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무명뮤지션 로드리게즈의 기적,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2) 영화감상

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2012)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선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전설적인 인기 뮤지션이지만
현지인 미국에선 무명이었던 '로드리게즈'에 대한 기적적인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199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에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밥 딜런을 능가하고, 앨비스 프레슬리보다 위대하며, 비틀즈와 사이먼&가펑클과 함께 레코드 플레이어가 있는 모든 집에 반드시 음반이 있었다고 하는 위대한 뮤지션. 공연 도중에 권총자살(혹은 분신자살)했다고 알려진 비운의 뮤지션, 그러나 그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전설의 뮤지션이 갑자기 생환하여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긴가 민가 하면서도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인해 모든 공연은 매진. 그해 남아공은 그야말로 이 뮤지션의 공연을 '기적'이라 표현하며 떠들썩했다. 그러나 이 뮤지션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남아공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미국의 포크락 뮤지션 로드리게즈(Sixto Diaz Rodriguez). 이정도면 밥 딜런을 능가한다며 제작자들이 극찬했고, 남아공의 국민들과 평론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앨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즈보다 대단했다고 하는 이 뮤지션은 남아공을 제외하고는 미국을 비롯, 전세계에 알려진 바는 전혀 없었다.

이 영화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 Man)'은 남아공에서 일어났던 이 기적의 공연이 있기까지와 현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요즘 유행하는 페이크 다큐가 아니라 실화이며, 이 영화로 인해 이 뮤지션은 다시 한번 미국과 세계인의 재조명을 받게 되었다. 다음주 금요일(2012.9.28) 미국 LA에서 열리는 라이트 인 디 애틱(Light in the Attic) 레이블의 1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한국 락음악의 역사를 대표하는 신중현과 함께 메인 아티스트로도 등장한다고 하니 말이다. (관련기사 참조)



Cold Fact (1970, Sussex)

1970년, 미국 디트로이트의 항구에 있는 담배연기 자욱한 바에서 뒤를 돌아보며 기타를 치는 뮤지션이 있었다. 로드리게즈(Sixto Diaz Rodriguez).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무명 뮤지션이었다. 그의 독특한 음성과 연주, 깊이 있는 가사와 멜로디에 매료된 Sussex 레이블의 제작자는 바로 음반 제작을 진행했다. 제작자는 이 음반은 밥 딜런보다 대단하다며 성공을 예감했지만 결과는 대 실패. 그 상업적 실패를 농담삼아 한 말이겠지만 미국에서 총 6장 팔렸다고 한다. 그것도 전부 친인척들이 사줘서 말이다.


Coming From Reality (1971, Sussex)

1971년, 로드리게즈는 2번째 앨범을 냈다. 제작자는 달라졌지만 새로운 제작자 역시 기존 음반을 들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정도의 음악이면 분명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두번째 음반 역시 미국에선 전혀 알려진 바 없이 사라졌다. '로드리게즈'라는 미국인이 기억하기 힘든 라틴계 이름과 그것에 대한 거부감 등이 작용해서 좋은 음반이었음에도 망했다고 추측된다. 로드리게즈는 결국 1975년에 소속사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하고 원래의 막노동꾼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어떠한 경유로인지는 불명하나 이 로드리게즈의 음반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건너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남아공의 역사는 차별과 억압의 역사였다. 법으로 제정되어 있는 흑인에 대한 차별. 그에 반발하는 국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독재정치, 보수적인 문화말살정책, 타국과의 단절된 외교 등. 법적 인종차별을 제외하면 무자비한 독재와 국민에 대한 탄압, 문화산업 전반에 걸친 지독한 검열 등은 한국의 70~80년대와 닮았다. 로드리게즈의 음반에는 '반체제'의 정서가 담겨있으며 그 '저항정신'과 '자유'에 대한 갈망, 마약과 섹스가 담겨있었고 철권통치하의 남아공에서 이 음반은 그야말로 주옥같은 보물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음반의 트랙들은 모조리 검열로 삭제당했지만 어떻게든 백판(복제판) LP를 구입하여 전 국민이 즐겨들었다고 한다.


로드리게즈는 1979년에 호주 투어를 개최했으나 공연은 대실패. 관객들의 야유속에서 마지막 곡을 부른 뒤 자살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루머였을 뿐 권총자살이라는 둥, 분신자살이라는 둥,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로드리게즈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풀 네임은 무엇인지조차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의 인물.

'로드리게즈는 어떻게 죽었는가?'

