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와 스릴러의 어설픈 잡탕밥, 몬스터 (Monster, 2014) 영화감상

몬스터 (Monster, 2014.3.13 개봉)
황인호 감독, 이민기/김고은/안서현 주연


'한국영화'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가득 메우는 쓸데없을 정도로 많은 '욕설'과 쓸데없을 전도로 잔혹하게 피로 얼룩진 '폭력', 그다음 어설프게 웃기려고 노력하는 '코미디'다. '욕설'과 '폭력'과 '어설픈 코미디'. 이 3가지 요소는 한국영화에 단골처럼 등장해왔다.

깊이있는 대사는 만들기 힘들기 때문에 욕으로만 감정을 표현하려고만 하거나, 절묘한 위트와 유머를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에 '욕설'을 남발하여 욕으로 웃기기를 시도하거나, 생각할 거리가 많은 스토리보다는 잔혹한 장면과 긴박감 가득한 장면들, 틈틈히 나오는 욕설개그를 시도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조폭영화나 범죄영화가 그렇게 많은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오늘날 한국영화는 예전보다는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추구하고 있으며, '범죄'와 '조폭' 남발은 많이 줄어든 편이다. 작품성 있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도 있고, 대중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인정받는 감독들도 있다. 보고서 여운이 남는 작품들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오랜만에 끝없이 흘러나오는 '욕설'과 끝없이 흘러나오는 '피'와 '폭력', 틈틈히 젊은 사람들을 웃겨보려고 노력하는 아저씨의 몸부림과 같은 '어설픈 코미디'로 가득한 진성 '한국영화'다.

하물며 장르도 순수 '스릴러'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는데 이 영화는 지나치게 '코미디'를 내세우고 있다. 피와 폭력 사이에 틈틈히 웃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솔직히 웃기지도 않는다. 청소년관람불가의 스릴러물을 표방하고 있으면서 내용에서는 초등학생들에게나 통할 법한, 아니면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아저씨들만 웃을 수 있을 것 같은 유치하고 어설픈 개그 코드로 가득하다.


이 영화의 감독인 황인호 감독의 전작이자 첫 작품은 2011년에 개봉한 '오싹한 연애'였다. 공포 장르와 로맨스물의 융합 시도로 화제가 되었고, 뭔가 이상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참신하고 괜찮았다는 평도 있었다. 그런 어울리지 않는 장르의 융합을 본인의 특성으로 삼으려고 한 것일까. 이 '몬스터'라는 영화는 스릴러물과 코미디물을 뒤섞으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둘은 전혀 뒤섞이지 않고 장면들마다 따로 놀고 있다. 덤으로 코미디랍시고 넣은 장면들이 하나같이 웃기지 않는다. 무리하게 억지로 웃기려고 발악하고 있을 뿐이다.


캐치프라이즈는 '살인마 vs 미친여자 한놈만 살아남는다', '2014년 가장 강렬한 추격극'이던데, 애석하게도 영화랑은 전혀 맞지를 않는다. 통상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는 캐치프라이즈는 홍보담당의 문제라고 비난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이런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서 머리를 싸맸을 홍보담당이 오히려 불쌍해질 지경이다. 이런 거지같은 영화를 위해 온몸으로 연기한 배우들도 불쌍하다. 돈벌기 참 힘든 세상이다.

일단 이 영화에는 '미친 여자'는 나오지 않는다. 주연인 '복순(김고은)'은 미친 여자가 아니라 어른이지만 초등학생 정도의 사고 밖에 못하는 조금 모자란 사람일 뿐이다. 정신지체장애인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멀쩡하다. 시장에서 채소를 팔며 멀쩡히 삶을 꾸려나가고 있기까지 하다. 복순의 여동생인 은정(김보라)이 살인마에게 쫓기는 나리(안서현)와 함께 있다가 봉변을 당하고,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살인마를 죽이기로 작정하고 쫓아간다. 나중엔 역으로 도망치지만.


김고은은 정지우 감독의 '은교' 역에서 주연인 '은교' 역으로 나왔을 때엔 참 풋풋한 매력을 풍겼는데 여기에선 시골 아줌마 복장에 촌스럽고 바보스러운 여자로 등장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가신 욕쟁이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듯한 욕을 남발하는데 욕설 연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욕의 종류가 요즘 현대에서 젊은 사람들이 주로 쓰는 욕설이기 때문에 부조리하다. 리어카를 끌면서 부르는 노래는 옛스러운 욕인데 평상시 쓰는 욕은 요즘 욕이라니.

