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현장 다큐, 모래가 흐르는 강 (2013) 영화감상

모래가 흐르는 강 (2013)

지율스님의 내성천 다큐멘터리. 낙동강의 지천인 내성천에서 머물며 4대강 공사 기간 동안 서서히 파괴되어가는 자연환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건의 주범인 이명박과 새누리당의 이름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은 채, '인간과 자연'이라는 주제 하에 우리 모두의 죄인양 담담하게 파괴되어가는 내성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2008년, 전국민이 반대한 '대운하' 공사가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탈바꿈된 뒤 막무가내로 강행되었다. 4대강 사업에 관한 예산은 새누리당이 그들의 특기인 날치기로 통과시켜버렸다. 4대강 사업에 관한 한국 수자원공사의 보고서는 달랑 한명의 학자에 의해 이틀만에 4대강 환경과 유적에 대한 모든 조사가 완료되었고 대부분이 "공사에 문제없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멸종위기동물과 천연기념물이 사는 서식지도 '보호동물 없음'으로 표기되고, 산사태가 일어나기 쉬운 지역도 '산사태 위험 없음' 판정을 받았다. 몇몇 대기업을 비롯, 그들과 연루된 대통령을 비롯한 극소수 정치인들의 돈주머니를 부풀리기 위하여 이렇게 대한민국의 국토는 철저히 유린되고 파괴되어버렸다.

지율스님은 2004년 KTX 천성산 도룡뇽 소송을 비롯, 인간의 대자연 파괴를 막기 위한 활동을 하는 스님이다. 하지만 인간 이외 동물의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현행법상 결국 패소해버렸다. 이 다큐멘터리의 시작에서 지율스님은 "국가와 대기업이 시행하는 공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었다."라고 말한다. 결국 하는 것은 순식간에 파괴되어가는 4대강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 뿐.

지율스님은 낙동강의 지천인 내성천에 머물며 강을 따라 그 주변의 모습을 촬영했다. 내성천은 20여종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의 서식지이다. 그때문에 4대강 공사를 내성천에서 직접 행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영주댐이다.

영주댐은 '4대강 살리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공사로 개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 때 한국 수자원공사는 '영주댐은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서 필요한 유량 확보를 위해 낙동강 중하류지역 수질개선을 주목적으로 하는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영주댐이 건설되면 모래가 감소되어 회룡포 및 무섬마을 등 유명한 비경이 사라진다고 여기저기에서 보도가 나오자 '내성천 유역은 타유역에 비해 퇴사량이 많아 댐건설에 따른 영향은 미미하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되자마자 문제는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모래로 가득하던 내성천은 검은 자갈로 가득하게 되어버렸고 낙동강 하류는 바닥을 드러내며 녹조들만 가득하게 되어버렸다. 4시간 만에 산 하나의 나무를 싸그리 베어버려 민둥산으로 만든 뒤 깎아내린 언덕은 '산사태 위험 없음'이라고 말했지만 비온 뒤에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영주댐의 건설로 내성천은 순식간에 오염되기 시작하며 수십여종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동물을 비롯, 모든 강 주변 생태계는 사멸의 길을 향하기 시작했다.

이는 동물 뿐 아니라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4대강 공사로 인해 강 주변의 마을은 통째로 수몰되게 되어버렸다. 멀쩡히 아이들이 잘 다니는 학교도 폐교령이 내렸다. 대규모의 토지를 소유한 땅부자들은 그 땅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두둑히 받고 일찍부터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문제는 가진 것이라고는 작은 집과 작은 밭 뿐인, 수십여년을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사람들은 산 건너에 13평 규모의 살 곳과 농사지을 땅을 '임대'해준다고 한다. 그 외에 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아직 농사중인 밭 위로 공사차량들이 지나가 밭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할머니들은 분개해하면서도 그저 다시 밭에 뽑혀진 작물을 심을 뿐이었다.

'대운하'를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바꾸더니 어느새 '살리기'라는 글자는 빠져버리고 그냥 '4대강 사업'이 되어버렸다. 4대강 시공사들은 사전담함을 통해 사업 낙찰을 받았고, 이명박 정권의 실세에게 뇌물까지 흘러갔다고 한다. 수자원공사에서 강 주변에 홍보용으로 대규모의 세금을 퍼부어서 홍보용으로 만든 '물 박물관'은 만든지 1년만에 지저분한 공사장 사무실로 탈바꿈해버렸다. 아직도 영주댐 공사는 진행중이다.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경북 영주의 무섬마을과 경북 예천의 회룡포는 이미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버렸다.

