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 2014) 영화감상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 2014.3.26)



( 스포일러 있음 )



'캡틴 아메리카 : 퍼스트 어벤져(2011)'의 속편. 마블사의 어벤저스 연작 제5탄으로 첫 선을 보였던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가 '어벤져스(2012)'와 '아이언맨3', '토르: 다크월드(2013)'를 지나 3년 만에 자신의 히어로 이름을 타이틀로 한 영화로써 재등장하게 되었다.


캡틴 아메리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수퍼솔져 프로젝트를 통해 통상 인간의 4배의 반사신경과 운동능력을 갖춘 초인이다. 그런 신체적인 능력 외에도 근본적으로 뛰어난 상황 판단 능력과 기억력, 지휘 통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덤으로 모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진 방패도 갖고 있다. 이 정도면 명실공히 '수퍼히어로'라 할 수 있는 초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2012)'에서는 아이언맨이나 헐크, 토르 등의 압도적인 능력에 밀려 충분히 그 빛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 적들은 미지의 외계인들이나 괴물이 아닌 인간들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상대할 경우 캡틴 아메리카의 강함을 보여주기엔 충분하다. 낙하산 없이 해적선에 침투하여 적들을 소탕하는 장면이나, 엘레베이터 안에서 다수의 쉴드 요원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 높은 빌딩에서 방패 하나에 의지하여 뛰어내리는 것, 쉴드의 대표 전투기인 퀸제트를 맨 몸으로 격추시킨다던지 하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캡틴 아메리카의 강함을 보여주기에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적들이 캡틴이 몸담고 있던 쉴드인 만큼 미지의 적들보다도 더 큰 압박감을 준다. '어벤져스'를 조작하여 미지의 외계인의 침공에 대항할 정도로 뛰어난 정보망과 군사력을 갖춘 조직. 전 세계의 특수능력자에 대한 정보 및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갖추고 있으며, 현재 인류와는 차원이 다른 미지의 테크놀로지로 중무장된 병사들과 무기들. 그야말로 적이 될 경우 가장 최악이 될 수 있는 적이 이번 캡틴 아메리카의 적이다. 애초에 쉴드 설립 때부터 미국은 나치 과학부대 히드라 소속의 과학자들을 불러들여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쉴드는 히드라의 소굴이 되어왔던 것. 이를 알아챈 국장 닉 퓨리가 가장 먼저 제거되고, 다음은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가 타겟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 가장 무서운 것은 내부의 적이라고 하는 말처럼 이번 '캡틴 아메리카'는 어떤 미지의 적들보다도 골치아픈 적이라 할 수 있다. 지구상의 어느 곳으로 가도 쉴드의 정보망에 의해 추적당하고, 현 인류의 과학을 아득히 웃도는 첨단과학 무기로 무장한 쉴드 요원들 다수를 상대하기엔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히어로의 참전. 퇴역 군인이자 '팔콘'이라는 비행 장비의 조종사였던 샘 윌슨. 팔콘은 원작에선 특수능력을 갖춘 히어로였지만 여기에서는 팔콘 장비의 에이스 파일럿 정도로 능력이 격하되어버렸다. 그렇다해도 쉴드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곳에 아군이 있었던 것이다. 설마 캡틴 아메리카인 스티브 로저스가 매일 조깅할 때마다 추월을 당하던 사람이 그런 능력자였다니. 스티브가 샘을 추월할 때마다 'On your left!'라고 말하며 지나가는 것은 맨 마지막까지 재밌는 조크가 되어준다.


'어벤져스(2012)'에서 닉 퓨리 옆을 보좌하던 미녀 요원 마리아 힐은 이번에 좀 더 많은 등장을 하며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의 구출에도 한 몫 한다. 마리아가 모든 사건이 끝난 뒤에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찾아가는 것은 대체 왜일까? 다음 작품이 나와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원작에선 마리아 힐이 닉 퓨리의 뒤를 이어 쉴드 국장이 되니 이후 마블 작품에서 마리아의 활약이 기대된다.


