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2017) 영화감상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2017.3.16 국내개봉)


1992년 극장에서 봤던 '미녀와 야수'는 충격적이었다. 3D 애니메이션이 전무하던 시절, 벨과 야수의 무도회 장면의 배경을 3D CG로 만들어 춤과 함께 회전시켰을 때의 영상미는 그 이전까지의 애니메이션에서 단 한번도 본 적 없던 압도적인 장면이었다. 심플한 내용의 동화를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잘 어레인지 시키는 디즈니답게 내용 또한 적절하게 어레인지하여 재미있었다. 클라이막스에서 악역인 개스톤과 야수의 싸움, 그리고 죽음은 해피엔딩이 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긴장감을 가득 줬다.

그로부터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당시 사용되었던 충격적인 CG 기술은 더이상 새로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녀와 야수는 명작이다. 그 때 사용되었던 수많은 노래들은 당시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했던 최고의 명곡들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영화에서는 원작의 노래들이 원작의 그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새롭게 어레인지되었는데, 애니메이션보다 더 화려한 3D CG 영상과 함께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내용과 상관없이 순수히 음악과 영상만 따져도 뮤지컬 영화로써의 완성도는 이미 훌륭한 것 같다.

내용 측면에서도 좋았다. 원작 애니메이션 역시 동화에 비해 풍부한 캐릭터성이 부여되었는데 영화에서는 더 다양하게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개성과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꼬마숙녀 헤르미온느 역을 맡았던 엠마 왓슨이 주인공. 당차고 똑똑한 여자의 이미지를 가진 주인공 벨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엠마 왓슨은 성평등 운동으로도 유명한데, 영화 속 벨 역시 한층 더 똑똑하고 자주적인 여성이 되었다. 여자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 책을 읽는 것을 부정하던 그 시대의 느낌과, 시대를 앞서갔던 벨. 복장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가 좀 더 뚜렷하게 두뇌명석하고 진취적인 느낌이 들게 되었다.

벨의 아빠 역시 좀 더 캐릭터성이 뚜렷해졌고, 좀 더 멋있어졌다. 엄마는 왜 없는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당시의 역사와 함께 좀 더 상세하게 그려졌다. 애니메이션은 대체 어느 지역, 어느 시대인지 알 수 없었지만 영화는 실제로 있었던 그 시대의 복식들과 풍습을 재현하며 명확하게 시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의사들의 그 기묘한 까마귀 마스크까지 나올 줄은!!


개스톤은 한층 더 악독해졌다. 벨의 아빠를 죽이려고 한 것이나 이후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좀 더 디테일 하고 잔혹한 악당이 되었다. 반면 개스톤을 졸졸 따라다니며 추종하던 친구 르푸는 양심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 명확해졌다. 이번 영화에서 동성애 논란을 일으킨 게이 설정 때문. 후반부에 좋아하던 친구에게 배신까지 당한 뒤에 마음을 고쳐먹는 것은 좋은 결말이다.

개신교계에서 미녀와 야수가 한창 동성애 논란을 일으키고 있던데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현실세계에 분명 게이는 존재하고 있고, 인류의 구성원인데 말이다. 르푸의 말대로 움직이던 3명의 인물 중 하나 역시 게이로 보이던데, 여장 당한 뒤에 오히려 기뻐하는 장면은 제법 재미있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게이 뿐 아니라 흑인 캐릭터가 많아진 것 또한 디즈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당시 프랑스에 흑인이 그렇게 귀족의 일원으로써 존재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애초에 판타지니 말이다. 동양인 캐릭터는 시대상으로 도저히 안맞았는지 보이질 않았다. 야수의 성에 사는 물건들도 이름이 더 생기고 캐릭터성이 명확해졌으며 그 관계들 또한 디테일해져서 좋았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왕자가 야수 때보다 매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은 원작 애니메이션부터 그랬었는데, 영화에선 벨이 수염을 길러보라는 말까지 해서 벨의 눈에도 역시 그렇게 보였구나 하고 웃을 수 있었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영화로 바꾸며 다양한 요소들을 파워업한 작품. 뮤지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너의 이름은'을 제치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수를 동원한 외국 영화가 되었다고 하니 놀랍다. 예전에 레미제라블의 흥행도 놀라웠는데 한국은 생각보다 뮤지컬이 인기있는 나라인 것일까?


(2017.4.1 14:00 메가박스 목동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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