게다가 그렇게까지 욕을 남발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듯한,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개잡년'이라는 노래를 즐겁게 부르는데 '대체 저건 왜 넣은거야?'라고 할 정도로 쓸데없어 보인다. 도입부에선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다음 친동생을 리어카에 태우고, 후반엔 새로운 동생을 태우고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유일한 가족'과의 '유대'를 강조하는 포인트로 쓰고 싶었나본데, 그 표현 방식이 지나치게 투박하고 촌스러우며 무리스러웠다. 표현방식에 있어서 아마추어티가 너무 난다.

도입부에서 복순이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릴 때, 할머니가 태양 속에 얼굴이 비치며 텔레토비를 패러디한 BGM을 넣은 것은 웃기라고 만든 것 같다. 실제로 웃는 사람들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연출 방식은 스릴러물에 어울리지 않는다. 시장에서 복순이 용역들을 향해 날려차기를 하고, 역으로 얻어맞은 뒤에도 오히려 채소로 머리를 가격하는 장면도 코믹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뭔가 어색하다. 웃기지도 않고, 이전 장면이나 이후 장면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 영화에는 이렇게 '붕 떠있는' 장면들 투성이이다.


남자주인공인 태수(이민기)는 '살인마'가 맞긴 한데, 정확히는 '사이코패스'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몬스터', 그러니까 '괴물'은 이 남자주인공을 지칭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적인 아버지를 죽이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커서도 아무곳에서나 사람을 거리낌 없이 죽인다. 그런 가차없는 살인에 해결사 종류 일을 하는 형인 익상(김뢰하)은 두려움을 느낀다. 문제는 이 살인마 역의 이민기가 살인마에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용 중에서도 복순이 경찰에게 진술할 때 '잘생겼다'고 표현해서 경찰이 어이없어하는데, 실제로 어이없다.

현실세계에서 범죄자의 인상착의는 꼭 험악하게 생기진 않았다. 실제로 멀쩡하게 생겼고 심지어는 잘생겼지만 살인이나 강간을 일삼는 악한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는 픽션이다보니 감정이입이 중요한데, 선하고 잘생긴 주인공이 흉기를 휘두르며 사람을 미친듯이 죽여도 별로 무서운 느낌이 안든다는 것이다. 얼굴이 안무섭다보니 일부러 슬래쉬 무비에서 자주 나오는 음향효과와 연출을 남발하고, 이상할 정도로 피바다가 펼쳐져도 이민기의 얼굴은 도무지 무서워지질 않는다. 오죽하면 나중엔 CG인지 렌즈인지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이민기의 눈동자에 하얗게 뒤집혀진 처리를 하기까지 했는데, 이건 무서워지긴 커녕 갑자기 그런 어색한 연출에 실소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살인의 표현 방식 또한 어이없다. 정신병자는 원래 보통사람보다 더 힘이 세다고 하지만 이민기는 이상할 정도로 강하다. 특별히 무술을 배운 것도 없는데 말도 안되는 반사신경과 체력, 정신력을 갖고 있다. 이쯤되면 살인마라기보단 살인무술의 달인 같아보인다. 뒤에서 조폭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손 좀 봐주려고 다가오는데 뒤도 보지 않고 갑자기 휙 돌아서며 갖고 있던 젓가락으로 푹 찌른다. 그리고 순식간에 해치운다. 진짜 일격필살 살인무술이다.

여기엔 막강한 강적이 등장한다. 살인마 태수의 형이 동생을 죽이려고 북한 특수부대에서 왔다는 용역 깡패를 하나 데리고 온다. 이 깡패를 관리하는 두목 말에 의하면 손을 펼쳐서 몸을 찌르면 사람 몸이 뚫린다고 한다. 그래서 몸속으로 손을 넣어 심장을 꺼내 죽인다고 한다. 두목이 하는말은 농담으로 보였는데 나중에 실제로 둘의 대결에서 태수 몸에 손을 찔러넣고, 그게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정말이지 어이가 없어서...지금 무협영화 찍는 거냐!!! 나중에 태수가 술먹다가 갑자기 뒤돌아서 뒤에서 공격하려던 깡패 여럿을 젓가락과 술병 등으로 몰살시키는 장면까지 가면 이녀석은 '몬스터'라기보단 그냥 '사악한 무공을 구사하는 고수' 정도로 보인다.


나름 사회적인 메시지를 넣으려다가 만 실패작도 보인다. SK회장의 사촌 최철원 MnM 대표가 '방망이 한 대에 100만원!'이라고 하면서 화물기사를 둔기로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극중에 익상(김뢰하)의 사촌형인 전사장 (남경읍)은 나리(안서현)의 언니를 '한 대에 100만원'이라고 하면서 돈을 쏟아붓고 무차별 폭행한다. 하지만 나리의 언니는 그 장면을 몰래 스마트폰으로 찍어놨다가 사장을 협박하고, 전사장은 해결사인 익상에게 그 여자에게 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되찾아오라고 시키는데, 익상은 자신의 동생이자 살인마인 태수에게 그 여자를 죽이고 스마트폰으로 되찾아오라고 시키면서 사건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끝은? 나쁜 놈인 익상과 그 부하들과 살인마인 태수 다 죽고, 주인공인 복순과 나리는 생존해서 함께 살게 되지만 사건의 발단인 전사장은 복순으로부터 무사히 스마트폰을 되돌려받게 된다. 살인사건 자체는 밝혀졌지만 그 근원은 무사히 빠져나가고 만 것이다. 이게 뭐냐고!!!

