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이는 성장해간다 - 인사이드아웃 (Inside Out , 2015) 영화감상

인사이드아웃 (Inside Out , 2015.7.9 개봉)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의 뜻은 '속을 뒤집다'는 뜻이다.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들여다보면 어떤 것일까?

이 영화에서는 5개의 '감정'을 의인화시켜 '기억'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든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서 마음의 고통을 겪게 되는 한 소녀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이 소녀의 머릿속에서 5개의 감정들이 겪게 되는 사건사고들을 다루고 있다.

5개의 감정은 노란색의 '기쁨(Joy=기쁨,즐거움)', 파란색의 '슬픔(Sadness=슬픔)', 빨간색의 '버럭(Anger=화,분노)', 초록색의 '까칠(Disgust=혐오,짜증)', 보라색의 '소심(Fear=두려움)'으로 나뉘어서 캐릭터성이 부여되었다.


'Disgust'를 '까칠'로 의역한 것은 조금 오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애초에 '까칠'은 '야위고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고 거칠다'는 뜻이지 요즘 유행어로 쓰이는 것처럼 '성격이 까다롭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사람이 '짜증'을 내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이 요즘 유행어대로 '까칠'하기 때문이 아니라, '짜증을 내야 할 상황'이라 짜증을 내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머릿속 5명의 캐릭터 중 이야기의 중심은 최초의 감정인 '기쁨'과 '슬픔'에게 있다. 주인공인 라일리의 감정은 '기쁨'이 주도하고 있다. 가능한 즐겁게 살고 싶은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기쁨'은 '부정적 생각'의 '슬픔'에게 '긍정적 생각'을 강요한다. 현대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부정적 사고의 중요함을 무시하고 대책없는 긍정적 마인드만을 강요하고 있다.


라일리는 아빠의 일 때문에 정든 미네소타를 떠나 낯선 샌프란시스코의 좁고 더러운 집으로 이사오게 되었다. 덤으로 이삿집은 엉뚱한 곳으로 가버려 더러운 땅바닥에서 침낭을 깔고 생활하게 된다. 고향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는 새로운 친구가 전학와서 자신과 마음이 잘 맞는다며 라일리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전학 첫날 학교에서 라일리는 고향 미네소타에 대해 설명하려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급우들의 수근거림에 고통스러워한다.

이런 미치기 일보직전의 상황에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기쁨'은 '긍정적 사고'를 강요한다. 엄마아빠 앞에서 결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웃으면서 말하고, 이삿집의 실종으로 저기압 상태에서 서로 싸우려 하는 엄마아빠 앞에서 재롱을 부리며 엄마아빠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까지 한다.

이런 라일리의 행동은 아이답지 않고, 마치 현대 어른들의 삶과 닮아있다.



영화의 가장 큰 주제는 이러한 '억눌린 감정 해소의 필요성'이다.

긍정적 생각을 강요하며, 부정적 생각이 억눌리고 슬픔을 억누르며 살아야 하는 현대 어른들의 삶은 얼마나 비참한가.

사람은 화가 날 때엔 화를 내고, 슬플 때에는 울어야 하고, 짜증을 낼 때는 짜증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꾹꾹 참으면서 억지로 웃으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은 병들어있다. 자기계발서를 비롯하여 사회 전반에서는 '긍정적 마인드'만을 강조하며 '부정적 마인드'를 없애버리라고 한다.

영화 속에서 '기쁨'은 긍정적 사고를 가지면 무엇이든지 잘 된다며 라일리의 마음 속 상황을 타파하려고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간다. 라일리의 마음은 병들어가고, '슬픔'은 급기야 '나 따위는 필요없다'며 도망쳐버린다. 하지만 기쁨과 슬픔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같은 기억 속에서 슬픔 뒤에 기쁨이 찾아왔던 라일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슬픔은 결코 무시하고 억눌려셔는 안되는 인간의 중요한 감정이다. 

결국 감정에 이상이 온 라일리의 마음을 치유한 것은 '슬픔'이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무기력해진 '빙봉'을 '슬픔'이 '함께 슬퍼해'준 뒤 '어떻게 한거야?'라는 '기쁨'의 말에 "나도 몰라. 하지만 울고나니 후련해졌어."라는 빙봉의 말이 이야기의 핵심이 된다.




영화에서 의인화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실로 흥미롭다. 마치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 그 자체가 아닌가.

'기쁨'을 비롯한 라일리의 감정들은 '부모'와 입장이 같다. 라일리의 탄생부터 시작하여 라일리의 성장을 하나하나 지켜보며 '컨트롤'한다. '기쁨'은 라일리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긍정적 사고와 즐거움을 계속 강요한다.

'기쁨'이 '심층 심리'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는 라일리의 '버려진 기억'들로 가득하다. '버려진 기억'은 감정의 색깔이 퇴색되어 감정이 담겨있지 않고, 더이상 라일리가 기억할 수 없으며, 소멸되어 갈 뿐이다.

이곳에서 '기쁨'은 라일리의 잊혀져 가는 아기 때 추억들을 보게 된다. 천진난만하게 행복하게 웃으며 지내던 라일리의 아기 때 모습들...