남아공의 음반 평론가 2명이 이 주제를 가지고 진실을 추척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며 그 결과 기적이 일어나게 된다. 이 영화는 그 과정과 결과, 그로부터 현재까지를 재조명하고 있다. 로드리게즈의 당시 음반제작자, 음반 평론가들과 로드리게즈의 동료들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미국에서의 로드리게즈'와 '남아공에서의 로드리게즈'를 들려준다.

그리고 1998년 남아공에서 성황리에 열린 기적의 콘서트.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로드리게즈는 미국으로 돌아가 다시 막노동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게 된다. 남아공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고는 하나 대부분이 불법복제판이었으며 음반 유통과정에 뭔가 비리가 있어 로드리게즈에게 음반수익은 한푼도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로드리게즈는 정기적으로 남아공에서 공연을 개최하게 됐고 그때마다 공연수익은 전부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줬다고.

오랜 세월 막노동 일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등이 굽은 로드리게즈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2집 표지에서의 여유로운 뮤지션의 모습은 어느새 늙고 등이 굽은 노인의 모습이 되어있다. 하지만 그는 수십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만족한 것 같다. 그는 돈에 집착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남아공에 건너가서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막노동 일을 하며 가난하면서도 성실하게 살고 있다. 새 앨범을 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은 2집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냈고 이보다 더 잘만들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는 그냥 아직도 음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듯 싶다.


이 영화의 제목에 등장하는 '슈가맨(Sugar Man)'은 로드리게즈 1집 'Cold Fact'의 첫번째 트랙이다. 슈가맨 역시 실존인물로, 설탕을 파는 로드리게즈의 지인이었던 듯 싶다. 로드리게즈의 기적을 일으킨 남아공의 음반평론가 이름이 '시거'였는데 그걸 '슈가'로 바꿔 주변 사람들은 '슈가맨'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남아공에서 음반점 '슈가'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는 그가 로드리게즈를 찾아 헤매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아공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은 1998년. 이후 로드리게즈는 '무명'에서 '아는 사람은 아는' 뮤지션이 되었다. 힙합뮤지션인 나스(Nas)의 2001년도 앨범 'Stillmatic'에 수록된 You're Da Man란 곡에는 로드리게즈의 '슈가맨'이 샘플링으로 들어갔다. 또한 故 히스 레저의 영화 '캔디(Candy, 2006)'의 주제곡이 바로 이 로드리게즈의 '슈가맨'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재조명 받으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로드리게즈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1998년 남아공에서 열린 기적의 콘서트를 통해 원래 자신의 인생이 되었어야 할 '음악'을 되찾은 로드리게즈. 남아공에서는 월드스타 대접을 받는데도 공연이 끝나면 미국으로 돌아가 막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독특한 뮤지션. 그는 이 영화를 통하여 다시 한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2012.9.19 20:10 동대문 메가박스 관람)



덧글

  • FlakGear 2012/09/20 14:58 #

    인상적이군요. 들어보고 싶어요.
  • 플로렌스 2012/09/20 15:41 #

    70년대 포크락을 좋아하신다면 누구나 오옷! 할 정도입니다.
  • vibis 2012/09/20 18:05 #

    네이버뮤직에서도 ost로 다운 가능하군요.
  • 플로렌스 2012/09/20 18:16 #

    그야말로 이 영화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도 주목받게 된 것 같습니다.
  • 2012/09/21 08:3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21 13: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유령 2012/09/21 11:38 #

    존재 자체가 드라마가 되는 인물이군요. -ㅁ-;
    이런 영화가 아니었으면 계속 '전설'으로만 남아있었을 것 같은 게 더더욱.
    (...공연 도중 자살했니 어쩌니 하는 말까지 나왔는 거 보면 '도시전설'스럽기도)
  • 플로렌스 2012/09/21 13:15 #

    남아공에선 정말 음반 2장 외엔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는 '전설'이었다고 하지요;
  • 블랙 2012/09/26 10:02 #

    관련된 이야기 보고 혹시 페이크 다큐 아닌가 했습니다. (특히 공연후 자살 이야기가....)

    실존인물이군요.
  • 플로렌스 2012/09/26 11:12 #

    최근 페이크 다큐가 유행하다보니 실화도 페이크 같게 느껴지더군요; 남아공에선 꽤 과장된 전설의 뮤지션이 되다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루머까지;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Twitter

위드블로그 베스트 리뷰어

2011 이글루스 TOP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