에필로그로 나오는 시장에서 철거회사 쪽 사람과 복순의 실랑이는 영화의 도입부와 대칭을 이루면서 역시나 웃기려고 넣은 것이지만 하나도 안웃긴다. 정말 재미없다.


어떻게 이렇게 어설픈 영화가 존재할 수 있을까? 살인과 폭력과 피바다와 어설프고 유치한 개그가 세상에서 가장 어설픈 형태로 뒤범벅인 꼬락서니를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이보다 더 어설플 수는 없으니까. 그 외의 모든 사람에게는 비추천하고 싶은 최악의 잡탕밥이다.

스릴러나 개그나 둘 중 하나만 해라. '오싹한 연애'에서 참신하다는 평 좀 들었다고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장르 뒤섞을 능력도 안되면서 무리하게 한꺼번에 우겨넣어서 만들지 좀 말고. 그야말로 코미디와 스릴러의 어설픈 잡탕밥. 영화 속 복순의 대사이자 이 영화의 테마곡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복순의 노래 '개잡년'이야 말로 이 영화에 딱 맞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2014.3.13 김포공항 롯데시네마 관람)



덧글

  • 토끼 2014/03/13 18:16 #

    오싹한 연애를 의외로 재미있게 봐서 감독에 대한 호감도가 있었는데...
    기대작이었는데 영화는 그저 그랬나보네요; 아쉬워라..
  • 플로렌스 2014/03/13 19:22 #

    좀 어이없는 영화였어요...욕설과 피가 난무하면서 어설픈 개그를 무리하게 끼워넣은 졸작.
  • 눈물의여뫙 2014/03/13 19:53 #

    미형 악당의 설득력 문제가... 결국 주연 배우의 연기력 문제 때문인가요? 사실 저 기믹이 워낙 연출하기 힘든 건 사실이니 실사영화에서는 해당 배우의 연기가 정말 중요한데.(잘 생긴 얼굴을 하고서도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그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가 보통 어려워야지... 좀 더 악행의 디테일을 넣었으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어설픈 개그신의 문제라면... 이게 분량이 좀 널널했으면 상관없겠는데(싸이코패스와 싸우는 TV 드라마라던가 그런 데라면 뭐... 심각한 상황에서 가끔 분위기를 이완시켜줄 그런 장면들이 필요하니까.) 보통 극장 영화의 분량에서는 이렇게 심각한 분위기의 영화라면 어지간해선 좀 뜬금없을 수밖에 없으리라 봅니다.
  • 플로렌스 2014/03/13 21:40 #

    배우들 연기력은 훌륭했습니다. 그냥 각본 자체가 엉망진창이었지요. 무거운 분위기를 가끔 이완시키는 레벨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코미디와 스릴러를 섞은 신장르를 창조해보려고 했는데, 결과물은 둘이 전혀 섞이지 않고 따로 노는 졸작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 눈물의여뫙 2014/03/13 23:46 #

    윽 그건 뭐 병맛배틀물도 아니고... 참신하지만 너무 무리한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레벨이라면 잘 배합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닌데. 주인공 악당의 느낌 부분은 워낙 극이 붕 뜨다보니 부수적으로 안 와닿는 그런 거였군요.(배우의 연기까지 훌륭했는데도 그런 미형 악역+천하의 개쌍놈 느낌이 전혀 안 살아났다면 뭐... 부수적인 요소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이 부분까지 그렇게 된 거겠죠.)
  • 플로렌스 2014/03/14 03:01 #

    뭐 그냥 총체적 난관이었습니다. 개그 파트만 따로 본다던지, 스릴러 파트만 따로 보면 그냥 그저 그런 코미디 영화나 그저 그런 스릴러물 정도까진 됐을런지도...아니, 지나치게 오버한 무협물 분위기에서 그저 그런 스릴러물이 되는 것 조차 이미 실패했을 것 같기도 하고;;
  • 2014/03/13 22:5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3/14 03:0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쥰느 2014/03/14 11:51 #

    평이어마어마해서 평읽는게 더 재밌더라구요 다들 주연배우얼굴이나 연기만 보려면 8천원 버리고오라고 하더라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플로렌스 2014/03/14 16:02 #

    주연배우들의 연기나 얼굴은 확실히 좋았는데...정작 갈피 못잡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영화 전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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