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폴 6집 [꽃은 말이 없다.] (2013.10) 뮤직머신

루시드폴 6집 [꽃은 말이 없다.] (2013.10.23)

가을에 잘 어울리는 뮤지션 루시드폴(Lucid Fall) 조윤석의 6번째 정규 앨범.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그리고 입추가 지나고 몇주가 지나도 그 더위가 좀처럼 사그러들 줄을 몰랐다. 그러다가 슬슬 가을 날씨가 되어 낮에는 덥고 밤에는 제법 쌀쌀해지는 듯 했다. 그러다가 10월 11일, 비가 끝난 이후 제대로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비가 끝난 직후였기 때문일까,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일까, 비가 끝났기 때문에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일까. 아침 공기가 여태까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청명함'

이 단어로 그 때의 느낌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청명한 가을 날씨'. 춥지만 싫지 않았다. 더위를 싫어하는 나였기에 그런 맑아진 것 같은 공기가 더더욱 반가웠다. 그리고 한 뮤지션이 떠올랐다. '루시드폴(Lucid Fall)'...말 그대로 청명한 가을 같은 뮤지션이다. 쓸쓸하고 쌀쌀한 가을, 하지만 뭔가 맑고 투명한 그 느낌. 그 이름에 걸맞는 음악이 루시드폴의 음악이었다.

그렇게 루시드폴이 떠오르는 와중 마침 이번 가을에 루시드폴의 정규 6집이 나온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서점 음반 코너에서 막 구입해서 돌아온 뒤 계속하여 듣고 있다. 버스커 버스커 2집에, 아이유 3집에, 2013년의 가을은 풍성한 음반들로 귀가 즐거웠던 계절로 기억하게 될 듯 싶다. 5번째 정규앨범 [아름다운 날들]에 대한 포스팅을 했던 것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그것이 벌써 2년 전. 오랜만의 루시드폴 음반이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01. 검은 개
02. 강
03. 나비
04. 햇살은 따뜻해
05. 서울의 새
06. 늙은 금잔화에게
07. 연두
08. 가족
09. 바람 같은 노래를
10. 꽃은 말이 없다.


음반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은 '어쿠스틱'. 지난 5집 앨범 [아름다운 날들]이 다채로운 세션으로 사운드가 화려한 느낌이었던 반면 이번엔 다시 소박한 루시드폴로 돌아왔다. 인공적이라기보단 좀 더 자연적인 느낌 가득. 내가 좋아하는 기타줄 미끄러지는 소리도 들리고, 노래 시작 전에 one, two 하며 카운트 다운을 하는 소리가 작게 들어간다던지...이런 것들이 좋다. 곡마다 기타 소리도 각기 다른 것이 재미있다.


세미바리톤 기타로 연주한 '검은개'는 쉬지 않고 놀리는 기타 연주와 달리 느릿한 멜로디의 보컬은 쓸쓸하게 진행되는 곡. 쌀쌀한 가을밤에 마주친 불쌍해보이는 개의 모습이 떠오른다. 첫 트랙부터 어쿠스틱함 만점이다. 이런 쓸쓸함과 담담함이 함께 묻어나오는 곡이 루시드폴 다운 것 같다.

두번째 트랙은 보사노바 스타일의 8현 나일론 기타 연주가 매력적인 '강'. 곡 시작 전에 작은 목소리로 "원투쓰리"하는 카운트도 그대로 녹음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가사가 메인 멜로디에 비해 양이 많아 특정 부분에서는 좀 빨리 흘러가기도 하는데 이게 처음 들으면 좀 어색하기도 한데 나름 운율감이 있어 마치 시를 읆조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갈대도 억새도 모래도 철새도 조개도 돌게도 물고기도 친구가 되고..." 이런 가사를 보면 의도적으로 '도'로 끝나는 라임이 있어 시적 운율감을 위한 의도적인 시도인 듯 싶다. 3번 트랙 '나비'는 바리톤 기타로 연주한 곡. 곡의 뒤에 작지만 끊임없이 들리는 드럼의 심벌 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4번째 트랙 '햇살은 따뜻해'는 리듬 기타를 사용한 삼바 스타일의 즐거운 곡. 인트로만 들으면 3집 [국경의 밤]의 9번 트랙 'kid'의 후렴구가 떠오르지만 정작 곡이 전개되면 접점이 없는 곡이다. 멜로디와 곡 전개만 들으면 해변이 떠오르는데, "늦가을 싸늘해진 바람을 달래주듯"이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쌀쌀해진 가을의 따뜻한 햇빛처럼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따뜻하게 안아줄 수만 있다면'하고 반음 내려 '추운 그대 데워줄 수만 있다면' 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가사와 멜로디의 전개가 일치하는 진행이 멋지면서도 듣기 좋다.

5번 트랙 '서울의 새'는 피아노와 둥둥 거리는 콘트라베이스에 맞춰 부르는 곡. 이 곡 역시 시작 전에 카운트가 그대로 녹음되어 있다. 6번 트랙 '늙은 금잔화에게'는 바리톤 기타를 사용한 곡인데 끽끽 거리는 기타줄 미끄러지는 소리가 듣기 좋다. 7번 트랙 '연두'는 짠짠 거리는 기타 사운드 뒤에 재지한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인 곡. '햇살은 따뜻해'와 함께 밝은 분위기의 곡에 살짝 쓸쓸한 느낌이 섞여있어 더욱 좋다.

8번 트랙 '가족'은 바리톤 기타를 중심으로 피아노가 살짝 뒷받침되며 진행되는 곡인데, 기타와 피아노의 연주로 진행되는 인트로가 꽤 마음에 든다. 곡의 전개가 변하기 직전마다 기타와 피아노의 연주가 순간 정지되는 부분이 좋다. 곡의 멜로디나 분위기가 미선이 시절에 불렀던 '시간'이 떠오른다.

9번 트랙 '바람 같은 노래'는 8현 나일론 기타를 사용한 곡. 10번 트랙 '꽃은 말이 없다.'는 바리톤 기타를 사용한 곡. 마지막 트랙이 앨범의 타이틀과 동일한 것이 특징인데 그렇다고 타이틀 곡과 같은 개념은 아니다. '꽃은 말이 없다.'라는 제목처럼 가사 없이 루시드폴의 솔로 기타 연주로만 구성된 트랙이다. 앨범의 아웃트로에 걸맞는 곡이다.


오랜만의 루시드폴 정규 앨범. 루시드폴 초창기의 '어쿠스틱'함으로 회귀한 음반으로 개인적으로는 만족. 직전 앨범이었던 5집이 너무 화려하면서도 귀에 잘 안들어왔기 때문이려나. 이번 앨범 역시 루시드폴답게 잔잔하면서 귀에는 잘 안들어오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시적인 가사와 쓸쓸하면서 담담한 보컬, 그에 걸맞는 멜로디로 구성되었다. '더도 말고 덜도 아닌 딱 루시드폴다운 음반' 그렇게 설명할 수 있겠다. 가을밤에 분위기 타면서 틀어놓기 좋은 음반이다. 식사하거나 취침하기 전, 마음을 진정시킬 때에도 듣기 좋은 음반이다. 잔잔하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좋은 음반이 루시드폴 아닌가.

덧글

  • 코코마 2013/10/31 23:45 #

    잔잔하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좋은 음반이 루시드폴 아닌가.
    정말 동의해요. 올 가을겨울은 루시드폴과 함께 :)
  • 플로렌스 2013/11/01 11:12 #

    가을에 잘 어울리는 음반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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