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더스트: 언 엘리지움 테일 (Dust: An Elysian Tail, 2014.11.6, Humble Hearts LLC)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는 딘 도드릴(Dean Dodrill)이라는 애니메이터가 있었다. '나만의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딘은 심플한 8비트 그래픽으로 '악마성 드라큐라' 같은 게임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하여 딘은 난생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공부함과 동시에 제작을 하기 시작한 딘은 4년 후 하나의 게임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리고 그 게임은 한 사람이 만들었다고는(그것도 게임 개발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의 첫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줘서 화제가 되었다.
그 게임의 이름은 '더스트: 엘리지움 테일(Dust: An Elysian Tail)'.
게임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 자기 인생의 4년을 모조리 바쳐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궁극적인 형태를 완성시키면 어떤 게임이 나올 것인가? 그 대답이 여기에 있었다. 더스트: 엘리지움 테일은 대기업 게임회사의 액션RPG에 비해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액션RPG의 끝을 제대로 보여준다.
더스트: 엘리지움 테일의 타이틀 로고에는 먼저 '먼지'라는 한글이 눈에 띈다. 하지만 한글 지원 게임이 아니다. 기본 영문에 언어설정 변경으로 일본어를 지원할 뿐이다. '먼지'라는 한글은 어디까지나 제작자인 딘이 디자인으로써 넣은 것이라 한다. 애초에 '더스트'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고유명사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게임을 만든 딘은 한국인 혼혈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이 게임 전반에 걸쳐 녹아들어있다. 최초의 마을인 '오로라 마을'은 건물 양식이 초가집과 기와집을 떠오르게 만든다. 마을 사람들의 복장은 한복과 흡사하다. '상추쌈', '김밥', '찌개', '짬뽕', '닭발', '갈비' 등 이 게임의 아이템 역시 한국스러운 것으로 가득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한국적인 것'을 표현해보고자 했던 그의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게임의 장르는 사이드뷰 방식의 액션RPG. '악마성 드라큐라'와 같은 게임을 만들려고 했었다는데 결과물은 '오보로 무라마사'를 비롯한 바닐라웨어의 액션RPG를 떠오르게 만든다. 때문에 액션RPG라고는 해도 웬만한 액션게임에 뒤지지 않게 버튼 조합으로 다양한 콤보를 넣을 수 있다. 게임은 깔끔한 그래픽과 알기쉬운 UI, 간편한 조작감에 통쾌한 타격감까지 갖추고 있다. 더스트의 특수기 '더스트 스톰'은 피짓이 쓰는 마법과 연계하여 더욱 화려한 콤보가 가능해진다.
주인공 '더스트'는 과거를 기억못하는 전사다. 정신이 들자마자 말하는 검 '아라의 검'과 검의 수호자 '피짓'이 함께하게 된다. 기억의 단서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며 커다란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하나하나 밝혀지는 진실...
스토리는 심플하지만 연출이 좋다. 애니메이터 출신이 제작한 게임답게 애니메이션을 잘 활용하고 있다. 대화시엔 큼직한 컷신이 나오고 이벤트 중간중간 풀 애니메이션이 사용되기도 했다. JRPG에서 익숙한 연출이긴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혼자서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티클'이라고 하던가? 이 게임에는 '빛'을 사용한 다양한 이펙트 효과가 가득하다. 이른바 CG로 화려한 빛의 효과를 낸 것인데 이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그냥 스테이지의 배경에조차 세세한 빛의 효과를 사용했다. 덕분에 배경 그래픽이 참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맑았다가 흐렸다가 보슬비가 내렸다가 소나기가 내렸다가...게임은 리얼타임으로 날씨가 시시각각 변화한다.
더스트: 엘리지움 테일은 다양한 콤보를 구사하여 대량으로 출몰하는 적들을 썩썩 베어버리는 '손맛'이 좋다. 콤보 연습을 하며 적들을 해치우다보면 어느새 레벨업도 된다. 액션에 약한 사람은 콤보 연습을 겸하며 열심히 레벨업을 하면 되고, 액션에 강한 사람은 스피디한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레벨을 60까지 올리면 모든 능력치가 풀업이 되며 이 정도면 하드모드도 쉽게 클리어 가능하다.
