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의 로렌스, 에일리언, 그리고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2012) 영화감상

프로메테우스 ( Prometheus, 2012)
리들리 스콧 감독, 누미 라파스(엘리자베스 쇼), 마이클 패스벤더(데이빗),
샤를리즈 테론(비커스 메레디스), 가이 피어스(피터 웨이랜드) 주연


1998년, 한국 최초의 영화관인 단성사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1912년에 만들어진 역사적인 건물이 허물어져야 한다는 것도 슬펐고, 더이상 한국에서는 70mm의 거대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도 슬펐다. 옛날엔 한개의 영화관에서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한개의 영화, 혹은 번갈아가며 동시상영을 했는데 90년대 말에 접어들며 CGV나 메가박스처럼 한개 건물에 작은 상영관이 여러개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모든 기존 영화관은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단성사는 마지막 70mm 영화를 상영한다고 공표했다. 영화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한국 역사상 최후의 70mm 초대형 와이드 스크린 영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오는 그 광활한 사막의 느낌은 현재 한국의 어떤 영화관에서도 맛볼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1962년 영화를 1998년에 극장에서 관람, 그것도 마지막 70mm 와이드 영화로 관람했던 만큼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내게 특별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장면 하나하나와 대사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게 되었다. 근데 이 영화를 2012년에 디지털에 3D로도 개봉하는 최신영화 속에서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관람 안한 분은 열람 자제


영화 '프로메테우스'는 리들리 스콧이 탄생시킨 전설의 작품 '에일리언(1979)'의 프리퀄적인 성격의 영화다. 리들리는 부정했지만 결국 프리퀄이고 '에일리언'을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에일리언'을 보지 않고도 즐길 수 있게끔 만든 영화일 뿐이다

영화 '에일리언(1979)'에는 통칭 '스페이스 쟈키(Space Jockey, 외계조종사)'라고 부르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외계인 사체가 나온다. 조종석처럼 보이는 것과 일체화가 된 것으로 보이는 그 시체는 결국 모든 에일리언 시리즈에서도 정체가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가슴에 뚫고 나온 흔적이 있던 것으로 보아 '에일리언'에게 희생된 외계인이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리고 '에일리언'으로부터 33년. 최초의 에일리언을 탄생시킨 리들리 스콧에 의해 드디어 스페이스 쟈키의 정체를 밝히는 영화가 나왔다. 그것이 바로 이 '프로메테우스'다. '에일리언'에 등장한 '스페이스 쟈키'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체 '에일리언'의 정체은 무엇일까? 애초에 '스페이스 쟈키'와 '에일리언'은 무슨 관계인 것인가? 이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는 결국 '인류의 기원'이라는 형태로 영화에서 풀어나가게 된다.

홍보영상들과 시놉시스를 보면 이미 인류의 기원은 외계인이고, '에일리언'에 등장한 '스페이스 쟈키'가 그 외계인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럼 이런 흥미진진한 소재들로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생각보다 영화는 쉽고 단순했으며 애석하게도 '에일리언'의 자기복제적인 성격이 강했다. 많은 장면들과 컨셉이 '에일리언'과 중첩된다. 어찌보면 리들리 스콧은 애초에 '에일리언'을 이렇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 1979년에는 기술과 러닝타임, 자금 등의 문제로 불가능했던 것을 이제서야 제대로 표현해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인류의 기원인 외계인은 시작부터 등장한다. 스페이스 쟈키와는 모습이 다르지만 누가 봐도 인류의 기원이 되는 외계인임을 알 수 있다. (스페이스 쟈키의 모습은 우주복이다)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지구의 아름다운 대자연을 보여준 뒤 등장한 이 외계인은 폭포 앞에서 뭔가를 먹어 스스로 붕괴되며 폭포 속에 떨어진다. 이후 나오는 유전자 파괴 및 변형의 장면. 지구에서 외계인이 자신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생명체를 창조하고 그것이 인류의 기원이 됨을 추측할 수 있다. 시작부터 영화 자체의 핵심을 바로 보여줘서 이게 뭔가 싶긴 하지만 다음 주인공 엘리자베스 쇼와 그의 남자친구 찰리 할러웨이가 고대유적을 발견하며 그들은 '왜' 우리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며 우주여행의 목적이 생기게 된다. 대체 외계인 창조주,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하는 말로 '엔지니어'들은 왜 인간을 만들었을까?


