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움 (Elysium, 2013) 영화감상

엘리시움 (Elysium, 2013.8.29)
닐 블롬캠프 감독, 맷 데이먼 주연

'디스트릭트 9'으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닐 블롬캠프 감독의 작품. '디스트릭트 9'이 워낙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지만 비교적 평이한 SF 블록버스터 같은 느낌의 영화였다.



< 스포일러 있음 >


서기 2154년,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구와 환경오염으로 황폐화된 지구와 그런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떠난 상위 1%의 부자들이 사는 인공 거주구 '엘리시움'. 사실상 멸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지구와 정반대로 '이상향'이라는 뜻의 '엘리시움(Elysium)'은 어떤 병이든지 고칠 수 있는 의료기기가 집마다 갖추어져있고 안드로이드들이 수발을 들어주는 우주상의 낙원이다.

지구에서 절도를 저지르며 살다가 보호감찰중인 맥스(맷 데이먼)는 일하던 공장에서 방사능에 노출되어 5일밖에 살 수 없는 몸이 된다. 자신의 몸을 고치기 위해 엘리시움에 가려고 결심한 맥스는 엘리시움에 가는 밀입국 티켓을 얻기 위해 지구에 방문하는 엘리시움 고위급 인사 칼라일을 습격하여 두뇌칩을 빼내는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데...

한편 엘리시움에서 정권 찬탈을 계획한 국방장관 로데스(조디 포스터)는 안드로이드 제조와 엘리시움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칼라일에게 엘리시움 시스템의 프로그램 리셋 코드를 짜게끔 부탁을 한다. 지구에서 코드를 짜갖고 엘리시움으로 되돌아가려는 칼라일. 그러나 칼라일은 두뇌칩에 들어있는 계좌정보를 노린 훌리오 일당과 주인공 맥스의 습격을 받게 된다.

맥스는 칼라일의 두뇌칩을 자신의 두뇌칩에 복사하는 것에 성공하나 로데스가 고용한 지구 출신의 최악최흉 범죄자 크루거에게 쫓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꿉친구인 프레이와 그 딸까지 크루거에게 납치되게 되고...이들이 엘리시움에 가기까지의 과정과 엘리시움에 도착하여 벌어지는 사건이 이 영화의 핵심.


지구와 엘리시움. 하층민과 부자들. 이렇게 돈으로 이루어진 신분격차와 그 신분격차의 해소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을 생각하고 보면 뭔가 대단한 것이 나올 듯 싶지만 그 과정과 결말은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럭저럭 볼만한 헐리우드 영화라 할 수 있겠지만 이 감독의 전작이 워낙 평가가 높았던지라 상대적으로 실망한 사람이 많았던 듯 싶다.

주인공은 경찰 안드로이드에게 맞아 한쪽 팔이 부러지고, 치명적인 방사능에 노출되어 5일밖에 살지 못하고, 독한 진통제를 먹으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전투의 프로페셔널인 크루거 일당에게 쫓기며 배에 칼도 찔려 위험한 상태지만 주인공이기 때문에 영화의 끝까지 열심히 싸우며 잘 버텨나간다. 다른 SF 헐리우드 영화랑 다른 점은 결국 주인공이 죽는다는 정도. 그것도 싸우다가 죽는 것이 아니라 자기 희생을 통하여 엘리시움 프로그램 리셋을 작동시키기 위해서.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황상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몇몇 존재한다. 주인공 맥스는 범죄자 출신에 5일 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우여곡절을 겪으며 엘리시움에 도착하지만 엘리시움 프로그램 리셋시 자신이 뇌사한다는 것에 한치 망설임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소꿉친구인 프레이와 그 딸의 존재가 그런 결심을 하게 만드는 큰 원인이 되겠지만 문제는 조력자인 훌리오. 이 인간은 엘리시움 밀입국을 담당하는 범죄자이며 살인도 서슴치 않는 지구 범죄계의 큰 손임에도 불구하고 엘리시움 프로그램 리셋 후 엘리시움 주민과 지구인의 평등을 입력해버리고 만다. 캐릭터 특성상 훌리오 역시 크루거처럼 자신이 엘리시움의 지배자가 되도록 입력하려고 할 녀석인데, 후반에 갑자기 개과천선한 사람처럼 되어서 리셋 후 입력이 결국 만민 평등이라니...전형적인 헐리우드 팝콘영화였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감독이 감독인만큼 너무 안이한 막판 전개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엘리시움 시스템을 리셋하면 두뇌칩에서 그 코드를 사용한 사람이 뇌사한다는 것 또한 미묘한 부분. 원래는 엘리시움 시스템을 설계한 칼라일이 이것을 행할 예정이었는데, 본인이 뇌사하게끔 처리했을리는 없을텐데 말이다. 코드 자체에 프로텍트가 걸려있다고 나온 것으로 보아 복사한 코드를 실행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아예 프로그램 리셋 자체가 불가능해야 했을텐데 그것도 아니고...여러모로 설명이 부족한 부분. 주인공의 숭고한 자기희생으로 만민평등을 이루는 연출을 위한 무리한 전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전작의 명성을 고려하지 않고 별 생각없이 보면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 사지절단에 머리 폭발 등의 고어한 장면이 많으니 그런 것에 거부감이 많은 사람은 보기 좀 힘들 수도 있겠다.