4대강 파괴공사 현장들. 공사 전과 공사 후는 녹색과 파란색이 전부 황토색과 회색으로만 바뀌어버리게 되었다. 불과 4년 동안 순식간에 파괴되어가는 낙동강 유역의 아름다운 자연환경들. 이제 다시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자연의 마지막 모습들이 카메라에 담겨있다.

영화는 전문가가 아닌 지율스님이 들고 다니는 카메라로 찍었기에 그야말로 핸드헬드 다큐멘터리. 멀미가 나올 정도로 어지럽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영화답게, 다큐멘터리답게 편집되었다고는 하나 그야말로 내성천을 기본으로한 낙동강 주변의 자연환경과 그것들이 파괴되어가는 과정이 내용의 전부. TV 다큐멘터리에서처럼 감정이입을 돕고 상황의 설명의 돕는 나레이션조차 없다. 나레이션을 대신하는 자막이 나오긴 하지만 빨리 지나쳐버린다. 지율스님의 목소리는 분개해하는 주변 지역의 주민들과의 대화에서와, 홀로 부르는 노랫소리로 들어볼 수 있을 뿐이다. 전문가가 만든 작품이 아니다보니 영화로써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몰입도도 낮고 지루해지기 쉽다. 4대강 파괴현장을 직접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 지율스님이 그곳에 거주하며 계속하여 촬영한 자연파괴의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1시간 15분동안 지율스님과 함께 지켜본다는 느낌으로 보면 좋을 듯 싶다.

답답하고 먹먹해진다. 스스로에게 무력해진다. 지율스님은 "4대강 사업은 누구 한두 명이 계획하고 추진한 사업이 아니며, 우리 사회가 강과 자연에 너무 방심한 채 동의해준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 문제를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 대기업의 횡포로 보기보다는 '인간과 자연'의 문제로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국가차원에서 막가파식으로 전개된 대규모의 국토파괴와 시커먼 돈놀이에서는 분명 어마어마한 수익을 챙긴 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권 교체 후 4대강 공사의 문제들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선 무조건적으로 찬양하고 옹호하기에만 급급하던 조중동조차 이제는 4대강 공사의 문제를 시인하기 시작했고, 전 정권 인사들도 4대강 공사의 진실에 대해 자백하기 시작했다.

영주댐 건설은 아직 5% 정도만 진행되었다. 5%만 진행되었는데도 벌써 그 주변 강들이 저렇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으니 완공되면 대체 어찌될지 끔찍하다. 이 영화로 인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영주댐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 듯 싶다. 지율스님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공사를 중단해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박근혜가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시작되어버린 공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듯 싶다. 이미 돈이 걸린 상태로, 돈이 흘러가기 시작하면 막을 수 없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니까. 그렇기에 그들이 그렇게까지 급급하게 공사를 진행했고, 새누리당이 미친듯이 날치기도 하고, 10억을 들여 거짓 조사자료까지 만들고 했던 것이겠지. 상황은 절망적이다. 


경북 예천의 절경이던 회룡포. 4대강 파괴공사 전과 후의 모습.
날씨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부분이 인공적으로 파괴되었는지 확인된다.
공사 전에 한번이라도 가볼걸...


(2013.3.26 20:00 종로 롯데시네마 피카디리 관람)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덧글

  • 효우도 2013/03/27 01:15 #

    안타깝네요.
  • 플로렌스 2013/03/28 06:45 #

    슬픈 일이지요.
  • OmegaSDM 2013/03/27 07:10 #

    이런 걸 '긁어 부스럼'이라고 합니다.
  • 플로렌스 2013/03/28 06:45 #

    국가차원에서 계획된 범죄였으니...
  • 2013/03/27 08: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28 06:4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miakiss 2013/03/27 11:32 #

    정말 쓰레기들이라니깐요 진짜
  • 플로렌스 2013/03/28 06:46 #

    '악'이란 현실에 분명 있군요.
  • 2013/03/28 09:3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30 20: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3/31 21: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31 22: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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