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그니피센트 7 (The Magnificent Seven, 2016.09.14 개봉)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전설의 명작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1954)'를 서부극으로 리메이크해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 1960)'의 리부트 리메이크작. 애초에 '황야의 7인'도 수차례 속편이 나오며 똑같은 컨셉에 내용만 계속하여 리부트하긴 했지만 말이다.
The Magnificent Seven(1960), Return of The Magnificent Seven(1966), Guns of The Magnificent Seven(1969), The Magnificent Seven Ride!(1972)에 이어 44년만의 시리즈 신작! 타이틀은 최초의 작품명 그대로 The Magnificent Seven이다. 과거 국내에서는 '황야의 7인'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지만 요즘에는 영화 타이틀을 영어 그대로 표기하는 풍조가 있기 때문에 '매그니피센트 7'라는 이름으로 개봉하게 되었다.
원작 자체가 워낙 유명한 추억의 서부영화였고, 한국 배우인 이병헌이 나온다는 것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나 역시 궁금했기에 가서 보게 되었다. 7인의 사무라이야 지금 봐도 명작이지만 황야의 7인은 지금 보기엔 좀 뭐한 부분이 많다. 과연 그 옛날 센스를 어떻게 현대식으로 세련되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농사꾼들의 마을을 위해 수십명의 도적떼에게 맞서 싸우는 7명의 총잡이. 그 7명이 모이게 되는 경위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애석하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7명이 모이게 되는 경위가 예전 작품들보다도 개연성이 떨어진다. 예전작에서는 '정의감이 투철'하다는 것과 '원래 알던 사이', '적은 돈에도 목숨을 걸 만큼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상황' 등으로 7명이 모일 수 있었다. 이번 작에서는 요즘 시류에 걸맞게 미국이 다인종 국가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 때문에 흑인이 주인공에, 동양인에 인디언도 7인 중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점이 발목을 잡아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7명이 마을을 위해 목숨을 걸 당위성이 너무나 부족했다. 스타로드, 아니 조슈아의 경우 여주인공과 뭔가 있을 법 했으면서도 결국 없었고, 끝에 그렇게까지 장렬하게 산화할 당위성이 원작의 유사한 캐릭터들에 비해 더 모자라게 묘사되었다. 인디언 캐릭터가 멤버에 들어오게 되는 상황과 장면은 더더욱 심했다.
원작보다 나은 장면은 역시 액션이다.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 때 멋지게 쏘아 해치우고, 자세 전환, 방향 전환을 현란하게 하며 적들과 싸우는 주인공들의 모습. 아마 많은 사람들이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할 때 이런 점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1960년대 작인 황야의 7인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훈련시킬 시간이 부족했고 그 때문에 7명이 수십명의 도적들을 해치우는 것이 다소 너무했는데 이번 작은 최초의 원작인 7인의 사무라이와 마찬가지로 마을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마을을 요새화하여 대응한다는 점이 어느 정도 상황을 납득하게 만들었다.
원작보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는 평작. 팝콘 먹으면서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원작의 유명세를 생각하면 좀 더 제대로 멋지게 리메이크를 해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영화를 본 뒤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가 제대로 명작이었구나 하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2016.9.24 14:00 메가박스 화곡 관람)
덧글
확실히 개연성은 인디언이 진짜 좀 떨어진다는 느낌 받았고...
황야의 7인이 멕시칸 마을 지켜주는 정의로운 PKF의 성격이었다면, 이번거는 원작의 용병 같은 성격이랄까?
좋은 리메이크는 아닌 것이 아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