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 (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 2013)
피터 잭슨의 호빗 3부작 중 2번째 작품. 전작인 호빗 :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으로부터 1년만에 나온 속편이다.
기대하던 작품인데 개봉일 전날 예매를 할 수 있는 곳이 보이지 않아 어찌된 것인가 알아봤더니 역시나 '몬스터 대학교'나 '토르 2'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대기업 극장 체인의 수익 분배 비율의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CGV에서 일방적으로 서울지역의 배급사:극장의 수익 분배를 60:40에서 50:50으로 변경 통보한 이후 이런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롯데시네마 역시 서울지역 직영관 대상으로 55:45으로 변경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CGV 공지에서는 '배급사가 서울 지역에서만 배급료를 높게 요구'해서 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몬스터 대학교'와 '토르 2' 때 역시 이랬으니 결코 CGV가 곱게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리 봐도 '갑'은 대기업인 CGV와 롯데시네마이고, 그걸 이용해 일방적으로 자사의 수익율을 높이고 배급사의 수익률을 낮추겠다고 배급사들에게 통보했지만 흥행이 어느정도 보장된 블록버스터를 들여오는 배급사는 이를 이용해 맞서고 있는 듯 보인다. 결국 대기업의 일방적인 수익률 변경에 따른 진흙탕 싸움 없이 예전과 같이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메가박스를 선택할 수 밖에.
피터 잭슨의 '호빗' 두번째 이야기는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원작에다가 살을 덧대어서 '반지의 제왕'의 프리퀄로써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오크들의 두목이 사우론과 관련이 생기고 간달프가 직접 찾아가서 사우론을 본다던지, 원작에선 등장하지 않은 레골라스가 이번 호빗2에 등장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호빗'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쟁은 '반지의 제왕'에 이어지는 전쟁의 예행 연습 같은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전작에서 '외로운 산'이 저 멀리 보이는 지점까지 도달하고, 용 '스마우그'가 보물더미 속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끝이 나서 궁금증을 더했는데, 정작 이번 영화가 시작하고 보니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태. 거대한 곰으로 변하는 거인 '베오른'과의 만남, 거대한 거미들의 습격, 레골라스의 아버지 스란두일와의 만남, 호수마을의 바르드와의 만남. 빌보의 드워프 왕국에의 잠입, 스마우그와 만남, 스마우그의 출타. 원작에서 이정도까지의 이야기를 하는데 2시간 40분이 꽉꽉 차있다.
이 과정에 오리지널 요소로 간달프가 홀로 적진에 쳐들어갔다가 결국 사우론과 직접 만나게 된다던지, 스란두일이 등장할 때 레골라스도 등장, 오리지널 엘프여성인 타우리엘도 등장한다던지, 드워프인 킬리와 엘프인 타우리엘의 로맨스라던지, 레골라스와 타우리엘이 드워프들의 뒤를 쫓는 오크들의 뒤를 쫓으며 해치워나간다던지, 후반 스마우그와 드워프들의 사투라던지. 영화적 재미를 위한 오리지널 요소가 가득하다.
이번 편에서는 주인공인 '호빗' 빌보의 활약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 처음엔 집에서 아무 일 없이 편히 살기만을 원했지만 드워프들과 모험을 하는 동안 용기가 생겼고 의욕 또한 넘친다. 덤으로 절대반지까지 생겨서 언제든 모습을 감출 수도 있다. 마음에 드는 추가 설정은 절대반지를 끼면 마물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도 있다는 것. 이번 편에서는 빌보가 주인공답게 드워프들을 거미들로부터 구해주기도 하고, 거미와 용감하게 싸우기도 하고, 엘프들에게 잡힌 드워프들을 구출하기도 하고, 드워프들이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 비밀을 풀어내기도 하고, 최후에 거대한 화룡 스마우그의 앞에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끌면서 '아르켄스톤'을 찾아내기도 한다. 드워프보다도 약한 호빗이지만 이번 편에서 주인공답게 맹활약하는 것이 보기 좋다.
다만 역시 끝에 스마우그가 호수마을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에서 끝나버려 다음 편 나올 때까지 언제 또 기다리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리지널 요소를 좀 쳐내고 짤막하게 2부작으로 만들어줬어도 좋았을텐데...서사적 완성도를 높임과 동시에 반지의 제왕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하기 위해 동화 같던 원작을 좀 더 진지하게 바꾼 것은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그래도 완전히 동화적 느낌을 버린 것은 아니라 급류속에서 나무통을 타고 오크들로부터 도주하던 도중에 우연히 튕겨나가서 나무통인 상태로 통통 튀면서 오크들을 쓰러뜨리는 등 코믹한 연출이 포함되어 있긴 하다. 전작에서도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바위 틈에 끼어도 죽지 않던 드워프들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드워프들의 명줄은 길다. 다만 '반지의 제왕'과의 연계가 점점 강해지는 스토리상 다음 최종편에선 코믹함은 사라지고 진지해질 것 같긴 하다.
전작에서 스마우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일부분만 보여준 연출은 꽤나 훌륭했다. 이번작에서 드디어 스마우그의 전체적인 모습이 나오긴 했지만 전작보다는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스마우그는 거대하고 강한 용이지만 얼굴도 은근히 귀엽고 말도 통하는 시점에서 전작보다는 그 압도적인 느낌이 떨어지긴 한다. (맨 끝에 일시적으로나마 황금용이 된 스마우그의 모습에서 킹기도라를 연상한 사람은 나뿐이 아니겠지...)
빨간색 눈동자로 대표되는 사우론의 모습이, 세로로 긴 까만 동공이 갑옷을 입은 사우론의 실루엣이라는 것이 인상적. 동공 안에 또 동공이 있고 하는 연출 또한 좋았다. 하얀색의 빛의 마법을 쓰는 간달프와 검은 색의 어둠의 마법을 쓰는 사우론과의 격돌 또한 색과 마법 형태의 연출 또한 마음에 들었다.
이번 작품은 3부작 중 2부이다보니 아무래도 전작을 보지 않으면 연결이 안되는 부분이 많다. 언제 또 3부 개봉을 기다리나...내년 7월에 3부작의 최종화가 개봉될 예정이니 1부 끝나고 2부를 기다려온 시간보다는 짧게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랄까. 반지의 제왕과의 연계가 더욱 강해질 것 같은 3부에 대비하여 그때까지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복습해서 봐둬야할 것 같다. 호빗의 최종편은 내년 여름의 즐거움이 될 것이 확실하다.
(2013.12.12 11:00, 신촌 메가박스 관람)
덧글
12장에서 스마우그가 마을 공격 하러 날아가고
13장에서 스마우그가 마을을 공격합니다.
아마 2부작으로 만들었다면 1편은 술통 장면이나 마을 도착 쯤에서 나누어 졌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