블랙 위도우의 좋은 파트너였던 호크아이는 이번 편에 등장하지 않는다. 블랙위도우와 오랜 파트너였던 것 같은데 파트너의 위기 상황에서 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일까? 쉴드가 그 지경이 되도록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디 멀리 파견가있던지 하겠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일절 나오지 않는다.


히드라가 쉴드를 장악하며 추진한 일은 '프로젝트 인사이트'. 3대의 헬리캐리어를 띄워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을 위치를 추적하여 모조리 섬멸하는 시스템이다. '헐크'인 브루스 배너,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도 그중의 하나. 아직은 영화화 되지 않은 '닥터 스트레인지' 스티븐 스트레인지도 리스트에 표시된 것이 눈에 띈다.


서브 타이틀이기도 한 '윈터솔져'는 이미 전작에 복선이 깔려있었기 때문에 스티브 로저스의 친구였던 버키일 것은 짐작 가능. 다만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나 전작을 안 본 사람은 윈터솔져의 맨 얼굴이 나온 뒤에도 큰 감흥은 없었을 듯 싶다. 그냥 캡틴 아메리카의 옛 친구 정도로만 인식될 듯. 육체도 정신도 개조되어 더이상 옛 기억은 없지만 어렴풋이 스티브를 알고 있다는 인식이 있으며 맨 끝에 캡틴 아메리카의 목숨을 건 대화 시도와, 이후 물에 빠진 캡틴 아메리카를 구해주는 것으로 보아 이후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스탭롤이 다 오르고 난 뒤에 다시 한번 등장하여 자신의 과거를 확인하는 것에서 역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듯 싶다. 국내에선 최종 추가 영상까지 보고 나간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추가 영상은 스탭롤이 오르기 시작한 직후에 한번. 스탭롤이 완전히 끝나고 난 뒤 다시 한번 나와 총 2번. 2번째는 위에서 말한 윈터솔져의 이후 행보가 잠깐 나온 것으로 스탭롤이 오르기 전에 자리를 뜨는 한국 문화 특성상 이 장면까지 본 사람은 극히 드물 듯 싶다. 첫번째 추가 영상은 다음 영화에 대한 짐작을 할 수 있는 장면으로, 스탭롤이 오른 직후 곧 나오기 때문에 스탭롤이 뜨기가 무섭게 일어나서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도중에 서서 관람하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만들어준다.

아직 존재하는 히드라의 연구소 장면이 나오고, '어벤져스'에서 타노스가 로키에게 줬던 지팡이와 감금되어 있는 특수능력자 '퀵실버'와 '스칼렛위치'의 모습을 보여줘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들어준다. 이들은 원래 '엑스맨' 캐릭터인데, 원작에서부터 엑스맨 보다는 어벤져스 시리즈에 주로 등장하고, 어벤져스 멤버가 되기도 하며,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큼직한 사건들을 일으키기 때문. 이런 점 때문인지 특이하게도 퀵실버와 스칼렛위치는 마블과 20세기 폭스가 공동으로 판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엑스맨' 판권은 20세기 폭스에 있고, '스파이더맨' 판권은 소니에 있어 엑스맨과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에 출연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인데, 엑스맨 설정을 쓰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캐릭터만이라도 나와줄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 볼 수 있겠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의 여주인공이자 캡틴 아메리카의 연인 페기 카터가 치매 걸린 노인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멀쩡히 대화하다가 기침 한번 하고 나더니 캡틴 아메리카를 처음으로 재회한 것처럼 기뻐하면서도 슬퍼하고, 그런 페기의 모습을 보는 스티브 로저스의 모습은 안타까워 보인다. 나타냐 로마노프(블랙위도우)는 이번 작에서 캡틴의 좋은 파트너로 등장하지만 계속 스티브의 앞집에 사는 간호사 샤론 카터에게 대쉬하라고 한다. 원작에서 연인이 된 적 있는 캐릭터라고 하는데, 그 정체는 역시 쉴드 요원 '에이전트 13'이자 페기 카터의 조카. 이번 영화에서 자주 얼굴을 보이고 캡틴의 연설 후에 캡틴을 지지하며 쉴드 내부의 히드라와 싸우는 것으로 보아 향후에도 등장하며 캡틴과 인연을 이어나갈 듯 보인다.


