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3부작의 결말,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 영화감상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2012.7.19)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찬 베일, 앤 해서웨이, 조셉 고든 래빗, 톰 하디 주연


스포일러 포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이 드디어 끝이 났다. 3부작 내내 일관되게 '공포'에 대한 '극복'과 '선택'의 문제, 무엇인가를 대표하는 '상징'을 논했던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통하여 그 모든 것을 다시 한번 논한 뒤 깔끔하게 정리를 했다. 전작인 '다크나이트'가 하나의 완성된 범죄영화로써도 최상급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교되긴 했지만 '배트맨 비긴즈'부터 시작된 그 주제의식은 이렇게 끝내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고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배트맨 비긴즈'와 연결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보니 독립적인 작품으로 봤을 때엔 불완전한 면이 강하고 쉽게 남에게 추천하긴 힘든 영화다. 하지만 전작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전작들과 이어지는 마지막편이라면 훌륭한 결말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3시간 가까이 되는 상영시간. 그 긴 시간동안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재밌는 영화였다는 것이다. 3시간 중에 배트맨이 안나오는 시간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배트맨이 주인공인데 배트맨이 별로 안나오는 영화. 그 시간동안에는 열혈경찰 존 블레이크가 차기 주인공을 노리기라도 하듯 열심히 뛰어다닌다. 1대 캣우먼인 셀리나 카일이라는 매혹적인 여자 캐릭터나, 그 룸메이트인 홀리 로빈슨(원작에선 2대 캣우먼), 메인 악역인 베인, 웨인사의 이사이자 흑막인 미란다 등 신캐릭터들이 대거 출연하며 배트맨의 빈자리를 열심히 채워준다.

'배트맨 비긴즈(2005)'에서 부르스 웨인은 부모님의 죽음으로부터 이어지는 '공포'의 극복을 자신이 그 '공포'의 '상징'이 됨으로써 극복한다. 쉐도우에서 특훈을 마친 뒤 살인을 하지 않고 라즈 알 굴과 싸우기로 '선택'을 한 배트맨. '공포'의 '상징'이란 점에서 스캐어스로우는 작품 컨셉에 어울리는 좋은 악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크나이트(2008)'에서 선을 '상징'하는 배트맨과 악을 '상징'하는 조커, 선과 악을 둘 다 상징하는 '투페이스'를 등장시키며 완성도 높은 한편의 범죄영화로써도 한 획을 그었다. 배트맨이 악당들에게 '공포'를 상징한다면 조커는 경찰과 고담시민들에게 '공포'를 상징한다. 하비댄트는 박쥐가면이 필요없는 고담시의 새로운 '상징'이 되는 듯 했고, 조커는 배트맨과 하비댄트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그 끝에 하비댄트는 새로운 악당으로 각성하고 배트맨은 비참한 결말에 직면하기까지. 전작에서 허수아비 가면을 쓰며 '공포'의 악당을 상징하는 '스케어크로우'가 서브악당으로 나왔던 반면, 다크나이트에서는 '선택'을 상징하는 '투페이스'가 서브악당으로 출연한 것을 보면 결코 적당히 선정한 캐릭터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시리즈의 스토리 흐름과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크리스토퍼 놀란이 배트맨이라는 작품을 통하여 '공포', '선택', '상징'을 논하기 위한 절묘한 장치였다.

그리고 드디어 '다크나이트 라이즈'. 이번 역시 수많은 '상징'과 '공포'와 '선택'이 나온다.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재기(극복)'까지. 전작의 하비덴트법으로 어느정도 치안이 유지된 고담시, 하비덴트를 대신하여 살인누명을 뒤집어쓴 배트맨은 활동을 접고,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브루스 웨인은 히키코모리가 되어있는 상황. 마치 '배트맨 비긴즈'에서 부모님을 잃고 폐인처럼 살아가던 젊은날의 브루스웨인과 오버랩이 된다.

