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 챗셔 (CHAT-SHIRE, 2015) 뮤직머신

아이유 - 챗셔 (CHAT-SHIRE, 2015.10.27 발매)

아이유의 2015년 EP 앨범. 아이유가 최초로 음반 프로듀싱을 담당하여 진행한 앨범이며 전곡 아이유가 작사를 담당했고, 곡의 절반 정도를 아이유가 작곡을 한 음반이기도 하다. 사실상 아이유가 노래만 하는 가수에서 프로듀스와 작사/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로서 거듭나는 음반이기도 하다.

데뷔 이전부터 아이유가 기타를 연주하며 잘 알려진 노래들을 어쿠스틱으로 어레인지하여 노래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데뷔 이후 틈틈히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을 담당한 자작곡들을 공개해왔던 아이유. 이번 EP음반 '챗셔'의 경우에는 드디어 그 시발점이 되는 앨범이 아닌가 싶다.

EP앨범 제목이 '챗셔(CHAT-SHIRE)'인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챗셔(CHESHIRE)' 고양이에서 이름을 따온 뒤, 아이유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떠드는 내용의 곡들의 구성에 맞춰 CHAT이라는 단어를 넣은 듯 싶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1. 새 신발 (아이유 작사 / 이종훈 작곡)
2. Zezé (아이유 작사 / 이종훈, 이채규 작곡)
3. 스물셋 (아이유 작사 / 이종훈, 이채규, 아이유 작곡)
4. 푸르던 (아이유 작사 / 아이유 작곡)
5. Red Queen (Feat. Zion.T) (아이유 작사 / 이종훈, 이채규 작곡)
6. 무릎 (아이유 작사 / 아이유 작곡)
7. 안경 (아이유 작사 / 아이유 작곡)
8. 마음 (아이유 작사 / 아이유, 김제휘 작곡)
9. Twenty Three (아이유 작사 / 이종훈 작곡)

전곡 아이유가 작사를 했고, 작곡은 1,2,3,5,9번 트랙은 이종훈이, 3,4,6,7,8번 트랙은 아이유가 작곡을 했다. 전곡 작사 뿐 아니라 작곡에도 곡의 절반 가량을 아이유가 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첫번째 트랙인 '새 신발'은 새 신발을 신었을 때의 기분 좋음을 표현한 곡으로, 레니 크라비츠가 살짝 떠오르는 전주로 시작하여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따가각-또각-다가가' 라던지 '설레 아이쿠-살랑 달큰'에서 '빠라람-빠담-마담' 등 곡 전체에 걸쳐 비슷한 발음을 같은 멜로디 상에 배치하여 라임을 넣은 것이 재미있다.

아이유 3집의 타이틀 곡이자 실제 동화이기도 한 '분홍신'을 언급하며 아직 춤추냐거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의 마녀구두를 언급하며 동화 속 신발과도 가사를 연계함으로써 아이유가 좋아하는 동화 속 주인공들을 표현한다는 이번 앨범의 컨셉과도 일치시키고 있다.



2번째 트랙 'Zezé'는 국내에서 유난히 잘 알려진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에서 따온 것이 명백한 이야기. 제제에게 나무에 올라가라 하며 장난치면 못쓴다고 하고,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쓴다면서 하나 뿐인 꽃을 꺾으라는 둥 모순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면에서 보면 전혀 상관없는 소설을 이용하여 성적인 표현을 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진실은 아이유 본인만 알겠지만 말이다.

이 곡에서도 후렴부에 '올라와-가져가-꺾어가' 순으로 라임을 넣었고, '못써'와 함께 멜로디의 끝 부분을 아이를 혼낼 때 외치듯이 엑센트를 준 창법이 인상적이다.



3번째 트랙인 '스물셋'은 이번 EP앨범의 타이틀 곡.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펑키한 리듬의 곡인데 싸이키델릭한 뮤직비디오가 중독적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채셔캣이 말하듯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모순된 이야기로 가득한 가사.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아이유가 하고 싶은 말이 가득 담겨있다.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아냐 아냐 사실은 때려 치고 싶어요"나 "아 알겠어요
나는 사랑이 하고 싶어-아니 돈이나 많이 벌래" 이렇게 앞뒤가 전혀 다른 말을 반복한다.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것은 아주 간단하거든"이라며 자기는 과연 어느쪽인 것 같냐며 청자에게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사실은 나도 몰라 애초에 나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스스로를 말하는 "여우인 척 하는 곰인 척 하는 여우 아니면 아예 다른 거"란 가사가 재미있다.

아이유의 인기가 올라감과 동시에 안티 또한 급증했고, 자잘한 사건 하나하나에 물고 늘어지며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하는 인터넷 악플러들은 썩어난다. 이들에 대해 아이유가 하고 싶은 말이 이번 타이틀 곡이 아닌가. "죽은 듯이 살래요-아냐 다 뒤집어 볼래"라던지 "뭐든 한쪽을 골라 색안경 안에 비춰지는 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 이렇게 쿨하게 말하는 듯한 가사 속에 아이유의 감정이 꾹꾹 눌러져 담겨있다.