"단지 널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이 때 이렇게 말하여 눈물을 흘리는 '기쁨'은 부모의 마음 그대로를 보여준다. 극장 안에서 이 부분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른들이 유독 많았던 것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아이가 아기였을 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언제 이렇게 컸지?"라는 생각과 함께 어쩐지 뭉클해온다. 아이의 행복을 빌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좀처럼 잘 되지 않고 힘들어질 때 부모는 가슴이 아파온다. 이러한 '부모의 심정'을 영화 속에서 의인화된 '기쁨'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성인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끝으로 영화의 3번째 주제는 '잊혀져 가는 기억'을 중심으로 한 '변해가는 아이의 모습'이다.

'잊혀져 가는 기억'은 슬프다. 영화에서 '기억'에는 '감정'이 담기며 당시의 감정이 색깔로 기억에 덧씌워진다. 하지만 오래된 기억은 서서히 그 색깔이 없어지며 결국 회색이 되어버린다. 사람의 기억에는 당시의 기분이나 느낌이 담겨있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그 감각이 사라져가고 단순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러다가 결국 그 기억 자체도 잊혀지게 된다.

감정이 잊혀지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대표하는 작품 속 캐릭터가 라일리의 어린 시절 상상속의 친구인 '빙봉'이다.

유아기에 동물을 좋아했고, 그 수많은 동물을 조합하여 자신의 보이지 않는 친구로 인식한 것이 '빙봉'이라는 상상 속 캐릭터이다. 빙봉은 더이상 라일리의 기억 중심에 있지 않고, 심층심리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던 '빙봉'의 죽음은 '어린 시절 추억의 사라짐'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다.

'상상의 나라'에서는 라일리가 좋아하던 '과자'들이 사라지고, 기억 저장소에서는 라일리가 줄줄 외던 '공주의 이름들'이 사라진다. 좋아하던 놀이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고, 수많은 것들이 변해간다. 우리들 모두가 그렇다. 부모는 기억하지만 아이는 기억하지 않는 아이의 어린 시절.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말을 했는지. 이런 것들이 아이 머릿속에서 사라져감을 보며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변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는 어른들 역시 어린 시절에 좋아하던 많은 것들을 망각해버렸고, 어린 시절의 추억에 아련함을 느낀다.

하지만 영화는 '잊혀짐'이 '슬픈 것'만은 아니라 말한다. '잊혀짐'은 '변해감'인 것이다. 라일리에게서 과거의 친구와 우정은 깨졌지만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하키팀이 생겼다. '사춘기' 모드가 있는 새로운 감정 제어판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다. 단색이었던 기억의 구슬들은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다양한 색이 혼재되게 된다.

단순하던 아이의 감정과 사고는 성장함에 따라 점점 복잡해진다. 잊혀져 가는 것이 있으면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잊혀져 가는 추억은 어쩔 수 없지만 새로운 '즐거운' 기억이 생긴다. '사람은 그렇게 변해가며 성장해가는 것'. 영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픽사에서 만든 3D 애니메이션은 다른 회사에서 만든 아동용 3D 애니메이션과 그 격을 달리한다.

픽사 애니메이션은 가족 애니메이션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훌륭히 제시하고 있다.

아이들은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인데 그 속에 어른들에게는 가슴 한 구석이 아파오며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작품이 바로 픽사 애니메이션이다.

어린 시절 장난감의 추억과 이별을 표현한 '토이스토리' 시리즈, 멸망해버린 지구와 인류의 희망을 표현한 '월-E', 한 노인의 인생에 있어서의 슬픈 추억과 새로운 희망을 표현한 '업(Up)'...그리고 이를 뒤이을 픽사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명작이 이번 '인사이드 아웃'이 아닐까 싶다.



(2015.7.25 15:45 신도림 CGV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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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이브스 2015/07/27 19:57 #

    이제 앞으로 찾아올 사춘기의 공포에 힘들어할 감정들에게 묵렴...
  • JOSH 2015/07/28 00:13 #

    버드미사일을 쏘게 해줘! 제발 한번 만 누르게 해줘!
  • 플로렌스 2015/07/28 01:26 #

    그야말로 감정들의 마음은 부모의 마음...
  • 레이오트 2015/07/27 21:53 #

    전형적인 픽사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 플로렌스 2015/07/28 01:27 #

    픽사는 언제나 어른도 배려한 내용인지라 좋은 것 같습니다.
  • 동사서독 2015/07/28 00:18 #

    빙봉에게서 그래비티의 조지 클루니(!)를 보았습니다. ^^ 느닷없이 '달'이라니...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인간다리에서 70년대 홍콩 무협영화 '14인의 여걸' 생각도 나더라구요.
  • 플로렌스 2015/07/28 01:28 #

    인간다리는 정말 배꼽잡게 만들었지요.
  • 나이브스 2015/07/28 07:50 #

    인간 다리 보고 괴남숙 생각난 건 저 뿐이군요
  • 2015/07/28 00:5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7/28 01:3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듀얼콜렉터 2015/07/28 14:07 #

    아 정말 빙봉 그 장면에서 눈물샘이 콸콸 흐르더군요 크흑 ㅠ_ㅠ
  • 플로렌스 2015/07/28 15:02 #

    어쩐지 그렇게 될 것 같더니 역시나..
  • 2015/08/05 00:1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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