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4) 영화감상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5.22 개봉)


(스포일러 있음)


2000년에 개봉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은 혁신적인 영화였다. 특수한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 하나가 나와 악에 맞서 싸우던 기존 히어로물과 달리 대량의 특수능력자가 나와 서로 편을 갈라 싸운다는 것은 이전까진 국내에서 접할 수 없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엑스맨은 3부까지 전개되었는데 브라이언 싱어가 만들었던 1부, 2부와는 달리 3부는 브렛 레트너가 만든 3부는 전개나 연출이 다소 엉성하단 문제가 있었다. 진 그레이가 피닉스로 부활하는 것에 대한 어색한 연출이나 스캇의 허무한 죽음, 프로페서X의 죽음, 미스틱과 매그니토의 능력 상실...초반부 시뮬레이션으로나마 등장한 뮤턴트 사냥 로봇 '센티넬'과의 전투장면과 달리 '최후의 싸움'이라는 부재에는 걸맞지 않게 마지막 결판 역시 허무한 편이었다. 그때문인지 엔딩 크래딧 이후 후속작을 암시하는 듯한 쿠키 영상까지 나왔지만 결국 4부는 제작되지 않았다.

그리고 2011년, 매튜 본 감독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개봉하게 되었다. 기존 3부작의 이전 시대, 찰스(프로페서X)와 에릭(매그니토)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고 뮤턴트를 실제 역사와 맞물려 표현함으로써 꽤 괜찮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다만 울버린을 제외한 모든 배우가 변경되었고 설정이 기존 3부작과 다소 차이가 있어 사실상 '리부트'라고 보게 되었다.

그리고 2014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속편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개봉하게 되었다. 이번 이야기는 엑스맨의 '과거'와 '미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과거'는 기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이후 이야기이자 해당 작품의 배우들이, '미래'는 예전 엑스맨 3부작의 이후 이야기이자 해당 작품들의 배우들이 나온다. 퍼스트 클래스의 등장인물 뿐 아니라 예전 3부작의 배우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게다가 감독 또한 다시 브라이언 싱어가 아닌가!


엑스맨 3부작과 울버린 시리즈,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모두 세계관에 차이가 있었다. 배우는 동일해도 패러랠월드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기본적으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후속작이다. 그러면서도 미래의 모습을 보여줄 때엔 과거 3부작의 배우들을 그대로 사용하여 3부작을 본 사람과 퍼스트 클래스를 본 사람 모두를 기쁘게 한다.

'퍼스트 클래스'의 특징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비롯하여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과 뮤턴트를 엮은 것인데 이번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역시 그 흐름을 이어받아 베트남 전쟁과 프랑스 평화협정,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뮤턴트와 엮어버렸다.


예전 엑스맨 3에선 초반부 시뮬레이션으로만 잠깐 등장했던 센티넬 역시 이번작에서는 제대로 전신을 드러내고 그 위력을 보여주는 것 또한 즐거운 점이다. 역시 엑스맨 하면 센티넬이 나와야지. 다만 압도적인 위력을 과시하는 것은 미래의 센티넬로, 익숙한 과거의 보라색 센티넬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이번 작품에서 액션 대부분은 미래에서 뮤턴트와 센티넬과의 전투에 비중이 크다. 기존에 익숙한 뮤턴트들과 새롭게 등장한 뮤턴트들이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만 떼로 몰려와서 능력을 복사하고 그것을 그대로 활용하여 뮤턴트들을 제압하는 장면은 압도적이다.

과거 시대에서는 누구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퀵실버의 액션이 압도적. 위기의 상황에서 퀵실버의 시점에서 시간을 보여준 뒤 여유롭게 주방을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작중 캐릭터 중 최강으로까지 보이게 한다. 올해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엔딩 크래딧 이후 쿠키 영상에 '어벤져스 2'로 이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여기에 엄청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퀵실버의 모습 또한 나왔기에 특히나 재미있다.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스칼렛위치와 퀵실버는 원래 엑스맨 캐릭터인데, 어벤져스에서 주로 활동하고, 판권상 20세기 폭스나 마블 둘 다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였기에 이처럼 각기 다른 회사의 각기 다른 영화에 각기 다른 배우로 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왕이면 설정은 달라도 같은 배우로 출현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다.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현재(과거 3부작으로부터는 미래)로 되돌아 온 울버린이 본 것은 센티넬과 뮤턴트 최후의 전쟁이 아닌, 과거 3부작의 1편과 마찬가지로 어린 뮤턴트로 가득한 자비에르 영재학교. 바비(아이스맨)는 키티가 아니라 로그와 함께하고 있다. 무엇보다 울버린이 놀란 것은 진 그레이. 그리고 스캇까지.

울버린으로부터 미래를 읽은 찰스가 과거 3부작에서와는 달리 진 그레이의 능력을 봉인하지 않아 이중인격에서 벗어나고, 다크 피닉스가 되지도 않고, 스캇 역시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로그가 학교에 남아있는 것 또한 과거 엑스맨3와는 달리 진행되도록 찰스의 힘이 있었을 듯 싶다. 엑스맨3에서 일어났던 모든 안좋은 사건은 역사가 뒤바뀜으로 인해 모두 없었던 일이 된 것.