주인공 '더스트'는 무뚝뚝한 녀석이다. 주인공이 말이 많지 않은 편이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몰입하기 좋다. 반면 또다른 주인공인 '피짓'은 감초 같은 녀석으로 항상 더스트와 함께 하며 많은 말을 한다. 피짓 덕분에 대화나 이벤트는 활기를 띈다.
날아다니는 님배트 '피짓'. 귀엽고도 재밌는 조연이다.
피짓은 단순히 감초격인 조연이 아니라 또다른 주인공으로서, 마법 공격 조작이 가능하다. 피짓의 마법 공격에 더스트의 공격을 합한 '더스트 스톰'은 이 게임의 중요한 특징! '더스트 스톰'을 써야지만 제대로 된 콤보를 낼 수 있다.
이 게임에 '인간'은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더스트부터 시작하여 첫번째 마을 사람들은 모두 수인. 동물을 의인화시킨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명탐정 번개, 몬타나 존스 등의 애니메이션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린이 만화영화 같은 그림체에 제법 시리어스한 내용의 언밸런스함이 마음에 든다.
게임 곳곳에는 악마성 드라큐라 시리즈의 패러디가 있다. 애초에 딘은 악마성 드라큐라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 초대 '악마성 드라큐라'처럼 돌로 된 벽을 부수면 회복 아이템인 고기가 나오고, '월하의 야상곡'처럼 2단 점프를 하는 순간 망토가 날개로 변하여 퍼덕이는 연출이 나온다.
'드라큐라II 저주의 봉인'과 똑같이 적수정을 가진 상태로 특정 장소에 앉아있으면 회오리 바람을 타고 다른 장소로 워프도 한다. '빼앗긴 각인'에 나오는 수련당이 떠오르는 챌린지 아리나도 존재한다. 악마성 드라큐라 시리즈를 재밌게 했던 사람들은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즐겁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은근한 패러디가 아닌 공식적인 까메오가 출연하기도 한다. 여기저기 스테이지에는 타 회사에서 만든 다른 인디게임의 '친구들'이 우리에 갇혀있고, 그들을 구출하여 '생츄어리' 스테이지에 총집합 시킬 수 있다. 하나하나 발견할 때마다 '앗! 이녀석은!'하고 반가운 마음이 든다. FEZ의 고메즈, 스펠런키맨과 스펠런키댐즐, 수퍼미트보이와 밴디지걸, 디쉬와셔와 유키, 브레이드의 팀, 배스천의 더 키드, 더 모우...발견할 때마다 즐겁다.
이처럼 게임 본편 이외에도 파고들 요소들이 많아 즐겁다. 메인 퀘스트 이외에 마을사람들에게 받는 서브퀘스트, 각 지역마다 숨겨진 열쇠와 보물상자, 12명의 친구들, 챌린지 아리나 등등...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획득 가능한 트로피도 있다. 그때문인지 인디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플래티넘 트로피가 존재한다.
솔직히 1인 개발 게임이라고 들었을 때 그다지 기대는 안했다. (정확히는 보조개발자 4명이 자잘한 코딩을 도와줬다고 한다.) 단 한사람이 혼자 만들어낸 게임인지라 화제가 되었지 어느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나왔다면 잘해봐야 평작 정도가 아니었을까라고 멋대로 생각했다. 그러나 게임을 막상 해본 뒤엔 충격! 이건 한사람이 아니라 어느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나왔어도 틀림없이 화제가 되었을만한 잘 만든 재미있는 게임이니 말이다.
이 게임에는 액션RPG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기존의 유명한 고전 액션RPG들을 하며 아쉬웠던 점, 이랬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부분이 모조리 구현되어 있다. 그야말로 액션RPG의 종결자 같은 게임이다. 2014년 11월, PS플러스 무료 게임으로 올라왔길래 아무 생각없이 해봤다가 많은 부분에서 놀랬고 정말 몰입하여 재미있게 한 게임이었다.
덧글
단점이라면, 결국 렙업하면 쉽게 끝난다는 거. 하드모드에서는 그래도 올린 능력별로 공략법이 나뉘는 것을 기대했는데 그런 맛이 없는게 아쉽습니다.
한번쯤 해볼만한 수작 AR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