다른 SF영화와는 다른 뭔가 리얼하면서도 독특한 장비들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맥스가 몸에 이식한 강화슈트나 크루거가 사용하는 각종 장비들과 안드로이드, 우주선 등. 건담에 나오는 스페이스 코로니를 그대로 실사화한 것 같은 엘리시움의 모습 등 SF적인 볼거리는 충분. 감독의 전작에 대한 명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헐리우드 SF영화 좋아한다면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 듯. 긴장감의 연속인 작품이지만 주인공의 희생을 제외하면 해피엔딩이니 너무 마음 졸이지 말고 편하게 감상하면 좋을 듯 싶다.

(2013.9.19 16:45 서울극장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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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알트아이젠 2013/09/23 10:14 #

    아, 본다고 해놓고 결국은 못본 영화네요. 그래도 [디스트릭트 9]도 사지절단이 꽤 나왔으니, 저에게는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플로렌스 2013/09/23 15:15 #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였지요.
  • 검투사 2013/09/23 10:54 #

    전작에 따른 기대감과 지나치게 많이 보이는 설정구멍 탓에...
    "이건 토미노 옹이 <시뎅>을 직접 제작하셨다는 소리를 듣는 것 같군!"
    이라는 생각이 들던... -ㅅ-;
  • 플로렌스 2013/09/23 15:16 #

    그건 너무 심한 비유;;; 걸작이었던 전작에 비해 아쉬운 면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범작 정도는 되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 無名人間 2013/09/23 11:04 #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中上 정도로 인상이 남더군요.
  • 플로렌스 2013/09/23 15:17 #

    그럭저럭 볼만했지요.
  • 나이브스 2013/09/23 11:52 #

    역시 디스토피아의 설정에서 해피엔딩을 찾는 것이 헐리웃의 오랜 전통...
  • 플로렌스 2013/09/23 15:17 #

    다만 주인공이 죽는다는 점이 일반적 헐리웃 영화와는 다른 점이겠지요.
  • 오오 2013/09/23 12:19 #

    내일 볼까 해서 본문은 그냥 스크롤다운했어요...--;
    구수한 남아공엑센트를 즐길 것인가...
  • 플로렌스 2013/09/23 15:17 #

    재미있게 보세요~
  • 오오 2013/09/24 18:46 #

    보고왔는데, 전체적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한다기 보다는 우화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더군요.
    깨알같은 남아공 국기도 나와주고...
  • 플로렌스 2013/09/24 21:54 #

    남아공이 없으면 닐 블롬캠프가 아니지요!
  • 오오 2013/09/25 06:19 #

    한쪽은 무안단물 치료기기가 집집마다 있고, 한쪽은 피폭당했더니 알약 몇개 주고 5일뒤에 죽을것이라고 알려주는...
    그런 우화같은 극단적인 설정에 걸맞게 등장인물이나 전개도 조금 더 극단적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인상적인 인물은 크루거 정도만 있지 나머지는 캐릭터가 그다지 살아나지 못한 듯 해요.
  • 플로렌스 2013/09/25 09:08 #

    너무 우화가 됐어도 영화로서 문제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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