이렇게 리부트처럼 보였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와 과거 3부작을 자연스럽게 연결해버렸다. 브라이언 싱어가 만들었던 엑스맨 1과 2에 이어서 브렛 레트너가 만들었던 '엑스맨 3'의 사건들은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스캇도, 진 그레이도, 프로페서X도, 매그니토도, 미스틱도 건재하다. 연결되기 힘들어 보였던 3부작과 퍼스트 클래스를 자연스럽게 엮으면서도 3부작이 갖고 있던 장점과 퍼스트 클래스가 갖고 있던 장점 양쪽을 다 살린 브라이언 싱어의 능력이 경탄스러울 따름이다.

다만 이번 작품으로 인해 퍼스트 클래스의 미래가 엑스맨 3부작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과거 3부작과 퍼스트 클래스는 패러랠이지만 퍼스트 클래스에서 미래로 향해 나아갈 때 엑스맨 3부작과 유사한 미래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이라나 미스틱에 대한 설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 그리고 엑스맨3는 본작에서 역사의 변경으로 인해 '없었던 것'이 된 것이고 말이다.

과거 엑스맨 3부작의 장점과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장점을 다 살리면서 두개의 세계관을 잘 통합시켰다. 그러면서도 엉망진창이었던 엑스맨3의 사건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리며 그 뒤에서 이어져 해피엔딩이 되게끔 만든 것은 대단한 일이다. 본작의 해피엔딩이 '엑스맨 3'의 해피엔딩 버전이기도 하니 말이다. '엑스맨 3'를 봐야만 진 그레이와 스캇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특히나 감동받을 수 있겠다. 과거 3부작의 배우를 대부분 그대로 쓴 것은 감동을 배가 되게 한다.

자막이 다 올라간 뒤엔 속편을 예측할 수 있는 쿠키영상이 나온다. 마블 히어로 영화 때문인지 요즘엔 스탭롤이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숨겨진 영상까지 꼬박 보고 가는 관객이 예전에 비해 많아진 듯 싶다. 영상에선 이집트에 사는 최초의 뮤턴트 '아포칼립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2016에는 후속작인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작 역시 브라이언 싱어가 담당하면 좋겠다.

(2014.5.22 12:35 목동 CGV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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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이브스 2014/05/23 17:20 #

    아포칼립스 나오면 솔직히 미스틱과의 관계 설정이 좀 애매해 지지 않나요?
  • 플로렌스 2014/05/23 18:47 #

    애매해질 것 까지야...
  • 지드 2014/05/23 18:42 #

    http://www.extmovie.com/xe/trivia/4352291

    사실 당시 여러 악재가 있었는데 더 라스트 스탠드(3편) 당시 감독과 각본 준비하겠다던 싱어가 주요 제작진들에 사이클롭스를 연기하던 제임스 마스던 등 배우까지 데리고 슈퍼맨 리턴즈 만들러 가버리고, 폭스는 당연히 멘붕 걸리고, 신규 인력 찾을려고 이리저리 우왕좌왕하고, 갑작스래 떠난 제작진들 대신 긴급 투입된 신규 인력들끼리 급하게 다시 시작해야 되었고 더군다나 미스틱, 프로페서 X 등 다른 배우들도 이미 다른 스케쥴이 잡혀서 잠시만 나오고, 하차하는 식으로 스케쥴을 조정할 수 밖에 없는 등 기반도 엉망인 마당이라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정신 없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폭스는 사이클롭스를 신규 제작진에게 1편의 헨리 피터 가이리치처럼 그냥 대사로 사망했다고 처리하고 넘어가라고 요구하자 사이먼 킨버그가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고 극구반대해서 연인과 재회 후 실종처리되는 방식으로 바꿨죠.

    다행히 더 라스트 스탠드도(그리고 마찬가지로 최악의 유출 사태를 겪었던 울버린 오리진도) 여러 악재 속에 전작이 벌려놓은 떡밥들까지 회수하느라 수습하느라 고생했는데도 나름 성과를 보이고 흥행도 역대 1위를 기록하며, 2차 시장들에서도 1억 달러가 넘는 추가 수익을 올리며 공중분해됐을지도 모를 시리즈를 계속 지속시킬 수 있게 해주고, 3,4편이 연속으로 성공하니 폭스가 원래 리붓으로 계획한 퍼스트 클래스를 중간에 프리퀄로 노선을 수정하며 1편과도 설정 오류가 생기는 등 꼬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평도 흥행도 성공하고, 이번 데오퓨 실사판에선 감독 본인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조언 받은 멀티버스 떡밥을 인터뷰에서 언급하더니, 물론 일부 오류는 여전히 남았지만(...) 이번에 1800년대~1973년까진 내용 공유하다가 1973년의 역사 변경 시도를 통해 상당부분 해결한 듯 합니다. 구체적인 것은 스포일러라 언급하기 곤란하지만 이제 기존 시리즈의 설정과 연결되는 작품이든, 새로운 설정의 작품이든 자유롭게 만들어질 수 있는 새 판(?)이 만들어졌더군요
  • 플로렌스 2014/05/23 18:49 #

    엑스맨3가 그렇게 된 것이 브렛 감독 문제라 생각했는데 애초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문제였군요. 그리고 이번에 그 문제를 스스로가 수습한 것이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새 판이 만들어져서 정말 다행입니다.
  • 블랙하트 2014/05/23 23:00 #

    '헨리 피터 가이리치'가 누구인가 했더니 1편에서 의원을 납치하기 위해 세이버투스에게 살해당한뒤 미스틱이 변장한 사람이었네요.

    http://marvel-movies.wikia.com/wiki/Henry_Gyrich

    영화에서는 그냥 엑스트라나 마찬가지 였는데 만화에서는 그냥 조연은 아니더군요.
  • 플로렌스 2014/05/25 01:07 #

    원작에선 나름 주요한 인물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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