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시사토크쇼 '박종진의 쾌도난마' 읽거나죽거나

박종진의 쾌도난마
박종진 저 / 동아일보사 / 2012.10.8. 발행

'황상민의 채널A 대첩'으로 유명한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책으로 나왔다.

이 책은 동아일보의 종편 채널A의 간판 시사 토크쇼 '박종진의 쾌도난마'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다시 엮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많이 삭제되기도 했고 재미있는 부분만 잘 모아 정리해놓았다.

통상 '조중동'이라 불리는 친일/보수계열 재벌 신문사들의 무조건적인 친정부/친재벌/친새누리당 성격을 언론 조작성 기사 행태와, 그들에게 내린 이명박 정부의 최대 수혜라 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부조리한 탄생 과정까지...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일단 반감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쾌도난마라는 방송, 이 쾌도난마라는 책은 동아일보/채널A가 탄생시킨 이단아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이다. 태생은 분명 친보수/친재벌인데, 방송 진행은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MBN 청와대 출입기자 출신인 박종진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토크쇼의 게스트와 이야기의 흐름을 무조건적인 친보수/친재벌/친새누리당으로 진행시키지 않는다.

이 방송은 7회째에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을 초빙하여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돈봉투 사건'을 대대적으로 폭로하게 만들었고(최초 폭로는 서울경제신문의 로터리 칼럼에 고승덕 의원이 쓴 글), 결국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효재 정무수석이 사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 방송는 진보나 보수 따위의 구분 없이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을 자유롭게 초빙하여 정치를 예능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특징이며 딱딱하고 틀에 박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정계의 굵직한 사건들을 콕콕 집어 그걸 소재로 대화를 해서 시청자들이 좀 더 쉽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성격 자체가 편향되지 않았다는 것이 장점. 다만 초빙에 응해 출연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친보수 계열이란 것이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그와 반대되는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같은 사람을 수요일 고정 패널로 초청하는 것을 보면 그간 조중동에서 보여준 '여론조작'이 목적인 프로그램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방송 중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대담들을 모아놓았으며 차례는 다음과 같다.

01 강용석 "양파 같은 안철수, 콘텐츠가 필요한 문재인"

02 이준석 "대선 후보라면 국민적 의혹은 반드시 풀고 가야"

03 전여옥· "한나라당에는 겁먹은 동물이란 표현도 과분하다"

04 김종인 "권력과 물질에서 자유로운 대통령이 필요하다"

05 김경재 "이제는 인간 노무현과 화해하고 싶다"

06 인명진 "정부가 프렌들리해야 할 대상, 기업이 아니라 서민이다"

07 이성 "말 못해도 진솔한 정치인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다"

08 박선영 "잘못된 것을 알면서 침묵하면 공범이 된다"

09 이동관 "청산과 단절의 역사가 반복되면 남는 게 없다"

10 신은경·박성범 "대통령이 정치 안하는 것은 미덕 아니라 부덕"

11 이한구 "혼란스러운 정치 때문에 실물경제는 더 나빠질 것"

12 윤여준 "MB 정권의 가장 큰 과오는 공공성 파괴한 것이다"

13 윤창중 "안철수의 생각이 젖비린내 나는 까닭 "

14 황상민 "기존 정치인들이 인기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

15 김진명 "젊은이들 착취하고 버리는 이 나라는 잘못됐다"

각 챕터는 방송 당시의 하이라이트를 대화 형식의 문서로 기록됐으며, 챕터의 시작에는 해당 인물에 대한 소개, 챕터의 끝에는 해당 인물이나 해당 사건이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와 박종진의 인터뷰 뒷이야기가 수록되었다.

읽어본 소감을 말하자면 각 패널들은 나름 자기 딴엔 옳은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없다. 그러나 그 잣대를 자신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당이나 지지하는 사람에게 들이대지 않는다는 것 뿐.

