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 : 다크 월드 (Thor: The Dark World, 2013) 영화감상

토르 : 다크 월드 (Thor: The Dark World, 2013.10.30)
알랜 테일러 감독,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톤 주연



[ 스포일러 있음 ]

전작 [토르: 천둥의 신 (Thor, 2011)]으로부터 2년이 흘러서 나온 속편. 실제로 영화 속에서의 시간의 흐름도 2년이 흐른 뒤로 되어있다.

초반에 판타지 영화스러운 스펙타클함을 가득 보여줬지만 후반의 배틀이 뭔가 맥빠지는 전개였다던지, 어벤져스를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는 영화였다던지 하는 평을 들은 전작에 비해 이번엔 좀 더 하나의 완성된 영화로써 신경을 쓴 티가 났다. 마블 히어로 영화과 공유하는 세계관 특성상 실드에 대한 언급이 안나올 수는 없지만 이번 작품엔 실드 요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독립된 판타지 SF물로써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인지 초반의 장대한 서사가 신경쓰일 정도. 우주 탄생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어둠을 다루는 종족 '다크엘프'와 오딘의 이전 세대의 '아스갈드'인들과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영상과 함께 주저리주저리 나오는데 이건 그야말로 판타지 영화의 서두 그 자체. 칼이나 창 같은 근접병기를 다루는 아스갈드인과 달리 총과 같은 무기나 우주선을 타는 다크엘프 종족과의 이질감이 있긴 하지만 다크엘프의 모습 및 무기 등이 SF스러우면서도 판타지스럽게 잘 디자인되었다.

토르는 [어벤져스]에 나온 로키의 치타우리 종족을 이용한 지구 침공 사건 이후 로키를 체포하여 아스갈드로 귀환, 오딘은 로키를 지하감옥에 처넣고, 토르 및 그의 용맹한 동료들인 시프, 호건, 볼스타그, 판드랄 및 아스갈드 병사들은 무지개 다리 비프로스트 붕괴 이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반란을 평정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 짤막한 전투로 간략하게 묘사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이부분이 길어져도 지루해졌을 것 같다.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로부터는 1년 후, 토르의 연인인 제인 포스터 박사는 토르가 어벤져스 사건 때 뉴욕에 왔었으나 로키만 체포하고 그냥 돌아간 것에 분개해하면서도 토르를 찾을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이런저런 '물리학 법칙이 무시된 이상한 것'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거의 반포기 상태로 소개팅이나 나가던 찰나, 밑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달시의 연락으로 기묘한 장소를 찾아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번 영화의 메인이 되는 '에테르'를 발견하고 본의 아니게 그것을 몸에 담아버리게 된다.

제인이 에테르를 얻게 되는 과정과, 그런 기묘한 장소가 왜 여태 발견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처음엔 납득이 안갔지만 후에 5000년마다 찾아오는 우주의 재배열로 인해 9개의 세계의 공간이 뒤죽박죽 연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5000년마다 찾아온다는 우주의 재배열. 에릭 셀빅 교수는 이것을 연구하고 막아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정신병자로 몰려 체포되어버리고 만다. TV를 통해 체포되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코믹. 대체 무엇을 해보다가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자세히 나오지는 않는다.


북유럽 신화에는 9개의 세계가 있다. 토르가 있는 아스신의 세계 아스갈드, 거신족이 사는 요툰헤임, 인간들이 사는 미드갈드, 바나신족의 바나헤임, 엘프의 세계 알브헤임, 다크엘프의 세계 스바르트 알프헤임, 드워프의 세계 니다벨리르, 불꽃의 세계 무스펠헤임, 저승세계 니블헤임.