조금 특이한 가사로는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요-아니 아니 물기 있는 여자가 될래요" 부분인데 화장품 관련해서 많이 사용되는 '촉촉한 여자'라는 단어를 저렇게 표현하니 특이한 느낌이 든다. 일본에서는 젊고 생기있는 미남미녀를 표현할 때 水もしたたる란 표현을 쓰는데 그 표현과도 일맥상통한다. 싱싱하다고 하건, 탱탱하다고 하건, 물기있다고 하건 젊고 생기 있는 여자를 표현할 때엔 피부나 젊음 그 자체에 대한 의미보다도 아무래도 성적인 의미도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아이유가 쓴 것은 성적인 의미가 아니겠지만...아니, 어느쪽일까? 마음껏 색안경을 쓰고 봐도 결국 아이유가 말하는대로겠지.

'Zezé'와 함께 타이틀 곡인 '스물셋'도 이종훈, 이채규의 콤비로 작곡을 했으며, 여기에 아이유도 작곡에 일부 참여하고 있다. 이번 타이틀은 뮤지컬스럽거나, 어쿠스틱한 기존 아이유의 노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데 제법 괜찮은 시도라고 본다. 다만 이번 앨범이 정규 앨범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EP 앨범이다보니 막상 4집 앨범이 나오면 타이틀 곡은 또 김이나 작사-이민수 작곡의 노래가 나올 수도 있겠다.

중학생인 아이유가 20살이 되었다고 하더니 그로부터 벌써 3년이 지나 스물셋이라니. 이후의 아이유 인생에도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타이틀인 듯 싶다.



4번째 트랙 '푸르던'은 아이유 작사/작곡의 곡으로, 다분히 아이유스러운 어쿠스틱한 곡이다. 기타 치며 노래하는 싱어송 라이터로서의 아이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으로, EP앨범 발매 전에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했던 '마음'이나 '무릎'에서 이어지는 아이유표 어쿠스틱이라 할 수 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살짝 나온 적도 있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데, 멜로디와 일치하는 가사의 서정적이면서 시적 표현이 일품이다. "그림처럼 묽게 번진 여름 안에 오로지 또렷한 너"나, "한참을 서서 가만히 머금은 채", "조그맣게 움을 트는 마음" 등 가사 하나하나가 감성적이라 좋다. "나의 여름 가장 푸르던..."으로 끝나는 가사에서 비로소 제목의 푸르던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된다.



5번 트랙 'Red Queen (feat. Zion.T)'는 빠른 템포에 재즈스러운 곡. 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에게 잘 알려진 '그 여자'의 과거에 대해 살짝 알려주는 수다의 일부란 점이 특이하다. 어떤 여자에 대해 말을 하는데 지금은 모두가 미워하지만 옛날에는 모두가 사랑했다는 내용인데, 이야기의 시작이나 끝에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말하는 것 또한 재미있다. 음악 성향은 재즈스럽지만 디즈니 뮤지컬에서 어떤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쓰일 법한 구성의 곡이다.

'붉은 여왕'이란 제목에서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이 떠오른다. 붉은 여왕은 저절로 뒤로 가기 때문에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달리고 있어야 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면 배로 빨리 달려야 한다는 이야기로, 진화론이나 경영학에서 가설로도 쓰여지는데 노래의 제목과 가사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다.

역시 아이유가 자신이 좋아하는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노래 제목으로 내세워 가사 속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겨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대중들의 인기를 누리다가도 작은 사건 하나로 순식간에 모두의 욕을 먹게 되는 연예인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싶다. 적절한 제목은 '그 여자'겠지만 그 여자란 아이유일 수도 있고, 설리일 수도 있고. 아이유가 말하기로는 설리가 그린 어떤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가사를 썼다고 한다. 선으로 갈겨쓴 듯한 그림에 입만 립스틱을 찍어붙인 그림으로, 앨범의 부클릿에 아이유와 함께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다.



6번 트랙 '무릎' 역시 아이유 작사/작곡의 어쿠스틱한 곡으로, 2014년에 팬들에게 살짝 공개 후 유튜브를 통해 정식으로 곡을 공개했던 MP3가 없는 미발매 곡이었다. 이번 앨범에 정식으로 편입되며 정규곡이 되었는데 유튜브에 공개되어있는 곡과 버전이 다르다. 유튜브에 공개된 것은 아이유스럽게 기타 반주 버전인데 정식으로 앨범에 수록된 버전은 피아노 반주의 곡이다.

전체적으로는 무릎을 베고 누워 잠이 들고 싶다는 내용인데, "나 지친 것 같아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것 같아...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으면 좋겠어"란 가사가 아이유의 현재 심정을 느끼게 해준다. 할머니와 단칸방 생활을 하던 시절 할머니의 무릎베개에서 잠들던 추억을 떠올리며, 할머니에게 하는 말로,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나 "나 그때처럼 말갛게 웃어보일 수 있을까"란 가사가 묘하게 슬프다.



