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Pitch Perfect 2, 2015.5.28 개봉)
'아카펠라'를 소재로 한 음악 영화 '피치 퍼펙트'의 속편. 원제는 그냥 '피치 퍼펙트 2'인데 국내에서는 전작을 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영화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라는 오리지널 부제를 삽입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전작을 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음악 영화'다. 스토리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평이하지만 순수히 '개그'와 '음악'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전국 팝 아카펠라 대회 3관왕인 대학교 아카펠라 동아리 '벨라스'가 대통령 앞에서 선보이는 무대에서 대실수를 저지르고 출연 영구정지를 당하게 된다. 이를 만회할 찬스는 마지막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뿐. 하지만 멤버들은 대학교 졸업반. 음악을 만드는 핵심 멤버인 베카는 원하는 미래를 위하여 음악회사에서 인턴을 하느라 정신없고, 나머지 멤버들도 매너리즘에 빠져 노래보다 퍼포먼스를 중시하다가 일을 망칠 뿐이다. 벨라스는 단합대회를 통해 상황을 타파하려고 하는데...
이 영화는 '음악 영화'다. 아카펠라가 소재라고 하나 사람들이 생각하듯 악기없이 잔잔하게 화음을 내는 것 뿐 아니라 '팝 아카펠라'라고 하여 유명한 팝음악들을 리믹스된 반주와 함께 격렬한 댄스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부르는 것. 유명한 곡들이 워낙 많이 나오고 댄스와 퍼포먼스가 화려해서 상당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제공해준다. 아카펠라로 화려하게 어레인지된 수많은 곡들만으로도 충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는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인 것이다.
영화는 단순히 멋진 노래를 들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깨알같은 웃음을 준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코믹'이 주가 되기 때문에 다소 과장되고 말도 안되는 상황이 많이 나오지만 웃어넘길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음악을 빼면 장르 자체가 개성적인 여대생 음악써클을 소재로 한 코믹물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구조는 전작과 비슷하다. 하지만 전작이 대학교 신입생이었는데 이번에는 졸업생이라는 것, 전작이 루저들이 성공적인 그룹이 되어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었다면 본작은 성공했다가 실패한 그룹이 밑바닥을 치고 재기해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다르다. 전작이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닌 '루저'들이 모여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아카펠라를 선보여 성공하는 내용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그런 '새로운 아카펠라' 자체가 매너리즘이 되어버린 것이 특이하다. 노래보다 퍼포먼스를 중시하다가 사고를 일으키는 도입부는 전작에서 멤버 중 하나가 전통적인 아카펠라 공연 중에 사고를 일으키는 도입부를 떠오르게 만들고, 비밀 팝 아카펠라 경연대회는 전작의 학내 아카펠라 경연대회를 떠오르게 만든다. 새로운 라이벌 'DSM(다스 사운드 머신)'는 전작의 라이벌 '트러블메이커'를 떠오르게 만든다. 구조는 비슷한데 상황과 스타일을 전혀 다르게 하여 색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이 놀랍다.
후반부에 벨라스의 단합대회과 극기훈련 형식인 것이 조금 웃긴다. 마치 한국 같다고 할까? 실제로 벨라스의 멤버 중 4차원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동양인 캐릭터 '킴미 진'은' 정진희'라는 이름의 한국계 미국인인 배우다. 독일팀인 DSM는 검정색에 망사를 걸친 키크고 멋진 남녀로 구성된 혼성팀인데 댄스 퍼포먼스와 가사가 다분히 KPOP 보이그룹을 떠오르게 만든다. 딱 보기엔 화려하고 멋진데 거만한 가사와 춤이 좀 오버스럽다고 할까? 이 역시 영화 속에서 '멋지면서도 웃긴' 장면을 만들어낸다.
영화 엔딩 스탭롤이 흐르다가 도중에 깜짝 쿠키 영상이 나온다. 약간 코믹한 그래픽과 함께 주연 배우들 소개 직후에 올라가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금방 나오는데 그 사이에도 많은 관객들이 나가버린 뒤라서 의외로 이것을 본 사람은 그리 많치 않을 듯 싶다. 내용은 전작 트러블메이커의 메인 보컬이었던 '범퍼'가 내용 중에 말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벌이는 짓. 쿠키 영상치고는 길고 코믹하다.
전작이 미국에서 6500만 달러, 전세계적적으로 1억 1천만 달러를 기록한 성공작이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매드맥스'와 '어벤져스'를 누르고 1위를 고수하고 있다니 놀랍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눈과 귀가 즐거웠던 것도 있지만 영화 장르가 '코믹'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인 듯 싶다. 가볍게 웃고 즐기면서 눈과 귀가 호강할 수 있는 좋은 영화다.
(2015.5.22 14:20 메가박스 관람)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