스탠리 옹은 이번 작품에서도 까메오로 출연. 등장할 때 극장 안에서 웃음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마블 영화의 잦은 까메오 출연으로 이젠 얼굴이 너무 유명해진 듯 싶다. 스탠리는 언제 등장하나 생각하게 만들 정도이니 말이다.

특이한 까메오로는 UFC 이종격투기 웰터급 챔피언인 조르주 생피에르. 영화 속에서 프랑스 용병 출신의 해적 두목 '조르주 배트록' 역으로 등장. '조르주'라는 이름을 동일하게 한 것이 재밌다. 초반에 수퍼솔져인 캡틴을 상대로 엄청난 격투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 캡틴이 방패를 내리고 가면을 벗은 뒤에는 순식간에 제압했지만 그 전까진 캡틴을 몰아넣는 것을 보고 무슨 특별한 초인이라도 되나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캡틴 아메리카'는 어벤져스 슈퍼히어로 중에서도 특이한 타입에 속한다. 다른 히어로들은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하여 다른 세상의 생명체들 같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보통의 인간보다 4배'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리얼한 슈퍼히어로처럼 보인다. 마치 배트맨처럼 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영화 역시 다른 히어로들이랑은 장르를 달리 한다. 전작인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는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여 미국과 독일 나치의 싸움 속에서 애국심 많은 한 청년이 슈퍼히어로로 변하는 것을 보여줬는데, 모처럼 슈퍼히어로가 되었건만 국가의 이념을 위한 홍보용 마스코트로 이용될 뿐이었다. 이는 원작의 캡틴 아메리카 초기 설정을 셀프패러디한 것이기도 하여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 해야할 일을 찾아 스스로 행하는 모습은 캡틴 아메리카가 어떤 캐릭터인지를 보여준다. 결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미국을 정의로 상징하는 꼭두각시'는 아니라는 것이다.

원작에서부터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을 상징하는 코스츔을 입고 있지만 결코 미국을 대변하지는 않는 캐릭터인 것이 인기의 요인. 정확히는 '미국이 올바르게 나아가야할 길'을 상징한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미국 정부와 대립하기까지 하는 캡틴 아메리카야 말로 '정의' 그 자체인 것이다.

이번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그런 특징을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쉴드는 결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적과 타협하지 않는다. 아군조차 믿지 않아 작전을 공개하지 않고 개별로 임무를 주며, 숨겨진 대규모의 무기들을 보며 캡틴 아메리카는 닉 퓨리와 대립하게 된다. 결국 닉 퓨리가 실현하려고 한 '프로젝트 인사이트'는 쉴드 내에 오래전부터 잠복해있던 나치의 계보를 잇는 '히드라'의 계획이었으며, 계획에 방해가 될만한 주요 인물들을 몰살시키고 인류를 '보호'라는 미명하게 '복종'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게 만들고, 쉴드의 '감시'하에 두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지만 놀랍게도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이번 캡틴 아메리카를 보며 예전에 봤던 영화 '스캐너 다클리(2006)'가 떠올랐다.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유명한 작품이기도 한데, 영화 내용 중 마약 중독자들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하여 곳곳의 CCTV로 국민들을 감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알고보니 마약 재활기관이 마약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는 반전 또한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쉴드의 전 국장이자 현 사무총작인 알렉산더 피어스는 2000만명의 위험 인물들을 제거하여 남은 인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히드라의 멤버가 되었고 프로젝트 인사이트를 강행한다. 초반에 캡틴 아메리카가 닉 퓨리와 설전을 벌일 때 '범죄는 저지른 사람을 처벌해야하는 것'이며 위험인물이라고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결국 캡틴 아메리카는 안전보장이사회의 명을 따르는 세계적 기관 '쉴드' 전체를 적으로 돌리며 영화 내내 쫓기며 고생을 하게 되지만 여기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캡틴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옳은 것이지만 이미 노인이 된 페기와의 대화를 통해 신념을 확실히 하고,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싸운다.

