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 명곡들의 향연, 나희경 1집 'HEENA' (2011) 뮤직머신

나희경 - HEENA (2011.10.11)

나희경(a.k.a 보싸다방)의 첫번째 정규앨범. EP 및 싱글만 내던 보싸다방이 본인 이름인 '나희경'으로 낸 1집 앨범이다. 나희경은 한국에선 희귀한 보사노바 전문 뮤지션인데 보싸다방의 이름으로 EP앨범 '찾아가기'를 발매한 이후 보사노바의 본고장 브라질로 떠나 현지의 뮤지션들과 교류하며 보사노바의 나라에서도 인정받는 뮤지션으로 거듭나서 돌아왔다. 나희경의 첫번째 정규앨범이라고는 하나 곡들이 제목이 익숙하다. 바로 보사노바의 명곡들을 나희경이 직접 자신의 스타일로 부른 것이기 때문. 보싸노바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들도 보사노바라는 장르에 입문하기에 괜찮은 음반일 듯 싶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01. How Insensitive
02. Desafinado
03. Corcovado
04. Samba em Preludio
05. Chega de Saudade
06. Girl from Ipanema
07. Manha de Carnaval
08. Wave
09. Dindi
10. A Felicidade
11. Aqua de Beber
12. Samba do aviao
13. Wave (Korean version)
14. 프렐류드의 삼바 (featuring 이상순)
15. Um Amor (with Roberto Menescal)

1번 트랙 How Insensitive은 보사노바의 시초,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곡. 작사/작곡 역시 조빔이다. 스팅(Sting)의 노래로도 대중적에게 잘 알려진 보사노바의 명곡.

2번 트랙 데사피나두(Desafinado) 역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 조빔은 이 곡을 통해 '보사노바'란 단어를 처음으로 언급했다고 한다. 조빔은 보사노바를 비판하던 평단을 향해 '너희들은 나를 음치가수라고 부르지만, 내 음악에는 사랑이 있다'라며 반박한 노래가 이 곡으로, 나희경이 무작정 브라질로 건너간 뒤 보사노바의 성지라는 라이브클럽 '비니시우스 바'에서 무작정 공연하겠다고 한 뒤 처음으로 부른 노래가 이 '데사피나두'라고 한다. 이 곡을 듣고 현지의 보사노바 관게자들이 나희경이 보사노바 정신에 걸맞는다고 판단하며 적극적으로 나희경을 돕기 시작했다나. 보사노바의 대중화에 기여한 Getz/Gilberto의 음반에도 수록되어 잘 알려진 곡.

3번 트랙 코르코바도(Corcovado)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 살짝 몽환적이면서도 프랑스어가 매력적인 노래이다. 코르코바도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바위산인데 두 팔을 벌린 거대한 예수상이 꼭대기에 서있는 것으로 유명한 관광명소. 보사노바의 대중화에 기여한 Getz/Gilberto의 음반에도 수록되어 잘 알려진 곡.

4번 트랙 Samba em Preludio는 제목에서처럼 삼바를 표방. 삼바 하면 통상 떠오르는 신나는 분위기가 아닌 지극히 쓸쓸한 분위기의 곡이다. 기타리스트 바덴 포웰(Baden Powell)과 비니시우스(Vinicius)와 함께 만든 곡으로 수많은 뮤지션들이 불렀던 명곡이다. 비니시우스 하면 떠오르는 곡. 이 곡은 14번 트랙에 한국어 버전에 전혀 다른 어레인지로 다시 수록되어있다.

5번 트랙 쉐가 드 사우다지(Chega de Saudade:그리움에 가득차)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비니시우스의 곡. 1959년에 발표되어 '최초의 보사노바 곡'으로 알려져있다. 조앙 질베르토(João Gilberto)의 앨범으로도 유명하다.

6번 트랙 Girl From Ipanema(이파네마에서 온 소녀)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보사노바 곡. 보사노바의 대중화에 기여한 Getz/Gilberto의 첫번째 트랙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명곡이다. 역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비니시우스가 만든 곡. 두사람이 이파네마의 해변에서 뮤지컬에 쓸 곡을 만들다가 해변에서 엘로이사라는 이름의 어여쁜 15세 소녀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이 곡은 보사노바는 물론 재즈란 장르를 벗어나서도 비틀즈의 '예스터데이(Yesterday)'를 제외하고 '팝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이라고 한다.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혹시나 있다면 반드시 들어보도록.

7번 트랙 Manha de Carnaval(카니발의 아침)는 보사노바의 거장 루이스 본파(Luiz Bonfa)의 스탠다드 재즈 넘버. 이 곡은 1959년 영화 '흑인 오르페(Orfeu Negro)'의 주제곡으로 유명하다. 영화 속에서 흑인들이 추는 삼바에 깔렸던 음악이며 국내에선 이정재와 이미숙 주연의 '정사' 주제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곡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익숙한 쓸쓸한 멜로디. 이 곡 역시 아마 누구나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8번 트랙 Wave 역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 청량감 넘치는 곡의 느낌만큼이나 표지의 초록색 하늘을 등진 기린의 실루엣이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이곡은 13번 트랙에 한국어 가사 버전으로도 수록되었는데 편곡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8번 트랙은 밝은 분위기로 청량감 넘치는 스타일인 반면 13번 트랙 한국어 버전은 가사만큼이나 쓸쓸한 분위기의 곡이 되었다.

9번 트랙 징지(Dindi) 역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 'Wonderful World of Antonio Carlos Jobim'의 마지막 트랙이었던 것처럼 영어버전으로 부른다. 질베르토, 프랭크 시나트라, 리사 오노의 곡으로 들어본 사람도 많을 듯한 스탠다드 넘버. 'Dindi'는 '징지'라 발음하며 포루투칼어로 '작은 보석'을 의미한다고 한다.

