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너마저 - 골든-힛트 모음집 [앵콜요청금지.] (2012) 뮤직머신

브로콜리 너마저 - 골든-힛트 모음집 [앵콜요청금지.] (2012.7.12)



수차례의 발매 연기.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르겠다. 6월 중순에 이미 음원이 공개되었고 6월 28일에 발매한다고 하더니 한주 미뤄져서 7월 5일에 발매된다고 하고, 7월 5일에 음반점에 갔더니 7월 12일로 또 발매연기가 되었다고 하고...수차례 허탕을 치게 만들더니만 드디어 발매되었다.


서울대 노래패 동아리 '메아리'에서 시작된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현재는 덕원(베이스/보컬), 류지(드럼/보컬), 잔디(키보드), 향기(기타)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 하면 초창기부터 여성보컬이었던 계피가 유명했는데 히트앨범인 EP 및 1집에 참여한 보컬이었다. 그러나 계피가 밴드를 나가며 판권에 문제가 생겨버리는 바람에 히트앨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EP와 1집은 영원히 재판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원 보컬인 계피의 요청으로 EP와 1집의 재판은 영원히 불가능하게 된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음원 서비스도 중단. 그래서 기존의 노래들은 구매는 물론 들어보는 것조차 영원히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그때문에 기존에 여성보컬인 계피가 불렀던 곡들을 남성보컬인 덕원이 다시 부르며 재녹음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이 리레코딩 앨범 '골든-힛트 모음집 앵콜요청금지.'다.


브로콜리의 히트앨범 EP '앵콜요청금지'에 수록되었던 말, 끝, 앵콜요청금지, 마침표, 청춘열차, 안녕과 히트앨범 1집 '보편적인 노래'에 수록되었던 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봄이 오면, 두근두근, 속좁은 여학생, 2009년의 우리들, 말, 안녕, 편지, 앵콜요청금지, 보편적인 노래, 유자차가 모조리 이번 리레코딩 앨범 '골든-힛트 모음집 앵콜요청금지.'에 수록되었다. 거기에 이번에 새로 낸 싱글 '잔인한 사월'을 포함하여 무려 17곡. 한장의 CD에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기 때문에 2CD로 발매되었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CD 1
01. 춤 (Vocal: 덕원)
02. 끝 (Vocal: 덕원)
03. 청춘열차 (Vocal: 덕원)
04. 봄이 오면 (Vocal: 덕원)
05. 잔인한 사월 (Vocal: 덕원)
06. 말 (Vocal: 덕원)
07. 마침표 (Vocal: 덕원)
08. 2009년의 우리들 (Vocal: 덕원)
09. 보편적인 노래 (Vocal: 덕원)
10. 그 모든 진짜같던 거짓말 (Instrumental)
11. 앵콜요청금지 (Vocal: 류지)

CD 2
01. 유자차 (Vocal: 덕원+류지)
02.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Vocal: 류지)
03. 속좁은 여학생 (Vocal: 류지)
04. 두근두근 (Vocal: 류지)
05. 편지 (Vocal: 류지&덕원)
06. 꾸꾸꾸 (Vocal: 류지)


일부러 어설픈 초창기 브로콜리 느낌을 내고 싶었는지 원테이크로 녹음했다고 하는데 그때문에 보컬 음정 등에 불안함이 보인다. 덕원은 괜찮은데 여성보컬을 담당한 류지의 목소리가 흔들리거나 불안정할 때가 좀 많다. 원래 여성보컬이던 계피가 불렀던 곡들을 대부분 남성보컬인 덕원이 부르며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곡 또한 원곡 그대로 하기보단 대담한 어레인지가 가해진 곡이 많다.