'하나의 머리를 자르면 2개의 머리가 돋아난다'는 히드라의 말. 현대 사회에서 더이상 '나치'는 존재하지 않지만 나치의 이념과 유사한 새로운 사상들은 계속하여 돋아나고 있다. 나치가 보여주던 무시무시한 인종 차별, 장애인 차별, 계급 사회와 국가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독재 정권의 악랄함은 아직까지도 수많은 나라에서 재현되고 있다.

'다수결의 원칙'을 예로 들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현대 사회의 문제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희생되어지는 쪽이 자기 자신이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일들을 자기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남에게 강요하는 자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소수'는 '다수'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묵살되고 희생되어져야 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 다수 뿐 아니라 소외된 소수 역시 존중되어지고 희생은 가능한 최소화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가야할 길 아닌가.

'나치'의 계보를 잇는 히드라가 현대 사회의 '쉴드'에서 추구하려 한 것은 그런 소수를 말살 시키는 것으로 다수를 안전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복종시킬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직접적으로 탄압을 하면 저항을 하기 때문에 다른 위험(소수)을 모조리 말살시켜 '안전'을 빌미로 자신들에게 복종시킨다. 이런 전법은 현대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의 '악'이다. '자유민주주의'와 반대되는 '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런 '악'을 추종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은 결코 그 '소수'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마블 유니버스에서 큰 이슈였던 '시빌워' 역시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국가 권력 하에서 '안전'을 빌미로 수퍼히어로들의 정체, 개인 정보와 사생활이 공개되어야만 한다는 '초인등록법'에 대하여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싸우게 되는 것. 여기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수퍼 휴먼 등록법'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비록 미국을 적으로 돌릴지라도 미국이 행하는 일이 '자유민주주의', '정의'와 반대된다면 거침없이 맞서 싸우는 것이 캡틴 아메리카의 매력인 것이다.

이번 영화의 부제이기도 한 '윈터솔져'는 그런 캡틴 아메리카와 반대되는 캐릭터이다. 애초에 스티브의 친구인 버키가 윈터솔져가 된 것은 히드라에게 붙잡혀 개조당한 뒤 죽은 줄 알았지만 이후 소련에게 넘어가 인간병기로 사용되었던 것. 미국과 소련으로 냉전시대를 대변하는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솔져는 그 정체성 면에서 근본을 달리한다. 캡틴 아메리카는 비록 국가 권력에 의해 탄생하고 그 이념 홍보에 이용되었지만 애초에 미국이 지향하는 '자유 민주주의'의 정신을 가졌다. 하지만 윈터솔져는 철저히 통제되고 '세뇌'되어 자신의 생각 없이 국가가 시키는대로만 움직일 뿐이다. 국민들을 세뇌시켜서 시키는대로 복종시키려고만 하는 북한의 모습도 떠오른다.

재미있는 것은 굳이 북한이 아니더라도 현대 사회에 그러한 생각을 가진 자들은 많다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안전'을 빌미로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며 나머지 '다수'를 복종시키려 함, 그에 따른 결과는 결국 윈터솔져와 같은 '세뇌'이며 자신의 의지 없이 국가권력 하에서 제멋대로 휘둘릴 뿐인 것이다.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포기한다는 것은 결코 '자유민주주의'의 길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파시즘', 독재에나 걸맞는 일이다. 나치나 자칭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인 북한, 과거 대한민국의 군부독재정권은 '민주주의'와는 정반대되는 위치에 있으며 '정의'의 반대인 '악'에 한없이 근접한 것이 아니었나.

'시빌 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이런 '무엇이 옳은 것인가'로 갈등하는 스파이더맨에게 캡틴 아메리카는 마크 트웨 자서전의 글을 인용하여 명확한 정의를 제시한다.

"국가란 누구인가? 지금 안장위에 올라타 있는 정부인가? 아니다. 정부는 임시 하인에 불과하다. 누가 애국자이고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특권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의 기능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고 명령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공화국에서 민중의 평범한 목소리가 국가가 된다. 여러분 모두는 자신을 위해, 자기 스스로 책임감을 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은 엄숙한 책임감이며 교회, 언론, 정부의 괴롭힘, 정치인들의 공허한 캐치프라이즈에 가볍게 내던져서는 안된다. 모든 이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번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는 이러한 스티브 로저스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고, 후반의 연설을 통해 히드라에게 점거된 쉴드 요원들에게 '무엇이 진정 올바른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보여준다. 나치가 추구했던 '소수의 희생을 통한 다수의 행복(실은 각종 '차별')'이나 '안전'을 빌미로 내세운 국민에 대한 '억압'과 '통제'는 현대 사회, 특히 미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사람들 마음 속에서 돋아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치는 없어졌지만 '하나'를 자르면 '둘'이 솟아나는 히드라처럼 말이다.