이윽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한 우주선에서 1962년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관람하는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남자는 영화의 대사를 수시로 따라한다. 남자는 곧 선원들을 냉동수면에서 깨운다. 곧 시작되는 총 책임자인 비커스 메레디스의 브리핑. 고압적인 태도인 이 여자는 선원들을 고용한 회사의 대표로 이 여행에 참석했다. 선원들은 우주선을 조종하는 선장(캡틴)과 조종사들, 고대학자, 지질학자, 생물학자, 의사 등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모였다. 그리고 처음부터 등장했던 남자의 이름은 데이빗. 회사에서 만든 인조인간이라 밝힌다.

우주를 여행하는 한척의 우주선, 냉동수면에서 깨어나는 선원들, 이어지는 식사 장면, 하나 껴있는 인조인간. 다분히 '에일리언'과 비슷한 상황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여자라던지, 선원들이 한 대기업을 통해 고용되었다는 것까지 동일하다. 선원들 중에 유난히 돈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는 것까지 동일하다. 이쯤되면 '에일리언'을 본 사람들을 위한 오마쥬라고 할 수 밖에 없겠다.

'에일리언'의 '노스트로모'호은 화물운반용 예인선이었던 반면, '프로메테우스'는 그 자체가 창조주를 찾아 나서는 여행이 목적인 우주선이다. (물론 '에일리언'에는 훌륭한 반전이 숨어있다) 각계 각층의 인물들은 대기업의 '돈'에 의해 고용되었으며 여행의 목적까지 비밀인 상황이다. 첫 브리핑을 통해 여행의 목적이 밝혀지고 한명이 인조인간인 것까지 밝혀진다. '에일리언'에서는 이것들이 전부 후반의 반전으로 나왔던 것과는 반대로 여기선 처음부터 진실을 폭로하고 시작한다. 그리고 곧 정체불명의 행성에 도착한다.

'에일리언'에서도 정체불명의 행성에서 나오는 신호를 쫓아 착륙 후 외계인의 우주선에 들어가게 되는데 '프로메테우스' 역시 해당 행성에 도착하여 탐사하다 거대한 인공구조물을 발견하고 안을 탐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인공구조물은 '에일리언'에 나온 외계인의 우주선과 똑같이 생겼다. 링 형태의 도넛을 한입 씹어먹은 듯한 모습의 그 우주선말이다.

이야기의 진행과정도 '에일리언'과 흡사하다. 발견된 창조주, 엔지니어들이 '무언가'에게 당해서 죽어있다는 것까지 말이다. 다만 여기에선 '에일리언' 대신 '에일리언'의 프로토타입으로 보이는 엔지니어들의 생체병기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생체병기들은 자신을 만든 엔지니어들을 죽이고 그 몸을 이용해 한층 더 진화한 생명체, 우리들이 기억하는 '에일리언'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다분히 상징적인 요소가 많다. 엔지니어-인간, 인간-인조인간, 엔지니어-생체병기, 인간-생체병기. 이들의 부모와 자식된 관계는 서로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또한 인조인간인 데이빗이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며 그 대사들을 따라하는 것에서 많은 요소들을 상징한다. 박사와 데이빗의 대화들을 통해서도 많은 상징적인 대사들이 담겨있다.


"엔지니어는 인간을 만들어냈다. 왜 만들었을까?" 할러웨이 박사의 질문에 데이빗은 '인간은 왜 저를 만들었을까요?"라 답한다. 박사는 "만들 능력이 되니 만들었지."라 답하고 데이빗은 "창조주들이 인간을 만들 이유를 그렇게 답하면 기분나쁘겠지요?"라 답한다.

