! 기억납니다;;
  • 충격 2012/05/21 20:16 #

    오프닝곡 첫 줄의 마쿠로는 새카만... 이 아니고 macro 입니다. micro 반대말 macro...
    macross 의 macro 가 원래 그 macro 죠.
  • 플로렌스 2012/05/21 21:05 #

    그 macro였습니까;;; 그러고보니 왜 マクロ라고 쓰나 의문이었는데;;;
  • 조훈 2012/05/21 22:33 #

    마크로스는 모르지만 삽화들이 참 예쁘네요.
  • 플로렌스 2012/05/22 07:10 #

    수채화 느낌이 참 좋지요. 미키모토 하루히코는 저때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 2012/05/22 14:0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플로렌스 2012/05/22 14:47 #

    그야말로 컴플릿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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