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며 - 주토피아 (Zootopia, 2016) 영화감상

주토피아 (Zootopia, 2016.2.17 개봉)


'겨울왕국'에서 증명했듯이 디즈니는 스스로의 벽을 깨버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던 전형성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 지 오래이며 작품 속에서 스스로 과거의 벽에 대해 부정한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처럼 노래한다고 꿈과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아."

주토피아에 나오는 이 대사는 디즈니 구작들에 대한 날서린 비판이 담겨있다.

동물들은 인간과 같은 형태로 진화했고 더이상 서로 잡아먹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회적 강자의 위치는 포식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주인공인 주디는 작고 약한 동물(토끼)인데다가 여성이다.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노력 끝에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 차별없이 모두가 함께 산다는 꿈의 도시 주토피아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주토피아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했고 자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무리한 수사에 뛰어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기꾼 여우 닉과 행동을 함께 하고, 사건의 규모는 점점 커져만 간다.


사회적 강자와 약자. 작품 속에서 소수의 포식자와 그 이하 대다수 동물들의 관계는 인간 세상과 지극히 닮았다. 성 차별, 인종 차별, 지역 차별, 종교 차별, 학교 차별 등등 이 세상은 온갖 차별로 가득하다. 그 차별의 뒷면에는 '나와는 다르다'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나와 같은 것, 내가 믿는 것,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모든 것에는 편견을 가지고 차별을 행한다. 그리고 이런 짓은 결국 전쟁까지 일으켜 대규모의 참극까지 부른다.

주토피아 속에서는 이런 차별을 보여주며 소수의 권력자들이 행하는 횡포와 돈을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차이, 태생의 차이, 사회적 강자와 약자가 보여주는 인간 세상을 동물을 통해 풍자하고 있다.


사회적 편견을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극복하려는 토끼 주디는 현실세계에서 능력이 있지만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는 사회적 약자, 대표적으로 여성의 위치를 보여준다. 여우 닉은 포식자이면서 그또한 피지배 계층이고 다수의 소수에 대한 차별과 횡포를 겪은 인물. 현실세계로 치면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을 받고, 다수에 의해 억압받는 소수를 묘사한 듯 싶다.


놀라운 것은 이런 1차원적인 차별과 편견에 대한 풍자에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수의 소수에 대한 횡포와 역차별까지 다룬다는 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준 것이다.

주디는 이런 차별을 싫어하면서도 불구하고 역으로 포식자에 대한 편견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최초로 사건이 일단락 되었을 때 나름 객관적으로 사건에 대한 생각을 말하지만 그 속에는 무의식적으로 포식자에 대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결국 주토피아는 이전보다 더욱 더 차별과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가 되어버린다.


결말은 당연히 포식자과 피식자가 모두 함께 사는 사회가 되는 해피엔딩이지만 거기까지의 과정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주토피아는 꿈과 기회의 땅, 다양한 인종이 다 함께 사는 나라 미국의 축소판이다. 다른 나라보다야 낫지만 여전히 편견과 차별은 존재하며 이에 대한 극복을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이야기 전개는 추리물 형식을 띄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나아간다. 사건을 추리해 나아가며 서서히 가까워지고 헤어지기도 하는 주디와 닉의 관계는 로맨틱 코미디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종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둘은 상당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벌써 200만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주토피아 인기의 비결은 아무래도 성인층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가 가득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어른들을 위한 우화가 이 작품이 아닐까? 역으로 계속해서 반전이 일어나며 진짜 악당이 뒤바뀔 때마다 아이들은 다소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할 정도.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3D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픽사' 합병 이후 디즈니 3D 애니메이션은 그 내용면에서 끊임없이 깊이를 더해갔으며 스스로가 만든 벽을 부수며 발전해 나아가고 있다. 역으로 디즈니 산하 픽사에서 나온 '굿다이노'는 지극히 전형적인 내용으로 실망을 안겨준 것과 반대로 디즈니에서 직접 낸 주토피아는 예전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느꼈던 깊이를 맛볼 수 있다.



'겨울왕국'에서 전작 '라푼젤' 캐릭터 등장을 비롯, 다양한 디즈니 패러디가 있었는데 이번 역시 다양한 패러디가 재미있다.

일단 구글을 패러디한 주글이나, 주디가 사용하는 한 입 베어 문 당근 마크가 그려진 아이폰, 각종 간판에서 보이는 현실세계를 동물세계로 패러디한 텍스트들...그리고 누구에게나 강한 임펙트를 남겼을 듯 싶은 족제비 위즐턴이 파는 불법 DVD!!