또 회사가 없어지면 너는 자유가 되지 않냐면서 자신을 만든 회사를 없애고 싶지 않냐는 박사의 질문에 인조인간 데이빗은 '부모를 죽이고 싶어하는건 인간도 다 그렇지 않나요?'라고 대답한다.


브리핑에서 데이빗은 인조인간임을 아리면서 모든 것을 인간과 똑같이 만들었지만 '영혼'이 없다고 말한다. 위화감이 들지 않게 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모든 것이 인간과 같지만 '감정'만큼은 갖고 있지 않다고. 그래서인지 데이빗은 항상 웃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데 데이빗은 정말 감정이 없는 것일까?

데이빗은 '에일리언'에 나오는 인조인간 '애쉬'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수상쩍은 행동을 한다. 하지만 '에일리언'에선 그것이 전부 다 회사의 계략이었음이 밝혀진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역시 데이빗의 수상한 행동은 거의 다 회사 CEO의 계략이었음이 밝혀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밝혀지지 않은 행동들이 있다.

데이빗은 왜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쇼가 잠을 잘 때 그 꿈을 엿봤을까? 왜 엔지니어의 생체병기인 유기물을 가져와서 쇼의 애인인 찰리 할러웨이의 술에다 살짝 넣어 그를 죽게 만들었을까? 왜 쇼의 십자가 목걸이를 가져가서 주머니에 고이 간직했을까?

이건 데이빗의 이름이 2001년 영화 'A.I'에 인간의 감정을 가진 최초의 인조인간 이름이 '데이빗'이었음을 떠올리면 역시 관련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감정이 없다고 하지만 이해를 하지 못할 뿐 실은 이미 갖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위화감이 들지 않게 프로그래밍된 인조인간이 '좋아하는 영화(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수시로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오는 대사들을 중얼거리는 것은 인간들에게 위화감이 들지 않게 하려는 행위로 볼 수는 없을 듯 싶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한장면, 로렌스가 성냥불을 손으로 끄는 것을 보고 부하군인들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지요?'라 묻는다. 로렌스는 '뜨겁지 않다고 생각하면 돼'라고 쉽게 말한다. 이 대사를 데이빗은 읋조리며 좋아한다. 아랍인들에게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짓는 자'라 불린 로렌스가 데이빗의 롤모델이 된 것임을 암시하는데, 데이빗의 기묘한 행동들은 회사의 명령도 있지만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행동한 것들 또한 있음을 알 수 있다. 최후에 모든 것을 포기한 쇼에게 몸이 파괴된 자신을 도와달라 요청하며, 내가 왜 그래야하냐는 쇼의 질문에 엔지니어들이 남긴 우주선이 아직 있다고 말하는 것 역시 결국 그의 '의지'가 아닐까.


데이빗이 읆조리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대사는 계속해서 영화의 상징이 되어준다. 조물주가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행성에 도착한 선원들. 마음이 급한 할러웨이 박사는 날이 어두워지고 있으니 내일 탐사하자는 만류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빨리 뜯어보자'라며 말한다. (영화 속에서의 시간은 2039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데이빗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대사를 말한다. '사막엔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필요한 것도 없지'

기다리고 있던 것은 조물주 엔지니어들의 시체들. 그리고 정체불명의 꾸물거리는 검정색 유기물이 담긴 통들. 몰려오는 자기폭풍, 고립된 선원들, 그리고 나타나는 그 '무언가'.


그런데 사실 홍보영상과 시놉시스에서 공개된 것이 이 영화의 전부이다. 심지어는 홍보영상조차 그것이 클라이막스 장면. 영화 특성상 막 엄청나게 스펙타클한 작품은 아니다. '에일리언'처럼 조용조용하게 숨통을 조여오며 순간순간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는 방식의 SF호러이기 때문.

위에서 '에일리언'과의 연계성과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대사 활용, 엔지이너-인간-인조인간-생체병기들의 유기적인 관계와 상징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렇게 복잡한 영화는 아니고 정말 단순한 구조의 영화다.

