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이블위딘 (The Evil Within, サイコブレイク, 2014.10.29 발매, Bethesda Softworks)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탄생시킨 호러 게임의 거장 '미카미 신지'가 총괄 제작을 맡아 발매한 PS4 최초의 한글화 호러게임. 실제로 바이오하자드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며, 바이오하자드4의 정신적인 후속작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타이틀 화면. 컴컴하고 으스스한 병실 내부를 보여주는데 사실상 이 게임의 허브 위치에 있는, 세이브가 가능한 병원의 세바스찬 방인지라 나중에는 이 풍경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난이도는 CASUAL, SURVIVAL, NIGHTMARE, AKUMU 4개가 있으며 최초에는 캐주얼(쉬움)과 서바이벌(보통) 중에서만 선택 가능하고, 한개의 난이도를 클리어하면 상위 난이도가 해금되는 방식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크림슨시티의 세바스찬 형사가 동료인 조셉 오다, 줄리 키드먼과 함께 대량 살인사건이 발생한 병원으로 출동하며 시작된다. 병원에 도착한 세바스찬은 정신을 잃고 깨어나보니 덩치좋은 살인마 '사디스트'에게 붙잡혀 거꾸로 매달려 있는 상태. 간신히 병원을 탈출하지만 병원 밖 크림슨시티는 지진이 일어난 양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게임의 장르는 호러인데, 챕터마다 분위기나 성격, 게임 진행 방식이 꽤 다르다는 점이 재밌다. 마치 호러게임의 집대성이랄까? 첫번째 챕터는 '
아웃라스트'처럼 숨어다니며 쫓아오는 괴물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방식이다. 간신히 도망쳐서 병원을 탈출하면 오프닝 영상이 흐르며 본격적으로 게임 시작.
챕터2는 게임 조작법을 익히는 튜토리얼격인 챕터. 하지만 초반답게 무기도 부족하고 총알도 없는데 적들은 무식하게 많아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최초의 적을 만날 때엔 바이오하자드의 오마쥬 격인 장면이 나온다. 이쪽을 스윽하고 뒤돌아보는 순간의 그 느낌이란...
드뷔시의 '월광'이 흐르는 곳에는 세이브 포인트가 있다. 문을 열고 거울 속 세계로 들어가면 정체불명의 간호사 타티아나가 있는 병원으로 가게 된다. 이곳에서 세이브도 하고, 세바스찬의 능력도 강화시킬 수 있다. 사실상 이 게임의 허브가 되는 곳. 처음엔 으스스하게 들리던 월광도 나중엔 반가운 음악으로 들리게 된다.
챕터3은 마르셀로 의사를 만나 좀비 같은 괴물들로 득실거리는 마을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진행하는 챕터. 최종적으로 최초의 보스인 사디스트와 싸우게 된다. 처음에 얼마나 이기는 것이 힘들던지...실은 마을의 부비트랩을 이용하면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쉽게 해치울 수 있다. 섬광볼트로 눈을 잠깐 안보이게 한 뒤 단검으로만 해치웠을 때 따는 트로피도 있다.
비기! 게임을 클리어한 뒤 뉴게임플러스로 챕터3을 선택 후, 사디스트가 있던 헛간 다락방의 창문에 있는 까마귀를 죽이면 마을 안에 있는 까마귀들이 표시되는데, 이 까마귀들을 모두 실수없이 죽이면 한번에 10만젤을 얻을 수 있다. 이를 반복하면 빠르게 젤을 모아 세바스찬을 최강 상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일단 게임을 한 번 클리어해야만 쓸 수 있는 비기라는 것이 문제...
챕터4 전반부는 마을에서 느긋하게 플레이가 가능하다. 모닥불 근처에서 어떤 여자유령을 죽이려 하는 헌티드를 해치우면 여자유령으로부터 젤을 받을 수 있고, 이후 마을 안의 시체들을 모두 불태우면 거대 돼지가 출몰하여 이 돼지를 해치웠을 때 1000젤(뉴게임플러스엔 2000젤)을 받을 수 있는 비기가 있다.
챕터4 후반부는 시작부터 협소한 공간에서 헌티드들이 떼로 몰려와 꽤 벅찬 싸움을 하게 되고, 간신히 이기니 라우라라는 무시무시한 여자괴물에게 쫓기기까지...초반에 우습게 봤다가 중반부터 심장 떨리게 하는 챕터이다.