'청춘열차'는 원래 좀 브로콜리답게 촌스러운 맛이 있는 곡으로 3rd demo에서는 칩튠 스타일의 히든 트랙까지 넣었는데, 이 리레코딩 앨범에 수록된 버전은 꽤 세련된 느낌이 들게 어레인지되었다. 인트로의 키보드 소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안정된 연주, 남/녀보컬의 적절한 혼성화음의 후렴구, 스리슬쩍 멋들어지게 넣는 엇박에 깔끔한 마무리까지. 개인적으로는 이번 리레코딩 앨범 버전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봄이 오면'은 원래 그렇게 좋아하지 않던 곡인데 이번 리레코딩 앨범은 꽤 취향에 맞게 되었다. 역시 원곡은 좀 촌스러운 곡이었는데 이번 버전은 일렉기타 사운드도 좀 더 강하게 바뀌었고 다양한 사운드 효과로 촌스러움을 배제하여 멋진 곡으로 재탄생시켰다.

'말'은 피아노 인트로로 시작하는 것부터 반주 전반에 걸쳐 피아노 소리로 멋들어짐을 더해준다. 아웃트로의 피아노 마무리는 인트로와 동일하지만 끝에 배치함으로 또 색다른 느낌이 든다. 혼성화음의 후렴구도 예전보다 세련되어졌고 전체적으로 템포는 원곡보다 느리고 차분해진 것 같지만 나쁘지 않다. 멋있어졌다.

'마침표' 역시 원곡에 비해 대담한 어레인지가 이루어진 곡. 디스토션 가득한 사운드. 베이스도 묵직하고 기타도 그렇고. 몽환적인 느낌마저 든다. 슈게이징이라고 해야할까? 다양한 이펙터 사용으로 징징징 울리는 느낌이 좋다. 기존의 브로콜리 너마저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 곡이지만 나쁘지 않다. 애초에 이 '마침표'라는 곡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런 식의 어레인지에는 제법 궁합이 좋은 곡이었는지 꽤 괜찮은 노래로 재탄생했다. 과감한 어레인지로 무려 6분 25초.

'2009년의 우리들'은 인트로부터 시작되어 곡 전반에 걸쳐 들어간 기타 연주가 인상적이다. 역시 후렴구의 혼성화음이 듣기 좋다. 여성 보컬이었던 계피의 노래들을 남성 보컬인 덕원들이 부르며 리레코딩 앨범의 곡들은 편곡 이전에 일단 독특한 느낌이 든다. 덕원 역시 기존 브로콜리 너마저 보컬이다보니 익숙한 목소리이기는 한데, 여성보컬로 기억하던 브로콜리 노래들을 남성보컬로 듣는 맛이란.

'보편적인 노래'는 원곡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4분 20초 정도에서 곡이 끝나는 듯 싶더니 거의 무반주인 상태에서 여성보컬(류지?)가 클라이막스라고 해야할까 브릿지라고 해야할까. 그런 부분을 부른 뒤 혼성으로 바뀌며 뒤 다시 후렴구의 반복. 다음 연주로 마무리. 덕분에 무려 7분이 넘는 곡이 되어버렸다.

1분 남짓하는 피아노곡 '그 모든 진짜같던 거짓말'은 3rd DEMO에 수록되었고 1집에서는 '안녕'이란 이름으로 수록되었던 곡인데 여기에서는 다음 트랙인 '앵콜요청금지'의 인트로 성격의 연주곡이 되어버렸다. 이어지는 '앵콜요청금지'는 여성보컬인 류지의 곡이다. 계피의 보컬을 전부 덕원이 할 줄 알았는데 CD의 맨 마지막 곡에서 갑자기 여성보컬이 나와 놀랬다. 예전 곡에 비해 보컬도 그렇고 연주도 그렇고 담백한 느낌이 든다. 이 '앵콜요청금지'라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째 더이상 계피는 요청하지 말라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니 그만하라고 힘들어하며 담담하게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 현재의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컬을 과거 계피랑은 비교는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나도.

'유자차'는 기타 하나로 부르는 포크곡으로 어레인지되었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에 멜로디언 사운드가 뒷받침해준다.(멜로디언 맞나? 키보드로 흉내만 낸 것 같은데...하모니카 흉내인 것 같기도.) 1절은 덕원, 2절은 류지가 부르는데 류지의 '좋았었잖아'라 부르는 부분이 좋다.