10번 트랙 아 휄리시다지(A Felicidade: 행복)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비니시우스의 곡. 이 곡 역시 영화 '흑인 오르페'의 OST에 수록된 곡으로 7번 트랙으로 수록된 '카니발의 아침'과 함께 '흑인 오르페'를 대표하는 보사노바 넘버이다. 행복을 꿈꾸는 영화의 내용과도 잘 부합되는 비니시우스의 시와 조빔의 곡이 잘 어우러져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이름을 알린 곡이라고도 한다.

11번 트랙 아과지베베(Aqua de Beber: 마실물)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비니시우스의 곡. 역시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듯한 스탠다드 넘버다. 12번 트랙 Samba do aviao(비행기의 삼바)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 비행기의 안내방송을 가사로 만든 재미있는 곡이다. 그런데도 멜로디는 보사노바 특유의 청량감 만점.

14번 트랙 '프렐류드의 삼바'는 이상순 피쳐링의 곡. 4번 트랙으로 수록된 'Samba Em Preludio'와는 분위기가 정 반대. 4번 트랙에서는 쓸쓸한 분위기의 느릿한 곡이었던 반면 한국어 버전은 밝은 분위기로 가벼운 삼바로 어레인지되었다. 8번 트랙과 13번 트랙의 Wave도 그렇더니 Samba Em Preludio 역시 원곡 버전과 한국어 버전이 편곡이 완전히 달라 재미있다. 멜로디가 완전히 같은 곡인데도 하나는 쓸쓸하고 암울한 반면 하나는 밝으면서 맑고 청명한 느낌. 번갈아가며 듣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 15번 트랙 Um Amor는 호베르투 메네스칼(Roberto Menescal)의 곡. 1960년대 보사노바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보사노바 기타의 거장이다. 놀랍게도 이 곡은 다른 곡처럼 저작권을 사서 나희경이 부른 것이 아닌, 호베르투 메네스칼 본인이 직접 나희경에게 선사한 곡이다. 게다가 함께 녹음까지 한 곡. 동양인이 보사노바의 본고장 브라질에서 웬만한 브라질인보다 뛰어난 보사노바 센스를 보여줘서 화제가 되었고 이것이 결국 보사노바의 역사에서 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호베르투 메네스칼의 귀에까지 들어가 직접 나희경에게 연락한 뒤, 곡을 준 것 뿐 아니라 함께 녹음하기에 이른 것이다. 곡은 느릿한 재즈넘버로 전반부는 원어로 부르고, 후반은 한국어 가사로 부른다.


한국에서 보사노바 앨범이 몇번 나온 적 있긴 하다. 재즈계에는 당연히 많고, 가요쪽에서도 보사노바의 요소를 곁들이거나 보사노바 곡을 부른 앨범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나희경처럼 이렇게 보사노바 장르만을 파헤치며 현지까지 가서 보사노바의 연구와 교류, 실력의 연마에 모든 것을 바치는 뮤지션은 없지 않았나. 나희경은 그야말로 '보사노바 전문 뮤지션'이란 말이 어울린다.

이 앨범은 나희경의 1집이라고는 해도 맨 마지막곡을 제외하면 스탠다드 보사노바 넘버로 구성되어 있다. 나희경의 오리지널 곡이 아닌 유명한 곡들로만 구성한 것은 어느정도 안정된 음반판매를 노린 것일 듯 싶다. 보사노바 장르에선 너무나 유명한 곡들이고, 영화나 라디오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도 어느정도 알려진 곡들. 제목이나 누구의 곡인지는 몰라도 한번쯤은 들어본 곡들로만 가득 차 있다. 앨범은 15개의 트랙으로 꽉꽉 차있어 가격대비 만족도 또한 크다. 15개의 곡 중 두곡 반은 한국어 가사로도 들어있어 '한국어로 듣는 보사노바의 느낌'도 만끽할 수 있다. 워낙 유명한 곡들이 모여있다보니 보사노바를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보사노바 입문서로도 훌륭하며 순수히 하나의 음반으로도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워낙 명곡들만 모아놓았으니 별로인 곡 하나 없이 모든 곡이 최고.

다만 다음 번에는 나희경의 오리지널 곡들도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안정권을 노린다면 '나를 머물게 하는' EP와 마찬가지로 이미 히트했던 가요계의 명곡들을 보사노바로 어레인지한 것들을 좀 더 수록한 리메이크 앨범도 좋을 듯 싶다. 다음 정규앨범이 기대되는 뮤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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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세계의 만화 2013/01/09 14:50 #

    방금 몇 곡 찾아서 들어보았습니다. 음... 발음이 아주 살짝 어색하긴 하지만 이정도면 큰 무리는 없고...
    개인적으로는 목소리에 너무 힘이 없이 속삭이는 듯 해서 그다지 취향은 아니네요. 하지만 이런 편이 좋다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보사노바가 한국에도 많이 퍼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전부터 국악과 재즈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도 많이 있었는데 국악과 보사노바를 접목해봐도 인상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플로렌스 2013/01/09 15:10 #

    역시 원어를 아시는 분이라 발음 구분이 되시는군요. 브라질 현지에선 발음이 65% 정도로 나쁘지 않다고 평했다던데...위스퍼 보이스라고 할까. 샹송에서 종종 들을 수 있던 그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저는 좋아해서 취향에 맞았습니다.

    전에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의 3집 '오아시스' 음반을 리뷰한 적 있었는데 2006년 독일월드컵 기념 국악응원가였던 '예예예'란 곡이 보사노바와 국악을 접목시킨 곡이라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민아는 보사노바와 국악을 종종 접목시킨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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