챕터5는 초반엔 투명 헌티드들이 나오는 지역인데 도중에 동료였던 조셉을 만나게 되고, 중반에는 수조에 갇힌 키드먼을 구출하기 위해 끝없이 몰려오는 헌티드들과 싸워야 한다. 쉴 틈 없이 떼로 몰려드는 적들과 싸우는 것이 꽤나 벅차다. 덤으로 보스전으로는 거미여자괴물 라우라까지...라우라는 통상 무기로는 죽일 수 없어 최초에는 너무나도 막막하고 어려운 보스. 방법만 알면 참 쉬운데 그렇다해도 한번만 잡히면 즉사이다보니 만만하게 볼 녀석은 아니다.
챕터6는 조셉과 함께 하는 즐거운 챕터. 초반에 작은 방 안에서 조셉은 문을 따고 있고 창문으로는 끝없이 몰려드는 헌티드들과 싸우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이후 넓은 공간으로 나온 뒤는 꽤 한참 싸우게 되는데 중간 세이브가 없어 한번 죽으면 다시 맨 처음부터인 것이 치명적. 이 지역을 통과한 이후에는 개 괴물인 센티넬과 보스전을 치르게 된다.
챕터7은 금고머리 키퍼의 챕터. 각기 다른 통로에서 석판을 입수하여 앞으로 나아갈 문을 개방하면 키퍼가 등장. 죽여도 죽여도 계속해서 부활하는 무서운 보스인데 덤으로 방 안에는 가스까지 차고 있어 돌아다니며 가스 밸브를 잠궈야 하는 것이 문제. 화면 가득 가스가 가득한데다가 길도 헷갈리게 생겨 처음에는 키퍼한테 도망만 다니다가 가스에 질식되어 죽거나, 키퍼에게 살해당하기 일쑤. 최초 플레이 시 가장 어려웠던 보스였다. 나중에 길의 구조를 알고 키퍼의 약점만 안 뒤에는 별 것 아니었지만.
챕터8은 동굴 지역을 통과하여 병원으로 돌아오면 끝나는 굉장히 짧은 챕터이다.
챕터9는 큼직한 저택 내부에서 3개의 뇌 주사 퍼즐을 풀어 길을 헤쳐나가는 것이 목적인 챕터. 그 옛날 바이오하자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세이브 포인트가 1층 중앙 왼쪽에 바로 있기 때문에 틈틈히 세이브하면서 진행하면 어렵지 않은 곳이지만...챕터9 후반에는 불타는 헛간 내부에서 몰려오는 헌티드들을 상대하는 부분이 꽤 어렵다.
챕터10은 악마의 챕터다. 챕터 길이도 무식하게 긴데 난이도 또한 무식하게 어렵다. 트랩과 헌티드로 가득한 공간에서 두 마리의 트라우마가 나와 보스전이구나 하고 해치우면 다음엔 되살아난 라우라와 싸우게 된다. 역시나 통상 무기로는 죽일 수 없어 도망치는 것이 주목적이고, 최종적으로 밀폐된 곳에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며 밸브를 부숴 나아갈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이 때 뉴게임플러스이면 화염작살 수십발로 해치우는 것도 가능. 덤으로 트로피까지. 무식하게 어려운 보스전이다.
챕터10이 악마의 챕터인 것은 힘들게 라우라를 클리어하면 이번엔 지하주차장에서 아말감 알파라는 거대 괴물이 보스로 출현하기 때문. 눈알이 약점이라는 것과, 일정 수준 이상 데미지를 입으면 변신도 하는데...무식한 맷집과 엄청난 공격력이 문제. 그냥 싸운다면 갖고 있는 무기 탈탈 털어서 싸워야 한다. 요령만 알면 서바이벌 난이도까진 쉽게 이길 수 있지만 나이트메어부터는 요령을 알아도 상대하기 어렵다.
챕터11은 전반은 물 속에 사는 거대물고기 괴물 '시교'를 피해 헤엄치고 점프하며 수중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이 부분은 요령만 알면 그렇게 어렵진 않으나...중반에는 셔터에서 차례로 나오는 헌티드들을 상대해야 하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이 꽤 어렵다. 이곳을 통과한 뒤에는 크레인을 타고 좌우에서 몰려나와 무기를 던지거나 발사하는 쏘는 헌티드들을 격파해야 하는데 이 챕터에서 가장 어려운 지역. 무기와 탄환이 부족해서 더욱 어려운 챕터이다.
