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4집 - 팔레트(Pallete) 뮤직머신

아이유 4집 - 팔레트(Pallete) (2017.4.24 발매)



아이유의 4번째 정규앨범이 발매되었다. 3집 [Modern Times]가 2013년이었으니 무려 4년 만에 발매된 정규앨범이지만 그 사이
리메이크 음반인 [꽃갈피](2014)와, 아이유의 자작곡으로 가득 채운 [챗셔](2015)가 나왔으니 그렇게 까마득한 옛날 같지는 않은 기분이다. 그렇다해도 직전 음반인 [챗셔]가 2015년이었으니 어느새 2년이 지났나 싶기도 하다.

EP 음반인 [챗셔]의 타이틀 곡은 '스물셋'이었다. 23살의 나이가 되어 자기 자신을 정의할 때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나도 잘 모르겠다는 식의 방황하는 듯한 내용의 곡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25살이 된 아이유는 타이틀 곡 '팔레트'를 통해 앨범을 보듯 과거도 회상하고 지금의 자신을 노래한다.

2008년, 중학교 3학년 때 16살의 나이로 데뷔했던 아이유는 17살 때 1집을 낸 이래 18살 때 '좋은 날'로 확 떠버렸고, 19살 때 2집의 타이틀 곡 '너랑 나'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음반의 제목은 [Last Fantasy]였는데 컨셉이 '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이었으며 다분히 아이스러움과 어른스러움을 섞은 듯한 기묘한 음반 특성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20살 때 [스무살의 봄]이라는 EP를 내고 21살에 3집 [모던타임즈]에서 '분홍신'을 불렀다. 이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어른스러운 컨셉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23살이 되는 2015년, EP음반 '챗셔'에서는 타이틀 곡 자체가 '스물셋'이었고, 스물셋이 된 본인의 이야기를 아이유 본인이 가사로 표현했던 것이 인상 깊었다. 아이유가 직접 앨범 프로듀싱을 하고 전곡을 직접 작사,
절반 이상을 직접 작곡했던 음반이었지만 음반 차트 석권과는 별개로 엉뚱한 곳에서 구설수에 올라갔던 것이 안타까웠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7년, 드디어 아이유의 4번째 정규앨범이 나왔다. 앨범명이자 타이틀곡인 '팔레트'는 '스물셋'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이었다. 스물다섯이 된 자신의 이야기. 이번 역시 직접 프로듀싱을 한 음반이며 상당수의 곡을 직접 작사하고, 타이틀곡은 직접 작곡을 담당했다. 여기에 20대 중반이 된 아이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인덱스는 다음과 같다.

01. 이 지금 (아이유 작사, 김제휘 작곡)
02. 팔레트 (feat.G-DRAGON) (아이유 작사/작곡)
03. 이런 엔딩 (아이유 작사, 샘 김 작곡)
04. 사랑이 잘 (with 오혁) (아이유/오혁 작사, 아이유/오혁/이종훈 작곡)
05. 잼잼 (아이유/선우정아 작사, 선우정아 작곡)
06. Black Out (아이유 작사, 이종훈 작곡)
07. 마침표 (아이유 작사, 손성제 작곡)
08. 밤편지 (아이유 작사, 김제휘/김희원 작곡)
09. 그렇게 사랑은 (이병우 작사/작곡)
10. 이름에게 (아이유/김이나 작사, 이종훈 작곡)


첫번째 트랙 '이 지금'은 기묘한 제목의 곡이다. '지금'이란 단어 자체가 '말하고 있는 이 때'란 뜻인데 그 앞에 '이'를 또 붙이다니!? 실은 '이 지금'은 아이유의 인스타그램 이름이라고 한다. 아이유 본명이 '이지은'인데 '은(銀)'을 '금(金)'으로 바꾼 말장난이 아닌가. 노래 자체는 지금 이 순간 우리에 대한 이야기. 딴딴 거리는 피아노와 함께 재지하면서도 팝스럽게 노래한다.


2번 트랙 '팔레트'는 앨범 제목이자 타이틀 곡. 아이유가 직접 작사작곡한 타이틀곡이란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전 앨범인 '챗셔' 타이틀 곡이었던 '스물셋'의 속편 격인 노래로 '스물셋'은 23세의 나를 정의하려고 하지만 이쪽인 것도 같고 저쪽인 것도 같다며 방황하는 듯한 곡이었는데, '팔레트'는 차분해진 20대 중반의 자신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내리고 있다. 진한 보라색, 단추있는 파자마, 립스틱, 단발, 조금 촌스러운 것, 코린 베일리 레(Corinne Bailey Rae)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차분히 나열한다.

어려서 구박받고 매맞고 자란 힘든 시절, 스물 갓 넘어 아프니까 청춘, '날 좋아하는 걸 알아' '미워하는 걸 알아'라는 식으로 자신이 받은 사랑과 미움을 담담하게 노래하는 것이 안타깝다. 빅뱅의 G드래곤이 후반 랩에 참여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지은아 오빠는 말이야 지금 막 서른인데..."이런 가사의 랩이 좀 별로인 것 같다. 오히려 방송에서 아이유가 직접 했던 랩이 마음에 와닿았다.

"지은아 뛰어야 돼, 시간이 안 기다려 준대, 치열하게 일하되 틈틈히 행복도 해야 돼...이제 뭐라도 견디지 나, 언제라고 좋기만 한 적이 있었나, 씩씩하게 일어서" 이런 본인이 직접 하는 랩이 현재 아이유의 심정을 처절하게 느낄 수 있어 좋았다.


