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로부터 3년, 두 개의 문 (Two Doors, 2012) 영화감상

두 개의 문 (Two Doors, 2012)
김일란, 홍지유 공동 제작/감독


용산참사에 대한 다큐멘터리. 시간대별로 인터넷TV가 촬영한 영상들, 대책위와 철거민 측 변호사의 영상, 경찰들의 증언 육성 재연, 자필 진술서, 채증 영상을 보여주며 사건을 되짚어,보게 해주는 영화다. 전부 실제 사건과 영상, 녹음 기록 등을 이용했기 때문에 생생한 편. 유가족 및 전철연 측의 주장은 아예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감정에 호소하는 부분이 없다. 다만 당시 사건들을 담당했던 변호사를 중심으로 객관적인 증거들을 되짚어보며 당시 상황에선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공권력 강화'를 공식으로 공표하는 뉴스에서 시작된다. 국민들의 집회, 시위는 엄정하게 다루겠으며 그것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이명박의 연설.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에 대한 항목은 건너 뛰고 곧바로 용산참사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간다.

용산참사의 희생자들이 철거민이다보니 전쳘연이 개입하였고 그 과정에서 골프공 새총이나 화염병을 투척하였다. 이것들이 시민들에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일반 경찰이 아닌 대 테러집압용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증거자료들을 통해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기 이전, 이미 농성 첫날부터 곧바로 진압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결과 유래없는 농성 25시간 이내 강경진압이 벌어진 것이고, 그것이 결국 대참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날이 밝기 전에 강제진압하라는 명령하에 힘없는 말단 경찰들은 어둠속에서 화염병이 날아오는 건물로 뛰어갈 수 밖에 없었다.

건물 꼭대기에 설치한 컨테이너에는 들어가는 문이 2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경찰특공대는 어느 문으로 들어갈지, 해당 건물의 내부 구조는 어떤지조차 설명을 듣지 못하고 다급한 출동명령에 무작정 강제진압에 나섰다는 것이 밝혀진다. 영화의 제목인 '두개의 문'은 그 컨테이너의 2개의 입구를 뜻하기도 하고, 사망한 철거민과 경찰 양쪽을 뜻하는 듯 하기도 하다.

당시 상황은 경찰청장이 바뀌며 이명박에게 충성을 보여주고 싶어서 농성이 들어간 당일부터 대 테러 전문부대까지 투입하여 철거민들을 강제진압하였고, 경찰들도 철거민들도 아무런 준비나 대책없이 서로 충돌했으며 그 결과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다.

경찰은 많은 채증요원을 두고 당시 진압작전에 함께 참여하여 영상을 담았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촬영 도중 중요한 화재 발생 순간부터는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채증요원이 그렇게 많았는데 어째서 화재 발생 순간의 영상만 사라졌을까. 이 때 검찰의 초도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무리한 진압을 강행했다는 결론도 났고, 다양한 조사를 했지만 당시 수사기록 중 3000쪽을 공개하지 않았다. 변호인단 측에서 당시의 수사기록을 요구했고 법원에서도 그렇게 하도록 결정했지만 검찰은 결국 수사기록의 1/3을 은폐하고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사건 발생 직후 사망한 철거민들의 시체와 특공대원 시체는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알아채지 못하게 곧바로 사라졌으며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어느새 부검까지 마친 상태였다.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에 강제진압을 통해 구타나 기타 사유로 시민이 사망하면 곧바로 부검부터해서 시체를 훼손시켜버린 뒤 사망요인을 다른 것을 갖다붙이는 수법을 많이 썼는데 이명박 정권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렇게 용산참사에는 경찰과 검찰 측에서 수상쩍은 행동으로 가득했다.

당시 용산참사로 독재정권 흉내를 내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언론이 악화되었고, 청와대에서는 검찰과 경찰을 통해 연쇄살인범 사건을 대대적으로 공표하도록 지시하였고, 언론조작까지 하여 용산참사는 보도하지 않으며 연쇄살인범 뉴스만 일주일동안 나오도록 조치하였다. 그러다가 청와대가 이메일을 통해 그런 언론조작에 개입했다는 것이 발각되자 이메일을 보낸 행정관만 사직시키는 것으로 넘어가버렸다.

용산참사의 책임공방은 결국 법정으로 넘어갔고, 경찰기동대의 사망에 대한 책임을 철거민 쪽에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며 법적사건은 종료되었다. 결국 철거민들은 집과 생계를 잃은 것 뿐 아니라 가족을 잃기도 했고, 징역 5~6년에 처해지는 형벌까지 받게 되었다. 그리고 철거민 측 사망자에 대한 정부와 경찰의 보상이나 책임은 전혀 없었다. 이 사건을 일방적으로 철거민 측의 책임으로 종결시킨 판사는 대법원장으로 승진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건의 정황들이 담담하게 시간대별로 실제 영상과 당시 문서, 음성 녹음, 음성 재연 등을 통해 흘러나간다.

확실한 것은 경찰은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하므로 자신들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 악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망자까지 나왔다. 철거민은 전철연의 개입으로 폭력성이 덧씌워졌지만 이명박 정부와 대기업 건설사의 횡포로부터 자신들의 삶을 지키려고 아둥거린 것 뿐이었다. 철거민들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면서 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어느 가게에나 있는 권리금이 법적으로는 보장받지 못하는 것과, 건물이건 땅이건 실제 서류상에 있는 시세보다 현실의 시세가 훨씬 비싸다는 것, 그런데 법적으로는 서류상으로 있는대로만 하기 때문에 철거민에 대한 보상이 현실적일 수는 없다. 그 돈으로는 어디로 가서 기존에 하던대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용산참사의 책임은 대테러 진압용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해서 농성 당일날 바로 강경진압을 지시한 권력자에게 1차적인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끝없는 사건사고에서 항상 '머리'가 되는 원흉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고 꼬리만 잘려나간다. 지금까지도 김구의 살해를 지시한 우두머리가 누군지, 전두환의 국가전복 쿠데타 시기에 광주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하라고 지시한 우두머리가 누군지 안밝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장점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남아있는 영상과 채증, 증언 등 객관적인 자료들을 중심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하지만 누구라도 영화를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는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당시 정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했던 사람들도 알 수 있었겠지만 정부의 끊임없는 언론조작 노력으로 국민들 머릿속에서 거의 잊혀져간 사건이었다. 이 영화는 객관적인 자료를 정리한 다큐멘터리인 만큼 당시의 사건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며 무엇이 옳고 그른건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 본편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공식 포스터의 경찰기동대 대원은 영화 중에 나오지 않는다. 그 정체는 실은 '습지생태보고서'를 그린 만화가 최규석이라고 한다.

영화의 공동 제작자인 김일란, 홍지유 감독의 무대 인사.


(2012.6.19 20:00 용산CGV 관람)


두개의 문: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덧글

  • 2012/06/26 11:4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플로렌스 2012/06/26 13:50 #

    네, 괜찮습니다. 출처만 밝혀주세요. (^.^)
  • 카프카 2012/06/26 16:03 #

    예, 고맙습니다. 내일 중으로 http://blog.naver.com/2_doors/에 올라갈 겁니다. 출처, 링크는 물론 명기하고요. : )
  • Aprk-Zero 2012/07/08 12:48 #

    네이버 영화 리뷰에서 평점이 낮아서 이상했는데...다시보니 볼 가치도 없는 글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네이버 영화가 원래부터 이랬나 보군요...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7975
  • 플로렌스 2012/07/08 14:06 #

    현 정부와 새누리당 알바가 가장 득실대는 곳이 네이버니까요. 역선동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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