그러나 새로운 '공포'의 '상징'인 베인이 등장하고, 브루스 웨인은 다시 한번 배트맨이 되기를 '선택'한다. 그러나 적들의 계획적인 주가조작으로 전재산을 잃고, 베인에게 섣부르게 덤볐다가 재기불능 상태에 빠진다. 배트맨이 감금된 곳이 배트맨 비긴즈에서 어렸을 때 떨어졌던 우물과 같은 천장이 있고, 그 천장을 통해 탈출하면 세상으로 바로 빠져나갈 수 있다. 의도적으로 배트맨 비긴즈에서 보여줬던 '공포'의 '극복'에 대한 시초를 아예 똑같은 형태의 감옥을 통해 오버랩시켜주고 있다. 심지어는 감옥에서 그 원형천장을 바라볼 때 아버지가 나타나서 구출해줬던 장면까지 슬쩍 보여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라즈 알 굴 까지 환영으로 재등장해서 배트맨 비긴즈의 대화들을 다시한번 기억하게 해준다. 감옥에서 갖혀있는 의사와 '공포'의 '극복'에 대해서 논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자기 자신이 '공포'가 됨으로서 '공포'를 '극복'했던 배트맨 비긴즈. 이번에는 '공포'를 느껴야 비로소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물과 같은 천장을 통해 밖에 나가기를 '선택'한 브루스 웨인. 배트맨을 도울 것인가 배신할 것인가라는 '선택'에서 끊임없이 갈팡질팡하던 셀리나 카일(캣우먼). 고담시를 무법지대로 만든 뒤 한명이라도 시를 빠져나가려하면 원자폭탄이 터진다고 경찰들과 시민들에게 '범죄의 자유'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는 베인, 사형당할 것인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추방형을 당할 것인가의 '선택'을 강요하는 스케어크로우의 법정, 베인과 싸울 것인가 포기하고 집에 처박혀 있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고담시 경찰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며 원자폭탄을 바다로 운반하는 '선택'을 하는 배트맨...수많은 '선택'의 기로 속에서 고든을 도와 베인과 싸우는 존 블레이크(로빈)는 최후에 형사 신분을 버리고 배트맨의 뒤를 잇는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하비덴트법 덕분에 배트맨이 필요없어졌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 때문에 브루스 웨인이 되지 못했던 브루스. 그는 최후에 브루스 웨인의 신분조차 사망한 것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배트맨 마크를 고든이 사용하는 조명등 위에 남긴 것은 왜일까? 이후 로빈과 함께 배트맨으로서 활동하기 위한 여지일까? 아니면 로빈에게 뒤를 맡긴다는 뜻일까? 후속편이 나오지 않을테니 알 수 없지만 후속편이 나오더라도 배트맨 주연은 확정이니 아마도 로빈과 함께 싸웠겠지.

'배트맨 비긴즈'와 연결되는 수많은 복선과 암시, 상징이 가득한 영화. '배트맨 비긴즈'를 봐야만 비로서 하나의 완성도를 갖게 되는 영화이다. 독립된 작품으로써는 좀 불완전한 면이 많다. 주인공인 배트맨은 영화 내내 갖혀서 탈출하려고 발버둥만치고 있고, 실제로 고담시에서 베인과 맞서 싸우며 원자폭탄을 찾아 종횡무진 활약하는 것은 고든과 존 블레이크 두사람이니까. 실질적으로 중반부는 거의 존 블레이크가 주인공이었다.

'배트맨 비긴즈'에선 고담시는 범죄자들과 경찰들이 한편인 몰락한 도시였고 배트맨이 그것을 갱생시키는 과정을 다뤘다. '다크나이트'에서는 드디어 경찰들도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고 배트맨도 범죄자들과 맞서 싸웠다. 그러나 하비덴트의 죽음과 함께 배트맨도 범죄자의 범주에 들어가버린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경찰들이 범죄자보다 배트맨의 체포를 우선시한다. 그러다가 베인에 의해 다시 예전의 고담시처럼 범죄자 천국이 된 이후, 비로소 경찰들과 배트맨이 힘을 합쳐 범죄자들에게 맞서 싸우게 된다. 3부작에 걸쳐 변화하는 고담시와 경찰들의 모습, 입장의 차이가 재미있다.