7번 트랙 '안경'도 아이유 작사/작곡의 곡. 기존 정규앨범에 수록된 아이유 작사/작곡의 곡처럼 암울함 물씬 풍기는 곡이다. 나른하고 지친 듯한 멜로디와 보컬이 "나는 지금도 충분히 피곤해"라는 가사와 잘 맞아떨어진다.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당장 눈 앞의 것만 보고 살기도 바쁘고 지금도 충분히 피곤하니 안경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지만 역시 아이유가 자신이 하고픈 말을 가사 속에 박아넣었다.

"상상을 하고 실망하기도 바쁜데", "누구의 흠까지 궁금하지 않아요", "공들여 숨겨놓은 약점을 짓궃게 찾아내고 싶진 않아요" 이런 가사들은 다분히 인터넷의 안티팬들, 악플러를 떠오르게 만든다. 멋대로 상상하고 실망하고, 남의 약점을 찾아내고 떠벌이고, 진실이건 거짓이건 악의를 갖고 여기저기 남의 흠을 퍼뜨리는 사람들에 대한 아이유의 생각이 담긴 곡이다.



8번 트랙 '마음'은 아이유 작사/작곡의 어쿠스틱한 곡으로, 이번 EP앨범에서 CD에만 수록된 보너스 트랙이다. 이 곡은 원래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공개되었으며 아이유 생일인 5월 16일에 팬서비스 차원에서 MP3로 음원을 공개했었다. MP3로는 이미 5월에 공개되어 차트에 올랐던 곡이니 굳이 MP3로 다시 만들 필요는 없던 것. 하지만 애초에 곡이 MP3로만 존재했고 음반으로는 없던 곡이었기에 이렇게 정식으로 음반에 수록된 것이 다행이다.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만든 곡이라는데 "그건 너"로 끝나는 가사의 반복에서 "~셔도 돼요"라는 부분의 가사와 멜로디가 좋다.



9번 트랙 'Twenty three' 역시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아이유가 드라마 속 '신디'란 캐릭터로써 부른 노래이다. 제목이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스물셋'과 동일한 뜻의 영어 단어이기 때문에 혼동을 줄 수도 있는데 가사와 멜로디가 전혀 다른 완전 별개의 곡이다. 아이유와는 느낌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데 드라마 속 '신디'라는 캐릭터에게 더 부합하는 느낌이다.

이 곡 역시 가사를 아이유가 썼는데, 다분히 요즘 유행하는 성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섹시한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멜로디 메이킹이나 곡 구성이 그렇게 좋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어디까지나 드라마 캐릭터인 신디를 연기하던 아이유를 느껴볼 수 있는, 보너스 트랙적인 성격이 강한 곡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이 곡이 브리트니 스피어즈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샘플링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작곡가가 어떤 경우로 브리트니 스피어즈의 목소리를 샘플링으로 썼는지는 의문인데 모처럼 아이유가 프로듀싱을 담당한 만큼 아이유 역시 공동책임이 있으니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아이유 포스터에, 책 형태로 되어있는 아이유 사진집+가사집에, CD에, 곡의 컨셉들을을 한장의 그림으로 표현한 지도에, MP3로만 공개되었던 한 곡과, MP3로도 공개된 적 없는 한 곡을 포함한 2개의 보너스 트랙까지. 이런 화려한 구성이 요즘처럼 음반의 가치가 하락한 세상에 CD로 앨범을 살 맛을 나게 해주는 것 같다.



덧글

  • 레이오트 2015/11/05 19:23 #

    그러고보니 아이유의 이번 앨범 2번 트랙이 꽤 말이 많더군요. 무슨 아동 성 상품화인가 뭔가 그런 뜻이 있다면서 말이죠.
  • 플로렌스 2015/11/05 19:35 #

    가사 내용은 나무에 오르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게 성적인 내용을 떠오르게도 만드니...근데 아동 성상품화까진 너무 오버하는 소리 같네요.
  • 레이오트 2015/11/05 19:44 #

    그러니까요. 아무래도 그런 주장하는 사람들은 음란마귀가 아닐까 싶네요.
  • 승스가 방그르르 2015/11/05 20:13 #

    그렇군요... 제가 음란마귀가 씌인 모양입니다 ㅋㅋㅋㅋ
  • 봉학생군 2015/11/07 14:53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넘어 후속 소설인 햇빛사냥이나 광란자를 읽어보면 얼마나 제제가 슬픈 아이였고 그 슬픔을 극복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알수 있는데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냥 아 저런 컨셉이 좋겠다 이러면 멋져보이겠지 하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작품에서 모티브를 딴것 같단 말이죠
  • 플로렌스 2015/11/09 15:12 #

    동화 컨셉을 가져온 것은 가사에 숨겨진 자신의 이야기를 가리기 위해서라하니...결국 교활한 어린애라느니 하는 것은 제제가 아니라 아이유 자기 자신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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