인간을 창조한게 실은 외계인이었다. 외계인을 만나러 갔다. 외계인은 자기가 만든 생체병기 때문에 죽었다. 알고보니 외계인은 인류를 그 생체병기로 없애려고 한 것 같다. 습격해오는 생체병기와 살아남은 조물주 엔지니어. 인간을 왜 만들었냐고 물어봤지만 응답 대신 주먹질. 탐사원은 모두 전멸하고 주인공은 파괴된 인조인간과 함께 엔지니어들의 본성을 향하여 출발. 이것이 이 영화의 전부이다.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은 러브크래프트의 호러소설 '광기의 산맥(At the Mountains of Madness, 1931)'과 많이 닮았다. 크툴루신화를 창조한 인물로도 유명한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은 남극에서 과학탐사팀이 미지의 생명체와 그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도시를 발견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보다도 한층 더 이 '광기의 산맥'에 근접한 작품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일리언'의 프리퀄 격인 작품이면서도 내용이 전체적으로 '에일리언'과 거의 흡사하다. 그리고 좀 더 생각해보면 한층 더 '광기의 산맥'에 근접한 작품이다. 에일리언 자체도 러브크래프트의 괴물에서 영감을 받아 아티스트인 H.G.기거가 디자인을 한 것이었다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좀 더 러브크래프트스러운 괴물들이 나온다. '에일리언'에 등장하는 페이스허거나 체스트 버스터 같지만 좀 더 문어 같고 좀 더 매끈하게 잘 빠진 '무언가'들이 등장한다.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도 요즘 시점에서 보면 참 평범한 호러지만 그런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던 1931년에 '근원'이 되었기 때문에 대단해질 수 있었다. 영화 '에일리언(1979)' 역시 모든 에일리언 시리즈의 '근원'이 되었으며 SF호러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기 때문에 명작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의 형태를 그대로 답습한 '프로메테우스'는 애석하게도 더이상 새로움을 주지는 못한다. 뼌한 영화라고 혹평까지 당하기도 한다. 스토리나 형태는 '광기의 산맥'과 '에일리언'의 또다른 오마쥬일 뿐 신선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영상미만큼은 탁월하다. 대자연의 풍경부터 정체불명의 행성의 풍경, 거대 외계우주선의 내부,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검은 유기물, 그 안에서 나오는 '무언가', 주인공의 뱃속에서 나온 '무언가', 그것이 성장해서 된 '무언가', '스페이스 쟈키'의 시스템, 최후에 발진하는 거대 외계 우주선과 추락 등. '에일리언'의 시절에는 할 수 없었던 모든 표현을 이번 '프로메테우스'에서 해낸 것 같다. 어찌보면 리들리 감독은 1979년에 이런 식으로 '에일리언'을 만들고 싶었는데 당시엔 못하다가 33년만에 '프로메테우스'라는 형태로 완성시킨게 아닌가라고도 생각한다.

뻔한 내용과 뻔한 전개는 사실 이 영화의 결점이 되지 않는다. 이런 류 영화가 가장 완벽한 형태로 구축됐을 때 결국 이런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순간순간의 연출과 전개에 어색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쇼가 배를 갈라 수술을 한 다음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뛰어간다. 마취 및 봉합은 현대기술과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저정도의 조치만으로 과연 저렇게 잘 뛸 수 있을까. 분명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보면 당장 쓰러질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그 뛰어간 장소가 어떻게 웨이랜드사의 CEO가 숨어있던 의료실인가. 데이빗의 보고를 받고 이제 직접 조물주를 만나러 가려는 상황이었다고는해도 절묘한 상황을 넘어서 어색하기까지 하다. 수술을 해서 괴물을 떼어낸 뒤 뛰어갔더니 CEO가 숨어있던 방이라니...몇번을 생각해도 그부분이 너무 급작스럽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주인공이 택한 것은 슈츠를 입고 함께 조물주를 만나러 간다는 것이라니. 비틀거리며 외계 우주선 안에서도 당장 쓰러질 것 같아보이는데 결국 탈출까지 열심히 뛰어서 잘 해낸다. 수술한 직후라서 고통스러워하며 당장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꿋꿋히 잘 뛰고 피하고 구르고 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외계 의료시스템이라하지만 연출상 너무하지 않았나. 차라리 현대 의료시설과는 완전히 달라서 진통제를 맞으면 고통이 거의 없어진다던지 해야 가능한 액션들이 아니었나 싶다.

