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가 요즘 시대에 부활한다면? - 그가 돌아왔다 읽거나죽거나

그가 돌아왔다 (ER IST WIEDER DA)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일단 감각적인 책 표지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히틀러를 떠오르게 만드는 2:8 가름마, 히틀러 특유의 콧수염처럼 보이게 배치된 책 제목 '그가 돌아왔다'. 찾아보니 원작 역시 이런 디자인으로, 원제인 [ER IST WIEDER DA]가 좀 더 콧수염처럼 보인다. 타이틀이 전체적으로 좀 더 작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돌아왔다'란 글자가 상단의 '그가'에 비해 좌우로 많이 돌출되어 원작 표지에 비해 콧수염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운 점. 하얀 바탕에 검정색의 머리카락과 콧수염처럼 보이는 '그가 돌아왔다'란 글자만으로 히틀러를 떠올리기엔 충분하다. 국내판에는 하단에 직접 히틀러를 언급함으로써 원작 표지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퇴색된 감이 없지 않다. 티저 포스터에서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잘 했었는데 말이다.

이야기의 맥락은 단순하다. 1945년에 자살한 히틀러가 눈을 떠보니 2011년이다. 자살하는 순간의 충격으로 66년을 건너뛰어 시간 여행을 한 것인지, 신의 계시로 임시 부활한 것인지, 히틀러에 몰입한 히틀러 대역 누군가가 결국 스스로를 히틀러로 인지하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독자도 알 수 없고 작가도 알 수 없다. 어쨌거나 히틀러가 부활했다. 히틀러는 예전처럼 파시스트적인 발언을 하며 사람들을 선동하려고 하지만 사람들에겐 그것이 반어법이며 히틀러와 파시즘을 조롱하기 위한 개그로 보일 뿐이다. 히틀러는 그가 행한 무시무시한 악행들과 반대되는 성향도 지니고 있었는데, 이 점을 소설에서 활용하고 있다. 히틀러는 채식주의자이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눈물이 많고, 동물애호가이다.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눴을 때 악인이라는 인상은 없다. 이런 점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메소드 연기(배우가 생각과 감정을 배역에 완전히 몰입시켜 실물과 같이 연기하는 기법)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본의아니게 히틀러는 현대 독일 사회가 가진 문제를 비꼬아서 표현하는 고난이도의 정치 개그를 구사하는 코메디언으로 알려진다. 이런 점 때문에 히틀러를 모욕한다며 네오나치들에게 린치를 받기도 한다.

책 속에서 히틀러는 '히틀러를 흉내내며 독일의 정치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코메디언'으로 취급받는데, 이 책 자체가 결국 '부활한 히틀러'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서 소설 형식으로 독일의 정치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책인 것이다. 작가인 티무르 베르메스가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Watchmen)'을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 한 만큼 그의 소설에서도 실존주의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진다. 세상의 부조리를 부조리의 아이콘인 히틀러를 통해 역으로 뒤집어 보여준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마치 예수가 현대 대한민국에 부활하여 가난한 자들을 돕고 누구든 용서하고 서로 사랑하라고 말하면 한국의 개신 기독교 신자들에 의해 종북이라느니 좌빨이라느니 욕먹으며 린치를 당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말이다. 이런 점은 이 책의 한국판 오리지널 부록인 '그가 돌아왔다 in 서울'에서 잘 표현해냈다. 이 부록은 인문학 만화가로 유명한 김태권 작가가 그린 것인데, 말 그대로 히틀러가 서울에서 부활했을 때의 상황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이 소설 자체가 독일의 정치 사회를 풍자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인이 아닌 경우에는 몰입하기 힘든 부분도 있는데, 이 소설의 내용을 한국 실정에 맞게 완전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김태권 작가가 그린 부록이라 할 수 있겠다. 원작 소설의 느낌과 상황을 한국 상황에 맞게 훌륭하게 어레인지한 만화다. 별도의 만화책으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국이라면 박정희가 현대 시대에 부활하여 박근혜와 대립하는 그런 정치 코미디가 나와도 재밌을 것 같은데 현 한국 상황을 보면 국가의 녹봉을 받는 보수단체의 고소로 작가가 잡혀가겠지...


덧글

  • 오리지날U 2015/01/23 22:46 #

    '작가가 잡혀가겠지..'가 핵심이군요ㅋ

    이 책 메모해놓겠습니다 :)
  • 플로렌스 2015/01/24 12:39 #

    언론자유가 밑바닥으로 추락한 지금은 잡혀가지요.
  • 조용한 바다표범 2015/01/24 11:18 #

    역시 덕국은 선진국이며 우린 아직 멀었다는 이야기라는게 이번 글의 고갱이(나무의 부드러운 속살로서 핵심을 빗대는 말).
  • 플로렌스 2015/01/24 12:40 #

    천만에요. 우리나라는 한 때 마음껏 대통령에게 쌍소리 하며 살 수 있던 민주주의 국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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