챕터12는 달리는 버스에서 뒤쫓아오는 거대거미괴물 헤레시와 싸워 못쫓아오게 막고, 정지된 차량을 포위하고 무기를 발사하거나 던지는 헌티드들을 상대하기도 하며, 멈춘 버스를 뒤로 하고 헌티드로 득실거리는 주차장을 통과하여 구급도구를 챙겨와야 하는 챕터. 다른 챕터와 진행 방식이 상이한 것이 재미있다. 버스로 적을 하나도 치지 않고 통과하는 트로피가 의외로 어렵다.
챕터13은 무너져내리는 건물에서 트랩을 해제하고, 적을 피해가며 진행해야 하는데 보스전으로 폐쇄 공간에서 키퍼 두 마리를 상대해야 한다. 다행히 가스 같은 것은 나오지 않으므로 키퍼 두 마리를 해치운 직후 재빨리 탈출하기만 하면 되서 어렵지는 않다.
챕터14는 지하철을 통과하여 거미줄 같은 것이 가득한 곳을 통과, 최종적으로 문어처럼 생긴 괴물 쿠엘과 보스전을 치르게 된다. 처음 상대하면 어렵지만 경직시켜놓고 공격하는 전법을 쓰면 이전 챕터들에 비해서는 어렵지 않은 편.
챕터15는 무식하게 긴 길이에 비해서 대다수가 이벤트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적들도 한동안은 나오지 않는다. 핏빛 가득한 폐쇄된 공간에서 눈동자들이 나오는 지점에서 떼로 몰려오는 헌티드들을 상대하게 되는 것이 첫 전투인데 꽤 한참동안 싸워야 해서 고생스럽다. 무기와 탄환이 다 떨어지기도 쉽다. 바로 직후 스나이퍼 4명을 해치워야 하는 지역이므로 스나이퍼 탄도 아껴야 하는데...
스나이퍼 4명을 해치운이후에는 실내에서 키퍼 2마리와의 보스전. 이전과는 달리 맷집이 상당히 올라간 상태. 미리 주변에서 무기와 탄을 수집한 뒤 상대하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다음 긴 트랩형 지형을 통과하면 최종보스전.
최종보스전은 이벤트 배틀로 펼쳐지게 된다. 전혀 다른 타입의 이벤트 배틀의 연속. 서바이벌 모드까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나이트메어 모드부터는 타이밍 잡기가 극악해져서 상당히 어려워진다.
나이트메어(하드) 모드 이상의 난이도로 게임을 클리어하면 클리어 특전으로 브라스 너클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세이브 파일로 뉴게임플러스를 하면 주먹으로도 적들을 해치울 수 있게 되어 게임의 감각이 상당히 달라진다. 꽤 재미있다!!
게임을 클리어한 이후에도 여러가지 의문이 남는다. 특히 여형사 키드먼은 수시로 사라지며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눈치였는데...이는 키드먼을 주인공으로 하는 DLC에서 밝혀진다.
이 게임은 최초 발매시 상하로 생기는 검은색 창(레터박스) 때문에 말이 많았다. 게임의 시야가 가려지는 답답함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이후 패치를 통해 레터박스 제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소 프레임 저하가 있긴 하지만 게임에 큰 지장은 없다.
이 게임은 확실히 말해 '어렵다'. 하지만 확실히 말해 '재미있다'. 처음에는 심장을 두근거리며 셀 수 없이 죽으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고, 일정 수준 이상 플레이한 다음에는 또다른 감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된다. 게임 클리어 후 너클까지 얻은 뒤에는 학살자로 돌변하여 괴물들을 주먹으로 때려잡고 다닐 수도 있다. 하나의 게임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어떤 부분은 그냥 건너뛰어도 되고, 어떤 부분은 다른 방법으로 클리어해도 된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발매 후에 실망도 컸던 듯 싶지만 그렇다해도 이 게임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호러게임이다. 도망다녀도 좋고 싸워도 좋다. 이 무기를 써봐도 좋고 저 무기를 써봐도 좋다. 게임을 진행하는 방법은 플레이어 나름! 바이오하자드 이래 가장 재미있게 한 호러게임이다. 아마 요즘 호러게임 중에서도 이만큼 재미있는 호러게임은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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