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한 구석에 (In This Corner of the World, 2016) 영화감상

이 세상의 한구석에 (In This Corner of the World, 2016)


'너의 이름은'과는 다른 쪽에서 화제가 되었던 애니메이션.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고 극찬을 받았다길래 관심있었는데 국내에서는 개봉을 하지 않아 실망하던 중, 드디어 올해 개봉! 하지만 상영관을 좀처럼 잡지 못해 볼 수 있는 영화관도 적고, 볼 수 있는 시간대 또한 거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 세상 한 구석에'는 히로시마 출신의 만화가 코우노 후미요 원작의 만화를 애니메이션화한 것으로, 원작 자체도 전쟁 중이라는 비일상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당시의 소시민들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스토리나 전개 방식도 좋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그림과 그에 어울리는 좋은 음악, 꽤 센스있는 연출이 어우러진 잘 만들어진 영화. '좋은 작품'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시대 배경이 전쟁 중이고, 주인공이 일본인이기 때문에 한국인 입장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기가 쉬울 듯 싶다. 전쟁 일상물인 만큼 일본 내에서는 전형적인 반전 영화가 아니라서 좋다는 평이 있고, 한국에서는 가해자가 피해자 행세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쉽다.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 날, 마을에 우뚝 솟아오른 태극기를 보며 스즈가 하는 말 또한 원작과 달리 은유적으로 표현되어서 반전 메시지성이 약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원작이 가진 의미를 퇴색시키진 않았다고 본다.

전쟁통에 점점 삶이 궁핍해지고 힘든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사는 소시민들. 점점 전쟁은 격화되어가고 가족들의 죽음과 끔찍한 비극을 겪어 공황에 빠지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다시 꿋꿋이 살아나가는 그런 모습. 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이런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이야기는 독특한 재미와 소소한 감동을 줬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스즈가 군함을 그렸다는 이유만으로 간첩으로 몰려 추궁받는다던지, 멀쩡한 남의 건물을 다 뜯어가버린다던지, 몸빼바지를 입게 한다던지, 군국주의의 폐혜가 피폐해져가는 소시민들의 일상 속에 잘 묻어나있다. 그런 와중에 암시장에서 만주쌀이 유통된다던지, 일본이 패망하자마자 솟아오른 태극기 등 일본의 타국에 대한 수탈 또한 은유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내용상 폭격으로 인한 비극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는 것의 충격이 워낙 커서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의 소시민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심지어는 당시 히로시마와 쿠레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살고 있었고, 똑같이 원폭 피해를 입기도 했으니 말이다. 일본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폭력으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원작의 대사가 은유적으로 묘사되었지만 이 정도의 표현도 나쁘지는 않았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흠 잡을 곳 없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좋은 작품이지만 현 상황상 금방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엔딩크레딧이 끝난 뒤에 별도의 인물에 대한 쿠키영상이 나온다. 원작에선 제법 사연이 있지만 영화에서는 대폭 잘려나간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7.11.19 10:10 메가박스 신촌 관람)


덧글

  • 알트아이젠 2017/11/21 07:57 #

    린 이야기는 추후에 나올 완전판에서 보강한다는데, 워낙 흥행이 절망적이라서 완전판이 들어올지도 걱정입니다.
  • 플로렌스 2017/11/21 10:03 #

    좋은 작품인데 상황이 참 안타깝습니다.
  • 함부르거 2017/11/21 14:05 #

    휴... 개봉관이 너무 없어서 못 봤어요. -_-;;;
  • 플로렌스 2017/11/22 20:09 #

    참 괜찮은 작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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