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 2집 - Yun Sang Part 1 (1992) 뮤직머신

윤상 2집 - Yun Sang Part 1 (1992)


내가 윤상의 존재를 처음으로 느꼈던 앨범. 윤상의 2집은 파트1과 파트2 2장의 앨범으로 나뉘어서 발매되었다. 외국에는 이런 식으로 음반을 내는 경우가 있었지만(GUNS N' ROSES라던지...) 국내에선 당시만해도 꽤 색다른 시도였다. 그중 파트1은 노란색이 인상적이었던 음반이다. 노란색에 윤상의 싸인이 있고 '92. 여름'이라고 쓰여있다. 앨범에 자기 얼굴 사진을 큼직하게 넣는 것이 일반적이던 시절인데 이런 시도 역시 참신하다. 아무것도 없는 그냥 노란색 앨범에 싸인 하나 달랑이라니.

1992년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를 했고 세상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로만 가득찼다. 그때문에 발매 직후엔 전혀 신경쓰지 못하다가 조금 지나서야 내 눈에 들어오게 되었다. 내게 있어 윤상은 가수로서보다는 '강수지의 히트곡들을 만들어낸 명 작곡가'라는 인상이 강했다. 윤상의 1집은 강수지의 노래에서 느낄 수 있는 그 전형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이 윤상 2집 파트1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1. 그래도 안녕 (박주연 작사, 윤상 작곡)
2. 가려진 시간 사이로 (박주연 작사, 윤상 작곡)
3. 너에게 (박창학 작사, 윤상 작곡)
4. 넌 쉽게 말했지만 (윤상 작사/작곡)
5. 마지막 내게 (김경아 작사, 심상원 작곡)
6. 끝으로 향한 이야기 (배영진 작사, 윤상 작곡)
7. 다시 얘기를 해줘 (박주연 작사, 윤상 작곡)
8. 나의 꿈속에서 (윤상 작사/작곡)

5번 트랙 '마지막 내게'를 제외하고 전곡 윤상 작곡/편곡. 프로듀스는 윤상과 박창학이 담당했다. 장혜진이 코러스에 참여. 기타는 손무현이 담당했다. Executive Producer로 김광수의 이름을 볼 수 있는데 괄호안에 EOS sound라고도 표기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같은 지구레코드에, 라이브 및 신곡에 윤상의 노래를 썼던 EOS와의 관련성이 여기에서도 엿보인다. 실제로 EOS는 이 윤상 2집 파트1의 '너에게'와 파트2의 '소년'을 라이브 및 신곡으로 불렀다.

윤상 하면 한국 가요계에서 미디음악의 선구자인데, 이 음반은 실제 피아노와 첼로가 사용되었고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다. 곡의 느낌은 1집의 연장선 상에 있으면서도 한층 발전된 듯한 느낌. 특히 사운드가 더욱 세련되어졌다. 지금 들어도 연주들이 꽤 듣기 좋다.

당시 윤상이 다른 뮤지션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 것은 2집의 파트2였지만 이 파트1도 참 좋아했다. 2번 트랙 '가려진 시간 사이로'가 타이틀 곡이었던 것으로 기억. 3번 트랙이었던 '너에게'가 후속곡이었던가? 유난히 '너에게'라는 곡을 내가 자주 들었고 좋아했다.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윤상 스타일의 쓸쓸하면서도 애잔한 멜로디. 윤상은 미디음악을 논하기 이전에 뛰어난 멜로디 메이커이기도 하다. 강수지의 노래들에서 느낄 수 있는 뚜렷하고 슬픈 멜로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그런 강력한 멜로디를 잘도 만들어냈다. 이 2집의 수록곡이 전체적으로 그런 느낌. 요즘 기준으로는 이런 멜로디가 식상할 수도 있었지만 이 음반이 나오던 1992년만 하더라도 이런 멜로디는 현재진행형이었다. 어쩜 이렇게 수록곡들의 멜로디들이 다 좋을까? 어린 시절의 내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 이 윤상 2집 파트1이다.

발매 당시에는 카세트 테입으로 구입해서 갖고 있다가 나중에 CD로 구입하려고 했는데, 당시 윤상 2집의 파트1과 파트2는 초판이사진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파트1은 종이팩에 담긴 디자인이었고, 파트2는 길쭉하고 커다란 사진집이었다. 문제는 내가 이걸 구하려던 시점에선 이미 재판이 돌았고 재판은 평범한 CD케이스에 담긴 스타일이었다. 좀처럼 초판을 구하질 못했는데 초판을 발견했을 때엔 또 돈이 없었고(가난한 학생 시절인지라) 나중에 사러 가보면 품절이고.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엔 초판을 둘 다 놓쳐버리고 말았다. 현재는 파트1과 파트2 둘 다 일반 CD케이스에 담긴 재판 버전으로 갖고 있다.

윤상 2집을 초판으로 구하려고 고생 꽤나 했지만 결국 구하지 못하고 재판으로 갖고 있는 추억의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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