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노래자랑 (Born to Sing, 2013.5.1)
이종필 감독, 김인권/류현경/오현경/김환희/김수미/오광록/유연석/이초희 주연
이종필 감독, 김인권/류현경/오현경/김환희/김수미/오광록/유연석/이초희 주연
한국 최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를 소재로 서민의 애환을 다룬 영화. 출연진이 전국의 일반 국민들이다보니 출연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도 많았고, 그런 실제로 있었던 출연진들의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밝고 웃길 것은 분위기지만 실제로는 제법 애틋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간군상극이다.
(스포일러 있음)
'전국노래자랑'은 KBS에서 1980년에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방영중인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1988년부터 송해가 진행을 담당하기 시작하여 86세가 된 지금까지도 방송을 담당하고 있다. '슈퍼스타K'로 인해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기 수십년전부터 존재해왔던 대국민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전 국민이 주역으로 TV에 출연하여 노래솜씨를 뽐내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다만 방송의 재미를 위해 단순히 노래를 잘한다기보단 재미있는 사람을 많이 출연시키곤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별의 별 사람이 다 나왔다. 공중파를 타서 TV에 한번 나와보고 싶은 생각에서 나온 사람은 물론, 가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대중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어 나왔다던지, 자사의 제품을 공중파를 이용하여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술먹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출연한다던지...할머니도 나오고 할아버지도 나오고, 아저씨 아줌마는 물론 어린이부터 청소년, 젊은이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각자의 사연을 갖고 무대에 섰다.
이 영화는 그런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실제 사연들을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초점은 '서민의 애환'에 맞추고 있다. 주요 등장인물은 총 8명. 가수의 꿈을 접고 대리운전 일을 하는 남자와 미용실을 경영하며 그를 먹여살리는 부인, 외국에 장기파견을 간 딸을 대신하여 손녀와 함께 단 둘이서 살고 있는 할아버지, 자그마한 건강식품 회사에서 일하는 마케팅 사원과 한 여직원, 전국노래자랑 본선에 나가 노래를 하고 싶은 시장과 그 밑에서 일을 진행하며 고생하는 과장. 이 8명의 이야기가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번갈아가며 보여진다. 이런 사람들의 '서민의 애환'을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주된 포인트.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보니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시켜 흐름이 틈틈히 끊기는 단점이 있긴 하다. 특히 편집의 문제인지 배경음악이 나오다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전환될 때 갑자기 뚝 끊겨 어색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그럭저럭 볼만한 편. 각기 다른 사람, 각기 다른 사연이 있지만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하나의 대회 외에도 이들을 엮는 것은 같은 지역이라는 것과 일부의 혈연. 전국노래자랑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역별로 개최하는데, 영화에서는 김해시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설정되었다. 할아버지와 손녀 콤비는 논밭이 있는 좀 시골에 살고 있지만 나머지들은 비교적 비슷한 곳, 특히 건강식품 회사의 여직원은 미용실을 경영하는 부인의 동생이기 때문에 전화 통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기도 한다.
도입부의 휴지가 없어 방금 번 돈으로 뒤를 닦는 것은 좀 너무하다 싶지만(팬티로 닦으면 되지 않나?) 나머지 장면들은 생각보다 볼만한 편. 표현과 진행이 어색하고 촌스럽다는 평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대부분의 한국 영화가 이정도 느낌이니 평타 정도는 친다고 보면 된다. 기대 안하고 보면 꽤 재미있는 편.
'전국노래자랑'을 소재로 했다보니 다양한 노래가 나오고, 그 노래들은 각자의 사연을 담고 있다. 이것 역시 음악영화로 장르를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의 메인이 되는 박봉남의 이야기는 가수 박상철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듯 싶다. 박상철은 가수의 꿈을 갖고 여러 오디션을 보았으나 통과하지 못하고,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미용실을 경영하다가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가수가 된 사람이다. '자옥아', '무조건', '황진이' 등의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영화 내용에서 박봉남이 중국집을 경영하는 친구에게 '황진이'를 부르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보면 의도적인 듯 싶다.
술만 마시면 헤어진 여자가 떠올라 술을 먹어야 노래가 나온다는 아저씨가 부르는 노래는 김광진의 '편지'.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슬퍼질 수 있는 사연인데도 불구하고 음주 때문에 결국 개그로 끝이 나버린다. 정말로 거기서 끝이 나니 말이다.
