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다이노서 (The Good Dinosaur, 2015) 영화감상

굿 다이노서 (The Good Dinosaur, 2016.1.7 국내 개봉)



( 스포일러 있음 )

'인사이드 아웃'에 이은 디즈니 픽사의 3D 애니메이션.

픽사 영화는 개봉하면 무조건 극장에 가서 봤기 때문에 이번 역시 의심하지 않고 영화관을 향했다. 나의 경우 성인층의 평은 좋지 않았지만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흥행에 성공한 '카' 시리즈나 평과 흥행이 미묘했던 '메리다와 마법의 숲' 역시 비교적 재미있게 봤다. 픽사는 아무리 못만들어도 다른 회사의 아동용 3D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훨씬 낫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이번 '굿 다이노서'는 아쉬움이 큰 작품이었다. 픽사 치고는 내용이 평범하고 안이하다. 극장에 갔던 아이들은 깔깔 웃기도 하고 감동도 받으며 봤지만 어른들에게 확 와닿는 부분은 적었다.

공룡과 인간이 공존한다는 가정 하에, 공룡을 인간, 인간을 짐승과 같은 역할로 반전시켰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야기는 너무나도 진부했다.

아빠, 엄마, 3남매가 사는 어느 농가. 막내는 몸이 약해 집안일을 도울 때 항상 뒤쳐진다. 매번 농작물을 훔쳐먹는 들짐승을 죽이라는 아빠의 명을 무시한 막내. 아빠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막내와 들짐승을 쫓다가 사망한다. 어느날 막내는 그 들짐승을 발견하고 쫓아가지만 결국 죽이진 못하고 오히려 도움을 받는다. 둘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정이 들지만 결국 들짐승은 짐승들이 사는 곳으로 돌려보내고 막내 홀로 집에 돌아가게 된다...

이런 심플한 구조의 이야기를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사람처럼 생각하고 일할 수 있는 공룡으로, 들짐승을 지능이 낮은 원시인 아이로 치환하여 표현한 것이 이번 작품이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만약에'를 전제로 깔고 들어간다.

그리고 '만약에'의 이야기는 현실과 '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현실의 역사에서 지구에 충돌했다는 혜성은 충돌하지 않고 지나갔고,
현실의 지구상에서 멸종한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공룡과 인간은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영화 속에서 공룡과 인간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과 달리 지능이 낮았던 공룡은 영화 속에서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며 각종 도구를 만들어 농사를 짓고 가축까지 키우며 생활한다. 반대로 사람은 말도 할 줄 모르고 도구도 쓸 줄 모르며 4발로 뛰어다니며 짐승처럼 살아간다.

이런 현실과 정 반대의 설정 외에도 이야기 속에서 많은 부분은 '반대'의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농장에 내려와서 힘들게 만든 옥수수를 훔쳐먹는 나쁜 들짐승(인간)은 알고보니 정이 많고 착한 녀석으로, 주인공을 수차례 위험에서 구해주고 많은 일을 함께 해낸다.

태풍 뒤 다친 동물들을 구해주는 착한 공룡처럼 보였던 프테라노돈은 실은 위험에 처한 동물들만 골라 잡아먹는 나쁜 공룡이었다.

무서워보이는 티라노사우르스 가족은 실은 착한 공룡들로, 다른 공룡을 잡아먹지 않고 가축을 키우고 있었다.

'굿 다이노서' 그러니까 '착한 공룡'이라는 제목은 유약하여 사로잡은 들짐승을 놔준 주인공을 뜻하기도 하지만, 겉만 보면 누가 진짜 '착한 공룡'인지 알기 힘든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뜻하는 듯 싶기도 하다.

이야기를 보면 볼수록 등장인물들이 굳이 공룡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그게 없었으면 아이들이 보기에 재미가 덜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밝고 즐거운 것만 보여주는 다른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픽사 영화답게 다소 냉혹한 장면 또한 많다. 아이를 구하고 눈 앞에서 산사태에 휩쓸려 죽는 아빠나(이런 사례는 라이온 킹이 먼저 있었지만) 귀여운 포유류를 잡아 서로 잡아당기며 찢어먹는 프테라노돈, 거대한 벌레를 머리부터 와작와작 씹어먹는 아이라던지 말이다.

하지만 역시 어른들 가슴에도 뭉클한 뭔가를 남기던 기존 픽사 작품에 비해 감동이 부족하다. 감동을 주려 한 부분은 보이는데 그것이 어른들에게는 너무 진부해서 별로 와닿지 않는다. 가장 최근 작품이었던 '인사이드 아웃'이 아이들에겐 아이들만의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어른들만의 감동을 주는 명작이었기에 더더욱 비교가 된다.


픽사의 네임밸류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한 작품이라 말했지만 다른 회사들의 웬만한 아동용 애니메이션보다는 훨씬 볼만하긴 하다. 특히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3D로 멋지게 구현한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영화관의 큰 스크린으로 보는 대자연의 장대한 아름다움은 마치 실제 영화와 같아서 배경은 진짜 영화이고, 캐릭터들만 3D로 구현한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생생한 물의 표현을 보면 진짜 물 같은데 3D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기묘하기까지 하다.


자막이 다 올라간 뒤에 에필로그 영상은 없으며, 스탭 일동의 팀명을 가족처럼 흙 위에 원을 그리는 표현이 나올 뿐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인사이드 아웃의 스탭이 만들었다는 것을 내세웠지만 애석하게도 흥행은 쿵푸팬더 3에게로 넘겨줄 것 같다.


(2016.1.31 14:05 목동 CGV 관람)



덧글

  • Arcturus 2016/02/03 22:13 #

    그래픽을 끼얹고 내용을 빼버린 작품이더군요(...) 그래도 그래픽은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 대단한 빅 히어로 6도 이 작품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이니...
  • 플로렌스 2016/02/03 23:13 #

    엄청 멋진 장소에 가서 실제로 찍어온 것 같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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