독립된 작품으로 봤을 때엔 배트맨 비긴즈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 쉽게 추천해줄 수 없는 영화이다. 그러나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거쳐 '다크나이트 라이즈' 이렇게 3개의 영화를 하나로 묶어 3부작으로 봤을 때엔 이보다 완벽한 결말이 있을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공포', '극복', '상징', '선택'이라는 주제를 놓고 배트맨이라는 오브제를 사용하여 많은 볼거리와 생각할거리를 제공해주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독특하고 멋진 명작 3부작을 탄생시킨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경의를 표한다.

(2012.7.22, 14:00, 홍대 롯데시네마 관람)

덧글

  • 훌리건스타일 2012/07/31 20:06 #

    http://pds25.egloos.com/pds/201207/23/18/c0099018_500d593da2c87.jpg

    진짜 감동적이거나 슬픈장면이 없이도 북받히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 플로렌스 2012/07/31 17:48 #

    맨 끝에 배트맨 죽을 때 우는 사람 많았는걸요! 뭔가 전형적인 감동이긴 했지만 참 좋았습니다.
  • 훌리건스타일 2012/07/31 20:06 #

    배트맨 비행기 자동장치를 고쳤을게 너무 뻔해서 (....)
  • 잠본이 2012/07/31 12:04 #

    홀리는 꽤 까불거리더니만 중반 이후 실종되셔서 눙물이...(배우가 무려 삼총사3D의 왕비님)
  • 칼슈레이 2012/07/31 15:01 #

    홀리 로빈슨 역 오디션에 참석한 다른 인물들이 무려 클로이 모레츠와 제니퍼 로렌스였다지요...ㅎㄷㄷ
  • 플로렌스 2012/07/31 17:49 #

    원작에선 중요 캐릭터이니 배역 선정도 고심한 듯 싶습니다;;
  • 잠본이 2012/07/31 23:11 #

    근데 중요해봤자 이번편 이후로는 더 나올 일이 없으니 마무리라도 제대로 해줬으면 했는데 말이죠 T.T
  • 타츠란 2012/07/31 12:57 #

    다시 보고 싶어 안달나는 중입니다..-ㅅ- 아이맥스 자리잡기가 어려워요.
  • 플로렌스 2012/07/31 17:49 #

    저도 아이맥스로 다시 보고 싶은데 기회가 참...
  • FlakGear 2012/07/31 17:26 #

    영화로서는 재미로나 의미로나 매우 흥분스러운 영화였죠
  • 플로렌스 2012/07/31 17:50 #

    긴 러닝타임 때문에 조금 걱정했는데 배트맨이 나오지 않는 시간동안에도 의외로 지루하지 않게 잘 볼 수 있었습니다. 재밌었지요.
  • 알트아이젠 2012/07/31 21:19 #

    확실히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전설의 끝을 멋지게 맺었다는데는 이의가 없습니다.
  • 플로렌스 2012/08/01 00:05 #

    3부작의 완결편으로써는 더할나위 없었지요.
  • 알비레오 2012/08/01 01:15 #

    정말 멋진 3부작이었네요. this is 3부작! >_</
    결말에 대해서도 말들이 좀 있는 것 같더군요. 저는 안 죽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토니 스타크도 살아 돌아왔는데 브루스가 죽었을리 없어!!)
    그나저나, 서울은 아이맥스표 구하기 힘든가 보군요. 대전은 널널한 것 같던데. 저도 조만간 또 보러갈 예정.
  • 플로렌스 2012/08/01 10:01 #

    아이맥스 표 구하기가 정말 힘들지요; 또 봐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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