엘리자베스 쇼가 아픈 상태로 엔지니어를 만나러 간다던지, 가서 "왜 우리를 만들었냐"고 말하는 것이나, 맨 끝의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외계인 우주선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엔 엔지니어들의 본성으로 향한다는 것은 사실 납득이 가는 행동은 아니다. 다만 자포자기 상태에서 죽은 애인 할러웨이의 이름을 말하며 미안하다고 울부짖는 것을 보면 쇼에게 남은 것은 할러웨이가 그토록 바라던 '왜 우리를 만들었나'에 대한 대답을 자기가 대신 성취하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어색하다. 뭔가 좀 더 그게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는 없었을까. 수술실에서 괴물 떼어내고 비틀거리며 달려가보니 CEO가 아직 살아있었고 CEO의 목적을 안 뒤 자신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비틀거리며 따라간다. 이 과정의 연출이 어색했다.


또 하나의 불만은 클라이막스에 나오는 '특공' 연출이다. 마지막에 엔지니어들의 목적이 생체병기를 지구에 풀어 인류를 절멸시키려는 것임을 깨달은 쇼가 프로메테우스호에 남은 선장에게 지금 출발하는 외계인 우주선의 항선지는 지구이며 저게 지구에 도착하면 인류는 멸망한다고 외친다. 그 상황에서 선장은 이 배에는 무기가 없다고 말한 뒤 결국 프로메테우스호를 외계인 우주선과 부딪혀 자살공격을 하기로 결심한다. 생존한 두명의 선원들에게 조종은 자기 혼자면 충분하다며 말하지만 두명의 선원은 선장 혼자는 미덥지 못해서 놔둘 수 없다며 자살공격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이런 장면...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영화 등에 숱하게 나오는 '특공(자살공격)' 연출이다. 2차대전시 일본이 그렇게 즐겨쓰던 가미가제 공격. 그런 자살공격에 대한 미화는 일본의 수많은 문화 컨텐츠에 셀 수 없이 반복되며 하나의 형태로써 만들어지게 된다. 나는 그때문에 일본작품에 이런 특공 장면이 나올 때마다 '또냐?'하며 짜증이 나는데 자살공격에 대한 미화도 미화지만 똑같은 자살이래도 모든 연출이나 대사가 거의 똑같기 때문에 더더욱 짜증난다. 그런데 2012년도산 미국 최신 SF영화에서 이것과 똑같은 장면, 똑같은 대사가 나오니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엄청난 '명작'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몇가지 단점이 있음에도 전체적으로는 잘 만들어진 '수작' 정도는 된다. 'SF호러' 장르로써는 이정도면 잘 만들어지지 않았나. 뻔한 이야기는 이 분야의 원조인 '광기의 산맥'과 '에일리언'의 의도적인 오마쥬로 볼 수 있다.

오죽하면 '프로메테우스' 때문에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 영화화가 무산될 정도까지 되었겠나. 길예르모 델토로가 '광기의 산맥'을 영화화 준비중이었으나 프로메테우스의 영상을 본 뒤 '광기의 산맥에 사망 선고를 하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프로메테우스'는 이런류 영화, '광기의 산맥'풍 영화로는 현재로써는 가장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2012.6.7 19:35 상암 롯데시네마 관람)


우리집의 스페이스 쟈키(엔지니어) 피규어들. 정말 깜찍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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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블랙 2012/06/08 23:24 #

