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데즈카 오사무, 1~10 완결) 읽거나죽거나

붓다 (데즈카 오사무, 1~10 완결)


학산 출판사의 데즈카 오사무 걸작선 시리즈 1탄으로 나온 붓다 애장판. 전 10권으로 완결되었다. 2002년 경에 학산에서 이미 '만화로 보는 석가모니의 일생 - 붓다'란 이름으로 나온 적 있으나 당연히 절판. 구하고 싶지만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던 차, 드디어 '테즈카 오사무 걸작선'이란 이름에 애장판이라는 형식으로 발매되게 되었다.

옛날에 나왔을 때엔 6500원인가 했고 통상 권당 4~5천원 가량이면 구입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권당 11000원이라는 막강한 가격을 자랑한다. 10권 다 구입하면 무려 11만원. 하지만 옛날 버전은 절판되어 프리미엄이 꽤 붙어 8만원 가량 했던 것을 감안하면 차라리 11만원에 이번 애장판을 구입하는 것이 나을 듯 싶다.

애석한 것은 가격보다도 표지. 2002년도판은 표지가 원판에 있던 칼라 일러스트를 그대로 사용했었는데 이번 애장판은 부처의 실루엣 속에 만화의 장면들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대처했다. 실루엣은 10권이 전부 동일하며 안에 그림은 해당 책의 내용에서 발췌. 기존처럼 데즈카 오사무의 붓다 칼라 일러스트를 표지로 했으면 좋았으련만...좀 더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한 선택일까. 아니면 덜 만화책처럼 보이게 하려는 선택일까. 이렇게라도 재판된 것이 어디냐 싶지만 학산에서 예전에 발매한 데즈카 오사무 책들을 참 맘에 들어했었기 때문에 이런 표지는 영 납득이 안간다.

책의 이야기를 하자면 '붓다'라는 제목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종교서적을 생각하기 쉽다. 일종의 위인전이라던지 불교서적처럼 부처의 일생을 다루는게 아닐까 싶어 특별히 부처에게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은 선뜻 구매하기 꺼려질지도.

하지만 확실하게 말해 이 책은 불교에서 모티브를 따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픽션. 데즈카 오사무가 창조한 오리지널 만화 작품이다. 서유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나의 손오공'이 생각보다도 원작의 루트를 따라간 반면, 이 붓다는 원래 불교에 나오는 내용과 상당히 다른 전개를 가는 것 투성이에 데즈카 오사무가 창조한 오리지널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애초에 '붓다'란 작품은 '불새'를 연재하던 잡지가 폐간되었을 때 소년지에서 '불새'를 연재하자는 제의를 받은 데즈카 오사무가, 소년지의 특성 때문에 '불새'의 컨셉이 바뀌는 것을 우려하여 같은 테마로 다른 대하 드라마를 만들게 된 것이 계기였다. 즉 '불새'의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싶다.

탄생부터가 '불새'의 다른 버전이었기 때문에 이 만화는 오리지널리티가 강하다. 불전에서는 모티브만 차용했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하고 불전엔 존재하지 않는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가득 등장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다보니 불교계에서 반발도 있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픽션성이 얼마나 강하냐 하면 붓다 1권에선 아예 이야기 전체에 걸쳐 부처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책의 끝부분에 가서야 고타마 싯다르타(부처)의 탄생을 다룰 뿐이다. 그럼 주인공이 누구냐 하면 '차프라'라는 노예 출신의 청년과 '타타'라는 빙의능력을 가진 소년. 인도의 악명높은 '카스트제도'를 사건의 배경으로 한 이들의 이야기는 2권 중반까지 펼쳐진다. 붓다의 전체 이야기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1부'에 해당하며 이 1부는 2011년에 극장판 애니메이션 '테즈카 오사무의 부다 : 붉은 사막이여! 아름답게'란 이름으로 개봉되었다.

2권 중반 이후부터 부처가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 3권에서야 출가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수없이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오고 그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불전과 달리 부처가 최후의 순간까지 고뇌하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묘사되는 점이 인상적. 그러면서도 불교에서 말하는 사상을 데즈카 오사무 자신이 창조한 오리지널 이야기를 통해 날카롭게 표현해내고 있는 점이 대단하다. '죽음의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인간 최대의 테마를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알기 쉽게 표현하고 있다.

학산에서 '테즈카 오사무 걸작선' 1탄으로 낸 작품답게 '걸작'이라고 할만한 좋은 작품이다. 데즈카 오사무가 석가모니가 생존하던 옛날 인도를 배경으로 그려내는 생과 사의 이야기. 데즈카 오사무의 말대로 가히 장대한 '대하 드라마'로써 손색이 없다.

덧글

  • 라쿤J 2012/11/01 02:12 #

    세인트 영맨에서 붓다가 이걸 보고 감ㄷᆢㅇ해서 엉엉 우는 장면이 있죠...굉장히 보고싶은 책입니다.
  • 플로렌스 2012/11/01 02:20 #

    무려 '만화의 신'이 만든 걸작이니 실제 신이 보고 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지도...
  • 2012/11/01 03:11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01 10:3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FlakGear 2012/11/01 10:12 #

    전에 기념관 성지순례 한적이 있지요. 언어장벽으로 잘 못알봤지만 아무튼 -ㅁ- 그간 몇작품만 알아보다 거기서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었는데;
  • 플로렌스 2012/11/01 10:39 #

    '만화의 신'이라는 극찬이 아깝지 않은 사람입니다.
  • KAZAMA 2012/11/02 20:35 #

    불교 신자로써 정말 잘나온 만화라고 생각됩니다.

    스님 한분도 붓다를 보시고 대단한 만화라고 하시더군요
  • 플로렌스 2012/11/02 21:09 #

    오 불교신자시군요! 실제 불법과 내용이 다른데도 불교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전달하는 작품인 듯 싶습니다.
  • 잠본이 2013/02/06 23:51 #

    http://tezukaosamu.net/jp/news/n_1099.html
    2011년 극장애니 1탄에 이어 2탄 제작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볼 날이 올지 어떨지...
  • 플로렌스 2013/02/06 23:54 #

    오오오 제작 결정! 1탄도 국내에 개봉하는 듯 싶더니 어디서 개봉한지도 모르게 막이 내려버려서...(T_T);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Twitter

위드블로그 베스트 리뷰어

2011 이글루스 TOP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