건강식품 회사에서 일하며 마케팅 담당 남직원을 사모하는 여직원은 사장의 명령에 따라 회사 제품 로고가 박힌 한복을 입고 제품 광고를 하며 '신토불이'를 부르기로 했지만 결국 부르는 노래는 박기영의 '시작'. "난 네게 말하고 싶어.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하는 가사가 여직원의 마음과 일치하며 결국 고백의 성사를 이루게 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사연에서 부르게 되는 곡은 홍민의 '부모'.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이런 가사로 시작하는 이 곡은 할아버지와 손녀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와 아이, 할아버지와 엄마, 이 3명의 '가족애'에 관한 이야기에 걸맞는 좋은 곡이다. 그렇게 슬픈 곡이 아님에도 연출의 힘인지 꽤나 슬프게 들린다.
시장(김수미)의 '카스바의 여인'은 제목을 듣고 맹과장이 웃음을 터뜨리지만 이 '카스바의 여인'이란 곡은 전국노래자랑의 단골 노래라고 한다. 어째서일까? 전국노래자랑은 누구나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다고 하지만 정작 방송을 보면 누가봐도 실력이 없어 곧바로 땡~하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 투성이인데 아무래도 방송의 재미를 위해 '너무 노래를 못해서 웃기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뽑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시장의 에피소드는 그런 사연을 표현한 듯 싶다.
역시 인상적인 것은 등장인물들 중에서 메인을 담당하는 박봉남(김인권)이 부른 부활의 '친구야 너는 아니'라는 곡. 이 곡은 김태원 작곡, 이해인 수녀 작사의 명곡인데 이 곡을 김인권이 참 멋지게도 부른다. TV를 보던 부활 멤버들이 '이 노래를 알다니!?'라고 놀라는 것 역시 제법 괜찮았던 웃음포인트.
다만 박봉남이 이를 계기로 가수가 되어서 영화의 끝부분은 프로모션용으로 공개된 전국노래자랑 뮤직비디오 '전국을 뒤집어놔'로 연결되는 것은 조금 오버가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몇몇 개그포인트를 제외하면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지 않게 하려고 절제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말이다. 실제 이야기들을 영화화한 만큼 가능한 픽션성은 줄여야 하는데 잘 나아가다가 끝부분이 갑자기 허무맹랑한 픽션이 되는 느낌. 영화는 부활이 나오며 연락하라고 하는 부분에서 끝내버리고 뮤직비디오는 엔딩 스탭롤이 오를 때나, 엔딩이 끝날 때 넣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랬으면 관객들이 뮤직비디오는 보지도 않고 바로 자릴 떠버릴까봐 그랬나?
이 영화의 끝을 담당하는 '전국을 뒤집어놔'라는 곡은 전국노래자랑의 메인테마 멜로디를 기본으로 유건형이 만든 노래. 유건형은 '언타이틀'이란 그룹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뒤를 이어 스스로 작사작곡을 모두 할 수 있는 가수로 주목 받았으나 이후 작곡가로 전향하였고 비, 싸이, god 등 다양한 가수의 노래를 만들었다. 가장 최신 히트곡은 역시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 영화 제작을 담당한 이경규가 말하길 원래 영화의 테마곡은 싸이에게 부탁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아 싸이와 함께 '강남스타일'을 작곡한 유건형에게 부탁했고 곡이 꽤 괜찮게 나와 싸이가 탐냈다고 한다. 이 테마곡을 부른 사람은 박봉남 역을 담당한 김인권이지만 '형돈이와 대준이'가 함께 참여하여 노래를 불렀다. 덕분에 뮤직비디오에도 함께 출연하는 편. 뮤직비디오에는 이경규도 출연한다.
다음은 전국노래자랑 뮤직비디오. (영화와 버전이 좀 다르다.)
노래는 '전국노래자랑'의 테마곡을 피쳐링한 만큼 밝고 경쾌한 분위기지만 실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좀 슬프다는 것이 아이러니. 결국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말이다. 슬프지만 힘내서 즐겁게 사는 서민의 삶이 이런 것이 아니겠나.
(2013.5.6 11:50 목동 CGV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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