    리들리 스콧 감독 영화에서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편집과 뻔한 전개가 시작된건 '글라디에이터' 때부터 인것 같아요. 옥의티라고 할만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리들리 스콧 정도 되는 감독이 어째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나 싶었다니까요. '프로메테우스'는 도무지 극장에서 볼 엄두가 안나서 나중에 DVD 나오면 볼까 생각중입니다.
  • 플로렌스 2012/06/08 23:34 #

    어색한 편집과 뻔한 전개...프로메테우스의 단점을 말하자면 확실하게 그 둘이군요. 일단 스펙타클한 영상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가치는 있긴 했지만 리들리의 이름으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 tocky 2012/06/09 02:04 #

    안녕하세요 미성년자입니다 ^^ 오랜만에 뵈어요~~ 잘지내시나요?
    전 기대안하고 봤다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이틀동안 2회 관람했어요.

    집에 오니 왠지 '만들만하니까 만들었지' 라는 싱거운 대사가 자꾸만 머리를 맴돌더라구요.
    선문답 같기도 하면서 어찌보면 정답같기도 한..ㅎㅎ

    저도 아무도 피범벅이 된 쇼를 보고 눈하나 깜짝 안하는 것과
    수술실에 괴물 한마리가 있는데 역시 아무도 신경안쓰는거,
    프로메테우스 특공장면 등은 진짜 어이가 없더군요.

    특공장면 보면서 후반부 감독이 마이클 베이로 바뀌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심지어 캡틴은 콧노래까지 불려요! 으악!!ㅋㅋㅋ


    아 그리고.. 의료 머신에서 탄생한 고놈은 남성의 정충에서
    모티브를 따온듯 하다는 평이 있던데 그럴싸하더군요.
    이번에도 기거가 미술을 담당했는지는 몰라도, 볼거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너무나 허접한 부분과 너무 좋은 부분이 뒤섞여 있는 느낌이랄까요. 흐흐.


  • 플로렌스 2012/06/09 03:03 #

    사실 SF호러 부분에선 이보다 더 잘나오긴 힘들테니 너무 기대하지만 않으면 괜찮은 느낌, 어색하고 이상한 부분과 잘만든 부분이 뒤섞인 그 기묘함이란...!
  • cava 2012/06/09 03:05 #

    와와....정말 잘 읽었어요! 정말 만들고 싶었던 에일리언을 다시 만들었다는 말씀이 딱이네요.
    어색한 부분은 정말 어색했지만 못지않게 심오한 부분도 많아서 뭐라할수 없는...ㅎㅎ 하지만 괜찮은 영화였어요.
    궁금한게 많지만 다 안밝혀줘서 재미있구요. (안가르쳐줘서 재미있단 생각을 한건 처음인것 같아요)

    그리고 데이빗은 참 좋은 캐릭터입니다 ㅜㅜb
  • 플로렌스 2012/06/09 17:53 #

    어색한 부분과 괜찮은 부분이 섞여있었지요. 전 크게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옥의 티 같은 부분이 많았음에도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 FlakGear 2012/06/09 09:33 #

    영화가 주인공이 찾으러 떠난 것과 비슷하단 생각을 하게됩니다. 의미가 있을듯있을듯 하면서 없을지도 있을지도 모르는... 심오함과 엔터테인의 경계말이죠.

    암튼 고전의 미학을 현재에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저는 재밌었습니다.
  • 플로렌스 2012/06/09 17:53 #

    딱 고전스러웠지요.(^.^)
  • 2012/06/09 11:1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플로렌스 2012/06/09 17:53 #

    헉, 1이 어디로...수정했습니다;
  • 블랙 2012/06/25 20:22 #

    마침 공짜표가 생겨서 오늘에야 극장에서 프로메테우스를 보게되었는데 예기 듣고 짐작했던 대로의 작품이었습니다. 좀 지루할줄 알았었는데 생각보다 전개가 빠르네요.

    동양계 승무원 생긴 모습보고 약간 '싸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플로렌스 2012/06/25 21:40 #

    묘하게 어디서 본 사람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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