이번 영화는 히드라에게 점거된 '쉴드'와 캡틴 아메리카의 대립을 통하여 원작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보여주는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적인 철학과 '정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안전보장이사회나 쉴드 사무국장의 등장과 맨 마지막 청문회 등을 통하여 현실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히어로들의 놀이터를 '정치'와도 결부함으로써 한층 리얼함을 느끼게 해주고 그 깊이를 더해간다. 어벤져스에서는 조금만 등장했던 쉴드의 퀸제트와 핼리케리어가 대규모로 등장하는 장면은 '쉴드'가 또하나의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시빌워'에서 보여줬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한 쉴드의 대립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폴리티컬 스릴러'를 표방했다는 이번 작품은 이러한 서사적인 구도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이면서도 원작의 특성을 잘 살렸고, 그러면서도 캐릭터들에게 골고루 비중을 할애하여 어느 하나 아쉬움 없이 잘 만들었다. 캡틴 아메리카는 물론 블랙 위도우, 팔콘까지 쉴드 전체를 상대로 본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싸우는 장면들의 연속. 스피디한 격투씬들과 대폭 강화된 방패 액션은 이번 작품이 액션 측면에서도 빠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어벤져스 2'를 위한 교두보가 아닌 독립된 영화로써의 완성도 또한 뛰어나며 이후의 마블 수퍼히어로 시리즈 영화의 전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

(2014.4.1 10:30 김포공항 롯데시네마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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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검투사 2014/04/02 03:00 #

    데이트용 영화로도 좋더군요. -ㅅ- 그래도 시간이 안 되서 [노아]를 못 보고 이걸 본 건 정말 아쉽죠. =_=;
  • 플로렌스 2014/04/02 03:47 #

    가볍게 즐길 수도 있고 원작과 마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깊이도 있고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 검투사 2014/04/02 22:06 #

    으음... 건담 때문에 들어가는 돈과 시간이 엄청나서.... 여기까지 눈을 돌리면.... =_=;
  • 세이닌 2014/04/02 07:43 #

    조금 길지만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플로렌스 2014/04/03 00:04 #

    감사합니다.
  • KAZAMA 2014/04/02 07:59 #

    저는 간만에 진짜 캡틴아메리카를 본거 같네요 그러고 보니 퍼니셔도 리부트 한다던대 기대 만빵
  • 플로렌스 2014/04/03 00:04 #

    원작 캡틴 아메리카에서 다루는 그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렸지요.
  • 토나이투 2014/04/02 09:54 #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정말 정성이 느껴지는 리뷰라는게 느껴집니다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 플로렌스 2014/04/03 00:04 #

    감사합니다. (^.^)
  • karvinsky 2014/04/02 17:42 #

    아침에 일어나서 이 리뷰를 읽었는데, 시리즈와 캐릭터에 대한 플님 나름의 깊이가 느껴지는 이해도와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 제가 마블이나 DC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보니 리뷰를 읽으면서 몰랐던 원작 속 이야기나 뒷사정도 알게 되어 재미있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 플로렌스 2014/04/03 00:06 #

    감사합니다. 언제부턴가 국내에 마블과 DC계열 그래픽 노블들이 많이 들어와서 참 좋아졌지요.
  • holhorse 2014/04/02 21:21 #

    미국대장 - 프렌드 다메요! 쾅ㅋ왕쾅ㅋ콰오!

    에릭도 세뇌후유증으로 정신병원갔잖아요 호크아이도 아마 어딘가의 병실에서 골골대고 있겠지욬ㅋㅋㅋㅋㅋ
  • 플로렌스 2014/04/03 00:06 #

    그럴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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