마블의 영화 '토르'에선 이 9개의 세계를 각기 다른 시공의 우주로 표현하고 있으며, 아스신족 스스로 "우리는 신들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전작에서도 아스갈드인은 인간의 과학으로는 해석하기 힘든 고도의 마법과 같은 기술을 쓰는 종족이라 고대인들에게는 신처럼 여겨졌다는 표현이 나온다. 아스갈드의 의료진이 제인 몸에 담긴 에테르를 조사할 때 마법과 같은 연출이 나오는 것을 제인이 뭐냐고 물어본 뒤 설명을 듣고는 "양자역학 맞네요"라고 하는 것 또한 과학과 마법을 동일시 한다는 토르 세계관의 재미있는 점. 아픈 와중에 그런 것 물어보고 좋아하는 제인의 과학자스러움이 토르 여주인공의 개성이자 재미있는 점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의 악역은 다크엘프의 수장 '말레키스'. 다크마타인 에테르를 무기로써 개발하였으나 그걸 써보지도 못하고 선대 아스갈드인에게 에테르를 빼앗겨 다크엘프족들을 방패삼아 도주해버리고, 5000년 만에 찾아오는 우주의 재배열에 숨겨진 장소가 드러난 에테르를 추적하여 아스갈드를 침공한다. 사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이 말레키스라는 악역에는 그다지 관심없고, 전작 및 어벤져스에서의 악역인 로키에게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나역시 그렇고 모두들 그럴 듯 싶다.

어벤져스 이후 지하감옥에 감금된 로키는 그의 어머니 프리그만이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며 지켜봐줄 뿐이다. 말레키스의 침공으로 결국 프리그는 사망하고, 로키가 유일하게 정을 붙이고 있던 어머니 프리그의 죽음에 분개. 어머니의 죽음을 감옥에서 전해듣고는 뒤돌아서서 감정을 죽이며 조용히 주변 물건을 부수는 장면에서 로키의 분노가 느껴진다. 토르 앞에서 멀쩡한 척 마법으로 위장하고 있다가 토르의 한마디에 진짜 모습을 보였을 때의 처참한 몰골 역시 로키에게 있어 어머니의 존재와 그 죽음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알 수 있게 묘사됐다. 토르와 로키가 힘을 합치려면 역시 어머니의 죽음 정도가 아니면 안될 듯 싶었지만 역시나. 다만 토르 및 그의 친구들이 예측하듯 로키는 그런 상황속에서도 뭔가 저지를 준비를 하고는 있었다.

아내의 죽음으로 오딘 역시 이성을 잃고 모든 아스갈드인이 용맹하게 죽을 때까지 다크엘프와 싸우겠다고 분개하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토르가 아스갈드의 피해를 막으면서 할 수 있는 최선책은 에테르를 몸에 내장한 제인을 데리고 다크엘프의 고향인 스바르트 알프헤임으로 가서 담판을 짓는 것 뿐. 이 과정에서 토르의 유쾌한 친구들이 한몫씩 해주는 장면이 보기 좋았다. 동양인으로 묘사된 호건만 고향인 바나헤임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 그곳에 머물게 되어 이 작전에 참여하지 못한다. 굳건한 감시자이자 문지기의 느낌이 가득한 헤임달부터 시작하여 친구들 모두의 협력으로 작전은 성공하지만...이후 말레키스 앞에서 벌인 일들이나 이후의 반전 모두 충분히 예상 범위 내. 연출상으로도 예측할 수 있게 묘사를 하고 있다. 역시 이래야 로키지! 영화의 결말 또한 역시 예측 가능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말레키스보다는 역시 로키. 이 영화는 로키를 위한 영화라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초반은 판타지물 비슷하게 진행하며 조금 지루한 감이 있는데, 다크엘프의 침공 이후부터 전개가 빨라지면서 흥미진진. 그러면서도 은근히 코믹한 장면이 많아 재미있다. 9개의 세계가 뒤섞이기 시작하며 워프홀이 출현하고, 에릭 셀빅 교수가 만든 장치로 그런 워프홀을 조정하는 상황. 그런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토르와 말레키스의 전투의 연출은 실로 특이하다. 지구(미드갈드)에서 싸우다가 특정 장소로 날아가자 갑자기 스바르트 알프헤임이었다가, 또 싸우다가 요툰헤임으로 떨어졌다가...각기 다른 세계를 왕복하며 싸우는 것이 재미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세계로 가면 토르의 해머인 '묠니르'가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것 또한 주목할만한 점. 날아가는 묠니르를 보며 달시가 "묘묘!!"하고 외치는 것 또한 전작을 본 사람들을 위한 좋은 웃음포인트가 된다.