'속좁은 여학생' 역시 어레인지가 많이 가해져서 인트로만 들었을 땐 무슨 곡인가 했었다. 템포가 좀 더 빠른 느낌이 들며 귀여운 느낌이 든다. 곡에 걸맞는 좋은 어레인지다. 1절 끝나고 힘없이 '기타...'라 말하는 부분 묘하게 마음에 든다. 2절 끝나고 에코 가득 들어간 기타 연주가 나오다가 키보드에만 맞춰 부르다 저 멀리서 '하나 둘 셋 넷!'하는 소리가 들린 뒤 다시 후렴구가 이어지는 부분도 재미있다.

'두근두근'은 원래부터 덕원이 부르던 곡인데 이번엔 류지가 부른다. 계피가 부르던 것을 덕원이 불러도 기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덕원이 부르던 것을 류지가 불러도 색다른 맛이 있다. 편곡은 박자부터 뭔가 좀 능청스러운 느낌이 들게 바뀌었다. 전반적으로 리레코딩 앨범의 어레인지는 다 마음에 든다. 다만 '두근두근'은 예전 덕원 보컬 때가 좀 더 좋았던 것 같다.

'편지'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류지와 덕원이 함께 부르는 곡으로 어레인지되었다. 원래는 계피 곡이었고 모던락 넘버였는데 잔잔하게 피아노 하나에 맞춰 혼성으로 부르게 되니 역시 색다른 느낌이 든다. 리레코딩 앨범은 전반적으로 귀에 잘 안들어오는 곡을 중심으로 좀 잘 안듣던 곡들을 다시 한번 주목하게 만들게끔 과감한 어레인지가 가해진 듯 싶다.

'꾸꾸꾸'는 포크 냄새 물씬 나는 곡으로 어레인지가 되었다. 아르페지오가 아닌 피킹 중심으로 정겨운 분위기에 다같이 부르는 후렴이라던지. 무슨 캠프파이어 같은 곳에서 통기타 치면서 학생들이 다함께 부르는 그런 분위기? 원곡도 좋았지만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이번에 발매된 '골든-힛트 모음집 [앵콜요청금지.]'는 원 보컬인 계피와의 불화로 인하여 영원히 재판 및 청취가 불가능해진 브로콜리 너마저의 히트 EP앨범 '앵콜요청금지'와 1집 '보편적인 노래'를 하나로 합쳐, 현재의 브로콜리 너마저가 다시 어레인지하여 만든 앨범이다. 전반적으로 곡들이 어레인지가 많이 되었고, 귀에 잘 안들리는 곡일수록 과감한 어레인지를 통하여 한층 세련되고 쓸만한 곡으로 재탄생시킨 점이 돋보인다.

'브로콜리 너마저'는 좀 촌스럽고 풋풋한 사운드에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특징인 밴드였다. 그리고 그런 밴드 성격에 계피의 보컬은 찰떡궁합이었다. 하지만 계피는 나갔고, 브로콜리 너마저는 한층 성장했다. 연주 실력이나 편곡 실력도 좋아졌다. 어느 밴드나 제자리에 머물 수는 없다. 현재의 브로콜리를 보여주는 음반이 바로 이번 앨범인 것이다.

현재의 언니네 이발관에서 1집의 그 촌스러움을 다시는 느끼고 싶어도 느낄 수 없고, 현재의 루시드폴에서 촌스럽지만 예쁜 멜로디가 특징이던 모던락 밴드 미선이는 다시 한번 느낄 수 없다. 영원히 말이다. 변하지 않는 밴드는 없다. 촌스럽고 풋풋하던 밴드도 반드시 세련되어지고 성장한다. 의도적으로 촌스러운 사운드를 낸다하더라도 기존의 그 느낌은 낼 수 없다.

계피는 나갔고, 예전음반들은 다시는 재판안된다. 예전의 그 보컬에 그 사운드는 다시는 들을 수 없다. 정 듣고 싶으면 예전 음반을 들으면 된다. 그렇게 계피와 옛날 브로콜리를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시절의 히트앨범인 EP와 1집은 갖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구 팬들이 아무리 뭐라해도 계피가 다시 브로콜리에 돌아갈 일은 없고 옛날 음반들이 재판될 일은 없다. 이제 그만 포기해라. 뒤늦게 초창기 브로콜리의 음악을 좋아하게 된 사람은 5배 프리미엄 가격에라도 옛날 EP와 1집을 사는 수 밖에 없다.