예를 들어 강용석이 안철수를 고발하고 박원순을 욕하는 것에 대해 진행자인 박종진이 "그런데 깨끗한 정치인들은 한나라당에 더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사람들에게도 과감하게 이야기 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 말하고, "강의원도 국가를 위해 여야 가리지 말고 더러운 정치인들을 제거해야되는거 아닙니까?"라 말한다. 그러자 강용석은 "더럽다고 하는 정치인들은 생각만큼 세지 않기 때문에 지금 저한테 가장 적합한 상대가 안철수, 박원순이다."라 대답. 하지만 상식적으로 더러운 놈일수록 세고 악독하게 반격해올테니 만만한 상대를 공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강용석의 막나가는 꼴통끼를 박종진이 지적하고, 강용석은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횡설수설. 웃기는 것은 강용석은 자기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다고 자신하고 박종진은 그건 절대 안될거라고 말하는 것. (당연히도 안됐지만) 강용석은 참 악독하고 상식없는 인간이지만 이렇게 도마 위에 올려놓고 대담하는 것을 보면 '웃기는' 인간이긴 하다.

한나라당 비대위를 담당했던 이준석과의 대담은 종종 언론에서 보여준 것처럼 '옳은 소리'를 하고 있다. 다만 정치판을 너무 모르고 자기 힘으로 어떻게든 추악할대로 추악한 한나라당을 쇄신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듯 싶다. 재밌는 부분은 이준석이 정수장학회의 문제를 여기에서 이미 지적했다는 것. 박근혜와 정수장학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며 '대선에 가면 똑같은 이야기로 공격받게 될 겁니다.'라 말한다. 그의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 재미있는 점이고, 여기에서 방송 경고 사이렌이 울려 해당 주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이야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 역시 재밌는 점이다. 당시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었지만 전봉주 전 의원에 대해 구속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나, 상식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좋은 점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이준석이 바꾸기엔 이미 너무 썩어있었다는게 문제였을 뿐.

전여옥은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이 난 직후 출연했는데, 이에 대해 부정한 돈이 오가지 않는 정치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올바른 소리를 하고 있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밉고 이명박 대통령이 싫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해 마땅치 않겠지만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그래도 보수우파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과 산업화의 기본 아래 민주화가 있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핵심. '일본은 없다' 표절건에 대해 방송에서 자기 변호를 하긴 했지만 결과는 표절 확정이었으니 뭐...

40년 동안 민주당 당원으로 김대중과 동고 동락 해오다가 탈당한 김경재와의 대담이나 뼛속까지 MB맨이라는 이동관, 이명박 정부의 공공성 파괴로 4대강 사업, 민간인 불법사찰, 측근 비리, 친기업 정책 등을 예로 든 윤여준, 종북 운운하며 안철수를 다짜고짜 원색 비방하는 윤창중, 등장부터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율을 지적하며 안철수를 두둔한 황상민 등 읽을 거리는 풍부한 편.

무엇보다 2012년 한해의 정치 상황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담 내용도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볼 수 있으면서도 사회자인 박종진이 패널의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하지 않고 적절히 문제를 지적하고 대화를 유도하는 것 또한 일품. 덕분에 진보/보수 상관 없이 누구나 상관없이 읽어볼만하다.

이 책 소개에서는 "15인의 패널이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한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와 고민, 대안들이 담겨있다. 또한 이들이 밝힌 대선주자 3인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할지’ 여전히 고민 중인 독자들에게 명쾌한 결론을 내려줄 것이다."라고 되어있던데, 괜찮은건가? 책을 읽어보면 전반적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문제점이 더 드러난 것 같은데 말이다.


참고로 '황상민의 채널A 대첩'은 다음과 같다.







덧글

  • rumic71 2012/11/02 22:20 #

    진보계 사람들이야 불러도 종편 따위에 간다고 안하겠지요.
  • 플로렌스 2012/11/02 23:31 #

    네, 대체로 그렇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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