3번 트랙 '이런 엔딩'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선율에 맞춰 부르는 비교적 스탠다드한 발라드 곡. 이 곡은 김수현과 함께 한 뮤직비디오 때문에 화제가 더 된 것 같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둘이 로맨스 연기를 펼치고 2년 만이다보니 묘하게 드라마와 연결도 되어 곡에 스토리가 더해지는 듯하다.


4번 트랙 '사랑이 잘'은 인디밴드 '혁오'의 보컬 '오혁'과 함께 부른 R&B곡. 동갑네기 두 남녀가 서로 사랑이 잘 안되어서 주고 받는 말들로 가사를 만들었다. 오혁과 함께 가사 및 곡을 써 나아갔는데 이 곡을 만들며 의견 충돌이 많아 좀 많이 싸웠다고 한다. 곡명도 '사랑이 잘 안 돼'인데 오혁의 주장으로 '사랑이 잘'로 변경. 아이유 노래에는 별로 없는 타입의 곡인데다가 그다지 대중적이지 못한 곡인데도 두 번째 선공개곡으로 발매되어 의외로 인기를 끌었던 것이 놀라웠다.


5번 트랙 '잼잼'은 일렉트로닉 신스팝 계열의 곡인데 다소 사이키델릭하게 부른다. 아이유가 자주 하는 타입의 곡은 아니지만 '프로듀사'에서 선보였던 'Twenty Three'과 창법이 비슷하다. 가사 중간중간 보컬과 함께 해당 가사를 말하듯이 읊조린다던지, 툭툭 내뱉는 방식의 전개가 재미있다. 처음 들었을 때엔 아이유와 별로 안어울리는 것 같고 곡도 기묘해서 귀에 안들어왔는데 자꾸 듣다보니 질리지 않고 꽤 마음에 드는 곡이 되었다.


6번 트랙 'Black Out'은 술취한 여자가 주정부리는 재미있는 가사의 팝 넘버. "다스베이더만 아니면 네가 내 첫사랑이야"라니!! 아이유의 기묘한 비음과 꺾기가 묘하게 김완선을 떠오르게 만든다.


7번 트랙 '마침표'는 피아노, 스트링과 관악기 중심의 잔잔한 발라드곡인데 박자가 불규칙하게 계속 변화한다는 점에서 프리재즈 비슷한 느낌도 든다. 작곡가가 재즈신에서 색소포니스트로 유명한 손성제이기 때문일까? 평이한 것 같은데 평이하지 않은 특이한 곡이다.


8번 트랙 '밤편지'는 어쿠스틱한 감성 물씬 풍기는 포크곡. 중학생 시절부터 기타 하나 들고 노래하던 아이유에게 어찌보면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 첫번째 선공개곡으로 바로 차트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아이유의 귀환을 알리는 듯한 곡. 뮤직비디오도 앤틱스럽고 곡 내용도 그렇고...촌스러운 것이 좋다는 아이유의 감성과 잘 맞물리는 듣기 좋은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공개되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별로 대중적이진 못하다고 느꼈는데 정작 앨범이 발매되고 보니 이 곡이 오히려 대중적인 곡인 것 같다고 느껴진다. 요
몇 년 인디 포크락 밴드들이 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일까.


9번 트랙 '그렇게 사랑은'은 이병우 작사/작곡의 곡으로 유일하게 아이유가 참여하지 않은 곡이다. 영화음악 감독이자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이병우의 색채가 강한 곡인데, 재미있는 것은 곡 전체가 클래식 기타 하나와 아이유의 보컬로만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기타의 기교도 강하고 곡의 변화에 맞춰 보컬을 맞춰나가는 아이유의 내공 또한 강하다.


마지막 10번 트랙 '이름에게'는 아이유의 타이틀곡 가사를 많이 써주던 김이나가 아이유와 공동 작사를 담당했다. 스트링 선율에 맞춰 부르는 스탠다드한 발라드곡으로 창법이나 곡 구성이 아이유에게 잘 맞는다. 이 곡 역시 팔레트와 함께 타이틀 곡으로 지정이 되었는데, 가사가 약간 신경쓰인다. 얼핏 들으면 이별한 연인에게 부르는 곡 같지만 "꿈에서도 그리운 목소리는 이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아"로 시작해서 "오래 기다릴게 반드시 너를 찾을게", "춥고 모진 날 사이로 조용히 잊혀진 네 이름을 알아" 이런 가사는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마치 죽었거나 실종된 누군가에게 부르는 노래 같다.

그 때문에 이 노래가 세월호에 관한 노래라는 소문 또한 무성한데, 아이유 측에서 공식적으로 세월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함부로 단정은 금물. 지난 음반에서 아이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가사를 멋대로 해석해서 멀쩡한 가수를 소아성애자로 모는 사건 또한 있지 않았나. 지난 음반에선 아이유가 자신의 마음을 동화 인물들 속에 숨어 간접적으로 표출했던 반면 이번 음반에서는 '쉽게' 혹은 '담담하게' '덜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이번 '팔레트'는 정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EP 음반이었던 챗셔보다도 더 EP스러운 음반이 아닌가 싶다. 곡들이 전체적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대중적인 곡들보다는 마이너한 곡들이 많고, 좀 특이하거나 다소 실험적이고 기교를 쓴 곡들도 보이니 말이다. 아이유는 타이틀곡이 대체로 대중적이긴 했지만 유명 뮤지션 및 전문가들에게 아티스트 취급을 받는 편인데, 실제로 음반이 나올 때마다 대중적인 음악에서는 멀어져 가는 것 같다. 대중적인 히트보다도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더라도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는 듯 싶어 보기에 좋고 듣기에 좋다. 이런 비대중적인 곡들로 음원 차트를 올킬하는 아이러니함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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