이번 음반은 현재의 '브로콜리 너마저'의 앨범이다. '앵콜요청금지'에 마침표를 꾸욱 찍은 골든-힛트모음집 [앵콜요청금지.] 답게 EP와 1집의 히트곡을 '현재'의 브로콜리 멤버들이 전부 불렀으며 계피가 있던 그 촌스럽고 풋풋하던 옛날 밴드와는 영원한 결별을 선언했다. 이제 정말 끝이다. 브로콜리 얘기할 때 계피 얘기 좀 그만하자. 영원히 재판도 안될 초창기 음반들과의 비교는 그만두자.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번 음반이 훨씬 세련되고 듣기 좋다. 그 촌스럽고 풋풋함 자체가 브로콜리의 매력이긴 했지만 밴드가 몇년이 흘러도 그런 사운드밖에 못내고 문제있는 것이 아닐까. 나역시 촌스럽고 풋풋한 사운드에 매료되어 브로콜리를 좋아하기 시작했지만 계피 없는 보컬에 세련되어진 사운드를 지닌 이번 앨범의 브로콜리도 충분히 현재의 브로콜리로써 마음에 든다.

EP '앵콜요청금지', 1집, 3rd DEMO, 2집, 그리고 이번 골든-힛트 모음집 [앵콜요청금지.].
초창기부터 들어왔지만 난 지금의 브로콜리가 과거보다 나으면 나았지 별로라고는 생각 안한다.


계피와 초창기 브로콜리에게 집착하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모던락 애호가들과, 이지리스닝을 선호하는 모든 일반 대중에게 적극 추천하는 음반. 버릴 곡 하나 없이 곡 하나하나가 듣기 좋은 알짜배기 앨범이다.


참고로 이번 음반의 첫번째 CD에는 '잔인한 사월'의 뮤직비디오, 두번째 CD에는 '1/10'과 '막차'가 수록되어 있다. mp4 720p 코덱으로 들어있으며 다음의 유튜브에서 브로콜리 측에서 직접 올린 영상으로도 감상 가능하다.


잔인한 사월



1/10



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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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prildawn 2012/07/31 21:35 #

    브로콜리너마저.. 익숙하지만 그 내막까진 자세히 몰랐던 밴드였는데

    포스팅 잘 봤습니다! :)
  • 플로렌스 2012/08/01 00:06 #

    우여곡절이 많은 밴드지요. 전 지금의 브로콜리도 참 좋습니다.
  • 칼라이레 2012/08/01 13:24 #

    금번 리뷰는 플로렌스님이 보통 서술하시는 논조와는 상당히 다르게 감정분출이 대단하신 것이 과연 이 밴드를 사랑하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확실히 작금의 브로콜리너마저는 덕원씨가 잘 이끌어가고 있고 계피씨는 가을방학으로 JBB 선생이랑 즐겁게 룰루랄라 하고 계시니... 덕원씨의 보컬로 이뤄진 풀렝스는 또 다른 신선함이 가득이더군요! 역시 대충 어레인지 했다고 세션 이리저리 주무르는 것 보다 보컬이 바뀌는 게 임팩트가 엄청납니다.

    ps. 라이브 무대에서 계피씨가 브로콜리 시대의 노래를 부르는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그 정도면 다들 즐거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앨범을 계속 바라는 건 좀...
  • 플로렌스 2012/08/01 22:26 #

    전 현재의 브로콜리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몇년째 브로콜리 음반 발매때마다 아직도 계피타령하는 상황을 보면 정말이지...브로콜리는 브로콜리대로, 계피씨는 계피씨대로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칼라이레 2012/08/01 22:48 #

    비틀즈 팬들 중에는 지금도 피트 베스트가 드럼이었어야 했어라는 소수파가 있으니 ㅎㅎ... 정통성의 만국공통 숙명인가 봅니다.
  • 플로렌스 2012/08/02 08:34 #

    마음은 이해가지만 이젠 그만 좀 했으면...하는 느낌이지요. (^.^);
  • 2012/08/29 14:5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29 15:04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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