마블 영화 답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 후에 깜짝 영상들이 나온다. 게다가 이번에는 무려 2개!

하나는 영화 장면을 그림처럼 멋지게 표현한 영상으로 주연 배우들의 소개 이후. 토르의 친구들이 '컬렉터'라는 인물을 찾아가 '어떤 물건'을 맡긴다. 배우는 베니치오 델 토로. 내년에 개봉 예정인 우주 규모의 마블 히어로 영화 신작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에 출연 예정이라는데, 이 장면에서 나오는 '어떤 물건'이 무려 '인피니티 젬'. 아직 5개 남았다는 대사로 보아 이후의 전개와 관련있을 듯 싶다.

[어벤져스]에서 로키가 치타우리족을 데려갈 때 계단 위에 누군가가 있었고, 엔딩 크레딧 이후의 영상에서 그가 원작의 최강 캐릭터 중 하나인 '타노스'임이 밝혀졌는데 이 타노스는 우주 최강의 장비인 '인피니티 건틀렛'의 사용자라는 것과, 그 인피니티 건틀렛에는 6개의 '인피니티 젬'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후의 마블 영화에 인피니티 젬을 장착한 타노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인피니티 건틀렛'은 전작에 나온 적도 있으니 말이다. 그것이 언제가 될런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벤져스]를 위하여 개봉하는 마블 히어로 영화의 엔딩크레딧마다 꼬박 이후 시리즈의 전개를 위한 포석을 깔아놨던 것을 보면 이번 엔딩 크레딧 역시 이후의 우주적 규모의 사건을 위한 복선이 될 듯 싶다.


깜짝 영상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관객들은 이것만 보고 다들 나갔지만 제작진 및 협력업체의 스탭롤이 오르고 난 이후 맨 마지막에도 최후의 영상이 하나 더 나온다. 이것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 이후 토르와 제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후 토르의 삶이 예측 가능한 장면이므로 다른 시리즈에 관심없는 사람이래도 꼭 봐두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덤으로 영화 후반부에 지구에 나타난 '그녀석'의 이후 장면까지도 나오니 말이다.


시프의 제인에 대한 묘한 시선, 직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로키의 감정 표현, 전작과는 정 반대의 말을 하며 폭주하는 오딘, 토르를 보자마자의 제인의 행동 및 대사 등 캐릭터들의 숨은 감정들이 은근히 표현되는 것도 괜찮았고, 로키의 깜짝 변신이나 후반 여기저기 급작스럽게 출현하는 워프 포인트로 인해 발생하는 자잘하고 코믹한 사고, 달시와 그 밑에 새로 들어온 남자 인턴, 첫등장부터 충격적인 에릭 박사 등 웃을 거리 또한 많다.

상황의 마련을 위해 초반은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로키가 감옥을 나온 이후부터는 스펙타클하게 전개되니 즐겁게 볼 수 있다. 전작보다도 하나의 영화로써의 완성도는 높아졌으니 조금은 안심하고 봐도 좋을 듯. 물론 히들스톤이 연기하는 로키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가치가 있겠지만 말이다.

(2013.10.30 11:35 김포공항 롯데시네마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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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3/10/30 22:1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30 22: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ranigud 2013/10/30 22:41 #

    상세한 스포일러 감사합니다
  • 플로렌스 2013/10/31 11:13 #

    천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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