위즐턴이 길거리에서 파는 불법 DVD들은 그간 발매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수인화 버전. 마치 'CAR'에서 기존 픽사 애니메이션들을 자동차 버전으로 보여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덤으로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모아나, 자이겐틱, 겨울왕국2까지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족제비의 이름이 위즐턴인데, 주디가 이름을 잘못 말하자 화를 낸다. 어디에서 본 듯한 장면 같은데... '겨울왕국'에서 나오는 무례한 위즐튼에서 온 외교관이 바로 그것! 위즐튼의 외교관은 자기 나라를 위즐타운이라 말하면 위즐튼이라고 말한다. 찾아보니 이 족제비의 성우가 겨울왕국에서 그 외교관 성우 그대로라고 한다.


주토피아 세계의 마피아인 미스터 빅은 명실공히 명화 '대부'의 패러디. 자신의 딸 결혼식에는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는 컨셉조차 똑같다. 미스터 빅이라는 이름과 정 반대로 소동물인 것 또한 재미있는 포인트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부분은 음악 파트. 주디가 첫 출근에서 실망하고 라디오를 틀었는데 나오는 음악이 R.E.M의 'Everybody Hurts'다. 채널을 바꾸니 Eric Carmen의 All By Myself이 나오고, 맨 끝에는 Winston Marshall의 I, Loser가 나온다. 상처입은 패배자가 된 것 같은 주디를 더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노래만 나오는 것이 코믹했다. 게다가 다 추억의 노래잖아! 이왕이면 자막으로 나오는 노래의 가사들이라도 번역해줬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주토피아 세계관의 탑 뮤지션 가젤 역시 매력 만점. 멋진 몸매의 호랑이 백댄서들을 두고 있는데 인터넷 상에서는 저 호랑이 백댄서들에게 혹한 사람들 또한 많은 듯 싶다. 가젤의 성우는 실제 가수인 샤키라가 담당해서 엔딩 주제곡도 불렀다. 영화 속에 나오는 호랑이 백댄서 얼굴에 자기 얼굴을 합성할 수 있는 앱도 실제로 디즈니에서 공개해서 배포중이라고.


디즈니와 픽사가 합병된 이후 디즈니의 3D 애니메이션은 믿고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반면 픽사는 디즈니 본사에 인재를 다 빼앗겼는지 예전만큼의 작품성은 보여주고 있지를 못하다. '굿 다이노'에서 실망했던 사람은 '주토피아'에서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에게는 다양한 동물들이 나오는 웃기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른들에게는 이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생각하게 해주고 추리와 로맨스를 한번에 선사할 멋진 애니메이션, 그것이 바로 '주토피아'다.


(2016.3.12 14:20 메가박스 관람)

덧글

  • 소시민A군 2016/03/13 10:54 #

    최종보스가 끝까지 평소 연기톤을 유지했다면 꽤나 섬뜩했을 것 같았습니다.
    참 재미있는 작품이었죠.
  • 플로렌스 2016/03/19 00:09 #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 Jender 2016/03/13 16:04 #

    주토피아 평이 좋네요. 함 봐야겠어요^^
  • 플로렌스 2016/03/19 00:09 #

    생각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었지요.
  • 뉴런티어 2016/03/13 17:55 #

    느와르 테이스트를 섞었다고 걱정했는데, 이렇게 잘 섞었을 줄은 몰랐어요. 단번에 팬 됬습니다. 드디어 디즈니가 꿈과 희망이 아닌 진짜 현실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전달해줄 것인가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 플로렌스 2016/03/19 00:09 #

    느와르는 딱 적절한 정도까지였지요.
  • 블루 2016/03/13 22:17 #

    https://www.dancingwithgazelle.com/in/

    영화에 나왔던 가젤합성 댄스영상 사이트도 있죠. ㅋㅋㅋ
  • 플로렌스 2016/03/19 00:09 #

    아 바로 저거!
  • 잠본이 2016/03/16 00:56 #

    존 라세터가 이젠 픽사보다 디즈니 본가쪽에 더 힘을 쓰고 있는 듯한 느낌...
  • 플로렌스 2016/03/19 00:09 #

    요즘엔 디즈니와 픽사가 바뀐 것 같아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Twitter

위드블로그 베스트 리뷰어

2011 이글루스 TOP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